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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 “위안부에 대한 마음 속 부채의식을 덜고 싶었습니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6-28 10:25  | 조회 : 3041 
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8년 6월 28일 (목요일) 
□ 출연자 : 민규동 영화 <허 스토리> 감독

-1992년 부산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일본군 상대로 소송했던 ‘관부재판’ 배경
-일본군 상대로 최초 1심 승소라는 역사적 사건이었어
-관객들이 부채의식 덜고 지지할 수 있을 영화 만들고자 노력
-역사를 알고, 기억하는 것이 치유의 출발점 될 수 있어
-과거를 헤집는 반일 영화 아니야, 평화를 사랑하는 분들을 위한 영화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지난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체결했던 한일 위안부 합의문에 대한 후속조치를 이달 안에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6월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어떤 조치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요. 이번 주 수요일, 그러니까 어제였죠. 1992년 부산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했던 ‘관부 재판’이라는 역사적인 일종의 하나의 재판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 <허 스토리>, ‘그녀들의 이야기’ 이렇게 되겠죠. 이 영화가 그리는 히스토리, 역사는 조금 특별한 것 같습니다. <허 스토리>의 민규동 감독님, 오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민규동 영화 <허 스토리> 감독(이하 민규동): 안녕하세요.

◇ 김호성: 감독님, 사실 제가 어제 개봉한다고 해서 저도 이 영화를 봤어요. 보고 월드컵 축구를 봐서 아주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밤이어서 밤잠을 제대로 잘 못 잤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먼저 보고 마음이 많이 짠했는데, 축구를 본 다음에 많이 기분이 좋았다가 아주 희비가 왔다갔다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 이 영화가 어제 막 개봉했잖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간단하게 스토리를 설명해주시면요?

◆ 민규동: 영화는 말씀하신 것처럼 90년대 초반에 김학순 할머니께서 위안부 피해자임을 처음으로 본인 스스로 커밍아웃을 하셨고, 그 이후로 많은 할머니들이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기 시작했는데요. 그중에서 많은 도쿄의 재판과는 다르게 시모노세키라는 한 지방 도시에 소송했던 원고단이 있었는데요. 그때 10명의 위안부 그리고 근로정신대 원고들과 원고를 이끌었던 한 명의 원고단장, 그래서 11명의 여성들이 6년 동안 23번의 재판을 벌이면서 서로 지지하고 연대했던 공감했던 세월의 기록들을 법정드라마 형식으로 표현한 영화입니다.

◇ 김호성: 언급하신 열 분이라는 것은 세 분의 정신대 할머니들, 그리고 나머지 일곱 분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 이렇게 지금 말씀하시는 거죠?

◆ 민규동: 위안부와 근로정신대는 다른 개념인데요. 3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계셨고, 노동착취로 끌려갔던 7명의 정신대 할머니 이렇게 구성됩니다. 

◇ 김호성: 그래서 할머니들께서 아픈 과거를 스스로들 드러내기 참으로 힘겨웠는데 하나 하나 말씀해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런데 이 소재를 영화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 민규동: 오래 전부터 위안부 이야기에 대해서 영화를 준비했는데요. 소재가 40년대 배경으로 실제 남태평양에 끌려갔던 생존기를 오랫동안 구상했고요. 그 과정에서 자료조사를 하다가 관부재판의 존재를 알았고, 실제로 일부 승소를 했던, 그래서 일본 정부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그나마 인정받았던 재판인데 저희가 아무도 모르고 있었고. 또 그 재판을 진행했던 원고단들 할머니들은 다 돌아가셨고 단장이 지금 아직도 93세에도 불구하고 조그마한 역사관을 열어서 재판 기록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고 또 역사관에 있는 기록들을 유네스코에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생소한 사실을 알고 위안부 할머니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그 할머니를 바라봤던 우리들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풀면서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할 가치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겠구나, 이런 판단을 했던 것 같아요.

◇ 김호성: 조금 전에 언급해주신 재판, 다시 말해서 관부재판이라는 것은 야마구치 지방법원 시모노세키 재판부에서 1심 판결을 승소했는데, 다시 일본 정부가 항소해서 고등재판소에서는 패소한 재판이에요. 

◆ 민규동: 그렇죠. 최고재판소 마지막 일종의 대법원 판결까지 갔을 때 결국 기각됐죠.

◇ 김호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재판이 의미를 갖는 것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우리의 재판이 최초로 1심이지만 승소했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민규동: 네, 그게 일부 승소인데요. 왜냐면 정신대 원고들은 임금체불에 대해서 완전히 패소했고요. 위안부 할머니들만. 그래도 위안부 할머니들 전시 피해자를 위해서 입법 활동을 했어야 하는 일본의 도의적 의무, 헌법에 명기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지점에 대해서 입법부작위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죠. 일본 정부가 발칵 뒤집혀졌습니다. 일본에서도 일본 사법부의 쿠데타라고 말할 정도로 정부 방침을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는 판결이 거의 있지 않은데 판사들의 양심이 흔들렸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바로 항소하면서 나올 정도로 굉장히 큰 결과였죠.

