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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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죽음에 대한 고찰” -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3-15 13:46  | 조회 : 4486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3월 15일 (목요일) 
□ 출연자 :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죽음에 대한 고찰” -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지독한 하루> 저자)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하루하루, 또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이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어쩌면 죽음에 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애청자 여러분은 죽음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또 어떤 죽음을 생각하고,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조부모님, 또 부모님의 죽음, 친구·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나아가서는 나의 죽음까지도 정말 살면서 수많은 죽음을 접하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우리는 과연 죽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이 시간에, 하루에도 정말 수많은 죽음과 다양한 죽음을 접하는 분을 모셨습니다. 바로 <지독한 하루>라는 책의 저자이면서, 이대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남궁인 선생과 함께 죽음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선생님과 인사 나누도록 하지요. 안녕하세요. 

◆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이하 남궁인): 안녕하세요. 남궁인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명숙: 반갑습니다. 그리고 저를 너무 깜짝 놀라게 하셨습니다.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였어요. 왜냐하면 스튜디오에 들어오시는데 저는 무슨 인턴 사원이 들어오나, 이랬어요. 너무 어려 보이셔서.

◆ 남궁인: 좀 어리게 보시더라고요.

◇ 김명숙: 그런데 물론 젊으시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 보이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환자들이 그래도 좋아할 것 같아요.

◆ 남궁인: 네. 그래도 명찰에는 교수라고 써 있으니까 그냥 그래도 교수님 이렇게 부르는데, 젊은 친구가 왔네, 이런 식으로 볼 때도 있으세요.

◇ 김명숙: 일단 그래서 마음이 편하고 밝은 느낌이 먼저 전해질 것 같거든요, 선생님 보면.

◆ 남궁인: 그렇게 전해진다면야 저는 직업적으로 감사하죠.

◇ 김명숙: 특히 응급실에서는 그런 게 더 필요할 것 같거든요. 응급의학과 전문의라는 말이 사실 용어 자체가 낯설긴 해요. 응급실 하면 그냥 당직 의사선생님 이렇게 생각을 했거든요. 

◆ 남궁인: 예.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우리나라에 배출된 지 30년이 채 안 됐어요. 29년 됐어요. 그래서 99년에 첫 전문의가 배출됐는데, 그전에는 그냥 응급실에 당직 의사가 응급실에 오는 환자를 봤다면, 지금은 응급상황만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그러니까 응급의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한 사람들이 응급실에서 응급실 환자들을 대처하는 그런 게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거죠.

◇ 김명숙: 시스템이 완전히 바뀐 거네요. 응급실이라고 하면 정말 웃음이란 것은 떠올릴 수 없고 24시간 내내 긴장의 연속인 곳이잖아요. 대부분 아주 심각하고 또 위중하고 급박한 환자들이 많을 텐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생각뿐만 아니라 사실 힘들죠. 그런데 그 힘들고 어려운 응급의학과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남궁인: 그런데 응급실도 사람 사는 데라서 완전히 엄숙하고 진지하고 이런 일만 있지는 않고 저희끼리는 또 웃을 일도 있고 희로애락이 있는 곳이긴 해요. 그런데 제가 어쨌든 인턴을 1년 대학병원에서 마치고 4년간 어떤 과를 수련 받을지 정하게 되는데, 거기서 저는 인턴 때 응급실을 돌았을 때가 인상이 강렬하고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그러니까 어떤 환자가 어떻게 올지 모르는데 정말 다양한 의학의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아프고 불편함을 호소해주는데, 그걸 학문화시켜서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서 찾아올 때 그것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사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 내가 밤새서 여길 지켜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처럼 도움을 주는, 해결해주는. 가령 그냥 배 아파요, 머리 아파요 이런 것도 있지만, 코에 뭐가 들어갔어요, 귀에 뭐가 들어갔어요 이런 것도 빼주고, 이렇게 해결해주는 것들이 좋았고요. 그다음에 제가 또 죽음에 관해서 상당히 늘 궁금해하고 생각해보고 이런 편이었어요. 그런데 의대생 시절에도 의사가 돼서 어떤 과를 정할까, 어떤 과를 할까 하다가 죽음을 다루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 김명숙: 언제부터, 왜 그랬을까요?

