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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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스마트폰 중독, 스몸비... 통신사·제조사 책임 다해야"-안호림 교수 3/17(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3-21 23:16  | 조회 : 7527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3월 17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제 완연한 봄기운이 도네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불과 두어 주 전에는 언제나 추위가 끝날까 궁금해 했었는데 , 이번 주는 봄이라는 느낌이 절로 드는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네요.

아나운서: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안호림: 지난 3월 7일 서울시의회는 보행 중에 스마트폰 사용에 주의를 당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관련된 상위법이 없기 때문에 조례가 통과되었다고 해서 벌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강제로 따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지나친 사용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오늘은 최근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말씀 나눠보려고 합니다.

아나운서: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은 각종 매체에서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담배, 마약 같은 약물이나 도박 같은 사행성 행동에 적용되는 말이지 않습니까? ‘스마트폰 중독’이 적절한 표현인가요?

안호림: 아직 스마트폰 중독, 인터넷 중독, 또는 게임 중독과 같은 현상은 공식적으로 ‘질환’으로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우리가 흔히 ‘중독’이라고 표현하는 과다사용(과다복용)에 대해 ‘과의존증후군(dependence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약물 과다사용의 경우 11가지의 요소를 가지고 정의하는데, 이중 많은 것이 스마트폰에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자면, 애초 의도한 것보다 많은 양, 또는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 위험한 상황(physically hazardous)에서 사용하는 것, 정신적으로, 또는 신체적인 부작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하는 것, 그리고 금단 증상 등입니다. 중독 대신 과의존증후군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는 어느 선에 도달하면 ‘중독이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 곤란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도 차이인 것이죠. 두 표현이 같이 쓰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화진흥원의 경우에도 두 가지 표현을 다 같이 쓰고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스마트폰 자체에 중독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메신저, SNS, 뉴스, 게임 등의 콘텐츠에 중독되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청취자분들이 더 익숙한 용어인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기로 하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중독이거나 중독 위험성을 가지고 있나요?

안호림: 조사에 따라서 결과가 조금씩 다릅니다. 스마트폰 중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 같습니다. 민경복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연구팀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자가 전체 응답자의 36.5%에 달합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는 가장 체계적이고 공신력 있는 조사 중 하납니다. 정보화 진흥원 실태조사는 2017년의 경우에는 총 1만 가구, 29,712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입니다. 이러한 조사는 응답자수가 많을수록 결과가 정확해집니다. 여기에서는 현저성, 조절실패, 문제적 결과의 3가지 요인 모두에서 높은 점수가 나오면 고위험군, 즉 일반적으로 중독이라고 보는 파악하는 수준으로 판정합니다. 반면 1개나 2개 요인에서만 높은 점수가 나오면 중독 위험성이 높은 잠재적위험사용자군으로 분류합니다. 2017년의 경우 전체 조사대상자 중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는 2.7%입니다. 결국 ‘중독’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이들은 전체의 2.7%입니다. 비율이 낮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사람 수로 환산하면 약 150만 명에 달합니다. 이에 비해서 한국내 약물중독자는 인구의 2% 정도 수준인 약 10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아나운서: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150만 명이라고 생각하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이기도 합니다. 중독자는 증가하고 있나요? 아니면 감소추세인가요?

안호림: 안타깝게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14년 첫 조사 때에는 과의존위험군은 14.2%였고, 이중 고위험군은 2% 였습니다. 그러나 매년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여서 2017년에는 과의존위험군은 18.6%, 고위험군은 2.7%까지 증가했습니다. 그나마 반가운 사실은 가장 우려가 되는 청소년층의 경우 2016년부터 다소 줄어들거나 최소한 늘어나지는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청소년층은 여전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위험군의 비율이 30%를 넘겨 월등히 높습니다.

아나운서: 요즘은 어린아이들까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모습도 요즘은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연령층의 경향은 어떤가요?
안호림: 유년층에서는 중독위험성을 가진 아이들의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세살에서 아홉 살까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중독을 조사한 첫 해인 2015년에는 과의존위험군의 비율이 12.4%였는데, 2017년에는 19.1%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60대 이상에서도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을 나타났습니다.

아나운서: 스마트폰 중독에 취약한 계층이 따로 있을 것 같은데요?

