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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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깨워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 강창래 작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5-10 13:04  | 조회 : 2693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5월 10일 (목요일) 
□ 출연자 : 강창래 작가

꽃중년의 룰루랄라, 청춘을 깨워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 강창래 작가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오늘 목요일이죠. 앞서 예고해 드린 대로 강창래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마련했는데요. 작가님, 벌써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강창래 작가(이하 강창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명숙: 반갑습니다.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그래서 우리 작가님 모시고 좋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날씨가 많이 받쳐주는 것 같아요. 제가 앞서 예고하면서 소개해 드릴 때 ‘작가, 북 칼럼니스트, 편집 기획자, 인문학 강사’ 여러 가지 타이틀이라고 할까요. 소개해 드렸는데, 여러 가지 직업이잖아요. 어떤 게 제일 마음에 드시고, 어떤 걸로 불리면 좋으신가요?

◆ 강창래: 사실 인문학이라고 우리가 이야기하면, 또 지금 거기서 말씀하신 직업 여러 가지가 모든 게 사실 글쓰기로 다 뭉뚱그려지는 거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또 특별하게 책도 에세이집이 나오기도 했으니까 작가라고 불리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그래서 제가 끝에는 항상 ‘강창래 작가님’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잘했네요, 제가. 그동안 좋은 책도 많이 만드셨고요. 최근에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에세이집이라고 하셨는데, 가슴이 뭉클한 책 한 권을 내셨잖아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이런 제목의 책인데 제목만 듣고는 처음에는 요리책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청취자분들께 어떤 책인지 살짝 소개해주시죠.

◆ 강창래: 사실 이 책은 제가 다른 책하고 다르게 책으로 내기 위해서 썼던 것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말하자면 제 속살 같은 이야기를 SNS에 조금 기록처럼 남기면서 썼던 것인데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독자들이 읽으면서 책으로 내고 싶다고, 사실 저보다는 독자들이 내고 싶다고 했던 책이고요.

◇ 김명숙: 책을 만들어야겠다, 라고 한 게 아니고요.

◆ 강창래: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리고 저도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다 보니까 사실 제가 이 책이 어떤 책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이 나온 뒤에 많은 분들이 미리 읽고 어떤 책이라고 말씀해주신 게 있는데, 서효인 시인이 이게 어떤 책이라고 해준 게 저로서는 가장 마음에 와 닿아요. 그걸 잠깐 읽어봐 드리면 좋을까요. ‘이 책의 레시피는 그 어떤 요리책보다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들어낸다. 강창래의 글은 그 어떤 문장보다 사랑스러운 편지가 된다. 이 책의 레시피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의식으로서의 요리가 아니다. 이 책은 차라리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사람을 위한 레시피이다. 또한 언젠가 훗날에 홀로 남아 있을 사람들을 위한 매뉴얼이다. 이토록 아름답고 눈부시게 슬프며 놀랍도록 담담한 요리책이라니, 침샘과 눈물샘이 동시에 젖는다’ 제가 제 책을, 좀 쑥스럽네요.

◇ 김명숙: 아니요. 저도 그 구절을 봤거든요. 그런데 정말 서효인 시인께서 집약적으로 표현을 잘해주신 것 같아요.

◆ 강창래: 예, 저도 그렇게. 고마운 일이죠, 저로서는.

◇ 김명숙: 그래서 이 책이 어떤 책인가, 알면서 동시에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 같아요. 제가 작가님 처음에 스튜디오에 들어와서 저랑 잠깐 이야기 나눌 때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눈물 안 흘릴 질문만 하실 거죠?’ 그러셨어요. 그 말씀을 제가 듣는 순간 왜 제가 괜히 울컥해지는지. 지금 많이 나아지셨죠? 나아지셨다는 게, 나아질 리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

◆ 강창래: 그럼요. 세월이 벌써 지금 8개월쯤 지났고요. 조금 엷게 만들어주잖아요, 그때의 느낌과 그런걸. 그런데 어쨌든 책이 다시 나와서 책 이야기하다 보면 자꾸 울게 되더라고요, 저절로.

◇ 김명숙: 방금 책 이야기를 잠깐 서효인 시인의 말씀을 빌려서 짧게 말씀해주셨지만, 사실 아내분께서 투병생활 하시는 기간에 병간호하시면서 아내를 위해서 뭔가 해줄 게 뭐가 있을까. 그러다가 아내를 위해서 요리를 하시면서 시작한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 암 투병하는 가족을 돌본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리고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하지만, 우리가 흔한 말로 긴 병에 효자 없다 이런 이야기도 하지만, 상당히 힘드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텐데요. 그렇게 병간호를 하면서 동시에 그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하셨어요?