◆ 남궁인: 그냥 죽음이란 데에, 저는 문학 쪽에도 관심이 많았고 여러 다양한 분야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사람의 죽음이란 게 무엇인가, 이런 걸 다양한 글이라든지 생각을 해보던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의사는 결국 죽음을 다루는 분야잖아요. 그중에서도 피부과라든지 이런 데는 죽음을 전혀 안 보는 과들도 있어요, 영상의학과라든지. 그런데 응급의학과는 정말 현장에서 죽음을 보는 과였는데, 그런 것도 저한테는 매력적이었어요. 과학자로서도 죽음을 좀 공부하고, 실제로 그 현장에서 받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 김명숙: 말씀을 듣다 보니까 문학 쪽에도 관심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감성이 풍부한 의사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사선생님 하면 굉장히 딱딱하고 권위적이고 무섭고,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느낌인데, 우리 남궁인 선생님은 감성이 풍부하신 느낌이 확 와 닿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환자들에게 굉장히 좋게 다가갈 것 같아요.

◆ 남궁인: 여유를 가지고 따뜻하게 대해드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렇다고 너무 권위 없이, 어쨌든 이 사람한테는 큰 불행일 텐데 그것도 너무 공감하는 듯하거나 아니면 너무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그런 것도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일정 부분 선으로 약간 엄숙함을 지키면서도 그 사이에 따뜻한 말이라든지 이런 것을 하면서 환자분들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김명숙: 그래서 그런지 글도 너무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저희가 오늘 사실 응급의학과 전문의여서 모신 것도 이유가 있지만, <지독한 하루>라는 책, 엄청 인기 많았다 하잖아요. 그리고 <만약은 없다>라는 책, 둘 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 맞죠?

◆ 남궁인: 네. <만약은 없다>가 14쇄 찍었고요. <지독한 하루>가 지금 7쇄 이제 넘었고요. 그래서 합쳐서 21쇄 찍었습니다.

◇ 김명숙: 14쇄, 엄청나네요. 왜 이렇게 재능이 많으세요. 의사 되기도 힘든데 글까지 잘 쓰시면 어떡하라고, 다른 사람들은.

◆ 남궁인: 잘 써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감사합니다.

◇ 김명숙: 왜냐면 사람들이 읽고 공감하고 그랬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잘 쓴 글이죠. 우리 담당PD도 <지독한 하루>라는 책을 읽었는데, 읽으면서 정말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희한한 건 힘들지만 힘들다고 해서 놓게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서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까 아마 응급실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정말 너무나도 자세하게, 그리고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중요한 건 가슴으로 쓰셨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거든요. 왜 이런 것들을 글로 남겨야겠다, 하셨나요?

◆ 남궁인: 일단 제가 학교 다닐 때, 학생 때 병원 실습을 가게 되거든요. 그래서 말하자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는 대학병원이라는 공간에 그때 가본 거예요, 실습생으로, 환자도 보호자도 아니라. 그래서 가봤는데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사람들이 정말 저렇게 사람의 살을 째고 배를 가르고 이런 식으로 환자를 만지고 있구나. 그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장면이 충격이잖아요. 그런데 그 실습생이었던 시간이 십몇 년이 지났어요. 그래서 이제는 무뎌져서 그런 걸 보는 것들이 너무 당연하고요. 그런데 그런 충격을 받았던 순간도 잊지 않는 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 충격을 받았던 순간처럼, 어쨌든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거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병원에서 고통받고 상처들을 누군가는 꿰매고 있고, 배를 갈라서 누군가 장기를 만지고 있고. 그런데 이것들을 사람들은 그냥 병원에 오지 않으면 몰라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이런 장면들이 있다고 뭔가 알려주고 싶었어요. 좀 더 문학의 언어를 빌려서 사실적으로 감정을 담아서, 다소 적나라할지라도 사람들이 실제로 받고 있는 고통, 제가 처음 받았던 충격같이, 그런 것들을 적나라하게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이런 공간이 있다.

