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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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깨워라! "철학을 가까이하면, 인생의 구절을 만날 수 있어요" - 임병희 작가·인문학자·목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6-28 12:43  | 조회 : 3553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6월 28일 (목요일) 
□ 출연자 : 임병희 작가·인문학자·목수

꽃중년의 룰루랄라, 청춘을 깨워라! "철학을 가까이하면, 인생의 구절을 만날 수 있어요" - 임병희 작가·인문학자·목수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앞서 예고해 드린 대로 오늘 이 시간에는 목수이자 인문학 작가이신, 임병희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자리 함께하셨는데요. 안녕하세요.

◆ 임병희 작가·인문학자·목수(이하 임병희): 안녕하세요.

◇ 김명숙: 오시는 길에 덥지는 않으셨어요? 약간 후텁지근해서. 

◆ 임병희: 괜찮았습니다.

◇ 김명숙: 다행이네요. 제가 작가라고도 소개하고, 목수라고도 소개해 드렸거든요. 어느 게 더 마음에 드세요? 우둔한 질문일까요?

◆ 임병희: 책 쓰는 것도 그렇고 가구 만드는 것도 그렇고 생활에 들어와서 둘 다 마음에 들죠.

◇ 김명숙: 진짜 욕심이 많으시군요. 하고 싶은 일을 한 가지 잘하며 지내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둘 다 잘하고 계시잖아요. 행복하신 분임이 틀림없는 것 같고요. 오늘도 그러면 혹시 공방에 있다가 나오신 건가요, 아니면 글 쓰다 나오신 건가요?

◆ 임병희: 잘하지는 않고요. 집에 있다가 나왔습니다.

◇ 김명숙: 집에서 그냥 뒹굴뒹굴하고 있다 나오셨어요? 글은 매일매일 쓰시는 거고, 목수 일도 매일매일 같이 하시나요, 정해놓고 하시나요?

◆ 임병희: 글을 매일매일 쓰지는 않아요. 마감이 정해진 거면 마감을 맞추려고 막 쓰는데, 한참 안 쓰고 있으면 막 쓰고 싶어질 때가 있거든요. 그때 쓰고요. 가구는 거의 매일 만드는 편입니다.

◇ 김명숙: 그러면 공방에 매일 나가서 매일 만드시는 거네요. 요즘 어떤 걸 만들고 계세요?

◆ 임병희: 요즘 내 맘대로 시리즈 가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 김명숙: 제목이 재밌네요. 내 맘대로 시리즈? 

◆ 임병희: 원룸이나 좁은 집에서 사는 분들을 가구 하나를 그냥 그거로만 쓰기는 좀 그런 것 같아서 스툴도 되고, 협탁도 되고, 책꽂이도 되고. 트랜스포머 형으로 좌탁이 펼쳐진다거나 이런 식의. 그래서 내 맘대로라는 이름을 붙여서 내 맘대로 시리즈 가구를 만들고 있어요. 

◇ 김명숙: 재밌네요. 다양하게 쓰면서 공간 활용도 잘할 수 있으면서. 요즘 트렌드에 맞춘 작품을 만드시는 거군요. 혹시 그렇게 내 맘대로 가구 하다가 점점 더 벌여서 나무로 된 집을 만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은 하시는지?

◆ 임병희: 집은 지어진 집 안에 거기 있는 걸 채우는 건 하고 싶은데. 원래 그런 꿈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 김명숙: 그것도 좋네요. 원래 아기자기한 거 좋아하셨어요?

◆ 임병희: 아기자기, 너무 큰 건 좀 부담스럽고.

◇ 김명숙: 제가 알기에는 시에도 관심이 있어서 그러다 보니까 글을 쓰게 되셨고, 인문학 공부도 오래 하셨고, 철학 공부도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목공 쪽으로 전환하신 건지. 아니, 둘 다 계속하신 거니까 전환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네요. 인생이 새롭게 펼쳐진 건지.

◆ 임병희: 책을 쓰거나 공부를 하거나 이런 일들도 계속하면서, 베이징에서 돌아와서 뭔가 몸을 쓰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내가 뭔가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끌린 거죠, 거기에.

◇ 김명숙: 어쩌다가 끌리셨어요? 어쩌다가 빠지셨어요, 나무에?