◆ 강창래: 그러니까 조금 전에 말씀하셨지만 처음에 병이 암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낫게 해주려고 애를 많이 쓰죠. 그렇게 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고. 깨닫고 나면 마지막 순간을 기다린다기보다는 어쨌든 운명이야 사람 힘으로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그렇다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죽어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죽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가장 잘 살았던 시간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좀 생겨요. 그래서 힘들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서로에게 그동안 사랑한다고 못 했던 것들 그런 마음도 서로 주고받고, 그런 과정이 많았고요. 또 그래도 힘든 시간이 많죠. 힘든 시간이 많은데, 아픈 사람은 끊임없는 통증이 오지만 저는 그냥 늘 마음이 긴장되고 힘든 상황이었고. 그런 것들을 어느 날 저도 모르게 글로 쓰기 시작했는데 글로 쓰니까 그 힘들고 괴롭고 아팠던 것들이 자그마한 기쁨이 되기 시작한 거죠. 참 재밌는 일이잖아요, 슬픔이 기쁨의 재료가 된다는 것. 그리고 사실 생각해보면 아무리 기뻐도 기쁘다고 말하지 못하면 기쁨도 슬픔의 재료가 돼버려요. 그래서 글로 쓰는 과정이 저한테는 뭐랄까, 힘들었던 마음을 좀 달래주는 큰 역할을 했죠.

◇ 김명숙: 이게 투병생활을 하는 아내를 위해서 요리를 직접 하셨단 말이에요.

◆ 강창래: 그렇죠. 먹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 김명숙: 그런데 원래 요리를 좀 좋아하셨나요?

◆ 강창래: 아니요. 원래 아내가 요리를 굉장히 잘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제가 부엌에 들어오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고. 또 사실 이번에 글로 쓴 것도 이 이야기는 꼭 드리고 싶어요. 제가 2~3년 해준 것을 글로 쓰고 보니까 남자가 해주다니, 이런 칭찬과 감탄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저로서는 그게 과하다고 생각되는 게 저는 30년 동안 받아먹었거든요. 그런데 겨우 2~3년 한 것을 글로 쓰고 나니까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사실 제가 마음은 좀 불편하고 힘든 점은 있죠.

◇ 김명숙: 제가 책 가운데 ‘아내가 맛있게 먹었다, 아주 조금이었지만. 먹을 수 있는 게 점점 줄어든다. 먹을 수만 있다면’ 이런 문장에서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 당시의 심정이라든가. 주로 어떤 음식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아내분을 위해서? 제목에서 보는 것은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이렇게 하셨는데.

◆ 강창래: 아내는 대충 한 음식을 안 먹었어요. 아주 제대로 한 음식 이런 것을 원했고 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제가 좀 그 기간 동안 연구를 하고 노력을 많이 해서. 지금도 훨씬 달라지기도 했지만 뭐든지 그날 먹고 싶은 것, 건강했을 때 먹고 싶었던 것 무엇이든지. 타이 음식이든, 중국 음식이든, 이탈리안 음식이든 뭐든지 메뉴를 이야기하면 다 해줬어요.

◇ 김명숙: 그리고 간장이나 소금, 짠 걸 못 먹으니까 그 맛을 매운맛으로 대체하기 위해서 청양고추를 넣었다. ‘이런 진부한 전략을 썼다’ 이런 표현을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진부한 전략이 아니라 정말 고도의 전략전술 같은. 그래서 아내분이 굉장히 사랑을 듬뿍 받고 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 강창래: 눈물 안 나는 이야기하신다고 그랬는데.

◇ 김명숙: 왜냐면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 지금 청취하고 계시는 애청자분들의 연령대가 물론 다양하지만 그래도 50+ 연령대가 참 많으세요. 이 정도 나이가 되다 보면 주변에서 아픈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고요. 비슷한 사연을 갖고 계신 분들도 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강 작가님께서 사랑하는 가족, 병을 앓고 있는 아내분을 위해서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아내를 위해서 뭔가를 해주려고 노력하셨고, 그런 과정들을 보내셨으니까 청취자분들께도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

