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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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댓글도 여론이 될 수 있는가? 드루킹 사건으로 풀다!"-안호림 교수 5/5(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5-08 16:00  | 조회 : 3084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5월 5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디어 이슈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보기>시간입니다. 오늘도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오늘은 무엇을 주제로 얘기를 나눠볼까요?

안호림: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 수용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드루킹 사건은 파워블로거인 드루킹을 위시한 몇몇 사람들이 인터넷 댓글을 조직적으로 조작해서 여론조작을 시도한 사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후보인 김경수 의원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서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오늘은 드루킹 사건으로 최근 규제의 목소리가 커진 인터넷 댓글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경찰조사가 진행되면서 더 복잡해지는 인상입니다. 먼저 사건에 대해 정리해 주시죠.

안호림: 지난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은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수사의뢰한 바 있습니다. 경찰은 수사결과에 따라 지난 4월 13일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파워블로거 김모씨 등 3명을 네이버 뉴스 조작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평창 올림픽 당시 남북단일팀 논란이 있었을 때, 드루킹이 주도해서 정부에 비판적인 댓글을 쓰고 추천수를 조작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이라는 것입니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연락을 주고 받은 것이 밝혀지면서 의혹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최초 경찰의 발표보다 광범위한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죠?

안호림: 계속된 수사 결과, 드루킹 일당은 지난 19대 대선 선거 당시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네이버 등에서 여론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압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3월 중순까지 오늘의 유머, 엠엘비파크(MLBPARK), 82cook, 루리웹, SLR클럽, 딴지일보 등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고 합니다. 대선 이후에도 더불어민주당 당내경선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습니다.

아나운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민주당원이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활동을 했던 사람이 왜 현 정권을 비판하는 댓글 조작을 했냐는 것일텐데요.

안호림: 그 점은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현 정권에 대한, 지지 활동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에 드루킹과 지지자들이 공감수를 늘린 댓글들은 주로 정부에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인 글들이었다고 합니다. 19대 대선 이후에는 안희정 전 지사를 차기 대권주자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서 같은 당 추미애 대표와 최재성 전 의원을 집중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정당이나, 이념보다는 자신들의 판단에 의해 특정한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공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나운서: 드루킹은 김경수의원과 텔레그램으로 여러 차례 대화를 했었고, 인사청탁을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안호림: 경찰 수사결과에 의하면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에게 14번에 걸쳐 기사 링크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대가성이었는지는 불문명합니다. 드루킹은 김경수 의원에게 자신이 주도하는 인터넷 카페인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회원을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다고 합니다. 김경수 의원에 따르면 추천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청와대에서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오사카 총영사 외에도 청와대 행정관직도 청탁했었는데 거절됐습니다. 드루킹은 청탁이 연이어 거절되자, 김경수 의원 보좌관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여, 야간 이 사건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다릅니다.

안호림: 더불어민주당은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드루킹과 그 지지자들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댓글조작을 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의 야권은 여당에 의한 조직적 여론 조작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현재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댓글 조작을 한 것인가요?

안호림: ‘매크로’를 사용해서 댓글 추천과 공감을 조작한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매크로는 사람을 대신해 빠르게 같은 작업을 반복해주는 프로그램 기능을 말합니다. 인터넷 뉴스에 달린 댓글에 대해서 추천이나 공감하는 버튼은 댓글을 읽은 사람이 눌러야 하는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하도록 하게 한 것입니다. 매크로 외에도 이른바 ‘좌표찍기’라는 방법도 동원된 것으로 보입니다. 좌표찍기라는 것은, 작업 대상이 되는 기사의 링크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서 이들로 하여금 조회수, 추천수 등을 늘리는 방법입니다. 

아나운서: 그럼 드루킹은 여론조작의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것인가요?

안호림: 현재 검찰이 드루킹 일당에게 적용하고 있는 혐의는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죄입니다. 네이버에 게재된 기사에 댓글을 쓰는 네티즌들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변절시켜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매크로를 사용하고, 아이디를 도용해서 댓글 조작을 한 행위이기 때문에, 현행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도 활동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이 적용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습니다. 만약 정치인과 대가성 거래가 있었다면 정치자금법, 뇌물공여, 뇌물수수 등의 혐의도 적용 가능합니다.

아나운서: 드루킹의 활동이 실제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할까요?
 
안호림: 본인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를 MB아바타라고 공격한 것은 드루킹과 그 지지자 세력이 주도한 것이라고 합니다. 드루킹 본인은 경공모에서 이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합니다. 노컷뉴스가 경공모 회원을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자신들이 정치인들을 움직이고 조종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믿음은 자신들의 행동이 여론에 큰 영향을 준다고 봤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관련업계 인사를 인터뷰한 것을 보면, 통상적으로 이런 일에 동원되는 아이디는 수천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드루킹이 동원한 아이디는 600개로 큰 규모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아나운서: 댓글이 사람들의 여론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나요?

