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시간 : [월~금] 1·2부(10:20~10:54), 3·4부(11:10~11:56)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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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혼자 아프지 말아요 -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과 원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4-16 12:35  | 조회 : 864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4월 16일 (월요일) 
□ 출연자 :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과 원장 (前 단원고 마음건강센터장)

이제 혼자 아프지 말아요 -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과 원장 (前 단원고 마음건강센터장)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오늘 4부는 좀 특별한 4부로 여러분과 함께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그래서 타이틀을 <이젠 혼자 아프지 말아요>로 정해봤습니다. 우리 함께 사는 세상이잖아요. 앞서 예고해 드린 대로 어쩔 수 없이 소중한 사람과 이별하는 경우,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그래서 남은 사람들이 너무 아픈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단원고 마음건강센터장으로 계셨던 분을 모셨어요. 마음토닥정신과의 김은지 원장,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과 원장(이하 김은지): 안녕하세요.

◇ 김명숙: 오늘 우리 원장님께도 참 특별한 날이고, 마음이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도 많은 날이기도 할 텐데, 바쁘시기도 한데 이렇게 오늘 이 자리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김은지: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 김명숙: 원장님께서 단원고 학생들과 함께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댁이 안산이세요?

◆ 김은지: 저의 집은 수원입니다.

◇ 김명숙: 그러세요? 그럼 수원에서 안산으로 출퇴근하신 거예요?

◆ 김은지: 처음 2년 동안은 서울에서 안산으로 출퇴근했고요. 지금은 수원으로 거주지를 옮겨서 수원에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수원도 그렇고, 서울에서 어떻게 출퇴근을 하시면서 그 시간을 함께하실 생각을 하셨어요?

◆ 김은지: 2014년에 처음 자원봉사로 단원고에 갔고요. 그때 이후로 1년, 2년 일하면서 사실 이제 안산이 마치 저의 2의 고향인 것처럼 정감 있는 이웃들이 있어서 그곳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정감 있는 이웃들이라 하면 단원고 학생들 포함해서 선생님들, 주변에 주민들 말씀하시는 거죠? 오늘이 세월호 4주기예요. 당시 단원고 학생들, 또 부모님들, 얼마나 아프셨을까 하는 것은 저희가 감히 이해한다는 말씀을 드리기조차 민망한 표현이거든요. 한 발 뒤에서 바라보는 분들도 너무너무 힘든데, 곁에서 함께 아픔을 겪으신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이야기를 나눠주고 들어주고 하시면서.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너무 힘드셨을 것 같기도 해요.

◆ 김은지: 무엇보다도 이야기하신 것처럼 당사자의 아픔이 가장 크고, 저도 4년 가까이 곁에 있지만, 감히 다 안다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잘 아시다시피 이런 재난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2차적인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걸 관리하기 위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늘 마음의 어려움들, 충격적인 것들을 함께 나누고 있고요. 사실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그럼에도 상처 입은 사람들이 삶을 하나하나씩 앞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큰 보상이기 때문에 저희는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그런 게 원장님이 본인 스스로 나의 역할이고, 나의 임무이자 사명이다. 이런 사명감으로 하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원장님도 참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은지: 네.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 김명숙: 힘들 때는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다른 사람의 힘듦을 위로해주면서 나 자신이 힘들 때.

◆ 김은지: 저는 무엇보다도 가족이 가장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가족이 힘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역으로 단원고와 관련된 분들은 가족을 잃으신 거잖아요. 그러니까 굉장히 힘든, 아픔을 함께 겪으신 건데. 4년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은 세월이에요. 이맘때만 되면 그런 트라우마가 다시 떠올라서 너무 힘들다 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이런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직도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 김은지: 맞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나는 왜 아직도 생각이 나고, 나는 왜 아직도 그때처럼 느껴지나, 하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이 있고요. 그래서 제가 그런 분들한테는 이런 설명해 드립니다. 사람이 트라우마나 애도를 겪을 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정해진 한 가지의 방식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길, 각자의 방식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어떤 사람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서 굽이굽이 갈 수도 있고요. 어떤 분은 긴 평야를 혼자 묵묵히 걸어가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길을 우리가 의심하거나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묵묵히 지나가는 것이 늘 제가 설명해 드리는 포인트입니다.

◇ 김명숙: 세월호도 그렇지만 말씀 듣다 보니까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불의의 사고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분들은 곁에서 정말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마음은 있지만 선뜻 다가서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위로조차 못 건네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주변인으로서도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여러 가지 조심해야 할 것도 있겠죠. 선뜻 다가가서 불쑥 위로해준다고 한 것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요. 어떻게 해주는 게 좋은지요?

