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인터뷰전문보기

[똑바로보기]"홍대 누드모델 사진유출"-안호림 교수 5/19(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5-23 15:28  | 조회 : 3535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5월 19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인천대 안호림 교수 모시고 미디어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셨어요.

아나운서: 오늘 주제는 무엇인가요?

안호림: 5월 1일 인터넷 커뮤니티인 워마드(WOMAD) 게시판에 한 남성의 얼굴과 신체 주요부분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사진들이 게시됐습니다. 사진을 본 회원들에 의해 성적인 모욕과 조롱이 이루어졌고, 사진은 SNS등을 통해 유포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피해자는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의 인체 크로키 수업에서 누드모델이었던 남성으로 밝혀졌습니다. 사건은 다음날 인터넷 언론인 리얼뉴스에 의해 기사화되었고, 다른 매체들이 기사를 옮기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되었습니다. 오늘은 이른바 ‘홍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 사건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사진을 촬영해서 워마드에 업로드한 범인이 다름 아닌 동료 여성모델로 밝혀졌죠?

안호림: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언론에서도 학생에 의해 촬영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같은 수업에서 모델을 한 동료 여성모델이 범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이 수업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휴대폰을 제출하게 했는데, 범인만 제출하지 않아 꼬리가
밟힌 것입니다.

아나운서: 범행동기가 무엇이라고 밝혀졌나요?

안호림: 사건 당일에 피해자와 다툼이 있었는데, 화가 난 나머지 사진을 찍어 올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체포될지는 몰랐다는 것인지, 가벼운 생각으로 한 것인데 이렇게 큰 피해를 줄지는 몰랐다는 것인지, 대답만으로는 명확치 않습니다.

아나운서: 사진을 올린 곳이 워마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진을 본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는 짐작 가능했을 것 같은데요.

안호림: 워마드의 성격을 생각할 때 2차 가해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고 보입니다. 워마드는 남성혐오, 여성 우월주의를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커뮤니티입니다. 사이트는 남성혐오적 게시물과 댓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워마드 게시판에는 작년에도 목욕탕에서 남성들이 알몸으로 서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채로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이때도 사진 속의 남성들의 신체에 대한 심한 조롱을 담은 댓글이 달렸었습니다.

아나운서: 피해자분은 지금 심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방송을 통해 입장을 밝히셨죠?

안호림: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습니다.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괴롭고, 대인공포증과 피해망상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모든 사회생활이 중단된 상태라고 합니다. 스포츠 일간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가족과 친척들이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땅을 떠나고 싶다’라는 심경입니다.

아나운서: 사진 유출도 문제이지만, 모욕적인 댓글들이 달려서 2차 가해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안호림: 얼굴과 신체 주요부위가 여러 사람에게 공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모욕적인 댓글이 달리면서 피해를 더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 워마드 트위터 계정을 통해 유포된 대학 화장실 몰카 사진들에도 성적인 모욕과 조롱하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어 집단적인 2차 가해가 이루어졌습니다.

아나운서: 몰카범죄는 지금은 거의 모든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흔히 벌어집니다. 허지만, 사실 꽤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던 일이라고 기억됩니다.

안호림: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이동전화에 카메라기능이 부착되기 시작하고,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카메라폰을 이용한 도촬이 문제가 되자 2004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사진 촬영 시 상대방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카메라폰 촬영음 크기 표준'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하고 법적 강제력은 없습니다.

아나운서: 요즘 스마트폰은 카메라 촬영음을 없애는 것도 가능해서 도촬을 알아채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안호림: 구글이나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몰카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몰카’나 ‘카메라 소리’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백개의 앱이 검색됩니다. 이 중 많은 수가 촬영음을 없애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소리를 없애는 것을 넘어서 몰카를 찍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앱들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휴대폰이 아닌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도 많습니다. 이런 카메라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구입이 가능합니다.

아나운서: 몰카 범죄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안호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2006년 517건이었던 것이 2012년 1.788건, 2016년에는 5,271건로 늘었습니다. 10년 동안 10배 넘게 증가한 것입니다. 몰래 카메라 범죄가 성폭력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6년 3.6%에서 2016년 17.9%로 늘어났습니다. 성폭력 범죄 중 가장 증가율이 높습니다.

