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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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3.8 여성의 날 특집, 여성최초 국립암센터 원장” -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3-08 12:51  | 조회 : 3675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3월 8일 (목요일) 
□ 출연자 :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3.8 여성의 날 특집, 여성최초 국립암센터 원장” -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오늘은 유엔이 지정한 세게 여성의 날입니다.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하고 있죠. 최근에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정말 활발해지고, 어디를 가도 여자들이 오히려 남자보다 많아서 역차별 아니냐, 이런 말도 나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들의 숫자가 적어지는 그런 현실, 우리는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유리 천장이라고도 하고, 유리 천장을 뚫기가 그만큼 어렵다,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특히 올해는 세계 여성의 날, 미투운동으로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나 아직도 우리 여성들에게는 정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참 많이 놓여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서 여성으로서 유리장벽을 깨면서 자신의 일을 멋지게 해나가고 있는 선배들이 있어서, 그분들이 길을 멋지게 만들어놓고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다행인 것 같습니다.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서 우리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서 우리 제작진이 마음대로 선정한 올해의 여성을 오늘의 초대 손님으로 모셨습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바로 국립암센터 최초의 여자 원장이 되신 이은숙 원장님, 자리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이하 이은숙):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명숙: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 두 번 저와 함께 인터뷰하셨죠. 그래서 더 반갑고요. 더 축하드리는 거예요.

◆ 이은숙: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 나와서 잘된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어머나, 감사합니다. 정말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 게스트로 출연하셨던 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올해 좋은 소식을 많이 들려주셨어요. 그래서 아마 청취하시는 애청자 여러분께도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거라는 기대를 저도 하게 되거든요.

◆ 이은숙: 전성기가 쭉 이어질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고맙습니다. 정말 축하드리는 건 당연한 거고요. 그런데 오늘은 저희가 유방암의 대가로서 모인 것이 아니라, 이은숙이라는 개인으로서 이야기를 이 시간에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 이은숙: 긴장되는데요.

◇ 김명숙: 아니에요. 평소랑 같이 하시면 돼요, 평소 우리 이 박사님 모습 그대로 너무 좋잖아요. 아까도 제가 잠깐 말씀드렸지만, 세계 여성의 날이에요, 오늘이. 그래서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서 우리 제작진 마음대로 세계 여성의 날의 주인공으로 박사님을 꼽았습니다. 어떠세요?

◆ 이은숙: 감사합니다. 영광이죠. 영광입니다.

◇ 김명숙: 우리 이은숙 박사님은 제가 앞서도 잠깐 예고를 해드렸는데,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참 많이 따라붙는 박사님이시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최초의 고대 의대 여성 외과의사. 그리고 최초의 의대 수석졸업, 그리고 최초의 대한외과학회 여성 이사, 또 최초의 국립암센터 원장까지. 최초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우리 박사님께는 어떤 의미일까요?

◆ 이은숙: 한번 시작하면 자꾸만 그런 길을 가게 되는 것 같은데,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하다 보면 사람들이 주의를 많이 기울여주시니까, 어텐션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 김명숙: 그래서 더 부담스러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 이은숙: 그런 부담이 더 잘하라는 격려도 되고 감시도 되니까 아무래도 제가 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 김명숙: 고대 의대 최초의 여성 외과의사, 이렇게 아까 제가 말씀드렸는데요. 외과의사를 어릴 때부터 꿈꾸신 건가요? 어떻게 해서 외과의사의 길을 걷게 되신 건가요? 