◆ 임병희: 일단 나무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소개팅하면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소개시켜주잖아요. 그런데 둘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게 서로 안 끌려서 그런 거죠. 저는 일도 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끌리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

◇ 김명숙: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고요?

◆ 임병희: 내가 혼자 할 수 있으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그리고 그 재료가 나무였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거기에 딱 목수가 맞았던 거죠.

◇ 김명숙: 원래 나무를 좋아하셨나요?

◆ 임병희: 네, 좋아했습니다.

◇ 김명숙: 좋아했던 것을 소재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래서 작가이면서 목수라고 제가 소개해 드려서, 그러면 목수 일을 하면 아무래도 연장도 많이 다루고 이러잖아요, 나무 깎고. 그래서 손이 울퉁불퉁하고 거칠고 그러실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에 손 좀 뵙고 싶어요, 그랬잖아요. 그런데 손이 그래도 좀 고운 편인 것 같아요, 목수치고는.

◆ 임병희: 이게 많이 거칠어진 겁니다. 예전에는 손톱 밑에 뭐가 없었는데 오일을 많이 바르다 보니까 오일이 막 끼고. 그런데 예전에는 그걸 다 지우려고 했는데 지금은 떳떳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 김명숙: 거칠어진 손이 오히려 더 자랑스럽고, 내가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고, 뭔가 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고 그런 기분이 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 임병희: 예. 예전에는 글씨를 쓰거나 키보드 두드리는 일밖에 안 하던 손이었는데, 지금은 연장 만지고 가구 만들고 그러니까 기분이 좋죠.

◇ 김명숙: 손이 놀랄 것 같네요. 거칠게 연장 다루다가 갑자기 키보드 살살 치고 그러면. 그렇게 공방에 매일 나가셔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시는 가운데 집필활동도 여전히 하신다고 했잖아요. 하루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임병희: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는데요. 예전엔 제가 엄청 늦잠을 잤거든요. 그런데 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침에 일찍 깨요, 요즘에는.

◇ 김명숙: 죄송하지만 이 대목에서 제가 여쭤 봐도 돼요? 나이 이야기를 말씀하셨는데 제가 감이 안 와서요.

◆ 임병희: 저요? 한국 나이로 47입니다.

◇ 김명숙: 아직 젊으시군요. 아직 아가 대열에 계신 겁니다.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 애청자분들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듣지만 거의 50+분들께서 많이 들으시거든요. 거기에 비하면 아직 아가시네요. 그래서요?

◆ 임병희: 틈틈이 쓰게 되죠. 생각이 날 때 쓰기도 하고. 글 쓰다 갑자기 좋은 디자인이 떠오르면 도면을 그리기도 하고. 서로 연동된 것 같아요. 생각을 하는데 그 생각이 글로 옮겨가기도 하고, 그래서 또 가구로 옮겨가기도 하고.

◇ 김명숙: 서로 윈-윈 하는 거네요. 정말 잘 선택하신 것 같아요. 제가 얼핏 어느 기사에서 봤는데 작가님이 굿 이런 거 있잖아요, 무당. 그런 것에도 살짝 기웃기웃하셨고, 신화에도 관심이 많으셨다고 들었어요. 그건 왜 그러신 건가요?

◆ 임병희: 제가 대학원을 문화인류학과를 갔는데 전공이 종교민속이었어요. 또 지도교수님이 샤머니즘 전공이라 수업도 굿판에서 하고, 한 학기는 유명한 무당 조사하느라고 매주 따라다니고. 그래서 무당 쪽 샤머니즘 쪽을 많이 공부했고요. 그때 신화가 그리스로마신화나 아니면, 문자에 한정된 게 아니다, 라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중국 가서 공부한 게 동북아 신화를 공부하게 된 거죠.

◇ 김명숙: 그러다가 철학에 빠지신 거예요?

◆ 임병희: 그때 운 좋게 어떤 한 분을 알게 됐는데 그분이 되게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었어요. 그래서 그분이랑 같이 동양철학 원전을 읽을 기회가 있어서 그때 동양철학 쪽의 맛을 보게 된 거죠.