◇ 김명숙: 그러면서 그런 걸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응급실 하면 그런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갑작스레 찾아오는 고통, 아픔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또 제가 앞서 오프닝에도 나이 들어가면서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저희 프로그램의 주 청취 층이, 물론 다양한 연령 가운데 50+ 그때쯤 애청자분들이 참 많이 계시거든요. 그런데 이 나이쯤 되면 정말 죽음에 대해서 자주, 또 곰곰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우리 남궁인 선생님은 나이는 그 나이는 아니지만 매일 수많은 삶과 죽음을 경험하시잖아요. 그래서 어쩌면 죽음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내린 게 있을 것 같아요.

◆ 남궁인: 저는 아직 죽음을, 죽음에 관해서는 과학적인 전문가라고는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뭔가 사회적인 죽음이라든지 이런 걸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 나이긴 해요, 36살이니까. 그런데 하여간 정의할 수가 알면 알수록 없는 것 같아요. 과학자로서의 죽음은 상당히 공평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의학에서 정해놓은 코스, 의학에서 정해놓은 이 병이 있고 이렇게 상태가 악화하면 이 사람은 죽을 확률이 높고 결국 죽어간다. 이 법칙에, 의학의 법칙에 있어서는 누구도 벗어나지 못해요. 그러니까 죽음은 과학자로서는 평등한데, 실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사고로 죽고, 누군가는 갑자기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고, 누군가는 생을 다 보내고 다 살고 돌아가시고. 그러니까 실은 과학자로서의 입장은 죽음이란 건 평등하지만, 작가라든지 인문학자라든지 아니면 그냥 일반인의 입장으로선 죽음은 그렇게 평등하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거거든요.

◇ 김명숙: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 남궁인: 다들 그런 거죠. 그래서 평등하면서도 평등하지 않은 그런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명숙: 평등하면서도 평등하지 않은 게 죽음이다. 오늘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에서는 <지독한 하루>라는 책, 그리고 <만약은 없다>라는 책의 저자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선생님 생각에는 우리가 평소에 죽음이 어떠한 경우에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해놓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분명히?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남궁인: 네, 그렇죠. 반은 제가 어제 아침에 저희 병원 회의가 있었는데 한 달에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 우리 응급실에서 몇 명 죽었고 이런 것들을 계속 계산해서 발표해요. 그런데 저번 달에만 37명 돌아가셨더라고요. 그런 정도의 공간인데 제가 봤을 때에는 반은 준비된, 뭔가 다 살았다, 이런 느낌의 죽음이 있고, 갑작스럽다, 이런 죽음이 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이것들을 다 완벽히 준비하거나 그런 건 현실적으로 어렵겠죠. 준비될 수 있는 죽음도 있고 아닌 죽음도 있고. 그런데 다만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게 가장 죽음의 방법 중에서도 더 뭔가 마음을 울리면서도 저런 인생이 좋은 인생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정말 그냥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이 있어요, 급작스럽지만. 그냥 보호자한테 연락해도 걔 죽었냐고, 찾아와보지도 않고 그런 경우도 많은데, 온 가족들이 죽음을 다 잘 받아들이면서도 사랑했다고 얘기해주고 잘 보내는 그런 죽음들이, 정말 그런 죽음이면 준비된 죽음이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명숙: 지금 문자가 참 많이 오고 있어요. 선생님 말씀 들으면서 많은 분들이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나 봐요. 6655님께서 ‘선생님, 마인드가 너무 좋으세요’ 하셨고요. 그리고 3193님, ‘인터넷에 응급실 의사 인터뷰 중 ’응급실을 한마디로 하자면?‘ 이라는 질문과 동시에 응급환자 왔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달려가는 모습이 있는 사진이 있는데요. 선생님께 응급실이란 무엇인가요?’