◆ 이은숙: 절대 아니고요. 제가 이 질문 굉장히 많이 받는데 받을 때마다 뭔가 멋있게 말씀드려야, 내가 처음부터 이 길을 고민했다든지 이래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고요. 저는 원래 의사가 될 때 한 가지 생각한 건, 사람 전체를 보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눈만 본다든지 귀만 본다든지 이런 것보다는 사람의 몸 전체를 치료하는 의사가 돼야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는 전혀 외과를 생각 못 했고 내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과의사들이 사람 전체를 치료하니까요. 그래서 인턴 때는 한 달씩 돌아가면서 내과도 돌고 외과도 돌고 돌아가거든요. 내과를 돌다 보니까 내과 질환들이 대부분 딱 낫는다기보다는 조절하는 질환들이 많더라고요. 혈압을 조절한다든지, 당뇨를 조절한다든지. 그러다 보니까 저는 마무리 짓고 깔끔하게 낫게 해주고 싶은데 대부분 약으로 조절하고, 또 질환 자체가 평생 관리해야 하고, 이런 것들이 저하고 안 맞다. 그래서 어떡하지 이렇게 고민하고 있었어요. 마감 날짜에는 우리가 어느 과를 하겠다고 응모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날짜가 다가오는데 너무 초조한 거예요, 할 게 없어지니까. 그래서 어떡하나 고민하는데 우연히 식당에서 선배랑 같이 밥을 먹는데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너 뭐할래?’ 그때는 항상 그런 거 물어보는 게 유행이에요, 그 시즌이 되면. 인턴 선생들한테 ‘너는 이번에 무슨 과 할 거야’ 이런 거 맨날 물어보거든요. 그래서 ‘고민이다. 이러이러해서 내과는 하기 싫어졌고, 어쩌죠?’ 그랬더니 ‘그럼 외과 해’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너무 괜찮은 거예요. 그래서 해야겠다. 그런데 그때만 하더라도 여학생이 없으니까 다 남자들만 있는데 제가 하면 과에서 싫어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가면 안 되면 어떡하느냐, 그랬더니 그 선배가 그래도 수석졸업 했기 때문에 함부로 못 들어오게 하기는 어려울 거다. 그러면서 한 번 어플라이 해보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의국에 찾아가서 제가 외과를 해보겠습니다, 그랬더니 그 의국은 의국 나름대로 이게 굉장히 여러 가지 쇼킹한 거죠. 첫째, 여자가 들어오면 당직실도 따로 만들어야죠. 그러다 보니까 투표를 했대요. 투표했는데 과반수가 찬성해서 한 번 우리도 여자를 받아보자, 이렇게 해서 들어갔습니다.

◇ 김명숙: 역시 멋지십니다. 물론 과에도 여학생이 거의 없었을 시절이고, 첫 여성 외과의사였던 거잖아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 이은숙: 아무래도 남자들하고만 생활하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요새도 태움 문화가 많이 문제가 되지만 태움 문화라는 게 의사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많이 있던 문화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심지어 잘못하면 엎드려뻗쳐 해서 몽둥이도 때리던 시절인데, 제가 들어가면서 많이 바뀌었죠. 아무래도 여자가 들어가다 보니까 그런 몽둥이 문화부터 없어지고요.

◇ 김명숙: 요즘에는 그러면 큰일 나죠.

◆ 이은숙: 그럼요. 그때는 그래도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행해지던 일이었는데, 그런 게 좀 바뀌긴 했지만 처음에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1년 차 때는 화장실 가서 맨날 혼자서 울었는데. 그랬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남들이 다 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거기서 그만두면 다시는 외과에 여자를 뽑지 않을 것 같은 그 부담이 있었죠. 그래서 그만두고 싶었던 위기가 좀 있었는데 그런 부담, 내가 지금 그만두면 앞으로 외과에는 10년 동안 여자 못 와, 이런 것들 때문에 잘 버텼고요. 1년 차 끝나고 나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그다음부터는 별로 후회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 김명숙: 멋지십니다. 외과의 여러 과 중에서도 우리 원장님은 유방암의 명의시잖아요. 그런데 그 당시 선생님께서 외과의사로서 일하실 당시에는 유방암에 대한 인식도 별로 없었을 것 같고, 발병률도 지금까지 높지 않았는데 어떻게 선택하신 건가요?

