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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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월드컵 선수를 처벌하라?! 황당 청와대 국민청원"-안호림 교수 6/30(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7-02 09:28  | 조회 : 2882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6월 30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 시간입니다. 안호림 교수 모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 준비해 오셨나요?

안호림: 4년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월드컵이 지금 한창 러시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2002년 4강 진출의 감동, 그리고 길거리를 가득 메웠던 붉은 색의 응원물결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 참가로 대표팀은 9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특히 잦은 실수와 전술부재 때문에 패배한 1차전 이후 대표팀은 국민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일부에는 선수와 신태용 감독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월드컵과 국민청원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얼마나 많은 청원이 올라왔나요? 

안호림: 1차전이 끝난 직후부터 경기 도중 결정적인 실수를 두어차례 범한 장현수 선수와, 신태용 월드컵 대표팀 감독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쏟아졌습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 ‘장현수’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170여개에 달하는 청원이 나옵니다. 신태용 감독 관련 청원은 300여건에 달하고, 축구협회 개혁에 대한 것은 700건이 넘습니다. 알려진 바와 달리, 이중에는 대표팀을 응원하고, 선수들을 다독이는 내용의 청원도 다수 있습니다. 장현수 선수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는다며 지나친 비방과 인신공격을 하는 글을 남기는 사람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모든 사람들이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군요. 그런데 월드컵 대표팀 선수나 감독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은 국민청원의 원래 목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청원이라고 보입니다.

안호림: 원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정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이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겠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정부 정책현안과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국민들의 다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는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한국 사회에서 하는 역할과 임무를 생각할 때,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청원은 적절하다고 보기는 힘들겠죠.

아나운서: 국민청원은 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청원이 이루어졌고, 답변이 이루어진 것은 몇 개나 됩니까?
안호림: 26일 기준으로 22만건이 넘습니다. 이중 현재 진행 중인 청원은 2만 6천건이 넘고, 만료된 청원은 19만 4천여개에 달합니다. 지난해 8월 17일 게시판이 개설되었으니까 계산해 보면 하루평균 84건의 청원이 올라온 셈입니다. 현재까지 답변이 이루어진 청원은 총 37건으로 한 달에 약 3.5건씩 답변이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최근 답변이 이루어진 청원은 ‘유기견 보호소 폐지를 막아주세요!’입니다.

아나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서 국민들의 뜨거운 반응이 있었긴 했지만,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었습니다.

안호림: 국민청원이 자칫 대중추수주의, 즉 포퓰리즘적인 통치형태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또한 정당, 정부기관, 지방정부, 나아가 언론 등과 같은 기존 제도와 사회기관을 무력화 할수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건강한 여론의 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통, 토론의 장이 필요한데, 현재는 거의 모든 이슈가 청와대로 몰리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이 청와대가 국민 이슈를 독점하게 되는 결과도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나운서: 예전에도 다소 엉뚱한 청원들이 많이 올라와서 논란이 되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안호림: 맞습니다. 이를테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에도 선수들에 대한 비판이나, 처벌을 원하는 청원들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인 김보름, 박지우 선수 국가대표 자격박탈에 대한 청원은 거의 하루만에 20만명을 넘겼고, 최종적으로 61만명의 서명을 받아서 청와대가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온갖 종류의 청원이 다 있습니다. 광고성 글이나, 개인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청원, 장난성 청원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녁에 양념치킨 먹을까요? 후라이드 치킨 먹을까요?’라는 청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네티즌들의 놀이터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청원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나운서: 국민청원 게시판도 청원에 대한 기준이 있겠지요?

안호림: 청와대의 청원 요건에는 욕설 및 비속어를 사용한 청원,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의 청원, 허위사실,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있는 청원은 삭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들이 추상적이어서 판단이 모호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아가 청와대가 청원을 삭제했을 때, 삭제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서 부적절한 청원은 삭제하고 있습니다. 삭제되지 않은 청원이 하루에 80건이 넘기 때문에 삭제된 청원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양이긴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창구이니만큼 보다 투명하게 운영되야하는데 이점은 아쉽습니다.

아나운서: 백악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황당한 청원이 가끔씩 올라온다고 하던데요.

