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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집단심리가 집단광기로...일종의 사회적 살인”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3-20 09:43  | 조회 : 3030 
YTN라디오(FM 94.5)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8년 3월 20일 (화요일) 
□ 출연자 : 이나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악플,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상황과 다르지 않아
-편향된 시선, 아집, 허위사실에 대한 글 역시 악플 유발요인
-평소 쌓인 분노 표출용으로 악플 쓰기도
-악플은 일종의 사회적 살인
-김보름 사태, 집단심리가 집단광기로
-댓글 조종 가능한 숨은 리더들, 마음만 먹으면 죄 없는 사람 죄인으로
-공인, 사인 구별 없어진 시대...악플 대상 점점 확대
-비판강박증 사회, 비판 수용할 줄 아는 훈련 필요


◇ 백병규 앵커(이하 백병규): 갈수록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댓글의 영향력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중 타인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과 욕설 등 ‘악플’의 수위가 도를 넘어서면서 피해 당사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악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나미 교수, 전화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나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이나미): 안녕하세요.

◇ 백병규: 선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요. 오늘은 악플 이야기하겠습니다. 선플과 악플, 인간 심성의 양면일까요?

◆ 이나미: 그럼요. 모든 사람들한테 악한 심성이 있습니다. 없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댓글도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폭력적인 상황과 실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죠. 

◇ 백병규: 사실관계를 떠나서 욕하고 비난하려 드는 욕구.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의 본성의 한 측면이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 이나미: 그렇게 볼 수도 있고요. 그런데 한 가지는 또 악플을 부르는 글들이 있습니다. 

◇ 백병규: 그렇죠. 유발요인이 있다는 거죠?

◆ 이나미: 그렇죠. 저희 교육제도가 오지선다형 이런 식으로 고르게 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제대로 된 작문을 못하는 경우가 많고요, 우선. 그다음에 한쪽으로 편향된 시선이 있다든가 자기만의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든가, 또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허위사실을 이야기한다든가 할 경우에는 댓글이라도 써서 이걸 바로잡아야 하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생기죠.

◇ 백병규: 그러니까 교육의 문제도 있고, 인간 본성의 문제도 있고. 또 잘못된 정보들이 유통된다거나 이러면서 이런 댓글을 유발하는 측면도 있다. 사회적인 측면도 있다, 이렇게 봐야겠네요?

◆ 이나미: 그렇죠. 그리고 독해력이 지금 많이들 떨어져있어요. 책을 거의 안 읽잖아요. 그래서 댓글들을 보면 핵심 논지를 파악을 못하고 엉뚱한 데 공격을 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니까 그런 논리적인 걸 떠나서 사실 댓글을 보면 본인들이 갖고 있는 성격적인 문제들이 다 드러나거든요. 그러니까 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 굉장히 자기애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무조건 다른 사람들을 깎아내려야 하는 사람, 또 탈진증후군 이렇게 되면 냉소적으로 변하기도 해요. 본인이 지치고 불행하면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어야 덜 불행해지잖아요. 그러니까 주로 불행한 사람들이 악성댓글들을 쓰죠. 굉장히 분노가 오랫동안 쌓여있던 사람은 그렇게라도 풀어야 사실은 바깥에서 행동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

◇ 백병규: 사회적인 문제가 쟁점이 됐을 때 댓글들, 특히 악플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어떤 현상에 대해서, 어떤 사실에 대해서 얼마든지 반대의견 혹은 비판적인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이게 너무 심하다 보니까 당사자한테 비판을 넘어서서 정말 치명적인 가해행위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최근 대표적인 사례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 김보름 선수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 이나미: 스포츠선수나 연예인들, 정치인들 이런 사람들은 공인이죠, 일종의. 그래서 그런 공격의 대상이 되기 좋죠. 그런데 당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사회적 살인이 되는 경우가 있죠. 요즘 미투운동도 하고 그러는데 제가 인권센터도 하지만 가해자를 처벌할 때는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먼저 따지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하잖아요, 모든 일에 있어서. 그런데 일단 사회적으로 공표가 되면 사실관계를 다투는 일조차 공격을 받거나 비난을 받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본래 가지고 있던, 물론 잘못한 점도 있겠지만 그게 침소봉대가 돼서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되고, 그 가족들도 고통 받기도 하고. 김보름 선수 같은 경우도 태도, 젊은 사람이니까 모든 사람들한테 다 사랑받을 만한 태도를 보여야 할 정도로, 스포츠선수가 거기 무슨 HR도 아니고, 홍보도 아니고요. 그렇게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그 사람이 한 것에 대해서 아주 증폭이 되는 거죠. 그게 집단심리는 때로는 집단지성으로 갈 수도 있지만 집단광기로도 갈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오피니언 리더들의 역할이 또 중요해요. 칼럼을 쓰거나 하는 리더들뿐 아니라 아주 유명한 블로거들이 또 있습니다. 댓글을 조종할 수 있는 숨은 리더들이 있거든요. 그 리더들이 마음을 잘못 먹으면 한두 사람 정도는 그냥 죄 없는 사람을 죄인을 만들기도 하고 그래요. 그것을 실은 제도적으로라도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든가 하면, 그래서 사회적으로 어떤 공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검찰이나 경찰이 인지를 해서 처벌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할 시점에 오지 않았나, 이런 제 개인적인 의견이에요, 그것은.

