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인터뷰전문보기

[똑바로보기]"남북 정상회담 관련 보도, 언론이 강박관념 버려야"-안호림 교수 4/7(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4-09 17:06  | 조회 : 2725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4월 7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안호림 교수를 모시고 미디어에 대한 얘기를 나누어보는 <미디어 똑바로보기>시간입니다. 교수님 안녕하셨어요?

안호림: 안녕하셨어요. 이젠 정말 봄이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드는 한 주였습니다. 청취자들께서도 따사로운 봄볕을 만끽하고 계신지요.

아나운서: 자 오늘은 봄의 기운을 느끼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안호림: 지난 4월 1일 가수 윤상씨를 단장으로 한 남측 공연단의 평양 공연이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이어 3일에는 남북 예술단의 합동공연이 평양 보통강구역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오는 4월 27일에는 역사적인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입니다. 1차 평양 공연 제목이 ‘봄이 온다’였는데요, 불과 반년전만 해도 전쟁설이 나돌던 한반도에 정말 ‘봄’이 찾아온 느낌입니다. 오늘은 남북정상회담, 남북예술단 공연에 대해 한국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하였는지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부터 이 모든 게 시작했었죠? 청취자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지난 세 달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짤막하게 정리해주시죠.

안호림: 지난 2년간 남북 정부간 모든 공적대화 채널이 닫혀있었고, 북핵으로 인한 위기감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1월 1일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제안이 있은 뒤 불과 8일만에 남북실무회담이 이루어졌고, 북한의 올림픽 참가라는 결실을 나았습니다. 2월 9일에는 북한 올림픽 대표단과 함께 김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이 특사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했습니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면서 문대통령을 북으로 초청하는 파격을 보여줬습니다. 3월 초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포함된 대북특사단의 평양방문이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큰 전환점은 대북특사단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5월 북미회담에 대한 약속을 얻어낸 것이었습니다. 3월말에는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냈습니다.

아나운서: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북미회담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결정이었습니다. 한국 언론의 반응은 어떠하였나요?

안호림: 처음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했을 때에는 여러 매체들에서 남북간의 일방적인 대화재개가 한미동맹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었습니다. 또한 북한의 숨은 의도에 대한 의심도 강하게 표명했었습니다. 하지만 남북대화가 진전되면서 보도 태도가 바뀌는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북미회담에 대해서는 모든 언론들이 환영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북미정상회담 발표가 이루어진 직후 신문 사설들을 보면, 조선일보는 국가 정상끼리 해결해야할 사안이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평했습니다. 낙관할 필요도 비관할 것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앙일보도 북미정상회담은 역사상 처음있는 사건이며 한국전쟁이 끝난지 65년만에 찾아온 기회라면서 크게 환영했습니다. 동아일보도 문재인 대통령은 끈질긴 노력에 의한 성과라고 평가했고, 한겨레신문도 역사적 대분기점이 될 사건이라고 평했습니다.

아나운서: 오랜만에 언론들이 한 목소리를 내었네요. 지난 1일과 3일에는 우리측 공연단의 평양 공연이 두 차례에 걸쳐 있었습니다. 언론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안호림: 남측 취재단이 공연단과 동행했기 때문에 자세한 보도가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5일에는 지상파를 통해 공연실황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예술단이 꾸려지는 준비과정, 공연진의 구성, 공연에서의 일화, 후일담, 북한 관중들의 면모, 반응 등에 대해 다양하고 자세한 보도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첫 공연 때는 김정은 위원장이 부인인 리설주를 동반하고 관람했는데, 김위원장이 ‘레드벨벳’에 대한 농담을 건넨 것이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측 예술단과 같이 찍은 사진과 함께 1면 톱기사로 공연에 대한 보도를 했습니다.

아나운서: 이념적인 잣대에 의한 비판이나 평가는 없었나요?

안호림: 예술단 방문에 대해서 언론사들간 보도태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공연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중앙일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적 언행에 대해 ‘악마화 이미지 개선' 노림수가 있는,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자신들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국가‘ 임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지난 3월 28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괄적인 타결이 아닌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해서 태도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하고 있는데요.

안호림: 미국이 전향적으로 대화의사를 밝혔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서 언론사 성향에 따라 보도 내용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미회담에서 결정되어야할 북핵 문제의 해결 방식에 대한 견해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3월 30일자 사설을 통해 리비아식 핵폐기는 북핵 해법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리비아의 경우 자체적으로 핵을 전면 폐기했고, 미국은 핵폐기 후,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과정을 밟았습니다. 경향신문은 현실적으로 핵폐기 자체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며, 리비아는 핵폐기 이전에 국제사회와의 신뢰회복이 상당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단계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그러면 단계적 방식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어떤 주장을 했나요?