◆ 이은숙: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실은 제가 트레이닝 받을 때만 하더라도 유방암은 정말 드문 질환이었어요. 1년에 몇 명을 못 볼 정도로 드문 질환이었는데, 제가 전공의가 끝나고 학교에서 펠로우라는 전임, 요새 말하는 3년 동안 펠로우를 하고 잡을 잡아야 하는데, 소위 말해서 정규직 잡을 잡아야 하는데요. 저는 대학병원에서 교수가 되고 싶었는데 정말 여자 외과의사, 제가 그때 처음 알았어요, 이게 아무 데도 취직자리가 없다는 걸. 그래서 지금 제가 명의다 어쩐다 했는데 92, 93년도에는 정말 정규직이 없고 임시직으로 1년씩 소위 시간강사 같은 그런 잡을 가지고 있어서 되게 고민을 많이 하다가, 물론 작은 병원으로 취직하면 할 수는 있었겠지만 저는 대학병원에서 교수를 하면서 의사를 하고 싶었는데 잡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다. 그리고 또 그 당시만 해도 여자가 커리어에서 단절이 생기면 다른 걸 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미국 유학을 가야겠다. 어쩔 수 없다. 한국에서는 있을 데가 없으니 미국으로 유학을 가자. 그래서 가게 됐고, 거기서 보니까 미국만 하더라도 그 당시 유방암이 굉장히 많은 시대였으니까요. 유방암을 공부하다 보니까 유방암이 되게 좋은 섹션이구나. 또 제가 여자니까, 저는 여자 외과의사가 되고 그때 제가 잡이 없다는 걸 느끼면서 나만이 특화될 수 있는 걸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여자라서 장점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했는데 그 이후로 한국도 유방암이 막 늘어난 거죠. 그런데다가 여자가 없으니까 상대적으로 운이 좋았던 거죠.

◇ 김명숙: 운이 좋았다고 말씀하시지만 실력도 대단하시고, 노력과 열정이 오늘날의 국립암센터 원장님까지 되신 비결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 대목에서, 유학 가실 때 이미 가정이 있었던 상황이었나요?

◆ 이은숙: 그때도 정말 힘들었는데 큰 애가 4살, 작은 애가 6개월 이럴 때 애 둘 다 내팽개치고 저만 갔으니까, 그때는 진짜 힘들었어요. 왜냐면 저희 어머님이 ‘그거 꼭 가야겠느냐. 너 그냥 취직해서 애도 키우고 하면 잘 살 수 있는데 꼭 그렇게 대학병원에서 그런 걸 해야겠느냐’고

◇ 김명숙: 아이들이 그 나이쯤에 오히려 일하다가도 엄마들이 그만두거든요.

◆ 이은숙: 그래서 다 내팽개치고 가다 보니까 그게 항상 어떻게 보면 죄송하고 감사하고요. 시어머님이 다 제가 올 때까지 애들을 봐주신 거죠. 그래서 제가 다행히 금방 학교 병원에서 자리가 나서 1년 만에 돌아와서 자리를 잡게 됐던 거죠.

◇ 김명숙: 시어머님이 많이 도와주셨는데, 남편의 반응은 어땠을까 궁금해요.

◆ 이은숙: 남편도 어떻게 보면 외조를 많이 하신 거죠, 희생도 많이 하고. 그래서 항상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해요. 워킹맘이 두 가지를 어떻게 다 할 수 있느냐,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 뒤에 숨겨진 외조든 내조든 소위 도와주시는 분들이 없고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운이 좋았던 거죠, 어머님이 잘 도와주셨고 이런 부분이.

◇ 김명숙: 또 남편도 다 외조를 해주셨고. 

◆ 이은숙: 남편도 이해를 해주셨고. 외조까지는 아니고 이해를.

◇ 김명숙: 이 방송 혹시 듣고 계실지도 모르는데 더 잘해야겠구나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오늘 저희 방송 들으시는 애청자분께서도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박사님 같지 않고 말씀하시는 게 옆집의 다정하신 아줌마, 친한 언니.