안호림: 연령대로 보면 10대가 위험성이 가장 높고, 20대, 30대 순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경향은 몇 년 동안의 조사에서 꾸준히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여성, 청소년이 중독위험성이 더 높고, 학생, 무직자에서 과의존위험군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한 부모 가정, 맞벌이가정의 자녀들의 위험성이 더 높게 나타나 부모님들의 관심이 스마트폰 중독을 막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청소년에 대해서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인터넷, 게임 중독도 크게 우려되고 있습니다.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하던데요.

안호림: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는 부모에게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상담 사례에서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는 2016년 고양시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져 사회를 놀라게 한 적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스마트 폰 게임을 그만하라’고 한 말에 흥분한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하는데, 이를 목격한 동생이 형을 말리다 말을 듣지 않자 결국 흉기로 찔러 사망까지 이르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아나운서: 스마트폰 중독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안호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네 가지 요소로 스마트폰 중독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내성입니다. 스마트폰을 점점 더 많은 시간 동안 사용하게 되어 나중에는 많이 사용해도 만족감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마약 중독에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두 번째는 금단 현상인데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함을 느낍니다. 셋째는 일상생활장애로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 결과 학교성적이 나빠지고 업무 능률이 떨어지는 증상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상세계지향성으로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관계를 맺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보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쉼센터’에 가시면 과의존 정도, 중독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기점검 테스트가 있습니다. 본인이나 자녀가 스마트폰 중독인지 의심되면 한 번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아나운서: 중독 자체도 문제지만 중독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부작용들이 문제인 것 아니겠습니까? 앞에서 말씀하신 것 외에 어떠한 부작용들이 있을까요?

안호림: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만을 얘기하자면 신체적인 증상과 정신적인 증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시력저하, 거북목, 손목터널증후군, 신경장애, 치매 등이 대표적입니다. 거북목이나 손목터널증후군은 컴퓨터, 인터넷 과다사용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정신적으로는 수면장애, 우울, 불안, 대인예민성 증가 같은 문제점들이 보고됐습니다. 직접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기회가 줄어들어서 생기는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지장을 경험하거나 업무 방해와 같은 문제들이 지적됩니다.

아나운서: 눈에 뜨이는 증상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눈에 안 보이는 부작용도 밝혀진 것이 있나 보죠?

안호림: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과다 이용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표정변화를 탐지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일반인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합니다. 즉,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해서 사회생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7년 12월에는 고려대 의대 안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스마트폰 중독인 청소년들의 뇌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인 청소년들의 경우 졸음과 불안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과다 분비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서 충동 성향이 높아지고 심할 경우 우울증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다행인 것은 중독 증세가 치료되면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요즘 인터넷 게시판이나 유튜브, 심지어 뉴스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넘어지거나, 추락하거나 하는 사건들이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마트폰 중독인 사람들이 이런 사고도 더 자주 당하나요?

안호림: 요즘 이른바 ‘스몸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스몸비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걸을 때도 스마트폰을 계속 보고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휴대전화로 인한 보행 중 사고가 1.94배 증가했습니다. 보행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거리가 크게 줄어들지요. 10대의 경우 33.3%, 50대는 무려 80%가 감소해서 사고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위험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데요.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의 공동연구에서도 스마트폰 중독자들이 안전사고를 당할 확률이 2배 정도 높다고 나왔습니다. 외국에서는 스마트폰, 이동전화 사용 때문에 사고가 자주 발생해서 아예 보행 중에는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길을 건너는 도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보행자에게 99불, 한국 돈으로 약 11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시에서도 작년 말 유사한 법안이 제안된 바 있습니다.

아나운서: 스마트폰 보급률은 80%에 달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매체가 되어서 스마트폰을 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중독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안호림: 스마트폰 중독 현상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볼 건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기술 중독 현상은 이전에도 계속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다는 것입니다. TV중독현상은 많은 미디어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새롭지 않다고 해서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중독 정도가 심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도 하는데, 중독은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사용자 여러분들이 스마트폰을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사용하고,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동전화 이용자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110번 휴대폰을 확인하고, 56%가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 없는 습관적 사용을 자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성인에 비해 자기 통제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부모님들이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만약 중독으로 인한 문제가 있다면 부끄러워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중독은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서울시 조례와 같이 정부가 규제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마트폰 관련 기업들도 중독 방지를 위한 연구를 지원하고, 중독을 막기 위한 앱, 중독 방지를 위한 전용 스마트폰 등을 개발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데만 열중하지 말고, 스마트폰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적극성을 보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이 ICT기술로서 세계를 선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건전하고 성숙한 ICT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길 바랍니다.

아나운서: 인천대 안호림 교수였습니다.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호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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