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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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갑질 문제"-안호림 교수 5/12(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5-14 17:58  | 조회 : 3258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5월 12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디어를 흔히 <세상으로 향한 창>이라고 합니다. 미디어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보기>시간입니다.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오셨습니까?

안호림: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대한항공 조현민 씨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모든 일의 시작은 조현민 전무(이제는 전임 전무라고 해야겠네요)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졌다라는 보도로부터 시작했죠?

안호림: 지난 4월 12일 한 일간지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이자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인 조현민씨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갑질을 행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현민씨는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한 업체와의 회의자리에서 광고팀장에게 물을 뿌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자 격노해서 물을 뿌리고 회의장에서 쫓아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이 알려지자 경찰에서는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조현민 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었습니다.

아나운서: 조현민씨의 과거 행적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사건이 커져버렸습니다.

안호림: 대한항공 전, 현직 직원, 과거 광고대행을 담당했던 광고업계 직원들이 사내게시판이나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조현민씨의 이른바 ‘갑질’행위에 대해 폭로하는 일이 계속됬습니다. 심지어는 조현민씨의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도 인터넷 언론인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4분이 좀 넘는 분량의 파일에는 조현민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이 고성으로 고함을 치면서 욕설하는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에게 반말로 인격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직원에게 물건을 던지고 욕설을 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는 제보가 계속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사게된 것이 사건을 커지게 한 이유라고 보입니다.

아나운서: 조현민 씨의 일로 인해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까지 삼남매의 과거 전력들이 다시금 화제가 되었습니다.

안호림: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은 2014년 12월 뉴욕JFK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86기에 탑승한 조현아 당시 부사장이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삼아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입니다. 사무장을 폭언, 폭행하고, 이미 출발상황이던 비행기를 되돌려서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었습니다. 조현아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구속, 기소되어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았습니다. 조원태 사장의 경우도 1999년에 경찰관을 차로 치고 도주하다 시민들에게 잡힌 일이 있었습니다. 뺑소니 현행범이었는데 입건 4시간만에 풀어줘 재벌봐주기 논란이 있었습니다. 2005년에는 70대 할머니에게 폭언, 폭행을 했었고, 2012년에는 인하대학교에서 시위하던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욕설을 한 전력이 있습니다.

아나운서: 하필이면 사건이 터진 시기가 ‘땅콩 회항’사건의 주인공인 조현아씨가 업무에 복귀한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였습니다.

안호림: 이번 사건 때문에 조현아씨의 업무 복귀도 무산되었습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민씨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조현아, 조현민 자매가 모든 직책에서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나운서: 현재 경찰 조사 진행상황을 볼 때, 조현민씨 사건은 사건의 파장에 비해 큰 처벌을 받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안호림: 경찰은 지난 5월 4일 조현민씨에 대해 폭행과 업무방해를 이유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었습니다. 기각 사유는 폭행죄 성립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폭행죄는 피해자 2명이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성립되지 않습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남은 것은 업무방해죄인데,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고 성립된다고 해도 처벌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아나운서: 본인은 처벌을 크게 받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사건이 커져서 일가 전체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폭언, 폭행를 넘어 밀수, 관세포탈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안호림: 그렇습니다. 오너 일가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제보에 더해서 대항항공을 이용해서 각종 해외 명품 등을 밀수했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검찰뿐 아니라 관세청도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조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해외편 항공기를 이용해 세관을 거치지 않고 각종 명품 뿐 아니라 일상용품까지 수년간 밀반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혐의내용을 밝히기 위해 오너 일가의 해외카드 내역을 조사 중이고, 관세청은 조양회 회장의 평창동 자택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자택 수색결과 용도가 의심되는 비밀공간을 세 군데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는 보도는 없습니다.

아나운서: 조현민씨의 모친인 일우재단 이사장 이명희씨의 경우 곧 소환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안호림: 대한항공 직원들과 과거 업무관계로 이명희씨와 접촉이 있었던 사람들에 의해 이명희씨의 폭언과 폭행에 대한 제보가 끊이지 않았었습니다. 이번에 경찰이 이명희씨를 소환하기로 한 것은 지난 24일 SNS를 통해 공개된 동영상 때문입니다. 이 동영상에는 이명희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공사관계자에게 직원에게 삿대질하고, 설계 도면을 바닥에 던지는 등의 행위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명희씨는 이 건으로 폭행과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었고, 현재 출국금지 조치까지 받은 상태입니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와 증거수집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명희 이사장을 소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나운서: 이명희씨가 공개해명을 했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나요?