◇ 김명숙: 그래서 인문학과 관련해서 철학과, 신화라고 하나요. 그런 것들이 함께 연결돼서 좋은 작품으로 쏟아져 나온 거잖아요. 우리가 철학 얘기하면 저는요. 되게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먼 분야의 얘기 같이 저는 느껴지고. 사실 실생활에서 철학가들이 한 수많은 좋은 이야기, 명언들이 있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일단 현실에서는 깊이 생각하면서 살게 되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 임병희: 여러분들이 되게 철학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인문학이란 것도 마찬가지거든요. 전통적으로 인문학을 문사철이라고 해서 문학, 사학, 철학이라고 하잖아요. 문학은 표현이고. 우리가 항상 표현을 하잖아요, 말하는 게. 그게 예술적이면 문학이 되고. 사학은 기록이고, 철학은 생각이거든요. 다 생각하고 살아가는데 그 생각을 조금 더 논리적으로 깊게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철학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지, 기본적으로 생각을 다 하고 살기 때문에 철학을 하고 산다고 봐야죠.

◇ 김명숙: 그래요? 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서 철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일상생활하면서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살 수는 없는 거니까 우리가 모두 철학자이긴 한 거다. 그러면 우리 임병희 작가님께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는 누구를 꼽으시겠어요?

◆ 임병희: 저는 맹자를 꼽습니다.

◇ 김명숙: 왜 그러세요? 중국 가서 공부했기 때문에?

◆ 임병희: 제가 베이징에 있을 때 한창 어려울 때가 있었는데 맹자의 한 구절을 읽고 제가 용기를 얻었거든요. ‘흐르는 물이라는 것은 구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가지 않는다’라는 구절인데, 물이 흐르다가 구덩이를 만나면 거기에 물이 들어가잖아요. 구덩이를 다 채워야 다시 흐르게 되죠.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어떤 것들이 구덩이가 수없이 많이 있는데 그걸 채우고 빨리 지나갈 생각은 안 하고 구덩이가 깊구나. 구덩이 탓만 하고 있던 거죠.

◇ 김명숙: 그래서 그 깨달음을 얻으신 거예요, 북경에서 공부하시면서?

◆ 임병희: 그때 빨리 털고 뭔가 해야겠다. 구덩이를 빨리 채우려면 물의 양이 많아지거나, 아니면 구덩이를 좀 더 메워서 빨리 채워지게 하거나. 뭔가를 해야 이 구덩이를 지나갈 수 있지, 아무것도 안 하고서는 절대 지나갈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 김명숙: 그래서 뭘 하신 건가요? 철학 공부를 열심히 하신 거예요?

◆ 임병희: 그때 손을 좀 놓고 있었어요. 논문도 그렇고, 경제적인 사정도 그렇고.

◇ 김명숙: 현실이 힘들어서?

◆ 임병희: 네. 그렇게 있다가 뭐라도 해야지 뭐가 되지,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안 되겠구나. 그래서 벌떡 일어나서 책을 챙기고. 그날 책을 보지는 않았는데 책을 챙겼다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생긴 거였죠.

◇ 김명숙: 그래서 다시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다시 책을 읽고 시를 쓰고, 글을 쓰고. 글을 쓰다 보니까 뭔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 몸을 쓰는 것. 그러다 보니까 평소에 좋아했던 나무를 가지고 목공예 작품을 만드는 데 도전하신 거군요.

◆ 임병희: 그렇게 되네요.

◇ 김명숙: 제가 임병희 작가님의 삶을 왜 여기서 정리하고 있죠? 오늘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새로운 인생을 펼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왜냐면 저희 50+들은 사실 50대 중후반쯤 되면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은데 잘 못하고, 불안해서 두려워서 안 하게 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가, 내가 뭘 잘해왔던가’ 이런 고민을 늘 하게 되는데, 작가님처럼 그냥 하던 일을 하던 중에 불현듯 내가 좋아했던 부분과 연결되는 어떤 고리가 생각났을 때 그냥 도전하신 거군요.

◆ 임병희: 네. 그냥 하면 되는데 되게 주저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공방에도 50+ 되시는 분들이 오시면 굉장히 불안해하세요. ‘내가 여기 와 있어도 되나’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번 하시고 나면 되게 재밌어하세요. 그래서 공방은 어른들의 놀이터 같은 데다. 어떤 분은 10년 내로 이렇게 집중해본 적이 없다고 하시고요. 50+ 이상의 어른들이 재밌게 뭔가 몰입하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김명숙: 그러면 오시는 분들께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해주세요? 철학자 입장에서 해주시는 건지, 작가님 입장에서 해주시는지?

