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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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팩트체크]"예멘 난민, 제주 입도 팩트 정리! 外"-이고은 기자 7/8(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7-10 15:59  | 조회 : 4126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7월 8일 (일요일)
■ 출연 : 이고은 기자


사회자 : 지난 2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 해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이고은 팩트체커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고은 : 안녕하세요?

사회자 : 최근 500명이 넘는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난민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난민 문제, 이제 우리의 문제로 여겨지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예멘 난민에 대한 오해와 가짜뉴스도 많이 나왔다고요.

이고은 : 우선 난민이 늘어나면 강력 범죄가 늘어난다는 이야기, 또 예멘 난민 중에는 남성이 많기 때문에 여성 범죄나 치안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난민들에게 우리 정부에서 월 13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오해와 가짜 뉴스들이 많이 떠돌았습니다. 아무래도 난민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문제인 만큼,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 우선 예멘 난민들이 우리나라, 그것도 제주도에 많이 정착하게 된 이유가 있다고요?

이고은 : 예멘은 중동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에 있는 아랍 국가죠. 위치 상으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의 길목에 있는 공화국입니다. 이렇게 멀고, 종교나 언어, 문화가 완전히 다른 국가에서 한국, 그 중에서도 제주도에 몰리는 이유는 제주도에 외국인 무사증 입국제도, 이른바 무비자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제주도는 2002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무사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외국인이 제주에 한해 관광을 목적으로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고 30일간 체류가 가능합니다.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로 도피한 예멘 난민 가운데, 기한이 만료되자 제주 노선의 저비용 직항기를 이용해 제주로 건너온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자 : 아무래도 치안 문제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고,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서 사회적 갈등으로 치닫는 분위기입니다. 난민 하면 여성과 아이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예멘 난민 가운데에는 성인 남성이 대부분이라고요. 그래서 여성 대상 범죄나 IS 테러 등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사실인가요?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고은 : 제주의 무사증 제도 예외국으로 예멘이 포함되면서, 현재까지 제주도에 머물러 있는 예멘 난민 수는 총 549명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중 성인 남성이 504명으로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남성이 이렇게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예멘이 2015년 3월부터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동맹군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 간의 내전이 지속되는 상태여서, 1만 여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난민으로 전락한 비극적인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성인 남성들이 예멘에서 군인으로 징집되거나 학살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비율이 높은 겁니다. 20대 남성은 307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난민의 특성상, 남성이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그 뒤에 가족을 불러오는 형태가 많은 것도 또 하나의 이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회자 : 예멘 내전 상황 때문에 남성 난민이 많다는 설명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난민이 들어나면 범죄가 증가한다는 이야기, 이것이 가장 관심이 높은 이야기 같은데요. 사실입니까?

이고은 : 사실 여부를 따지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에는 난민을 대거 수용한 스웨덴이나 독일에서 범죄가 늘어났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실제로 난민들이 저지른 범죄가 발생한 바도 있습니다. 그러나 난민이 늘어나면 난민 범죄가 증가한다는 이야기에는 근거가 없는데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 난민 때문에 범죄가 10% 증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독일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지난해 독일에서 발생한 범죄가 전년보다 9.6% 줄었고 비 독일인 범죄도 22.8%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아직 국내에서는 난민의 범죄와 관련된 연구나 통계 자료가 없는데요. 국내 난민 범죄 연구나 통계자료는 아직 없는 상황이고요. 다만 국내에서 벌어진 외국인 범죄 통계를 보면, 2016년 국내에서 일어난 살인, 강도, 성폭력, 절도, 폭행 등 5대 강력범죄의 외국인 가해자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국내에 있는 중국인이 다른 나라 외국인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강력 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르는 사람은 한국인입니다.

사회자 : 또 예멘 난민들에게 매월 138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정부에서 지급한다는 소문이 떠돌면서 더 많은 공분이 일었습니다. 이것은 사실인가요?

이고은 : 거짓 루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정부가 예멘 난민 1명당 혈세 138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면서 이런 가짜뉴스가 떠돌았습니다. 사실 난민 신청자들은 처음 6개월간 체류를 하면서 생계 지원금을 받을 수는 있는데요. 모든 신청자가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지원금을 지급한 사례도 없습니다. 법무부 고시에 따르면 2018년 난민 생계비 지원액은 난민 지원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1인 가구당 월 43만2900원을 받을 수 있고요. 지원시설을 이용하면 월 21만645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취업이 제한되는 초기 6개월간에 한정한 지원액이고, 난민 신청자는 신청 6개월이 지나면 단순노무직종에 한해 취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138만원이라는 금액은 난민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5인 가구에 지원되는 최대 총액이 138만6900원이라는 규정 때문에 비롯된 오해입니다.

