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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노는 한국 어린이 행복점수 76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5-04 10:59  | 조회 : 2159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8년 5월 4일 금요일
□ 출연자 :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장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이 노래 모르는 분들 없으시죠? 윤석중 작사, 윤극영 작곡의 ‘어린이날 노래’입니다. 1948년 5월부터 불리기 시작했는데요. 우리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요. 별 일 없는데도 괜히 어린이날이 되면 설레고 들뜨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면 온 세상 어린이들을 위해서 마치 축제를 열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저도 어린이날이면 집 근처 대학교에서 해마다 어린이날 행사가 열려서 놀러갔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이날 노래만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나는 것 같네요. 내일은 제96회 어린이날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를 위한 행사가 다채롭게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어린이날의 우리가 밝은 면만 바라봐서는 안 되겠죠. 오늘은 내일 어린이날을 맞아서 어린이들의 삶과, 인권, 그리고 보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김은정 권리옹호팀장, 연결하겠습니다. 김 팀장님, 안녕하세요.

◆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장(이하 김은정): 안녕하세요. 세이브더칠드런 김은정입니다.

◇ 장원석: 먼저 세이브더칠드런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그냥 이름만 들으면 느낌이 오지만, 자세하게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은정: 네.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에 최초로 아동권리를 주창하면서 영국에서 창립된 국제 구호개발 NGO입니다. 내년에 저희가 100주년을 맞이하는데요. 한 세기 동안 인종·종교·정치적 이념을 초월해서 아동의 권리, 생명을 지켜온 단체입니다. 현재 120개 국가에서 아동의 생존·보호·발달·참여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올해가 96회 어린이날이고, 내년이면 세이브더칠드런이 만들어진 지 100년이 된다고 하니까 거의 같이 왔군요, 우리나라 어린이날과. 내일이 어린이날인데,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보고 있는 어린이날은 마냥 밝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 어린이 문제에 대해서 힘쓰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그럴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김은정: 예. 1920년대에 방정환 선생님께서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고 어린이날을 선포해서 어린이 권익 보호를 위해서 힘쓰기 시작했다고 하잖아요. 성인에 비해서 어린이는 약자이죠. 신체적으로도 약하고, 본인과 관련한 결정을 할 때조차도 사회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날은 어린이가 성인과 다르지 않은 온전한 인간으로 존중받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살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가정과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날이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장원석: 어린이날,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이런 날을 맞아서 캠페인이라든지 이런 것도 계속 해오고 있을 텐데, 올해는 어떤 것을 주로 하고 있습니까?

◆ 김은정: 저희가 어린이날에 특별한 활동을 한다기 보다는요. 어린이들의 권리를 생각해볼 수 있는 다채로운 이벤트를 하기는 하는데, 올해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국제어린이마라톤이라고 해서 저개발 국가 아이들이 생존의 문제가 있잖아요. 5세 미만 영유아가 제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 현실이 있어서 그런 이슈를 알리는 것을 마라톤 형태로 알리기도 하고 있고요. 올해는 지금 하반기로 예정돼 있지만, 한국 어린이들의 삶의 질에 관해서 연구발표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아동의 삶에 관한 이슈를 던지기도 하고, 그런 활동들을 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팀장님이 보시기에 지금 이 시대, 이 세상이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물론 국제 구호단체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어린이들을 다 상대로 봉사활동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사업도 벌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로 국한시켜서 보면 어린이들이 글쎄, 우리 어른 세대들이 어렸을 때와 지금 어린이들이 지금 당장 느끼고 있는 상황이 같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마냥 행복한 세상일까요?

