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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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이슈체크, 방송법 개정안"-안호림 교수 4/28(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5-03 17:00  | 조회 : 2531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4월 28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미디어 관련 이슈를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알아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시간입니다. 오늘도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안호림: 4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임시국회가 표류하고 있습니다. 임시국회가 공전되는 것은 여야가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국회정상화가 지연될 정도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4월 한 달이 다가도록 여야간 협상에서 진전이 없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가 돼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안호림: 현재 상황은 ‘아이러니하다’라는 표현이 너무도 적절한 모습입니다.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7월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당시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것입니다. 야당 의원 162명이 발의에 참여했습니다. 야당 전체가 동의한 것입니다.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이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바람에 아직도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데, 대선 이후 여당, 야당의 위치가 바뀌면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도 여야 모두 바뀌어 버렸습니다. 반대입장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4월내에 처리하는 것으로 임시국회를 여는 조건입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원래 안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해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아나운서: 여야 모두 입장을 바꾸었는데, 서로 상대방만을 탓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안호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여당이 되니 입장을 바꾸었다고 비판합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도 태도를 바꾼 것은 마찬가지고 여당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맞비판하는 상황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내로남불’이라고 서로 비판하는 웃지못할 상황입니다.

아나운서: 누구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안호림: 여야 모두에게 잘못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사실입니다.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자유한국당이 거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180도 선회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또한 입장을 바꾼 것이 사실입니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거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이 있고, 방송법 개정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그런데 왜 여야가 입장이 바뀌어버린 것이죠? 박홍근 의원의 개정안의 내용이 궁금해지는데요.

안호림: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KBS 이사진과 MBC의 방송문화진흥회(줄여서 방문진이라고 부릅니다) 이사진을 11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여당 7명, 야당 6명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또한 사장임명시 이사의 과반이 아닌 2/3 이상 동의를 얻도록 하는 이른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서, 야당의 동의없이 사장을 임명하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KBS는 11명중 7명이 여당추천, 4명이 야당추천이고, 방문진은 9명 중 여당 6명, 야당 3명이어서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여당이 마음대로 사장을 선임하는게 가능합니다.

아나운서: 내용만 가지고는 민주당으로서는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인데 굳이 다른 대안을 찾을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안호림: 방송법 개정안은 '김재철 방지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야당이 법안을 상정할 당시에 초점을 둔 것은 여당이 독단적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유한국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수준의 개혁안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개정안은 최선의 공영방송 개혁안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국민의 대대적인 참여가 보장되고, 정치권의 영향력이 최소화되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계산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개정안 부칙에는 법안 시행 3개월 안에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이 물러나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KBS, MBC의 이사진과 경영진이 전원 교체되어야 합니다. 민주당으로서는 반갑지만은 않은 사태일 것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게는 사장인선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게 됩니다.

아나운서: 정치적인 셈법이 복잡해지네요. 민주당과 정의당이 또다른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들 법안에는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안호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지난 2017년 11월에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추 의원의 개정안이 박홍근 의원의 개정안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이사진을 정당 추천이 아니라 국민추천을 통해 구성하도록 한 것입니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은 성별, 지역, 연령을 고려해 구성된 200명 규모의 이사추천국민위원회에서 이루어집니다. 이사추천국민위원회는 후보들을 공개 면접해서 득표가 많은 순서대로로 추천하는 것입니다. 추천된 후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민의견 수렴을 강화하고 정치권의 영향력을 완전 배제한다는 점에서 정의당 안과 유사합니다. 다른 점은 이사진이 아닌 사장을 선출할 때 100인 이상 200인 이하 규모의 국민추천위원회를 꾸려서, 이들로 하여금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합니다. 이번 KBS 사장 추천 과정에서 시도했던 방법과 유사합니다.

아나운서: 바른미래당이 개정안에 대한 타협책을 내놓아서 민주당과 협상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바른미래당의 대안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납니까?

안호림: 민주당의 원래 개정안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사장을 선출할 때 이사의 2/3가 아닌 3/5의 동의만 얻어도 되는 것으로 비중을 낮추었습니다.

아나운서: 공영방송이라고 저희가 흔히 표현하지만, 공영방송이 무엇인지는 저도 명확하게 답변하기 힘듭니다. 이를테면 MBC는 공영방송인지 민영방송인지 판단하기 애매합니다.