◆ 강창래: Collateral Beauty라는 말이 있어요. 한국어로 그냥 글자 그대로 옮기면 ‘부수적인 아름다움’, 부록 같은 아름다움, 부록 같은 기쁨 이런 건데요. 실제로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시한부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불치병 환자들이 마지막 시간을, 아까 잠깐 말씀드렸지만 죽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가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사실 굉장히 커요. 왜냐하면 평소에는 같이 살아가더라도 세속적으로 돈 문제나 여러 가지 때문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이제 마지막이니까 사실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그동안 쌓여 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와요. 그런 것들을 찾아서 즐긴다고 하면 좀 뭐하지만, 어쨌든 그 순간들을 기쁨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암에 걸렸을 때 암이 주는 행복함 같은 것들을 찾는 것이 좋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 김명숙: 지금 우리 강 작가님께서 말씀하시면서 안경 너머로 눈시울이 붉어지시면서 눈물을 보이시는데, 제가 어떻게 지금 해야 할지. 처음 오프닝에 제가 말씀 나누면서 ‘눈물 안 흘릴 질문 하실 거죠’라는 질문에 제가 울컥했는데, 오히려 강 작가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니까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암 투병하는 본인 스스로도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내분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죽을 수 있게 해줘’ 이런 부탁을 하셨다는 얘기를 제가 들었는데. 정말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아요, 마지막 시간에.

◆ 강창래: 마지막 호스피스 병동에 있을 때 대체로 아주 강력한 마약 진통제를 쓰니까 사실 정신이 아주 좋은 시간이 많지는 않은데요. 정신이 맑을 때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했죠. 당신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잘 보살핌 받고 갈 줄 몰랐다, 그런 이야기도 해줬고요.

◇ 김명숙: 강 작가님께서 지금 말씀 이어가시기를 힘들어하시는데요. 잠깐 이즈음에서 노래 한 곡을 듣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혜진의 ‘나의 태양’ 준비했는데요. 노래 들으시면서 비슷한 상황이나 그런 느낌, 슬픔이 있는 애청자분들께서는 문자로 사연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악: 장혜진 - ‘나의 태양’)

◇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강창래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우리 강 작가님께서는 요리하고는 거리가 먼, 라면밖에 끓일 줄 몰랐다고 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아내를 위해서 직접 요리를 하시고, 또 그런 과정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책으로 내서 생활에 어떤 변화가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아요.

◆ 강창래: 사실 제가 경상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경상도가 좀 못된 면도 있거든요. 말하자면 남자들은 부엌에 못 들어가게 하고, 부엌일을 못하게 하고 이런 게 있는데,

◇ 김명숙: 경상도뿐만 아니라 예전 어르신들 다 그랬죠.

◆ 강창래: 좀 그런 게 있었죠. 그런데 하면서 ‘아,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도 알게 되었고, 또 남자였지만 제가 누군가를 이렇게 보살펴 본 경험이 사실 충분하지 않았고. 그러면서 이번에 누군가를 보살펴주고 보살핌을 받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는 것을, 제가 얼마나 그걸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진작 부엌일을 해봤으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또 이제는 음식을 아주 빠르고 쉽게 잘하기 때문에 옛날처럼 대충 아무렇게나 먹지 않고 아주 잘 해먹기도 하고, 또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집에 불러서 맛있는 걸 해주기도 하고, 그런 시간이 참 행복해요.

◇ 김명숙: 아내분께서 비록 지금 함께 있지는 않지만, 가시면서 우리 강 작가님께 커다란 선물을 주고 가신 것 같아요.

◆ 강창래: 예, 그런 것 같아요.

◇ 김명숙: 정말 큰 선물, 큰 행복감을 안겨주시고. 또 아내분께서 가시면서 하셨던 이야기가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해줘’ 하셨는데 그 행복한 상상이 진짜 남편분에게 큰 선물을 주고 가신 것 같습니다.

◆ 강창래: 그럼요. 그 시간이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어요.

◇ 김명숙: 그렇죠. 지금 6277님께서 문자 주셨는데요. ‘작가님, 파이팅. 감동적인 말씀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하셨어요. 그리고 6249번 쓰시는 청취자분, ‘저는 곧 다가올 이별을 지금 5개월째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신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그랬는데, 지금은 마음이 텅 빈 느낌입니다. 혹시 좋은 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하셨네요. 

◆ 강창래: 제 책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그냥 책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제가 늘 하는 이야기는 자기가 재밌는 책을 읽으세요. 그래서 처음이든 나중이든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위로받는 거거든요. 아까 제가 잠깐 말씀드렸듯이 글로 쓰면 다 기쁨의 재료가 되는 것이고, 기쁨의 재료로 만들어진 재밌는 책을 읽으세요. 그래서 위로를 받고 그 속에서 행복감을 찾으면서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늘 그렇게 말씀을 드려요.

◇ 김명숙: ‘좋은 책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답을 해주셨는데, 이분도 지금 이별을 5개월째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심정이 굉장히 슬프실 것 같은데.