◆ 이은숙: 제 매력 포인트입니다.

◇ 김명숙: 그런 성격이 오히려 외과의사라는 것과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 이은숙: 원래 성격도 그랬겠지만, 의사를 오래 하다 보고 그 분야에서 오래 하다 보면 성격들이 많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그런데 외과든 내과든 여러 의사선생님 만나 뵈면 딱딱하고, 약간 권위적이고, 선뜻 다가서기 어렵고, 물어보고 싶어도 못 물어보고 그럴 것 같은데 우리 이 박사님한테 는 안 그럴 것 같아요.

◆ 이은숙: 그래서 너무 많이 물어봅니다. 너무 많이 물어봐서 맨날 외래 볼 때, 요새는 제가 외래를 안 보는데 외래 볼 때는 맨날 9시까지 외래보고. 밤 9시입니다.

◇ 김명숙: 밤 9시까지. 그래도 환자들이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오면 원장님도 좋으시죠?

◆ 이은숙: 네,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여자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까 그런 포인트들을 환자들이 더 좋아해 주시고, 환자들이 믿고 의지해주시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 김명숙: 환자와의 소통도 중요하잖아요.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잘 되실 것 같아요, 원장님 성격상으로도.

◆ 이은숙: 그래서 명의가 됐나 봐요.

◇ 김명숙: 말씀도 너무 재밌게 하시는데요. 지금 0747님, ‘우리 며느리도 일하겠다고 아이들 저한테 맡기고 어려운 길 가고 있는데, 솔직한 마음으론 그만두게 하고 싶은데 원장님 이야기 들으니 조금 마음이 달라지네요’ 시어머니신가 봐요.

◆ 이은숙: 다행입니다. 아마 며느님이 평생 어머님한테 감사하면서, 저도 어머님한테 항상 평생 감사하면서 지내거든요. 물론 더 잘 해드리려고 하지만, 물질적인 것보다, 육체적인 것은 잘 못 해 드려도 마음으로 제가 어머님을 언제나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이런 건 어머님도 아시거든요. 

◇ 김명숙: 어머님도 얼마나 뿌듯하시겠어요.

◆ 이은숙: 그런 것 같습니다. 본인의 노력이 이런 결실로 나한테 또 다른 기쁨을 주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 김명숙: 또 1471번 쓰시는 분께서 ‘오늘도 우는 아이 떨어뜨리고 회사 나왔는데 원장님 인터뷰 들으면서 눈물이 찔끔 났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이해해줄까요? 원장님 아이들은 어떻게 했어요?’ 워킹맘으로서 가정과 일을 어떻게 병행했느냐.

◆ 이은숙: 우리 아들들도 아무래도 학교에 가면 엄마들이 집에 계신 분들은 엄마들이 잘 챙겨주지 않습니까. 그래서 큰애도 ‘왜 엄마는 맨날 없느냐. 나도 누구 네처럼 엄마가 학교 갔다 오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어느 날 큰애한테 물어봤어요. 엄마가 직장을 계속 다니면 엄마도 발전하고, 그리고 엄마가 아빠랑 같이 돈을 버니까 지금 네가 다른 친구들이 못 사는 이런 것도 살 수 있다. 그게 좋겠냐. 아니면 엄마가 매일 집에 있는데 너만 다 하다 보면 약간 아빠 혼자서 돈도 벌어야 하고, 이러면 네가 하고 싶은 걸 덜 할 수도 있다. 그럼 너 어떡하겠느냐. 이랬더니 한 이틀 동안 고민하더니 계속 직장 다니라고. 애들도 생각보다 영악해요.

◇ 김명숙: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워킹맘으로서 일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의료계는 그런 게 더 힘들 수 있다고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의료계에 최근에는 여성 후배들이, 여자 의사들이 참 많아졌잖아요.