◆ 김은정: 제가 이미 아동기를 지나온 사람이라서, 사실 제가 아이들이 어떻게 행복한지 어떤지에 대해서 대신 얘기하는 것보다는요.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아이들한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은데요. 저희 한국에서 아이들은 어떤 행복감을 느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아동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사람들은 알아야 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아동의 행복에 대해서 저희가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조사가 그동안 없었어요. 그래서 2012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아동의 삶의 질, 행복감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는데, 행복감을 지표와 지수 형태로 발표하고 있어서 국내 지역 간, 또 국가 간에 비교하기 쉽습니다. 지금 저희가 지금까지 세 차례 조사 결과를 보면요. 한국의 아이들은 다른 나라 아이들하고 비교해볼 때 행복감에서 점수로만 봐도 굉장히 점수가 낮게 나옵니다. 국가별로 비교해보면요. 평균을 100점이라고 할 때 루마니아나 노르웨이에서는 115점, 119점 이렇게 나오는 반면, 한국은 76점 이런 점수로 표현되고 있어서 한국 아이들은 객관적인 지표로 봐도 행복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우리가 종종 뉴스를 통해서 국가별 행복지수 이런 것들을 측정해서 비교하곤 하잖아요. 우리나라 성인들의 행복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그런데 어린이들도 비슷한 정도였나요?

◆ 김은정: 어른들이 행복감이 낮은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행복감도 낮게 나오지요. 한국에서 아이들의 행복감과 관련한 연구를 보면 항상 꼴찌를 도맡아서 차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생각을 해보면 어른들이 행복하지 않은데 아이들이 행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렇긴 하네요. 아까 지금까지 객관적인 지표가 없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어린이들이 이렇게 얘기하진 않을 거 아닙니까. ‘우리 아빠엄마는 어렸을 때 공부 걱정도 덜했고 자연에서 뛰놀아서 얼마나 행복하셨어요. 저는 지금 이렇게 꽉 막힌 세상에서 학원 다니느라 힘들거든요’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으니까 아이들이 지금 본인들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낄지, 아니면 불행하다고 느낄지, 이게 궁금했는데 이런 수치에서 뒤쪽에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있다고 하니까 예상하고는 있었습니다만, 속상하네요.

◆ 김은정: 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들이 ‘어른들은 과거에 많이 뛰어 놀았잖아요’ 이런 얘기도 할 것 같고.

◇ 장원석: 실제로 합니까, 그런 이야기를?

◆ 김은정: 예, 하기도 하고. 그런데 저희가 지금 생각할 때도 시골에서 사는 아이들이 대도시에 사는 아이들보다 자연을 더 많이 접하고 들과 산으로 뛰어다니면서 목가적으로 살 것이기 때문에 행복감이 더 높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아동의 삶의 질 연구조사를 보면 사실 그렇지 않은 걸로 나와요. 대도시의 아이들의 오히려 삶의 질이 중소도시나 농어촌 아이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것은 지역의 재정자립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아이들의 삶의 질을 구성하는 되게 여러 가지 층위들이 있겠지만, 그것이 단지 시간만 있다고 될 것은 아닌 것이고, 여러 가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인프라라든가 본인이 시간이 있을 때 충분히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공간의 확보라든가 이런 것과 다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장원석: 방금 말씀해주신 것, 도시의 아이들과 시골의 아이들의 행복도가 차이가 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게 학업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이들 교육에 관심 있어 하는 부모들이 도시로, 학군이 소위 좋다고 하는 쪽으로 데려와서 공부를 많이 시키니까. 공부하는 양에 따라서도 행복도가 차이 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 김은정: 행복도에 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런 게 있어요. 우리나라 아이들이 절대적으로 공부 시간이 많은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잖아요. 통계청의 2014년 생활시간 조사 이런 것만 보더라도 초등학생은 평일 중 학습시간이 6시간 49분, 반면 평일 놀이시간은 2시간 21분 이런 식으로 조사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힘든 것이겠지만, 그것과 조금 더 다른 차원에서 본인한테 주어진 시간 동안 얼마나 내가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하면서 보낼 수 있느냐,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더라고요. 저희가 학업을 포함해서 14개 국 아이들의 주관적인 행복감을 비교해보니까요. 한국은 일관되게 행복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시간 선택의 자유. 예를 들면 ‘나는 내 시간을 내가 어떻게 보낼 지에 대해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지점.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나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 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한국 아이들의 만족감은 굉장히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들이 이 많은 것들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지금 선택해서 하고 싶은 공부가 있을 경우 하는 것과, 그것을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 하는 것은 또 분명히 다른 만족감으로 나타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장원석: 그렇죠. 똑같네요, 어른하고. 어른들도 밤새 야근하고 개인 시간 없어서 스트레스 받는데, 어린이들도 역시 마찬가지네요.