◆ 남궁인: 저는 그런데 응급실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게 있어요. 저는 실은 거의 10년 차거든요, 응급실에서 있었던지. 그래서 응급실에 북적거리고 누군가는 아파하고 이 시스템 자체가 저한테 너무 적응이 돼서 저는 이제 마음도 약간 겸허한 자세로, 제가 거기 돌아다니는 모든 사람을 다 책임지고 봐야 하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면 직업적으로 편한 느낌을 받는 곳이에요, 저한테는. 그런데 응급실이 무엇이라고 생각할 때 달려가는 저도 그걸 봤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조금 누군가 큰소리만 내도 모든 사람이 다 뛰어가요, 그쪽으로. 그리고 전화 와서 60대 CPR 옵니다, 이러면 사람들이 드라마처럼 탄식하면서 다 몰려가는, 뛰어서 방에 들어가는 거 있죠. 그런 공간이기도 해요. 실제로 매일 겪고 있고, 제가 이제 4시간 후에 출근해서 내일 아침까지 계속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낼 곳이기도 합니다.

◇ 김명숙: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환자들을 대하고 그러는 곳이긴 하지만, 간혹가다 또 환자 가족들과의 마찰, 싸움도 많이 벌어지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럴 때 매우 속상하실 것 같아요.

◆ 남궁인: 워낙 급박한 순간이라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있는데 솔직히 무섭기도 해요. 그리고 그런 분들은 이미 화를 낼 준비를 하고, 그래서 이미 화가 많이 난 상태로 이야기하시는 분들이라서 상처도 많이 받고요. 그래도 요즘은 좀 덜한 것 같아요. 옛날에 저 레지던트 할 때 10년 전에는 정말 멱살도 많이 잡히고, 저 친한 선배는 의자도 맞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시는 분은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고요.

◇ 김명숙: 저희도 뉴스에서 가끔 보잖아요. 그래도 간혹가다 마음의 상처를 받을 경우도 많이 있으실 것 같아요.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세요?

◆ 남궁인: 그냥 어쩔 수 없어요. 마음으로 달래고 현실적으로는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그러죠. 그저께 저를 되게 무섭게 쳐다본 환자분이 계셨는데 그게 제가 아직도 지금 생각이 나요. 그분도 자살시도자셨는데.

◇ 김명숙: 자살, 저희가 그 얘기는 잠시 후에 또 나눠볼게요. 일단 문자가 많이 와서 문자 먼저 소개하고요. 1757님,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고 부모의 죽음에 대해 마음 아파 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건가요?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까요?’

◆ 남궁인: 일단 지극히 정상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구나 다 어린 시절에 죽음이란 게, 정말 어릴 때는 죽음이란 걸 모르다가 죽음이란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되게 두려워지거든요, 그것에 대해서. 너무 아플 것 같다, 자기가 좀만 고통을 받아도 아픈데 죽으면 얼마나 아플까, 이런 생각부터 시작해서 존재가 사라지는 그런 것에 대해서도 가치관에 혼란이 올 수 있고. 그래서 죽음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성장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는 부모님들이 잘 현명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보다는 아이들을 봐서.

◇ 김명숙: 상황과 아이의 연령대에 따라서 이해할 수 있게끔, 또 편안하게, 너무 죽음을 무섭거나 두려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 남궁인: 그게 아이한테 약간 이를 수도 있으니까 아이 성격이라든지 이런 데에 맞춰서 잘 말씀해주시면 커가면서 잘 깨우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명숙: 그런 걸 생각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 남궁인: 물론이죠.

◇ 김명숙: 0808님, ‘죽음 생각하면 먼저 공포나 두려움이 생각나 생각하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TV에서 관 안에 들어가서 죽음연습을 하는 걸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셨네요.

◆ 남궁인: 그렇죠. 정말 죽음의 현장은 그래도 잔혹하고 그럴 수도 있지만, 결국 아름다운 죽음도 분명히 있고 준비된 죽음, 보호자들 가족들이 정말 마음의 준비를 다 하고 본인도 다 해서 평온하게 돌아가시는 죽음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이런 것이 결국 최대한 존엄하고 지향해야 할 그런 죽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명숙: 아름다운 죽음은 어쩌면 결국 아름답게 살아가는 삶의 연장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 남궁인: 네. 그건 정말 그렇죠. 죽음이라는 게 그냥 삶이 이어지다가 딱 어느 순간 죽음이 오는 거니까 그 삶이 아름다웠으면 보통 죽음도 다들 아름다우세요.