◆ 이은숙: 50% 이상이 되고 있습니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이미 여자들이 50% 넘었고, 병원도 워낙 여성 의사들이 많이 생기니까요. 과거처럼 딱 들어왔는데 ‘어, 여자네’ 내지는 ‘여자 의사’ 이런 느낌은 완전히 없어진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여성 의사들이 많아진 것은 정말 좋은 현상이고, 여성남성 가릴 것 없이 어떤 역할을 구분할 필요는 없잖아요,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여러 사회 전반 각계각층에서 이런 소식이 그야말로 터져 나오는데요. 의료계에도 미투 소식이 들리는 것 같던데요. 어떤 생각 드세요, 이런 이야기가 들리면?

◆ 이은숙: 맞습니다, 오늘 크게. 저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국립암센터에서는 누가 미투 안 하나, 이렇게 좀 걱정은 하고 있는데요. 제가 어느 방송에 보니까 아마 여성 성폭력 상담 서포터 분 중의 한 분이 인터뷰하신 것 중의 하나가, 여성의 비율이 너무 낮아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 결국 비율을 높이고 여성들이 더 많아지면 이런 문제를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인 것 같다, 이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저는 그 의견이 생각보다 굉장히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국립암센터의 의사 비율이 다른 대학병원에 비해서 여자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4배 정도. 저희가 진짜 가끔 미팅에 나가면 ‘국립암센터는 왜 다 여자들이에요? 원장님이 여자라서 그래요?’ 이런 반응들을 하실 정도로 저희가 여자 비율이 높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저도 걱정돼서 모니터를 하고 있는데 별로 감지되는 건 없더라고요. 그런데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우리가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에 아직 적응을 못 하시는 일부 옛날 분들의 문제인 것 같고요. 또 이런 일들이 한 번 벌어지고 나면 세상이 완전히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거죠. 저희가 과거에 종이가 없어서 종이 파동 한 번 나고 나니까 종이질이 확 좋아졌거든요. 그런 식의 올 것이 왔구나, 이런 것 같고요. 저도 사회가 잘 정화되고 깨끗해지고 이런 걸로 가는 것의 진통, 우리가 겪어야 할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우리 모두 더 좋아지리란 믿음으로 그렇게 향하고 있는 거죠. 6709님, ‘원장님, 안녕하세요. 원장님 어릴 때 꿈이 궁금해요. 정말 멋지세요’ 하셨어요.

◆ 이은숙: 어릴 때 꿈도 제가 의사 이런 꿈은 아니었고요. 저는 어릴 때는 책을 좋아하고 또 고고학, 사회, 역사 이런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고고학자 이런 걸 생각했는데 그렇게 풀리지는 못했습니다.

◇ 김명숙: 그래도 관심은 여전히 갖고 계신가 봐요?

◆ 이은숙: 지금은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지금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관심 가질 시간적인 여유도 없으시겠죠, 사실. 4519님, ‘박사님, 최초로 여성 병원장님 되신 거 정말 축하드려요. 요즘 한 집에 한 명씩 암 치료 중인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타까워요’

◆ 이은숙: 맞습니다. 우리 국민 남자들은 3명 중의 1명, 여자들은 5명 계시면 2분이 결국 암에 걸리니까 대부분 집집이 한 분씩 정말 있으실 것 같고요. 그런데 치료성적도 계속 좋아지고 국가가 치료에 대한 여러 가지 보장성을 더 많이 강화해서 과거처럼 암 걸리면 집안이 망한다, 이런 분위기는 아니니까 그것도 다행이고요. 또 치료제들이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암도 일부는 완치되고 일부는 조절하는, 제가 싫어했던 계속해서 조절 받는 이런 시대로 이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명숙: 또 1740님, ‘워킹맘으로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을 지위가 올라갈수록 느낍니다. 원장님은 이런 경험 없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유리장벽을 뚫은 비법이라고나 할까요?