안호림: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입니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기사보다는 댓글에 의해 여론의 방향을 짐작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합니다. 즉, 댓글에서 다수의 의견으로 나타나는 것을 여론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기사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기사가 다루고 있는 사안에 대한 관여도가 낮을수록, 댓글이 기사 논조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크게 미칩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은, 댓글에 대한 평가에도 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댓글을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아나운서: 댓글을 여론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안호림: 사실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댓글을 쓰는 사람은 전체 이용자의 2.5%에 불과합니다. 2.5%의 댓글 작성자 중에서 10%에 해당하는 적극적인 활동가들이 ,전체 댓글의 50%를 생산합니다. 언론진흥재단이 2016년에 실시한 언론수용자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만이 지난 1년 동안, 한 번 이상 인터넷 뉴스에 댓글을 작성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워드미터에 의하면, 지난 6개월 동안 한번이라도 댓글을 쓴 사람은 175만명입니다. 이중 116개의 아이디가 2천개 이상, 3,518개의 아이디가 1천개 이상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볼 때 댓글이 다수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나운서: 네이버에서 방지대책을 발표했는데 미흡하다는 반응입니다.

안호림: 네이버는 지난 4월 25일부터 새로운 댓글 정책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같은
아이디로 한 기사에 댓글을 최대 20개까지 달수 있었는데, 이것을 3개로 줄였습니다. 댓글 작성 간격도 10초에서 60초로 늘렸습니다. 댓글에 공감, 비공감 표시를 할 수 있는 수도 계정당 하루 50개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권이나 언론사들이 요구하던 아웃링크 방식 적용이 제외되어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아웃링크는 기사링크를 클릭하면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게 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지요?

안호림: 맞습니다. 웹사이트에서 기사에 링크를 다는 방식은 인링크와 아웃링크 방식이 있습니다. 인링크 방식은 네이버나 다음 포털에서 기사를 읽는 방식입니다. 현재 포털들은 주요 언론사 기사에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페이스북도 인링크 방식입니다. 반면 아웃링크 방식은 포털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검색엔진인 구글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네이버가 인링크 방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광고 수입 때문이겠지요?
안호림: 맞습니다. 네이버는 인링크 방식을 유지해야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기사의 조회수가 중요한 이유도 광고수입 때문입니다. 아웃링크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네이버가 아닌 언론사가 직접 광고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언론사들이 아웃링크를 주장하는 데에도 경제적 이유가 없지 않다고 보입니다.

아나운서: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하면 댓글 문제가 해결될까요?

안호림: 현재 네이버 등 포털 기사의 댓글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네티즌의 대부분이 뉴스를 포털을 통해서 접하기 때문입니다. 아웃링크 방식이 도입되면, 이용자가 분산되어 특정 기사에 댓글이 몰리는 현상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언론사마다 자신들의 댓글 정책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의론도 만만찮습니다. 네이버보다 언론사들이 댓글을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나아가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신과 의견이 맞는 언론사만 찾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가상공간이 여론의 장이 되지 못하고, 여러 개의 고립된 의견의 섬들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네티즌들이 이런 변화를 반길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이용자로서는 뉴스가 한군데 모여 있는 포탈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하고 광고에도 덜 노출됩니다.

아나운서: 댓글규제 또는 철폐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는 해외언론에서도 댓글을 제한하는 추세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안호림: 언론사에 따라 댓글을 제한하거나 아예 없앤 경우도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민, 인종문제와 같이 논쟁적인 기사의 경우, 소수의 기사만 댓글을 허용합니다. 미국 공영라디오인 NPR은 2016년에 댓글기능을 아예 철폐했습니다. 뉴욕 타임즈지의 경우도, 전체 기사의 10% 정도만 댓글을 쓸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2016년 세계신문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언론사의 82%가 댓글 기능을 제공하고, 절반 이상이 모든 기사에 댓글을 허용합니다.

아나운서: 드루킹 사건과 같은 댓글을 여론조작의 도구로 악용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어떤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언론과 정치권의 의견대로 인링크가 가장 바람직할까요?

안호림: 댓글 문화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이상적인 여론의 장과는 거리가 있지만, 일반인들이 정치적 의사 표현의 기회를 크게 넓힌 것도 사실입니다. 나아가 주류 언론을 통해서보기 힘든 소수의견을 대중에게 전달할 대안적인 통로이기도 합니다. 업계가 먼저 여론조작에 악용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포털들은 자신들이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다 성숙하고 투명한 댓글문화를 만들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런 모든 노력을 다한 후에도 댓글이 폐해가 너무 크다고 한다면, 그때는 댓글을 없애거나,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면 전환하는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자들 또한 댓글을 ‘참고사항’ 정도로만 여기는 ‘의심많은 수용자’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댓글은 결코 여론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나운서: 업계의 자정 노력과 이용자들의 현명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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