아나운서: 몰래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모든 행위 자체가 불법인가요? 어떤 요건이 성립해야 범죄로 구분합니까?

안호림: 단순히 당사자의 동의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입니다.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을 경우입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본인 의사에 반해서 촬영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이런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거나, 전시, 판매하는 행위도 처벌됩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질 경우에는 더 무거운 처벌이 내려집니다.

아나운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안호림: ‘성적 수치심’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누가 이를 판단하는가가 명확치 않아서입니다. 촬영이 이루어지는 정황, 대상, 방법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유무죄를 결정합니다. 결국 재판관의 재량에 의존해야 되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아나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안호림: 대개 벌금형에 그치고 맙니다. 여성변호사회가 관련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경우가 71.97%였습니다. 이 가운데 벌금 300만원 이하가 79.97%라고 합니다. 이 때문인지 몰래카메라 범죄는 재범률이 높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재판을 받은 이들의 53.83%가 2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나운서: 정부에서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습니까?

안호림: 지난 2017년 9월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몰카 판매 규제부터 관련 범죄 예방까지 총 22개의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대책에는 리벤지 포르노는 벌금형을 없애고 징역형만 내리도록 하고, 상습 도촬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는 안이 담겨있습니다. 불법 영상물 삭제, 차단도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이런 영상물 삭제 비용도 가해자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 보다 엄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청와대가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아나운서: 이번 사건을 보면서 악명높았던 ‘소라넷’이 기억납니다. 몰래카메라류의 불법동영상을 유통하는 사이트들에 대한 단속이 바램만큼 효과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안호림: 불법 영상물 차단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사이트들이 해외 서버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워마드의 경우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서버가 위치한 국가의 협력을 얻어야 합니다. 소라넷 폐쇄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도 그것입니다. 게다가 유포, 판매하는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서 어려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사법 처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사회의 인식 전환이 절실합니다.

아나운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도촬 사건을 넘어 성평등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경찰의 편파수사에 대한 시위도 있었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성에 따른 차별이 없는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는 청원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안호림: 사건이 삽시간에 세간의 화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경찰의 조사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사건 신고가 이루어진 것이 지난 10일인데 불과 6일만에 용의자가 체포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수사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재빠른 수사가 이루어진 것이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성차별 수사라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편파수사를 규탄하기 위한 인터넷 카페도 만들어져 짧은 시간 내에 2만명 이상이 가입했습니다. 이번 시위도 이 카페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아나운서: 편파 수사라는 주장에 대해 언론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안호림: 경찰은 장소와 피해자, 가해자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사 진척이 빨랐다고 합니다. 언론은 경찰 수사가 빠른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의 입장을 인정하는 편입니다. 조선일보는 5월 15일 팩트체크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편파적인 태도보다는 언론이 주목한 사안이라는데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SBS의 스브스뉴스에서 16일자 기사를 통해 언론이 남성 피해자에게 더 주목하는 태도를 자성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한겨레 신문은 15일자 사설을 통해 이번 수사가 빠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급증하는 범죄에 비해 느리기만 한 경찰의 대응, 낮은 처벌 수위 등을 지적하면서 몰카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아나운서: 이번 사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안호림: 이번 사건과 같은 도촬과 유포행위는 불법적인 행위를 넘어 피해자의 인격을 모독하는 비도덕적인 행위입니다. 비록 모욕하는 댓글을 달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보고 즐기는 분들도 도덕적 책임이 있습니다. 몰카범죄가 급증하는 이유는 이런 것을 찾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춘과 음란물이 파는 사람들만의 책임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리적인 성폭력만이 성폭력이 아닙니다. 불법적인 영상물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행위, 나아가 이를 소비하는 행위도 성폭력입니다. 피해자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고, 평생 인간에 대한 불신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번 사건 피해자가 겪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진을 보면서 조롱하고 모욕한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보다 인간적인 사회, 평등한 사회는 남을 멸시하는 행위를 통해서는 만들어 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몰카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아나운서: 저도 다시 한 번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과, 사회의 관심과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서 몰카 범죄 피해에 고통당하셨던 많은 분들께 위로와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안 교수님,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호림: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