◆ 이은숙: 오히려 저는 처음 하다 보니까 제 위에 있는 어떤 여성분이 저를 잘 못하게 하거나 이런 건 없었다고 생각이 들고요. 오히려 제가 혹시라도 그럴까 봐 경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주신 말씀을 제가 스스로 경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그런 것 같지는 않은 게, 우리 암센터에는 제가 원장 되고 나서 소위 관리직에 여성 비율이랑 남성 비율이 똑같아졌습니다. 원래 보통은 남녀 비가 5:1 이런 정도면 지금은 3:3 이렇게 됐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여자 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실 정도니까 그건 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조심해야죠, 저도.

◇ 김명숙: 요즘 사회 전반에 걸쳐서 여성의 사회활동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여러 면에서. 저희 스튜디오에도 지금 기술감독님 한 명만 남자입니다. 저희 지금 다 여자예요. 

◆ 이은숙: 그러네요, 지금. 다 여자네요. 저도 수술방에서 수술하면 인턴 선생님들도 여자 의사들이 늘다 보니까 인턴 선생님도 여자죠. 저를 도와주는 전공의 선생님도 여자죠. 간호사들 대부분이 여자죠. 그럼 진짜 수술실에 다 여자일 때가 더 오히려 많습니다.

◇ 김명숙: 저희 지금 생방송 스튜디오 옆에 교통정보, 날씨정보 스튜디오도 다 여성. 또 이쪽에 뉴스 부스에도 여성. 지금 저희도 그렇습니다. 2989님, ‘원장님, 정신과 닥터하셔도 인기 좋으실 것 같아요. 말씀도 자상하게 해주시네요’

◆ 이은숙: 감사합니다. 저도 가끔 유방암 환자들을 오래, 환자 한 분당 어떤 때는 5~10년을 뵙다 보니까 정말 별의별 상담들을 다 해드릴 때도 있습니다.

◇ 김명숙: 총체적인 상담까지 다 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또 환자들한테 인기가 많으시잖아요. 제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8980님, ‘최고의 명의가 되셨는데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 이은숙: 의사가 과거처럼, 요새도 학생들이 공부 잘하면 정말 다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아직은 그런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의사라는 직업이 과거하고 달리, 과거에는 실은 의사 하면 굉장히 돈도 많이 벌고 직업적으로도 존경받고 이랬지만, 최근에는 그렇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의사들이 굉장히 집단이기주의적인 집단으로 비치면서 나름 많이 도마에 오르는 직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머리가 좋고 똑똑하신 분들은 오히려 더 진취적이고 더 도전적인 일을 하시는 게 맞겠고, 의사들은 꾸준하고 결국 사람하고 사람의 관계설정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감성지수가 높다면 이 직업이 맞을 것 같고요. 그렇지만 공부만 막 해서 잘할 수 있는 직종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오늘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간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시간이 아쉽습니다. 지금 저는 자꾸 시계를 보게 돼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국립암센터는 공공의료기관이잖아요.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하고는 다르다는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는데, 어떤 점에 역점을 두고 계신가요?

◆ 이은숙: 국립암센터는 실은 병원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은데요. 국립암센터는 4개의 조직이 있습니다. 하나가 병원이고 두 번째가 연구소, 세 번째가 국가 암 관리 사업본부. 그러니까 국가의 암 정책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업들을 수행하는 부서가 있고요. 또 하나는 대학원대학교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대학교에서는 국내 학생도 교육하지만 주로 중소득 국가, middle income country나 혹은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데려다가 저희가 잘 가르쳐서 한국의 암 기술이라든지 한국의 암 연구라든지 한국의 암 관리 정책들을 가르쳐서 내보내거든요. 그래서 세 개 부서는 공익적인 역할을 많이 하는데 병원이 항상 암 치료만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비난을 받으면서 ‘공익 병원이냐’ 이런 이야기들을 하시는데요. 저희가 그동안 국립암센터가 세워질 때는 국내 암 치료가 이렇게 다학제적 접근이라든지 아주 체계적인 접근이 없어서 그런 치료에 역점을 뒀다면, 지금은 민간이 치료 부분은 더 잘하고 있으시니까 민간이 싫어하는 희귀 난치 암이라든지 호스피스라든지 소아암이라든지, 그리고 오랫동안 치료받아야 하거나 여러 직종이 모여서 수술해야 한다든지 이런 암들에 치중하고 있고요. 그래서 의료기관으로써, 또 공공의료기관으로써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병원은 가장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 김명숙: 원장님이 되시고 기자회견을 하셨어요, 전에. 그런데 어떤 언론에서는 정말 배짱이 두둑하다고, 결단력이 대단하다, 이렇게 표현도 했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맞는 표현이에요. 제가 느끼는 바도 그렇거든요. 그리고 다정다감하시고요. 그래서 원장님이 이끄는 국립암센터에 기대를 많이 하게 되는데, 원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걸 꼽으시겠어요?