◇ 김호성: 그때 당시 생존해 계셨던 할머니들은 다들 지금 돌아가신 거 아니겠어요.

◆ 민규동: 네. 재판 과정에 1명 돌아가셔서 9명이 됐는데요. 작년 4월 4일이죠. 마지막으로 100세이셨던 이순덕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지금 원고단은 아무도 사실 남아있지 않죠.

◇ 김호성: 참 안타깝습니다. 생존해계신 할머니들께서 이 영화를 보셨다면 정말 나름대로 본인들의 과거에 대한 아픈 기억이지만, 또 영화를 통해서 많이 마음이 치유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민규동: 네, 네. 저도 준비 과정에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는 참 너무 늦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호성: 하지만 남아있는 우리들이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 그리고 할머니들의 아픔이 온전하게 전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요. 다만 제가 궁금했던 것은 김문숙 단장, 영화에서 김희애 씨가 역을 맡은 김문숙 단장에 포커스를 맞추신 것에는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던 건가요?

◆ 민규동: 사실 위안부 영화 하면 저희들이 약간 ‘꼭 봐야 할까’ 이런 불편한 마음이 좀 있잖아요. 그 마음이 힘든 장면이 나올 것 같아서도 있지만, 사실 본질적으로는 저희 마음속에는 부채의식이라고 할까요. 미안한 마음이 너무 자극받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왜냐면 저희가 마음속으로는 지지하지만 사실 저희들 살기 바빠서 실천적으로 구체적인 응원과 치유를 도와주기는 좀 어렵잖아요. 그래서 사실 관객분들의 마음을 쉽게 열어드리려고 이렇게, 평상시에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재판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양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인생이 바뀌는 이야기로. 사실은 <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거대한 정부를 상대로 한 그냥 보통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서 기존 위안부 영화와는 다르게 쉽고 재밌는 구성을 만들어보려고 시점을 옮겨봤습니다.

◇ 김호성: 저도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조금 전에 불편한 마음, 부채의식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셨습니다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재, 주제 이것을 그렇게 쉽게 편안하게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잖아요. 김문숙 단장도 역시 그 같은 보통 사람 중에 한 명이었어요.

◆ 민규동: 그렇죠. 물론 결국 남들보다 인권 감수성이 훨씬 높은 분이셨는데요. 처음에는 마찬가지로 ‘이런 일이 있었나’ 믿기 어려웠고, 이런 일이 있지만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도 알지 못했고, 뒤늦게 사실은 60 넘어서 인생의 방향을 바꿔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길을 가게 된 뒤늦은 결국 선택을 하신 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 대부분도 시험 문제에 나온다면 어떤 정답을 쓸지는 알겠지만 삶 속에서 어떻게 같이 이 이야기를 과거에 묻히지 않고 이것을 지금의 이야기로 품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어려운 점이 있는데요. 영화를 보면 부자부터 가난한 사람부터 남녀, 민족, 국가 이런 걸 다 넘어서서 같이 이 사실을 기억하고 그냥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큰 연대가 되고 어떤 치유의 출발점이 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김호성: 위안부 할머니들이 계시고 그 할머니들을 위해서 싸워나가는 김문숙 단장이라는 캐릭터가 있고요. 또 김문숙 단장의 딸이 있잖아요. 이게 세대를 관통해서 쭉 흘러나오는 역사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내셨는데, 고증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좀 적지 않게 어려운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 민규동: 네, 아무래도 90년대이다 보니까. 그래도 시대를 잘 표현했어야 했고요. 재판의 CCTV 기록이 있는 그런 건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 속에 나오는 일본 시민단체에서 기록한 관부재판의 기록집이 있었고요. 그래서 김문숙 단장님께서 한국말로 번역에서 책자를 배포하고 계셨고, 또 책을 7권 쓰신 분인데요. 그중에 한 권이 본인이 어떻게 위안부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재판의 진행과정 속에서 겪었던 작은 에피소드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무엇이 남았는지를 쓴 수필집이 하나 있어요. 그 수필집을 또 바탕으로 최대한 아주 섬세하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지점들이 영화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표현해보려고 많이 애썼습니다.

◇ 김호성: 마지막으로, 이 영화 만드시면서 영화를 보기를 희망하는 관람객들에게 한 말씀, 감독으로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 민규동: 이 영화는 사실 과거를 헤집는 반일 영화는 아니고요. 요즘 한반도의 세상은 평화 무드, 전쟁을 싫어하는 반전의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있잖아요. 이 영화가 위안부 할머니를 뜨겁게 지지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든, 궁극적인 메시지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반전의 메시지가 제일 강력한 것이거든요. 전쟁 속에서 이중고를 겪는 아이들이나 여자들이나 이런 아픔들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할머니들이 계속 진정으로 외쳤던 목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신 분들은 편하게 이 영화를 보실 수 있으니까 많이 느낌을 주변 분들과 같이 공유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호성: 모쪼록 흥행에 성공하셔서 역사의 한 공감대가 넓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민규동: 감사합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영화 <허 스토리>의 민규동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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