◆ 임병희: 오시는 분들한테는 먼저 안전수칙을, 다치는 게 제일 안 좋으니까요.

◇ 김명숙: 그런데 취미로 오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여유롭게 뭔가 이런 걸 만들고 싶어 해서, 좋아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는 반면, 이런 거 배워서 나도 직업으로 해볼까 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 임병희: 가끔 계시죠.

◇ 김명숙: 그럴 때는 어떻게 조언해주시나요?

◆ 임병희: 일단 무언가를 찾다가 오시는 것보다 이 일을 좋아서 하시면 좋겠다는 말씀 먼저 드리죠.

◇ 김명숙: 그런 분들이 훨씬 습득 속도도 빠르겠죠?

◆ 임병희: 열정이 생기니까요. 뭔가 더 빨리하고 싶고, 더 많이 알고 싶고. 그러면 더 잘하게 되고. 그렇게 되네요.

◇ 김명숙: 왜냐면 저 아는 분 중에도 연세 드신 분 가운데 뭔가 나무에 관심 있던 분들, 목공예 쪽에 관심을 갖게 되시는 분들이 우리 작가님처럼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싱크대 선반을 만들어볼까, 의자를 만들어볼까. 이렇게 많이들 이야기해서 좋아하는 일을 정말 취미로 갖다가 작가님처럼 직업으로 가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저는 했거든요.

◆ 임병희: 취미로 할 때는 좀 집안에서 저항이 있었습니다. 계속 만들어오니까 그만 만들어오든가 집을 넓히든가 선택을 해라.

◇ 김명숙: 그런데 일로 하니까, 돈을 벌어오니까 좋아하던가요?

◆ 임병희: 아직은 돈을 잘 못 벌어서.

◇ 김명숙: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비용적인 것도 생각하셔야죠. 그런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임병희: 지금 일로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고요.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투잡이시니까 걱정은 별로 없겠다. 작가 활동하시면서도.

◆ 임병희: 그런데 작가나 목수나 그렇게 돈이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 김명숙: 무형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건데요. 둘 다 무형의 가치라고 할 수 없을 것 같기는 한데. 무형의 가치이면서 유형의 가치가 될 수 있네요, 둘 다. 멋지십니다. 우리 오늘 제가 목수라고도 소개해 드렸고 인문학자라고도 소개해 드린, 임병희 작가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노래 한 곡 듣고 나서 재밌는 이야기 함께 또 나눠볼까 하는데요. Perry Como의 ‘I Believe in Music’

(음악: Perry Como - ‘I Believe in Music’)

◇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꽃중년의 룰루랄라, 청춘을 깨워라!> 임병희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3년 전에 <목수의 인문학>이란 책을 내셨잖아요. 그것도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얼마 전에는, 제목이 참 좋아요. <나를 지키는 힘>이라는 책도 내셨어요. 어떤 책인지 짧게 소개해주시죠.

◆ 임병희: 나를 지킨다는 게 방어적인 의미도 있지만, 나로서 살아간다는 의미가 있거든요. 그랬을 때 20명의 철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을 찾고 자신의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김명숙: 철학자들의 이야기, 명언도 나오고 이야기들이 에피소드처럼 등장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읽으면 자신에게 딱 연결되는 게 나타날 것 같기도 해요.

◆ 임병희: 그 책에도 썼는데요. 여기에서 뭔가 많은 것을 얻기보다는, 제가 맹자의 한 구절에서 얻었던 것처럼 그런 한 구절만이라도 건져가셨으면 좋겠다.

◇ 김명숙: 건져가셨으면 좋겠다. 건질 게 많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4352님께서 문자 주셨는데요. ‘공자가 좋아서 책을 하나 사서 읽고 있는데요. 어렵고 지루해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가 어렵습니다. 한동안 덮어두고 있다가 가끔 생각나면 아무 페이지나 펴서 한두 장씩 읽고 또 지겨워지면 덮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시간 낭비일까요?’라고 하셨네요.

◆ 임병희: 아닙니다. 시간 낭비 아닙니다.

◇ 김명숙: 사실 철학서, 공자 맹자 왈 이렇게 나오는 책 읽다 보면 어렵기도 하고 지루할 때도 있어요.