◇ 백병규: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악플 대상도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제는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집중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만,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인도 공격 대상에서 결코 예외가 아닌 것 같아요.

◆ 이나미: 그렇죠. 인스타그램이라든지 페이스북이라든지 이런 걸로 해서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자기를 표현하고 과시할 수 있기 때문에요. 사실은 공인이니 사인이니 이런 구별이 없어지는 시대죠. 그래서 자기표현의 권리만큼이나 책임이 있는 거거든요. 지금까지는 너무 자기표현의 권리만 조금 더 강조되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우리가 군사독재에 있었고 민주사회에 있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일종의 반동 같이 책임 없는 자기표현이 좀 더 많지 않았나, 최근 몇 년 간. 이제부터는 조금 균형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 백병규: 그 문제가 항상 어려운 쟁점인 것 같아요. 악플 문제를 위해서 ‘폐지된 인터넷 댓글 실명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 이런 의견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실명제를 도입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위축시킬 수 있다. 그래서 안 된다’ 이런 게 항상 맞서지 않습니까.

◆ 이나미: 그렇죠. 외국의 댓글들을 저도 가끔 보는데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덜 비판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본단 말이에요, 선진국 후진국을 떠나서. 그게 우리나라만의 어떤 특징이 있을 거라고요. 일단 탈진증후군들이 많아서 냉소적으로 되고 일단 비판해야 하고, 그런 부분도 좀 있거든요. 그러니까 본인들이 부정적인 항상 비판, 평가를 받아와서 그런 결과가 된 거죠. 그래서 실명제를 해서 처벌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하잖아요. 예방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누적이 되고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서 그거 하면 뭐하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런 쪽을 좀 더 강조해야 하고. 실명제는, 그건 제가 법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컨센서스가 있는 다음에 그걸 실행해야 할 것 같아요.

◇ 백병규: 어찌 보면 이런 비판 강박증에 사로잡힌 사회에서 커온 사람들이 결국 또 이런 악플을 다는 게 아니냐, 이런 지적이신 것 같은데. 요즘 이렇다고 해요.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기사를 읽기 전에 댓글 먼저 본다고 해요. 그래서 이 기사를 볼 건가, 말 건가. 이 정보를 볼 건가, 말 건가. 이 기준을 어떤 댓글들이 달리느냐, 이걸 먼저 보고 판단한다고 하는데, 이런 현상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 이나미: 비판정신, 판단능력 이런 걸 키워주지 않은 교육 탓이죠. 그러니까 일단 중고등학교 때 철학이라는 과목 자체를 이명박 정부 때 없앴단 말이에요, 많이. 그게 아주 치명적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철학이나 윤리를 가르쳐서 생각할 수 있는 훈련이 어렸을 때부터 돼야 하거든요.

◇ 백병규: 대학입시에서 논술교육 더 강화되지 않았나요?

◆ 이나미: 일단 수능이 오지선다형으로 되어 있고요. 그다음에 논술이라는 것은 입시에 맞춰서 하는 그런 거고, 판단력이나 비판정신은 광범위한 독서, 토론. 교육에 있어서 깎아내리는 그런 교육이 아니라 칭찬하는 교육. 그리고 본인의 특별한 생각들을 존중받는 그런 분위기. 이런 게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거든요. 그런 것을 디테일하고 도대체 우리 교육에서, 또 우리 문화에서 뭐 때문에 이렇게 악성댓글들이 많냐는 것을 분석한 다음에 ip 추적하고 이런 걸 해도 늦지 않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백병규: 이나미 교수께서는 그러니까 악플 문제에 접근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학교와 교육이다. 이렇게 정리해도 좋을까요?

◆ 이나미: 그렇죠. 사회에서도 교육을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이라도 언론도 비판정신을 키울 수 있는 그런 글들도 좀 쓰고, 또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아이들한테 광범위한 독서도 시키고, 또 부모들을 비판할 때 어떻게 비판하는지도 가르치고요. 무조건 ‘조용히 해, 시끄러워, 네가 알면’ 이런 식의 말이 아니라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굳이 젊은 사람들이 댓글로 가서 그 분노를 풀지 않아도 되겠죠.

◇ 백병규: 사실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 이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런 얘기겠군요.

◆ 이나미: 그렇죠. 성숙하지 않으면 비판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자기 자존감들이 높으면 다른 사람들이 비판을 해도 끄덕 안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비판에서 아주 반응할 수 있죠.

◇ 백병규: 비판에 대해서 겸허해야 한다, 잘 수용해야 한다, 이게 말은 쉽지만 실제 행동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이나미: 네, 그렇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그게 훈련이 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 백병규: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나미: 감사합니다.

◇ 백병규: 지금까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나미 교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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