◆ 강창래: 가능하면 일기처럼이라도 써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또 <바람이 숨결이 될 때>라는 책도 있기는 해요. 그것도 젊은 의사가 죽어가면서 쓴 이야긴데요. 아주 읽을 만한 책입니다.

◇ 김명숙: 그리고 지금 또 7211번 쓰시는 청취자께서 문자 보내주셨는데요. ‘말기 암 환자인 남편을 간호 중인 50대 주부입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서 밥을 했는데도 그동안 뭘 했나 싶을 정도로 제 손이 무능력하게 느껴져요. 잘 먹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안타까운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쉽지 않네요. 친척들은 서로 힘 빼는 일이라고 요리는 이제 그만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강창래 선생님은 힘들 때 없으셨는지요’ 하셨네요.

◆ 강창래: 저는 음식을, 책에서도 잠깐 나옵니다만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하고 먹으라고 차려주고 남으면 내가 먹고 그랬어요.

◇ 김명숙: 음식 하는 입장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되더라고요.

◆ 강창래: 그렇죠. 환자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만드는 시간이 또 나에게 행복한 시간,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시간 자체가 저에게도 참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못 먹는 상황 자체는 사실 어쩔 수 없는 거니까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너무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 본인에게도 서비스를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싶어요.

◇ 김명숙: 그렇군요. 지금 또 0342번 쓰시는 청취자님, ‘강창래 작가님의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를 재밌게 읽은 40대 후반의 직장인입니다. 저 또한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늘 다르게 생각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글을 쓸 때 그런 고민 안 하시는지, 한계가 느껴질 때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라고 하셨네요.

◆ 강창래: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하셨네요. 그 이야기 하자면 굉장히 길지만, 간단하게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지금 한국의 많은 분들이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이 정답을 찾는 습관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잖아요. 말하자면 점수, 시험 때문에 읽으니까. 그러니까 뭘 안 하면서 책을 읽느냐면 깊은 상상력을 발휘하지를 않아요. 무슨 얘기냐면, 저자가 하는 말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려면 물론 박학다식한 지식도 필요하지만, 예를 들면 우리가 백설공주 이야기 같은 간단한 이야기를 제가 예로 들어 드리면, 백설공주 이야기를 그냥 이야기만 따라가면 그게 그냥 그렇고 그런 이야기 같지만 상상력을 발휘해서 백설공주가 일곱 난쟁이의 밥을 해주고 살림을 살았으면 백설공주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력을 발휘해서 장면을 떠올리면 그 순간 저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데 이런 말을 하고 있구나. 그럼 비판적인 생각이 저절로 자기 생각이 만들어지는데, 저자의 목소리만 따라가다 보면 그런 생각이 안 들죠. 그런데 대체로 책 읽으면서 많은 분들이 깊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경향이 좀 적은 것 같아요. 그래서 비판적인 또는 창의적인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 그런 것들을 만들고 싶으신 분들은 상상력을 적극 발휘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 읽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을 제가 자주 드리는 내용입니다.

◇ 김명숙: 책을 상상력을 가지고 읽어나가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러려면 책을 고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책을 봐야 하는 건가. 책을 많이 읽지만 이게 좋은 책인지, 제대로 된 나한테 도움이 되는 책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분들도 계실 거고요. 특히 그렇다면 우리 중년세대를 위해서 좋은 책이란,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랄까요. 팁을 좀 주신다면?

◆ 강창래: 이것도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면요. 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게, 그냥 간단하게 설명해드리면 학습본능이라는 것은 생존본능과 깊은 관련이 있어요.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자기가 재밌는 책을 고르라고 저는 늘 권하는데, 재밌는 책이 왜 좋은 책이냐면 특히나 중년 이상이면 자기가 그동안 쌓아온 내면적인 게 어쨌든 있잖아요, 세월이 있었으니까. 그럴 경우 관심이 가는 것이라야 재미가 있거든요. 관심이 안 가면 재미가 없거든요. 관심은 왜 생기는가. 내가 잘살아가기 위해서 저절로 몸이 만들어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믿고 재밌는 책을 찾아서 따라가고,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 독후감을 나누고. 그런 과정 속에서 정말 자기에게 좋은 책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는데요. 이렇게 설명해드리면 너무 간단하니까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어요. 결국 우리는 다시 책을 봐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게, 제가 쓴 <책의 정신>이라는 책, 그게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 부제예요. 그 책의 전체 내용이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넓은 의미로 정리해놓은 책입니다. 책을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김명숙: 오늘 이렇게 해서 우리 강창래 작가님과 함께 가족, 삶, 사랑, 그리고 책 이야기 함께 나눠봤습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창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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