안호림: 학자들도 입장이 다양합니다. 첫째는 소유 구조를 가지고 정의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 공익 법인 등이 소유하고 있을 경우 공영방송이라고 보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KBS, MBC, EBS가 모두 공영방송사입니다. 또는 재원(수입원)을 가지고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신료나 세금 같은 공적 재원으로 운영될 경우, 공영방송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MBC를 제외한 KBS, EBS가 공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KBS, EBS도 부분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어서 모호함이 남습니다. 가장 폭넓은 정의는 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송을 모두 공영방송으로 보는 것입니다. 유럽 국가들에서 사용되는 공공 서비스 방송(public service broadcaster)의 개념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럴 경우 SBS를 포함한 지상파 전체가 해당됩니다.

아나운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는군요. 그럼 방송법에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나요?

안호림: 사실 한국 방송법에는 ‘공영방송’이라는 표현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방송공사’의 설치와 운영에 대한 조항은 있지만, KBS를 공영방송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MBC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송문화진흥회법에는 공영방송이란 표현이 없습니다. 국내법 중 ‘공영방송사’라는 표현이 있는 것은 공직선거법이 유일합니다. 법원 판결도 KBS, MBC, EBS 모두를 공영으로 보는가 하면, MBC, KBS2를 제외하고 KBS1과 EBS만을 공영으로 보는 경우도 있어 일관되지 않습니다.

아나운서: 의외네요. 방송법에 공영방송에 대한 조건이 있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안호림: 학계에서는 국내 방송법 자체가 모호하고 시대에 뒤쳐져있다는 비판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방송법에 공영방송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공영방송이란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공영방송이 반드시 갖추어야할 정치적인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해서도 별도의 규정이 없습니다. 방송 전체가 갖추어야할 공정성에 대한 규정만 있습니다.

아나운서: 이번 방송법 개정안에도 공영방송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습니까?

안호림: 박홍근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은 사실 바뀌는 내용이 많지 않은 소규모 개정안입니다.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 개혁, 노사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이사회 회의록 보관 및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초점은 이사회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

아나운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언제나 논쟁거리입니다. 정치적 독립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박홍근 의원의 개정안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안호림: 현재 방송법과 비교하자면 개선되는 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당의 독단적인 공영방송 사장임명, 나아가 공영방송 장악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정치권이 공영방송의 경영을 독점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과거 여야 추천인사로 KBS와 방문진의 이사를 채운 것은 사실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이사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가 관행적으로 그렇게 한 것뿐입니다. 이번 법안을 이런 관행을 법적으로 공식화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공영방송이 국회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고, 국민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또한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면 여야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두의 눈치를 보는 인물이 사장이 되기 쉬운데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 남습니다.

아나운서: 외국에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안호림: 공영방송의 모범으로 손꼽히는 영국 BBC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의회로부터 독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사진 구성은 의회와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BBC에 대한 규제도 2017년 전까지는 BBC트러스트라는 독립된 기관이 담당했습니다. 독일의 ZDF(쩨데에프)의 경우 다양한 시민사회, 정치사회 대표들로 이사회가 구성됩니다. 총 60(쉰)명 이상으로 구성되는데 현재는 77(이른일곱)명입니다. 정당대표는 1/3을 넘지 못하게 되어있고, 지역대표, 종교인, 기자, 노조, 시의원, 구의원, 예술인, 영화인, 학자, 교육자, 시민단체 대표 등 실로 각계각층을 망라한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됩니다. 정부가 사장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어렵고, 사장이 자기 마음대로 방송을 좌지우지하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그럼 이번 방송안 개정에 대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안호림: 공영방송 정상화는 단순히 사장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하는 차원의 문제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할 공영방송이 지향해야할 바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국민의 의사가 공영방송 운영에 가장 잘 반영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방송법 개정이 중요하지만, 서둘러서 결정할 문제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현재 정당들은 방송법을 정치적인 거래 수단으로 인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점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비판받아야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 문제는 비단 정치권 뿐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가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도 아닙니다. 최대한 많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국민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한국의 공영방송 뿐 아니라 방송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하고 독립적인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정치권 뿐 아니라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 최선의 방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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