사회자 : 특히 이 지원금 문제 때문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 서민들의 현실과 비교해봤을 때 난민에게 너무 퍼주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정서가 작용한 것 같은데요.

이고은 : 청년은 청년대로, 노년은 노년대로 한국은 살기 참 팍팍한 나라입니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도 국가로부터 사회적 안전망을 든든히 느끼며 살기도 쉽지 않는 환경인데요. 그런 박탈감 속에 있다가 우리 정서 상 생소한 난민들을 받아들인다고 하고, 또 이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다고까지 하니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많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우려와 달리, 지난 1년간 우리나라에 입국한 난민 9942명 가운데 지원금을 신청한 난민은 785명이었고, 이중 지원금이 지급된 사람은 436명에 그쳤습니다. 전체 4.4%에 불과한 수치죠. 우리나라에서는 난민 지위를 획득한 이들도 극소수라고 합니다. 시민들의 정서와 달리, 한국 사회가 난민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데는 아직 너그럽지 않은 것이 더 정확한 현실입니다.

사회자 : 다음 뉴스에 대해 알아봅니다.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이른바 조씨 일가 가운데 세 번째로 검경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와 차녀 조현민씨의 경우 구속 영장 신청이 기각됐는데요. 특히 이씨와 조씨의 경우는 ‘분노조절장애’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좀 살펴보셨다고요?

이고은 : 이명희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이 됐는데요. 특히 이씨는 법원에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다는 진단서를 제출하면서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인데요. 그런데 화를 참지 못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분출한다는 의미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는 이 분노조절장애가 사실은 질병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회자 : 조 회장의 첫째 딸인 조현아씨와 물컵 폭행 사건의 조현민씨까지 모두 분노조절장애가 심하다는 이야기가 많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조씨 일가의 가족력이라는 의견까지 나온 바가 있는데요. 병명은 아니라는 말씀인인가요?

이고은 : 네.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은 의학적으로 정확한 진단명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세계보건기구, WHO가 정하고 있는 ‘질병 및 사망 원인에 관한 표준 분류 규정’이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한국표준질병 사인 분류에 의하면, 이런 항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분노조절장애는 심리학 용어로 볼 수가 있습니다. 분노를 참거나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과도한 분노의 표현으로 정신적, 신체적, 물리적 측면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피해를 경험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회자 : 정신 의학적으로는 유사한 병명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이고은 : 정신의학에서는 느닷없이 화를 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증상에 대해 ‘간헐성 폭발장애’, ‘외상 후 격분장애’ 등의 용어로 사용하는데요. ‘간헐성 폭발장애’는 충동조절장애 증상의 하나로 분노의 감정을 느끼면 불규칙적으로 격하게 화를 내거나 폭력을 사용해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과 연계돼서 복합적인 성격을 갖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반면 ‘외상 후 격분장애’는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을 겪은 후에, 부당함이나 모멸감, 좌절감, 무력감 등이 지속적으로 빈번히 나타나는 부적응 반응의 한 형태입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 때문에 증오와 분노의 감정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장애인데, 특정 사건에 대한 기억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잊지 못하고 격분상태에 놓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사회자 : 분노조절장애와의 차이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고은 : 이씨나 조씨 자매의 경우, 특별한 외상에 대한 증거가 없으므로 간헐성 폭발장애로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런데 간헐성 폭발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에게나, 이유 없이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공격적 발작을 하듯이 폭발적 행동을 하기 전에 긴장감이나 각성상태를 먼저 느끼고, 행동 후에는 즉각적인 안도감을 느끼지만 곧바로 후회하고 당혹감을 느낀다는데요. 이씨나 조씨 자매의 경우 분노의 대상은 사실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이거나 사회적으로 ‘을’에 위치에 있는 이들이었죠. 누구에게나 이유 없이 분노를 표출한 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직장이나 조직에서 중간 위치의 관리자가 상사에게는 깍듯이 대하고 부하직원에게는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 분노조절장애라기보다는 소시오패스,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일부, 혹은 품행 장애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사회자 :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갑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셈이군요. 이것을 정신질환처럼 구속영장을 피해가려는 발상 자체도 갑질의 연장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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