◆ 김은지: 맞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심리치료나 상담 과정에 그런 상처 입은 부분들을 이야기하시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정말로 그냥 ‘힘내라, 잘 지나갈 거야’ 라고 이야기했는데 본인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내가 힘을 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나. 내가 혹시 부족해서 이런 상황인 건가’ 하는 자책을 오히려 하게 되기도 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나도 예전에 누구를 잃어봤는데 나도 그 고통 알아’ 내지는 ‘내가 널 다 이해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면, ‘내 고통이 이렇게 큰데 사람마다 다른데 어떻게 날 이해할 수 있지’ 하고 오히려 공감 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아이들이 부모를 잃었거나 형제를 잃었을 때 ‘이제는 네가 가장이야. 이제는 네가 힘을 내야 해. 오빠 대신해야 해’ 이런 말을 들을 때 자신의 애도를 억누르고 그 역할에 부응함으로 함으로써 오히려 애도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명숙: 여러 가지로 조심해야겠군요. 심한 경우 그런 중압감도 있고, ‘네 일 아니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런 것들 때문에 더 상처가 되거나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울해지거나. 그래서 아이의 주변 사람들과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그런 경우도 있죠. 그리고 또 가족이라고 해도 보고 싶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상처가 너무 크면. 그러면 그때는 옆에서 그냥 보고 있어야만 하는지 , 그래도 어떤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 방법일까요?

◆ 김은지: 일단 저는 사실 각자의 방식이 있고 각자의 타임라인, 각자의 시간표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문을 열고 그 사람이 손을 내밀 때까지 조금은 기다려주는 게 일단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네 옆에 있어,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너의 이야기를 듣고 너와 함께해주고 도와줄 생각이 있어, 라는 것을 확실히 신호를 보내놓아야 그 사람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 김명숙: 그러니까 어떤 좋은 말을 자꾸 해주려고 하기보다는 ‘항상 나는 네 옆에 있어, 네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너에게 손을 내어줄 수 있어’ 이런 믿음을 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이 시간 함께하시면서 많은 분들이 마음에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요. 누군가의 어깨를 옆에서 토닥일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래서 여러분 방송 들으시면서 상담하고 싶은 내용,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라도 문자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0945번으로 여러분의 문자 사연 기다리고 있을게요. 잠시 노래 한 곡 들으면서 문자 보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IU와 김창완이 함께 부른 ‘너의 의미’ 노래 듣고 다시 올게요.

(음악: IU&김창완 - ‘너의 의미’)

◇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 월요일 4부 코너는 <이제 혼자 아프지 말아요>라는 타이틀로 오늘 하루 꾸며볼까 합니다. 5902님 문자 주셨는데요. ‘벌써 4주년이네요’ 하셨어요. 네, 세월호 벌써 4주기입니다. ‘우리 집은 단원고 근처라 늘 우울했어요. 몇 달은 우울증에 걸려 틈틈이 눈물이 나서 고생 많이 했어요. 세월호 사고 나서 근처 식당들은 거의 몇 년은 장사가 안돼서 문 닫은 곳도 많았어요. 이젠 좋은 일들이 가득한 안산이길 기원합니다’ 아마 먼저 간 우리 학생들, 너무 안타깝고 애통하고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아마 별이 돼서 반짝반짝 빛나면서 안산, 이 세상 모두가 다 환하게 살기 좋은 안전한 세상이 되라고 빛나고 있을 거로 믿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단원고에서 원장님께서 남아있는 학생들, 선생님들 주변 분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셨는데, 다들 연락 계속하고 잘들 지내고 있죠?

◆ 김은지: 예. 각자 다르지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김명숙: 학생들의 달라지는 모습들이 어떤 식으로 달라지던가요?

◆ 김은지: 제가 예전에도 몇 차례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아이들이 대학교 3학년이 됐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각자 나름대로 주어진 대학교의 생활,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 안에서 보다 잘 적응하고 어떤 친구들이 인터뷰한 것처럼 친구 몫까지, 내가 단원고 대표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열심히들 지내왔습니다. 제가 한 가지 최근에 정말 감동한 일은, 몇몇 친구들이 예전에는 3주기, 2주기 그랬을 때 그저 본인의 애도, 그리고 학교의 행사나 기타 행사들에 함께했는데 이번에는 본인들이 리본과 팔찌 같은 것들을 스스로 광화문에서 나눠주기도 하고요. 또 어떤 친구들은 각자의 학교에서 그것들을 주변의 친구들한테 나눠주는 부스를 만들고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 정말 많이 아이들이 바깥으로 나가고 있구나, 힘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어려운 과정을 잘 극복해나가면서 마음의 단단한 디딤돌을 하나씩 만들어놓는 것 같아요, 학생들 스스로가. 