◆ 김은정: 그렇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렇습니다. 전반적인 어린이들의 행복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 요즘 또 안타까운 소식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네요. 부부싸움에서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들려오고, 끔찍한 사건들. 그리고 교통사고 관련, 아동학대, 성폭력. 이런 정말 중범죄들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는데 이런 현상들이 왜 벌어지고 있다고, 그리고 이런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김은정: 아동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로 하는 범죄는 사실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모든 폭력에 대해서는 그 면면을 잘 모르지만, 아동학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힘의 불균형적인 관계가 가져오는 현상 아닌가 싶거든요. 가정 내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행하는 폭력은 집에서 권력을 가진 어른이 아이를 언제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아이에게 휘두르는 것이거든요. 만약 가정 내에서 부양자이든 아니든, 나이가 많은 사람이든 나이가 어린 사람이든 간에 모두 다 개별성을 지닌 각각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대한다면 아동학대 같은 것은 발생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렇죠. 어른들이 아이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소유물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할 것 같고. 내가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인식에 대해서는 바뀌고 있습니까?

◆ 김은정: 아이들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서 국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이런 것을 명시한 국제협약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 보면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체벌을 비롯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출생 등록이 되어야 할 권리,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 모든 아동이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권리라든가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와 여가에 참여할 권리, 이런 것들이 다 담겨있는데요. 사실 지금 제가 말씀드린 몇 가지의 권리만 보더라도 국내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것을 충분하게 보장해주고 있다고 말하기 좀 어려운 상황일 것 같아요. 아이들은 보호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이라는 생각이 더 크고, 그것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예 같은 것이 아이들이 잘못하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고 행동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근 정부 어떤 문건에서 인용된 한 조사를 보니까요. 조사 응답자의 85% 정도가 ‘훈육 차원의 체벌은 필요하다’라고 응답한 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로울 권리가 있는데 가정·학교에선 여전히 체벌행위라든가 체벌에서 시작하는 학대가 일어나는 것만 보더라도 권리에 대해서 어른들이 신경을 쓰지 않거나, 알아도 지켜주지 않는 것 아닌가, 합니다.

◇ 장원석: 우리 사회에서 여러 가지 복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잖아요. 세대별로 복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얘기 참 많은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복지? 글쎄, 제 기억에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거든요. 이런 수준은 세계적으로 비교해봤을 때 어느 정도에 와 있다고 보십니까?

◆ 김은정: 복지가 영역도 광범위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학대 문제가 놓고 말씀을 드리면요. 복지라고 했으면 사실 제도와 예산을 측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제도적인 측면을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학대 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이 만들어지거나 아동복지법이 개정되거나 제도적인 진전은 좀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아직 학대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법이 여전히 있어서 법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국가적으로 아동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그런 시스템 하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2015년에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의 명시가 새롭게 됐는데요. 이것은 사실 체벌금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법에서 여전히 징계권이라는 것이 있어서 친권자는 보호 또는 교양을 위해서 자녀에게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거든요. 우리의 시스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제도와 관련해서만 보더라도 민법에서 부모가 자녀에 대한 징계를 할 때라도 어떠한 제한도 없이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든 심각한 신체적인 처벌도 부모가 훈육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그런 일도 용인되는 것이고요. 스웨덴 같은 경우는 1979년에 법으로 체벌을 금지했습니다. 이런 정도의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 사실 필요하다고 봅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설명 잘 들었고요. 앞으로도 어린이들 인권을 위해서 많은 활동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은정: 고맙습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국제 구호개발 세이브더칠드런 김은정 권리옹호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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