◆ 이은숙: 제가 실은 기관장을 저희가 이사회에서 면접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사회 때 갔더니 ‘만약 네가 기관장이 된다면, 지금 기관장이 된 것처럼 하고 한 번 소위 정견을 발표해봐라’ 그러셨는데, 실은 그 준비를 못 했습니다. 제가 할 말들을 막 준비해서 내가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겠습니다 했는데 막상 네가 원장인데 그럼 모든 직원 앞에서 앞으로 네가 어떻게 하겠다, 이걸 딱 하니까 갑자기 좀 당황해서 제가 당황하다가 웃으면서 ‘제가 암센터 원장으로서 한 가지는 꼭 잘하고 나가겠다’ 그 한 가지가 뭘지 그때는 충분히 고민해보겠다 했었습니다. 제가 기관장 도전할 때 여러 가지 세부 사업계획이라든지 7가지 핵심과제, 제가 7대 원장입니다. 그래서 7대 핵심과제 이런 것들은 다 마련했는데 그럼 뭐가 한 가지인가, 이게 계속 고민이었는데요. 저는 우리 기관이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한 게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소위 반부패라든지 청렴이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또 윤리기관이라든지, 그래서 그런 곳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기관이 가장 우선이 돼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 외에 제가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연구라든지 치료라든지 정책이 잘 어우러져서 신속터미널이라든지 데이터의 공유, 플랫폼 이런 것들은 이제 너무 많이 말씀도 드렸고 또 그런 것들을 하나씩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원장 재임 기간이 끝났을 때 국립암센터가 청렴도에서 1등이야, 국립암센터가 윤리 수준이 1등이야, 이런 기관이 될 수 있는 게 가장 최우선이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명숙: 바람대로 다 이루어지리라 저는 믿어요. 우리 원장님 뵐 때마다 저는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거든요. 환자들도 다 그럴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여성의 날이잖아요. 110주년 맞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 여성의 날 대표주자로 방송의 나오신 거예요.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서 선정한 대표 주자이십니다. 우리 함께 라디오 듣고 있는 여성 애청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이은숙: 감사합니다. 아까 몇 분이 그런 말씀도 주셨는데, 여성으로서 일과 가정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겠지만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어떤 어려움이 있고 또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그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인 것 같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있어서 나는 못해, 이게 어려워서 못해, 이런. 그래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조금 하더라도 계속해서 그 생각을 하고 그 일을 향해서 지속적으로 나아간다면 결코 포기되지 않고 언젠가 이루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결국 포기하는 것은 나 자신이지, 어떤 어려움이라든지 외부 환경은 아니라는 것을 한 번 강조해 드리고 싶습니다.

◇ 김명숙: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이시죠? 오늘 정말 더 좋은 말씀, 더 재밌는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아쉽지만 여기까지 말씀을 듣고 인사 나눠야겠어요. 바쁘신 중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은숙: 감사합니다, 초대해주셔서.

◇ 김명숙: 별말씀을요.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국립암센터의 이은숙 원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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