◆ 김은지: 네.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지금 또 8523님께서 문자 주셨는데요. ‘고등학교 1학년 딸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많이 감성적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자라면서 더 마음이 여려지는 것 같아요. 뉴스에서 사망사고 소식이 들려오면 너무 힘들어합니다. 세월호 때도 그랬고요. 뉴스만 났다 하면 자기 방에 틀어박혀 우는 걸 여러 번 봤어요. 자연 치유되도록 내버려 둬도 되는 걸까요? 애가 너무 어려서 걱정입니다’라고 하셨네요.

◆ 김은지: 제가 몇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첫 번째는 사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작년 겨울에 유명한 아이돌의 죽음이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어른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아이들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청소년들은 흔히 아이돌을 우상화하기 때문에 그 친구들한테 일이 생기면 그것을 완전히 본인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크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그런 것들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그럼에도 일상생활이 어렵고 겉으로 보기에도 부적응이 눈에 보일 정도가 되면 사실 그것은 전문가와 상의하시는 게 좋을 거로 생각됩니다.

◇ 김명숙: 바로 우리 원장님 같은 분 찾아가면 되는 거겠죠?

◆ 김은지: 예, 맞습니다.

◇ 김명숙: 그리고 7343님께서, 선생님이신가 봐요. ‘중학교에서 애들 가르치고 있어요. 저희 반 애들은 웃고 떠드는 건 잘하는데 1:1 면담 같은 거 잡히면 부담스러운지 하나같이 입을 꾹 닫고 별말을 안 하네요. 원장님은 학생들과 이야기 많이 나누셨을 것 같은데, 아이들 마음을 여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하셨어요.

◆ 김은지: 사실 청소년과 상담한다는 것은 어느 어른한테나 다 도전적인 일입니다. 아이들이 이제 쉽사리 입을 열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때에 따라서는 약간 적대적인 경우도 있죠. 그런데 제가 아이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면서 ‘너희는 왜 말을 안 하니’라고 물어보면, 사실 알고 보면 반 정도는 ‘그다지 할 말이 없어서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제가 생각하기에 어른이 먼저 나를 오픈하고, ‘나는 중학교 때 이랬는데 너도 이런 게 있니?’ 이런 식으로 유도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많은 경우,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어른들이 너무 과도하게 걱정해서 나를 감시하지 않을까. 아니면 엄마한테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서 일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청소년과 대화할 때에는 ‘네가 얘기한 것이 아주 극단적인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비밀이 보장된다’라는 것을 먼저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이 편안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명숙: 먼저 ‘나를 충분히 믿어도 돼’, 그리고 ‘나는 너와 공감대 형성이 됐어. 나도 그랬어’ 이런 것들. 요즘 선생님들은 아이들하고 가깝게 지내시는 분들이 예전 저희 어릴 때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오픈 마인드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또 예전보다는 더 빠르게 사고들이 바뀌어서 이런 어려움이 살짝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자녀를 두신 분, 학교 선생님들 많이 문자를 주셨는데요. 그 가운데 또 지금 6709님, ‘이 시간 기다렸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딸아이는 학창시절 왕따를 당한 아픔이 너무나 깊습니다. 지금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는데요. 친구 관계에서 혼자 갈등이 많습니다. 외톨이가 될까, 이런 관계에 집착,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이것도 질문이 될까요?’ 하셨는데, 중요한 질문이죠. 학창시절에 그런 기억들이 졸업 후 직장생활 하면서, 사회생활하면서 이어질 수 있나 봐요.

◆ 김은지: 맞습니다. 사실 제가 1년 전에 세월호에 관련된 명예훼손, 그리고 SNS 문자로 인한 심리적·정신적 어려움들에 대해서 조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그리고 사회적으로 계속 악플이 달리고, 이런 과정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 그리고 대인관계에 대한 신뢰들이 많이 변화했고, 그로 인해서 어디에 나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다는 호소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학창시절의 왕따는 대인관계 발달이 되는 시기기 때문에 대인 관계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거든요. 이것이 트라우마가 돼서 직장생활을 하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든 ‘내가 정말 이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나를 싫어하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들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예전에 겪었던 트라우마 부분을 해결해야 하고요. 거기에 관련된 다양한 치료가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 김명숙: 그러니까 그 시기가, 청소년 시기가 지났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근원적인 게 해결되지 않으면 힘든 경우가 발생하나 봐요.

◆ 김은지: 네, 맞습니다.