◆ 임병희: 어떤 부분은 지루하고. 사람마다 좋아하는 구절이 다르거든요. 보시다가 좋아하는 구절을 만나면 그걸 한자를 보고서 한 번 찾아보고 해석하는 작업을 한 번 해보시면 더 재밌어질 거예요. 그러다가 인생의 좌우명을 만날 수도 있고요.

◇ 김명숙: 그렇군요. 또 2342님께서는 ‘혼자서 이것저것 만드는 거 좋아하는 50대 주부입니다. 작가님처럼 목공을 배워보고 싶은데, 기초가 하나도 없어요. 수업 같은 걸 따로 들어야 할까요?’

◆ 임병희: 수업을 들으면 좋죠. 왜냐하면 목수가 된다는 건 공구를 잘 다루는 거기도 하지만, 가구의 구조를 안다는 거기 때문에요. 아니면 원데이 클래스 같은 데서 한 번 맛을 보시고 이게 정말 재밌다, 그러면 수업을 듣고 좀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가는 게 더 좋겠죠.

◇ 김명숙: 그것도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야 하는 거예요?

◆ 임병희: 나무를 좀 알아야, 나무도 알아야 하고 공구도 알아야 하고. 

◇ 김명숙: 그렇군요. 또 2121번 쓰시는 청취자분, ‘정말 아끼는 작은 책장이 있는데 기온이 습하면 일부가 틀어지고 그러네요. 버리기는 싫은데 틀어진 나무를 잡는 방법은 없는 건지요?’ 이런 경우 많을 것 같아요. 우리가 실생활에서 내가 만든 거 아니고 사온 가구들도 이런 경우 있잖아요.

◆ 임병희: 원목 가구의 숙명입니다. 습기를 먹으면 나무가 팽창하고, 습기가 없으면 수축해서 나무가 변형되는 건 나무의 숙명이고요. 틀어지지 않았을 때 보강재 같은 걸 대면 틀어짐을 예방할 수는 있겠죠. 틀어지지 않았을 때, 그러면 걔가 틀어지는 걸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 김명숙: 그런 게 보강재라는 약품이 있어요?

◆ 임병희: 아니요. 뭔가 또 다른 나무를 대어줘서 틀어지는 방향에 더 이상 틀어지지 않도록 보강해주는 거죠.

◇ 김명숙: 그런 것도 웬만한 기술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아요. 일반인들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임병희: 아니면 오일 같은 걸 좀 발라주는 것도 방법이고요.

◇ 김명숙: 그렇군요. 오일은 집에 있는 올리브오일? 제가 너무 몰라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5778님, ‘새로운 걸 시작한다 할 때 가족의 만류는 없었는지요? 공방을 내는 일이 쉬운 건 아닐 것 같아서요’ 현실적인 문제죠.

◆ 임병희: 만류는 별로 없었어요.

◇ 김명숙: 지지해주셨어요, 그러면? 지지까지도 아니고?

◆ 임병희: 지지도 아니고. 제가 여태까지 워낙 하고 싶은 대로 산 경향이 있어서 또 뭐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했죠.

◇ 김명숙: 그냥 단순히 하는구나. 무관심 같은데, 그건?

◆ 임병희: 하는구나, 좀 잘해봐라.   

◇ 김명숙: ‘어디 두고 보자, 너?’ 이런 식으로? 죄송합니다. 그래도 각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어디 두고 보자, 어떻게 하는지’ 아내 되시는 분이 그렇게 얘기하신 건가요? 그럴 때 ‘나 기필코 해내리라’ 이런 각오?

◆ 임병희: 두고 봐라, 내가 재밌게 한다.

◇ 김명숙: 그런데 지금 재밌게 하고 계시는군요.

◆ 임병희: 네, 재미는 있습니다.

◇ 김명숙: 그런데 아내분께서는 ‘재미만 있지 말고 돈 좀 가져오는 재미도 같이 갖고 와라’ 이러시는 건가요?

◆ 임병희: 내심. 

◇ 김명숙: 공방을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사실. 처음에 힘든 심정은 없었나요?

◆ 임병희: 한겨울에 내부 공사를 했는데 난로도 없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리고 또 목수인데 인테리어를 맡길 수도 없더라고요. 그러면 천장부터 바닥, 벽까지 다 둘이서 같이 했는데 너무 추워서,

◇ 김명숙: 아내분이랑 같이 하셨어요?

