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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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故김종필 전 총리 훈장 추서 논란 바로보기!"-안호림 교수 7/7(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7-10 15:23  | 조회 : 2318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7월 7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미디어와 관련된 사회 이슈들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 시간입니다.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오늘은 어떤 주제로 얘기해볼까요?

안호림: 30대 이상의 한국 사람이라면 ‘3김’이라는 표현을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1970년대 이후 한국 정치의 주역이었고, 상징적 존재였던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지칭하는 말이죠. 흔히 약칭으로 DJ, YS, JP라고 불렸습니다. 3김씨의 하나인 김종필 전 총리가 지난 23일 92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김종필 전 총리의 타개로 ‘3김 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린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고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습니다. 그런데 훈장 추서를 둘러싸고 뜨거운 찬반 논란이 일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훈장은 수여했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 조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JP서거와 훈장 추서 문제를 가지고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김종필 전 총리는 이른바 3김 중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때보다도 더 많은 관심이 쏠린 것 같습니다.

안호림: 먼저, 김 전 총리의 서거가 3김 시대의 확실한 종언을 의미한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또 김 전 총리가 워낙 논쟁적인 인물이고 훈장 추서를 놓고 벌어진 논란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때는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조문했습니다. 두 분에 대한 평가에서도 크게 논란이 되었던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갈립니다. 한편에서는 한국 경제발전에 대해 기여한 것, DJ와 함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5.16쿠데타의 주역이자 군사독재의 핵심인물이며, 지역주의를 부추킨 장본인으로도 평가를 합니다.

아나운서: 3김이라고 표현되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모두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JP의 경력이 가장 다채로운 것 같습니다. 그만큼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았다는 것이겠지요.

안호림: 김종필 전 총리가 역사의 전면에 나선 것은,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 당시 소장과 함께 5.16 쿠데타를 주도하면서부터입니다. 김 전 총리 본인의 말에 따르면, 쿠데타를 먼저 제안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인 아닌 김종필 전 총리, 본인이라고 합니다. 쿠데타 성공 이후 정권수립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중앙정보부 창설을 주도했고, 민주공화당 창설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랜 기간 동안 국무총리를 지내기도 했죠. 유신정권 시대, 그리고 90년대 말 이른바 DJP연합 시절을 합하면 6년간 국무총리를 역임했습니다. 김 전 총리는 대통령에 버금가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이른바 ‘실세 총리’였다고 평가됩니다. 9선 의원으로 한국 정치사상 최다선 의원이라는 기록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라이벌관계는 유명합니다.

안호림: 세 사람의 관계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의 중심인물로 자리잡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김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였습니다. JP가 다른 두 사람과 다른 점은 DJ, YS와 평생 경쟁을 벌이면서도 정치적으로 필요할 때는 동맹을 맺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DJ와 YS는 그에 비해 평생 경쟁관계였죠. YS와는 1991년 민자당 창설에 같이 참여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DJ와 연합하여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DJ, YS와 달리 JP는 평생 2인자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안호림: 맞습니다. ‘영원한 2인자’라는 평가가 항상 따라다녔죠. 정계에서 활동한 기간 내내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지만. 최고의 위치까지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5.16쿠데타를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 기간 내내 2인자의 위치에 머물렀습니다. YS는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DJ는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해서 대통령직을 역임했습니다. 하지만 JP는 야당대표 또는 국무총리 위치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아나운서: 언론은 김 전 총리를 어떻게 평가했나요?

안호림: 공도 많고 그만큼 과도 많은 논쟁적인 인물이라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더 크냐는 것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립니다. 조선일보는 6월 25일 사설에서 ‘김 전 총리의 삶은 말 그대로 영욕과 명암이 엇갈렸다’라고 말하면서 공도 있고 과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공으로는 한국 산업화를 주도하고, 현대적인 국가 체계를 갖추는데 공헌한 것, 또 문민정부 탄생, 수평적 정권교체에 일익을 담당한 점을 들었습니다. 과오로는 4.19혁명을 통해 수립된 민주정부를 군사쿠데타로 무너뜨린 것, 군사독재기간 인권탄압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김 전 총리의 정치를 실사구시의 정치로 평가했습니다. 언제나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 했고 이를 위해서는 이념과 진영논리를 뛰어넘는 행보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한겨레신문은 비록 김 전 총리가 공도 있지만 그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훨씬 크고 깊다는 부정적 평가를 했습니다.

아나운서: JP는 화려한 화술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김종필 어록이라고 할 만큼 유명한 멘트들을 많이 남겼는데요.