안호림: 백악관의 국민청원 게시판인 'We the People'(위 더 피플)에 올라왔던 청원 중 화제가 된 청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대대적인 히트를 친 SF 영화인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초거대 우주정거장 데스 스타(Death Star)를 건설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의 국민 군것질거리인 트윙키(Twinkie: 케익 모양의 스낵)를 만드는 회사를 국유화하자는 청원도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백안관이 데스 스타 청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국민청원 게시판도 인터넷 게시판이다 보니, 동의수를 일부러 올리거나, 조작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드루킹 사건도 있었는지라 더더욱 그런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데요.

안호림: 국민청원 사이트의 취약점으로 많이 지적되는 점 중의 하나입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동의수를 조작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국민청원 사이트는 원래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톡 등 이른바 소셜 로그인을 통해 이용 가능했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한 중복투표 의혹이 제기되어 현재 청와대는 카카오톡을 통해서 청원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잠정적으로 중단시켜놓은 상태입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20만 쉽게 넘어 정부 답변 얻는 법’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글쓴이는 앱의 접속 데이터를 없애거나,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톡의 계정을 이용해서 4번까지 동의하는 법, 가입이 손쉬운 트위터에 무한대로 아이디를 만드는 법 등의 방법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드루킹 사건과 같이 아이디를 도용하는 등의 방법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나운서: 그럼 청원 사이트 이용요건을 좀 더 까다롭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실명으로 회원 가입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안호림: 한 가지 해결책이긴 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작성자와 동의자 모두 실명이 밝혀지 않고 포탈이나 SNS 아이디로 접속하는 익명 게시판입니다.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의견 표시가 가능하다는 것은 자유롭게 의견 개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익명의 아이디 뒤에 숨어서 무책임한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실명제의 도입은 중복 서명, 부적절하거나 장난스런 청원과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있어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 운영 철학과는 맞지 않습니다. 또한 국가기관이 게시판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와 게시판 내에서의 활동 정보를 수집하는 문제점이 있어서 위험성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안호림: 외국의 경우에는 한국보다는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백악관의 위 더 피플은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성명과 실제로 사용중인(valid) 이메일 주소를 제공해야 합니다. 동일 청원에 대해서는 계정당 한번만 동의가 가능합니다. 영국의 의회 청원 사이트는 영국 국민이나 영국 거주인자들의 경우에만 자격이 주어지고, 청원을 하거나, 동의를 표시할 때 이름과 e메일 주소, 우편번호 등의 사항을 입력해야 합니다.

아나운서: 청와대가 답변하기 곤란하거나, 답변은 가능하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없는 청원들도 많았었습니다.

안호림: 사실 지금까지 총 37(서른이곱)건이나 되는 공식 답변이 있었지만, 이중 청와대가 직접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특별감사에 대한 청원이 있었습니다. 서명자가 25만명을 넘겨 지난 2월 26일 청와대의 공식 답변이 이루어졌습니다. 답변 내용은 삼권 분립의 원칙에 따라 청와대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청원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하겠다고 밝혀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아나운서: 청와대도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어떤 입장인가요?

안호림: 청와대도 국민청원 게시판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월 21일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에서 “(일부) 답변하기 부적절한 성격의 내용들이 올라온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의 순기능이 더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점도 있지만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계속 개선해 나가면서 유지해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인 5월 30일,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은 국민청원 게시판이 놀이터가 된다는 우려에 대해 ‘장난스럽고 비현실적 제안도 이 공간에서는 가능하고 국민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아나운서: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점에서는 큰 의의를 갖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안호림: 국민청원 제도는 과거 한국 정부에서 보였던 국민과의 소통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점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은 오프라인 공간에 비해 보다 자유롭고 원활한, 그리고 평등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인터넷 게시판의 특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런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한 취업 포탈 사이트가 실시한 국민청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개선점 1, 2위로 실명제 도입과 과도한 청원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도입을 개선점으로 꼽았습니다.
또 언론사들도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청원 사이트가 생긴 목적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의 문제점에 대한 국민의 비판도 마찬가지로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개선과 보완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이 보다 자유롭고, 원활하게, 이와 동시에 보다 의미있는 소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 청원 사이트는 국민 개개인이 국가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제도이니만큼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 국민 여러분도 책임감 있고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나운서: 월드컵 얘기로 시작했으니, 월드컵 얘기로 끝내는 것이 앞뒤가 맞을 것 같습니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 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 대회의 교훈을 잊지 않고 다음에는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들의 믿음과 기대를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안교수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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