◆ 임병희: 아니요, 다른 목수랑 같이했는데요. 너무 추워서 쉴 수가 없었어요. 계속 움직여야 추위를 이길 수 있어서 그때 참 힘들었습니다.

◇ 김명숙: 직접 다 하신 거예요? 한번 가보고 싶어요. 어디에 있어요?

◆ 임병희: 홍대 근처에 있습니다.

◇ 김명숙: 여기서 가깝네요. 집은 어디세요?

◆ 임병희: 집은 행신동입니다. 여기가 공방 중간쯤에 있어요, YTN이.

◇ 김명숙: 그렇구나. 공방이 갑자기 급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4111번 쓰시는 청취자분, ‘언젠가 제 의자를 하나 만들어보는 게 소원입니다. 어떤 나무가 좋은지, 시간은 대략 어느 정도 잡고 시작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라고 하셨어요.

◆ 임병희: 가구 중에 제일 어려운 게 의자입니다. 서양의 아주 유명한 루트비히 반데어로라는 건축가는 고층 빌딩보다 의자 만드는 게 더 어렵다고까지 했거든요. 

◇ 김명숙: 인체공학적으로 다 알아야 해서 그럴까요?

◆ 임병희: 단순한 것일수록 거기에 변화를 주는 게 힘들고, 의자 디자인이 제일 힘들고. 그런데 간단한 스툴은 옆에서 나무를 재단해주면 하루 만에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어떤 나무가 좋은지 궁금해하셨는데, 일단 나무는 소프트 우드하고 하드 우드랑 나뉘거든요. 소프트 우드는 좀 무르고 하드 우드는 단단하고. 의자는 힘을 많이 받으니까 하드 우드 종류를 써주는 게 좋겠죠.

◇ 김명숙: 단단한 나무로. 그리고 하나 만드는 데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 임병희: 한 달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고, 아주 간단하게 만들면 하루도 만들 수도 있고. 이것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고요.

◇ 김명숙: 디자인에 따라서, 그렇군요. 나무에 도전하고 싶다고 하셨네요. 이분은 공방에서 뭔가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 같기도 하네요, 의자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셨으니까. 또 이런 문자가 하나 와 있어요. 7822번 쓰시는 분께서 ‘오래전부터 철학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책 하나 고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론이 복잡하고 방대하다는 선입견 때문일까요. 제 아이들은 편하게 철학에 접근시켜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저부터 바뀌어야겠죠?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 임병희: 철학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거기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걸 얻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개된 책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읽으시다가 ‘마음에 드는데, 이 철학자?’ 그러면 그 철학자가 쓴 책을 읽으시는데, 그때 주의해야 할 점이 세 가지 정도 있습니다. 고전을 읽는 방법이라고. 첫 번째는 ‘왜 그가 그런 책을 썼는가. 그런 생각을 왜 하게 됐는가’ 지금 하고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책을 쓸 수밖에 없는,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거든요. 두 번째는 ‘이 사람이 어떤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가’ 철학이 논리잖아요. 어떤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전개해나가는지를 보는 거고요. 마지막은 ‘나와의 접점이 어딘가’를 한 번 찾아보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유명한 구절 한두 개 외우려고 보는 게 아니고, 그 시대를 안다는 건 지금 내가 처한 시대에서 어떤 생각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거고요. 그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방법을 그 철학자한테 배우는 거죠.

◇ 김명숙: 철학서니까 일단 그냥 쉽게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읽으면서 지나치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 읽다 보면 거기에 빠져들 수 있고 내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시간이 거의 다 됐는데요. 새롭게 내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중장년, 신중년 청취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제가 앞서 40대라고 작가님이 말씀하셔서 제가 감히 건방지게 ‘아직 아가시군요’라고 했는데요. 그래도 40대든 50대든 우리 같이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같은 세대잖아요. 투잡을 갖고 계시니까 그런 면에서 우리 애청자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임병희: 저는 불안해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뭔가 새로운 걸 하거나 내가 여기 없거나 이랬을 때 불안해하시거든요. 제가 베이징에 있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게 ‘내가 잊혀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는데, 회사에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거든요. 내가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할 때 다른 것 때문에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 김명숙: 불안해하지 마라. 오늘의 핵심 포인트였습니다. 지금까지 작가이면서 목수의 영역까지 확대하고 계신, 임병희 작가님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임병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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