안호림: 조선일보가 단계적 해결을 반대하며 일괄타결을 여러 차례에 걸쳐 주장했습니다. 30일자 사설에서는 청와대가 북에 끌려가 단계식 방안을 수용한다면, 비핵화를 이루지 못한 채 미국이 우려하는 ICBM만 없애는 선에서 끝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계속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큰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 정부가 북에 끌려 다니다 과거와 같은 잘못을 반복할까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한국 언론의 북한보도는 냉전주의식 사고를 못 버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었습니다. 학계에서는 한국 언론의 북한 보도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내려왔나요?

안호림: 여러 학자들에 의해 한국 언론의 북한 보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꾸준히 지적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표적 진보 언론인이자 언론학자인 고 리영희 교수는 ‘반세기의 신화’라는 책을 통해 한국 언론의 북한 보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리영희 교수는 냉전 시대의 대결의식, 우리는 옳고 저들은 틀렸다는 식의 이중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화해보다는 대립을 부추기는 보도태도, 미국에 대한 맹종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언론이 자주 ‘남남갈등’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다양한 의견과 견해가 제시되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고, 남남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념에 따라 적과 아군을 나누는 태도를 조장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에서 지적하고 싶은 문제점은 없었나요?

안호림: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 눈에 뜨이는 것 중 하나는 북한의 의도, 진실성에 대한 강한 의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북핵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는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단계적 비핵화와 전면 핵폐기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지, 또한 현실적인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단계적 비핵화가 북한이 제시했다는 사실 때문에 비판하지 말고, 그 방식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아가 단계적 핵폐기 방식이 갖는 문제점이 북한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태도는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선호하는 일괄타결 방식이 현실적인지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아나운서: 단지 북한의 입장이라는 이유가 아닌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이외에 눈에 뜨이는 점은 무엇이 있었나요?

안호림: 한국언론의 북한 보도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점 중 하나는 추측성 기사가 많고, 전문가 의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3월 29일자 ‘김정은·시진핑, 왜 과거 北中(북중)처럼 '뜨거운 포옹' 안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악수만 했습니다. ‘포옹’과 ‘악수’의 차이에 대해 막연한 추측이 얼마나 가치 있는 기사인지 의문이 듭니다. 기사는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나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견해가 여럿 모인다고 해서 더 신뢰할 수 있는 기사가 되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들 또한 자신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판단할 뿐입니다. 검증할 수 있는 사실에 근거한 기사에 주력해야 합니다. 비단 남북문제의 보도에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하는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이런 의견은 사견일 가능성이 높고 신뢰할만한 정보인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정보원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때가 아니면 이런 인용은 자제해야 합니다.

아나운서: 칭찬할 만한 점은 없었나요?

안호림: 조선일보는 '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한국 내의 북한 전문가 12명의 북핵문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시리즈로 실었습니다. 특이할만한 점은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보수적인 인사로부터 정부의 입장에 비교적 가까운 사람까지 다양한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하고자 시도한 점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대상이 더 다양하고 균형 있게 선정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아나운서: 통일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서독 언론의 역할이 자주 얘기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었나요?

안호림: 독일 통일에서 서독언론, 특히 방송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됩니다. 통일 전에도 동독사람들 대다수가 서독방송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동독인의 약 90%가 서독방송을 시청했다고 추정됩니다. 서독방송은 동독에 대해 보도할 때 비판적이지만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하는 관행을 철저히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동독 국민들은 동독에 대한 보도조차 선전으로 가득 찬 동독 방송뉴스 보다 서독 뉴스를 더 신뢰했습니다. 베를린 장벽은 장벽 즉각 개방이라는 오보 때문에 갑작스레 허물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동독 국민들은 서독방송에서 뉴스를 접하고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갔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자국 방송보다 서독방송을 더 신뢰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북한 주민들이 남한 뉴스를 더 믿었다는 거네요. 이외에도 어떤 기여가 있었을까요?

안호림: 서독방송은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동독 주민의 입장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보도를 하고자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 점도 신뢰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한 서독, 동독 모두에 대한 사실적인 보도를 통해 양국 국민간의 거리를 좁히고, 서독의 실제 모습을 동독 사람들에게 알려서 동독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나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안호림: 한국 언론이 북한보도에서 지향해야할 것은 사실에 근거한 객관보도입니다. 물론 현재의 북한과 과거 동독은 비교 자체가 힘든, 너무나도 다른 상황입니다. 믿을 수 있는 정보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하지만 주어진 조건 하에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접근하기 쉬운 국내외 전문가, 탈북자에 머무르지 말고,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정보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데도 추측에 근거해서 보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실제 서독방송의 동독에 대한 보도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었습니다. 또한 북한의 잘못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당연하지만, 사실판단을 흐릴 수 있는 편견섞인 보도를 삼가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이념, 편견에 근거한 보도는 ‘왜곡보도’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판단은 국민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70년이 넘는 분단의 역사를 통해 그 어느 나라 국민보다 성숙된 안보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교육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