◇ 김명숙: 그래서 우리가 지금 살아있는 오늘 지금 이 순간 열심히 잘 아름답게 행복하게 지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 9784님, ‘남궁인 선생님, 책 정말 힘들어하며 감명 깊게 읽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목소리하고는 좀 달라서 놀랐지만, 방송에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셨네요.

◆ 남궁인: 감사하고 또 반갑습니다. 제 목소리가 좀 어린 목소리라, 톤이 높아서. 

◇ 김명숙: 별로 안 높으세요. 그런데 책도 잘 쓰시고 분위기가 작년인가요, 저희 프로그램에 수요일에 늘 함께하셔서 시를 읽어주시고 시 이야기를 함께 나눠주셨던 박준 시인이 있어요. 너무 비슷하세요, 이미지가.

◆ 남궁인: 그런 이야기를 좀 들었어요. 실제로 좀 아는, 말하자면 친구인데,

◇ 김명숙: 실제로도 친한 친구분이세요?

◆ 남궁인: 네. 행사라든지 작가 모임 이런 데서 가면 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제주도에서도 2박 3일 같이 술을 마시고 했거든요.

◇ 김명숙: 박준 시인도 정말 나이보다 어려 보이거든요. 그런 분들끼리만 만나나, 남자분들도 자기네들끼리만?

◆ 남궁인: 거기도 어려보이죠. 둘 다 말하는 게 조근조근 하잖아요. 그래서 둘이 밤새 얘기하고, 친구예요.

◇ 김명숙: 편안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에요. 어쩐지, 제가 아까부터 너무 비슷하다, 그랬는데 두 분이 친분이 있으시네요. 저희 YTN 라디오에서는 그런 멋진 분들만 함께 인터뷰하는 것 같아요. <당신의 전성기, 오늘>입니다, 여러분. 그리고 5650님, ‘마음이 숙연해지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저를 돌아보는 순간이네요. 감사합니다’ 하셨어요.

◆ 남궁인: 감사합니다. 저도 오늘 응급실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김명숙: 말씀하시는 것마다 이렇게 따뜻함이 전해지시죠. 이렇게 의사선생님들이 다들 좋으시지만 따뜻하고 편안하면 환자들이 더 편안하게 다가서고, 그게 심리적으로 더 힐링이 될 것 같아요. 결국 몸의 쾌유도 빠를 것 같고요. 그런 느낌이 드네요. 우리 남궁인 선생님과 저희 지금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아마 YTN 라디오 애청자분들은 금방 알아보셨을 것 같아요. 요즘 남궁인 선생님 목소리로 방송되고 있는 YTN 라디오의 자살예방 캠페인, 아마 들어보셨을 거예요. 어떻게 이 캠페인에 함께하시게 됐는지 사실 저도 궁금하거든요.

◆ 남궁인: 중앙일보 쪽에서 자살예방 캠페인을 같이하면서 자살예방 캠페인에서 저한테 글을 부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살예방에 관한 글이라면 정말 뻔하거든요. 자살자가 몇 명이고 그래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런 글들이 실은 별로 안 읽히면서 와 닿지 않는. 그래서 저한테 정말 응급실에서 자살 시도자의 실상을 적어 달라고, 그런 식으로 기사 청탁이 왔어요. 그런데 저도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거든요.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은 어쨌든 자기 몸 자체를 그리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음독을 한다든지 자기 몸을 자해한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자살을 시도하시는데, 그것들이 너무 고통스럽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할뿐더러 저는 늘 생명을 살려야 하는 그런 입장으로 거기 응급실에 서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프고 찢어지고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 김명숙: 자살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자살에 예를 들어 실패한다고 하나요. 그런 표현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더 고통스럽게 현실적으로 남는 경우도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 남궁인: 물론 많이 봤죠. 그래서 그런 사례 중에 제가 기억에 남았던 사례들 약간 각색해서 중앙일보 기사에 실었는데, 그게 포털 메인에 뜨면서 약간 이슈가 돼서 그런 자살예방 캠페인도 같이하게 되었어요.