◇ 김명숙: 그리고 지금 8344님, ‘작년 여름에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아버지와 사이가 좋으셨는데 그 때문인지 아버지는 충격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올해 들어서 겨우 기력을 회복하시는 듯하더니 요즘에는 외출을 아예 안 하시네요. 같이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고 하면 자동차 바퀴만 봐도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니의 교통사고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게 아닌지 정말 걱정입니다. 병원에 가고 싶어도 밖으로 모시고 나가기 힘든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셨어요. 아내분을 먼저 보내시고, 교통사고로.

◆ 김은지: 제가 애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애도는 굉장히 각자의 다양한 방식과 다양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대체로는 정상적인 애도 반응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이 시기는 이렇게 힘들 수 있구나, 누구나 이때는 혼자 있고 싶구나, 하는 것이 당연하고 스스로를 너무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 없죠. 그런데 그럼에도 복잡성 애도라고 해서, 애도의 어떤 특별한 형태는 이후에 우울증이나 굉장히 다른 질환에도 잘 이환되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복잡성 애도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감정에 몰입하고 혼자 외톨이로 지내거나, 일상생활의 기능을 상실한 채 오랫동안 지내게 되는 상황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경우는 특히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아니면 예전에도 아주 트라우마틱한 상실의 경험이 있었던 분들, 이런 분들이 이런 것에 잘 노출되고요. 이런 경우에는 사실 심각하게 전문적인 개입들을 잘 찾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김명숙: 또 5631번 쓰시는 청취자분, ‘저희 아버지가 많이 아프십니다. 병원에서는 앞으로 반년 정도 시간이 있을 것 같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하고 싶은 것 하겠다고 억지로라도 퇴원하시겠다네요. 10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곁으로 빨리 가고 싶다는 말씀도 가끔 하시는데, 사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저도 아버지 따라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아무런 티는 못 내고 있는데 요즘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족들에게 제 이런 마음을 말하는 게 나을까요?’ 굉장히 고민 많으시겠어요, 심적으로도.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족들에게 말을 해야 하나요, 마음 표현을?

◆ 김은지: 아마 마음 표현을 하고 싶으시지만 혹시 다른 가족들도 내가 그 얘기를 하면 같이 우울해질까 봐, 아마 이런 것들을 걱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지금 사실은 아버님이 더 편찮으시잖아요.

◆ 김은지: 네, 맞습니다. 그런데 애도라는 과정의 아주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상실이라는 거거든요. 내가 주요하게 애착이 있던 사람이 이제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내가 원래 맺고 있던 관계를 다른 사람들과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을 갖게 되거든요. 아마도 이분한테는 그게 지금 옆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말기 암 환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가족치료를 시행합니다. 가족들끼리 서로 더 많이 지지하고 서로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좀 걱정이 되겠지만, 우리가 함께 잘 이겨낼 수 있으니까 서로 오픈해서 이야기하고, 그게 또 서로 더 잘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명숙: 처음에는 약간의 용기도 필요할 것 같아요.

◆ 김은지: 네, 맞습니다.

◇ 김명숙: 오늘 이렇게 마음을 나누다 보니까 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원장님 목소리가 너무 좋으세요. 목소리만 들어도 자연적인 치유가 가능한 것 같아요, 너무 부드러우셔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해 두 해 나이 먹을수록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에 쉬운 일 하나도 없다, 이런 거 너무 잘 알게 되거든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서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이 편해질 수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너무 모르겠어, 하다 보니까 진짜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건지, 저도 참 답이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왕이면 좋은 마음을 품고 잘 살아갈 수 있으면 좋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흔히 감기 걸리기 전에 감기 조심하라는 것처럼 마음을 어떻게 다잡으면 좋을까요?

◆ 김은지: 사실 다들 많이 하시는 고민이라 많은 분들이 정답을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사실 마음이 몸과 굉장히 밀접히 연결돼 있거든요. 요즘에는 그래서 몸을 치유하기 위해서 마음을 쓰고,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 몸을 쓰는 일들이 많아요. 너무 당연하게도 내 몸을 잘 가꾸고 규칙적인 운동, 식사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중요하고요. 거기에 제가 조금 최신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것은 마음 살핌인데요. 이것은 지금 미국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고 시행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마음을 돌아보면서 해결하는 방법이나, 아니면 수용-전념 치료 이런 것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명상 같은 것들을 배워서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면서 스스로의 마음의 정원을 잘 가꿔가는 것이 도움될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오늘 말씀 들으면서 많은 분들이 내 마음도 살피고 네 마음도 살펴줄게, 이런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은지: 네.

◇ 김명숙: 단원고 마음치료센터장으로 계셨던, 마음토닥정신과의 김은지 원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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