안호림: 맞습니다. 한국 정치인들로서는 드물게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보다는 풍자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을 즐겨써 회자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잘 알려진 예를 몇 개 들어보면, 1963년 공화당 창당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창당 자금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외유를 떠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표현은 지금도 종종 사용되고 있죠. 그런가 하면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내각제 개헌'을 요구하면서 "참을 때까지 참는 게 지성이지만, 그래도 안 되면 몽니를 부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몽니라는 말은 잘 쓰는 표현이 아니어서 기자들이 뜻을 물어보기도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런 JP 특유의 화법은 막말이 난무하는 요즘 정치권이 배워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나운서: 김종필 전 총리 타개에 대해 애도하는 것은 여야가 따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았습니다.

안호림: 원내정당 중에는 정의당이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훈장 추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5일 정부의 훈장 추서 계획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훈장추서를 반대하는 이유는 군사쿠데타와 유신체제에 대한 면죄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군인권센터도 쿠데타 주역에 대한 훈장수여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훈장 서훈을 취소하라는 청원이 하루만에 100건이 넘게 올라왔습니다.

아나운서: 황교익 씨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황교식씨 직업은 음식 칼럼니스트이지만 종종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솔직하게 밝혀서 화제가 되곤 합니다.

안호림: 황교익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부의 훈장 추서 방침을 비판했습니다. 황교익씨는 김종필은 총으로 권력을 찬탈하였고, 독재권력의 2인자로서 호의호식하였으며, 민주주의를 훼손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최고 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시간을 되돌리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나운서: 황교익씨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안호림: 과거 자민련에 몸을 담은 적이 있는 이완구 전 총리가 한 라디오 쇼 인터뷰를 통해 반박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한 라디오 쇼 인터뷰에서 ‘인간 누구나 공과 과가 있다, 반대하기 전에 본인들의 인생은 어떤지 돌아보자’면서 훈장 추서 반대 입장을 비판했습니다.

아나운서: 황교익씨는 역사적 평가도 평가지만, 훈장 나눠먹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했습니다.

안호림: 황교익씨가 이완구 전 총리 발언에 대해 다시 반박하면서 한 말입니다. 사실 정부가 이런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훈장 추서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국무총리를 지낸 분들은 무궁화장을 추서해왔다. 관례가 존중돼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다시 말해, 훈장을 줄 만큼 공이 큰가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 전임 국무총리에 대한 예우로서 훈장을 수여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실제 전 국무총리들은 모두 관례적으로 무궁화장을 받았나요?

안호림: 모두 다 받은 것은 아닙니다, 전임 총리 중에는 이윤영, 노신영, 강영훈, 정원식, 이회창 전 총리 등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고건, 이수성, 이해찬, 한명숙, 황교안 전 총리 등은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아나운서: 무궁화장이 전임 국무총리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죠?

안호림: 아닙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국무총리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주어집니다. 지난해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받았습니다. 성직자인 김수환 추기경과 이태석 신부, 조용기 목사도 사회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무궁화장을 수여받았습니다.

아나운서: 언론은 훈장수여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안호림: 경향신문은 25일 사설을 통해 김 전 총리의 공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총칼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죄는 덮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권이 보수와 화합하려는 시도는 이해하지만, 이번 서훈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한겨레신문도 최고 훈장을 수여해야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아나운서: 결국 정부는 훈장은 추서하되,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은 안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언론은 정부의 결정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안호림: 일부 언론은 지지자들의 비판을 의식한 결정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는 입장을 보입니다. 중앙일보는 영결식장에 정부, 여당인사는 없었다며, 통합 정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조선일보는 27일자 칼럼을 통해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민주통합당이 조문사절단 파견을 주장했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문 대통령이 조문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습니다.

아나운서: 예전과 달리 왜 하필 김 전 총리의 경우에만 논란이 된 것일까요?

안호림: 아무래도 김 전 총리가 한국 현대사에서 갖는 위치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경향신문은 이번 논란이 ‘한국 정치사의 가장 논쟁적 인물’로 꼽히는 김 전 총리의 개인사적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관례적으로 훈장을 수여해오던 관행에 대한 비판의 의미도 있습니다. 훈장을 수여하는 의미를 생각할 때, 정부 고위직을 맡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훈장을 수여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것입니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민주의식이 성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교수님은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호림: 김종필 총리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훈장 수여의 원칙 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총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이번 논란을 기회로 그동안 훈장을 관례적으로 수여해온 것에 대해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훈장은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서 수여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국민입니다. 물론 모든 훈장 수여자를 국민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선정절차와 원칙은 필요합니다. 명확한 원칙이 있었다면 이번 논란은 불필요했을 것입니다.

아나운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원칙과 선정절차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코너를 진행하다 보면 언제나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느낌입니다. 어느덧 시간이 다 되어서 여기에서 인사를 드려야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안호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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