◇ 김명숙: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귀한 일을 하는 직업이시잖아요. 그렇지만 가끔씩 사람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인간의 무기력함도 느끼실 때가 있을 것 같고, 한계도 느낄 때가 있을 것 같아요.

◆ 남궁인: 네, 그렇죠. 결국 이게 사람이 사람을 살려내고, 그런데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결국 이게 의학적인 지식이라든지 제가 가진 모든 환경이라든지, 이 응급실에서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이 사람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다 계산해서 효율적으로 이 환자한테 다 해도, 해도 뭔가 결국 죽고 나면 그게 내가 잘못한 건 없나, 내가 거기서 그 선택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결국 죽음이란 것은 최악이거든요. 그것보다 더 최악이 없으니까 계속 자책하게 되고, 또 책임도 어떤 책임을 져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늘 한계가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어쨌든 마음 쓰는 것은 벗어나지 못하고, 그런 일들이 많이 있죠.

◇ 김명숙: 그런 생각들이 많으셔서 그런지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가운데 계속 글을 쓰시잖아요. 글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시간적으로도. 앞으로도 계속 쓰실 생각이세요? 

◆ 남궁인: 네. 아침에 딱 일어났을 때 오늘은 출근하는 날이면 오늘은 의사다, 나는. 의사로 내가 오늘 일어났구나, 이런 생각이 들고. 또 퇴근해서 자고 일어나면 이제 내가 작가로 눈 떴구나. 그러면 그때부터 글을 적거나 책을 보고, 이런 식으로 뭔가 환자를 보지 않는 시간에는 거의 글을 쓰고 있어요.

◇ 김명숙: 선생님의 책을 보고서 환자들 가운데서도 새로운, ‘더 잘 살아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 남궁인: 네. 항상 제가 어쨌든 작가도 사회적인 책임이 있는 직업이고 의사도 당연히 사회적 책임이 있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글을 썼을 때 어쨌든 뭔가 긍정적인 울림을 주려고 항상 생각하고 그런 식으로 구성하는 편이에요.

◇ 김명숙: 저희 프로그램에 나와서 인터뷰해주셨던 문유석 판사님 계세요. 아시죠? 최근에 영화 시나리오도 쓰셨고. 또 송호근 교수님, 서울대학교의. 그 교수님도 소설책을 내셨거든요. 그런데 우리 남궁인 선생님은 앞으로 또 어떤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으신지요?

◆ 남궁인: 지금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는 병원의 어쨌든 일상을 쓰는 건데, 그래서 그쪽도 열심히 쓸 생각이고요. 힐링이라든지 연애라든지 이런 에세이들도 좀 써보고 싶은데, 요새는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제가 문학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잘된 문학을 보고 있으면 너무 그게 감동이나 여운이 센 거예요. 그래서 정말 문학에서 장편소설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저만의 언어로 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요새 지배적으로 하고 있어요.

◇ 김명숙: 앞으로 더 편안하게 다가오는 책도 기대해보겠습니다. 그리고 1202님, ‘6살 아이가 죽음에 대한 생각과 두려움은 성인보다 더 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가 울면서, ’엄마 나는 100살까지 살고 싶어, 죽음은 아픈 거고 엄마를 못 보는 거고 그래서 무서워‘라고 말하더라고요’

◆ 남궁인: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그때쯤.

◇ 김명숙: 그리고 또 6817님은 ‘<지독한 하루> 말씀 쭉 듣고 있는데 죽음이 슬퍼 눈물이 흐르고... 예쁘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오늘 말씀하실 포인트가 아닌가 싶어요.

◆ 남궁인: 네. 너무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네요.

◇ 김명숙: 1757님, ‘정말 멋진 일 하시네요.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구하시는 가치 있는 삶, 존경스러워요’ 하셨습니다. 너무 쑥스러워하시는데요. 쑥스러워하실 일이 아니라 정말 당당해하실 일이죠. 의사로서도 또 작가로서도 많은 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들, 작업들 계속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나오셔서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남궁인: 네, 감사합니다.

◇ 김명숙: 고맙습니다.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오늘은 <지독한 하루>의 저자, 이대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선생과 함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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