안호림: 정확히는 이명희씨가 아니라 한진그룹이 해명자료를 발표했습니다. 해명자료에는 이 이사장이 폭행에 대해 일부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분들께 사죄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밀수, 폭언, 회사경영 관여 등을 포함한 18개의 의혹 사안에 대해 전면 부정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입니다.

아나운서: 조현민씨 사건이 터진 직후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주식이 폭락하면서 재산상 피해도 크게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안호림: 대한항공 주가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4월 12일에만 6.55%하락하는 등 계속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사건이 보도된 직후 일주일동안 주가하락으로 인해서 한진그룹이 본 손실이 3200억에 달한다고 합니다. 땅콩 회항 사건 때에도 주가하락으로 24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나운서: 국민들의 분노가 대단한데요. 심지어 국적기 지위 박탈, 대한항공 명칭에서 ‘대한’이라는 글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안호림: 최근 사회적 이슈를 청와대 청원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된 청원들은 현행법상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 나아가 감정적인 태도까지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슈를 공론화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오너나 오너 자제들의 갑질은 이전에도 몇 번 이슈가 됬었죠?

안호림: ‘잊을만하면’ 다시금 문제가 불거지곤 했습니다. 작년 9월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씨가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몸싸움과 폭행을 해서 물의를 빚었습니다. 2016년 12월에는 모 중소기업 2세가 비행기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일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가수인 리차드 막스(Richard Marx)가 마침 같은 비행기 타고 있다가 사건에 대한 글과 동영상을 SNS에 올려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는 물류업체 M&M의 전대표 최철원씨(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가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사건입니다. ‘한 대당 100만원이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국민들의 분노를 샀었습니다. 영화 베테랑에서 이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이른바 ‘오너 리스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너나 오너 일가의 스캔들은 기업에게도 상당한 손해를 끼치곤 합니다. 이번 조현민씨 사건도 대한항공 불매운동의 조짐도 있어서 한진그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안호림: 아직까지 주가 하락을 제외하면 눈에 뜨이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국민들에 정서적인 반감을 산 것만으로도 큰 손해입니다. 조현민씨은 국적상 미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자회사인 저가항공 진에어의 등기 이사로 6년동안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국내 항공법상 외국인을 임원으로 임명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어서 진에어의 허가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실제 국토부는 진에어 허가취소에 대한 법리검토를 의뢰했다고 합니다. 또 오너 스캔들이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사례도 있습니다. 피죤의 경우 이윤재 회장의 청부폭행 사건이 문제가 되어 매출액이 2009년 1600억에서 2014년 700억으로 추락했습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너 및 오너 일가의 스캔들은 기업 주가의 단기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이전 사건들하고 비교하면 조현민씨 사건은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안호림: SNS와 인터넷이 큰 힘을 발휘한 사건이라고 보입니다. 언론을 통해서만 사건이 알려지던 과거와는 달리 대안적인 정보유통 통로가 생겨났기 때문에 이제는 이런 사안들이 쉽게 대중에게 알려지고 사회적 이슈로 발전합니다. 특히 1800명이나 되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오너 일가의 비리 폭로에 대거 참여하면서 사람들이 잘 알 수 없었던 일들까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권력, 계약관계에 때문에 일어나는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관행들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있는 것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나운서: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근절하려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까요?

안호림: 한국 사회는 서구 사회가 300년이 넘는 세월에 이룩한 성과를 반세기도 안 되는 시기에 압축적으로 이루어냈습니다. 외형적인 성장은 이루어졌지만, 이에 걸맞는 사회문화의 정착은 아직도 요원한 게 사실입니다. 이번 일도 한국 사회가 성숙해가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숙해지려면 잘못된 일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단죄가 필요합니다. 재벌일가를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탈선은 법과 사회가 단호히 단죄해서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나아가 기업 자체의 노력과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능력 검증없이 중용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나운서: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또 우리 사회 전체가 해야할 일은 없을까요?

안호림: 언론은 기업, 특히 사회적 영향이 큰 대기업들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합니다. 광고에 의존하는 신문, 방송이 대형광고주들을 의식해서 재벌 일가의 추문에 대한 보도를 꺼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갑질 문화의 또 다른 한 면을 보여준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학교, 군대, 심지어 가정 내에서도 벌어지는 약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에 대한 얘기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들도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서 남을 인격적으로 모욕하고 잘못된 대우를 한 일은 없었는지 반성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안호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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