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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성범죄 해결의지 있긴 한가...유엔마저 혀 끌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3-07 09:29  | 조회 : 2811 
YTN라디오(FM 94.5)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8년 3월 7일 (수요일) 
□ 출연자 :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

-미투운동, 성차별적 성폭력 피해자들 온 몸으로 증언하고 있는 것
-여성들 스스로 세상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서
-한국사회 남여 성차별적 구조, 성격차지수-성별 임금 격차 커
-권력자들, 피해자 생살여탈권 쥐고 있다
-르노자동차 사건 비롯 기업 성범죄 심각, 지난 5년간 신고 2190건
-유엔 여성차별 철폐위원회, 미투 피해자 '2차 피해' 가장 우려
-유엔 회의 참석한 8개 부처, 대부분 사무관급 대표단, 책임있는 답변 가능할리가
-유엔마저, 한국 정부 여성차별 문제 해결의지 없다 판단할 정도
-피해자 신변 불안 느끼게 하는 사회...국민들 다 같이 지켜줘야


◇ 백병규 앵커(이하 백병규): '미투운동'이 한 달이 넘었지만 도무지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사법계와 문화예술, 교육, 종교계를 넘어 이제는 정치권까지, 그야말로 우리 사회 전체에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관련해서,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이신 한국여성민우회 김민문정 대표,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이하 김민문정): 안녕하십니까.

◇ 백병규: 도대체 우리 사회 성폭력,성희롱·성추행 그 끝이 어딜까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 아닐까 싶은데요.

◆ 김민문정: 네. 지금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일상 곳곳에 엄청나게 이런 문제가 퍼져 있기 때문에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차별적이고 성폭력이 만연한가를 피해자들이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시스템이 아예 없거나 고장이 나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이 스스로 시스템을 고치고 만들어서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아마 이 운동이 지속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백병규: 특히 충격적이었던 게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 사건인데요. 어떻게 접하셨는지요?

◆ 김민문정: 저는 이런 문제가 우리 사회 곳곳에 너무 많이 있었기 때문에요. 어디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이 근본 문제가 성차별적 구조이기 때문에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이제야 밝혀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백병규: 성차별적인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이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셨는데. 말씀하시는 성차별적인 구조라는 것은 무엇을 이야기하시는지 궁금한데요.

◆ 김민문정: 성차별적 구조라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과 남성이 얼마나 다르게 대우받고 있는가, 이런 것을 말씀드리는 건데요. 우리 사회의 성차별 현실은 이미 알려진 지표나 통계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명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성격차지수가 세계적으로 계속 꼴찌 수준인 것은 이미 알고 있고요. 그리고 성별 임금 격차가 15년 동안 일관되게 꼴찌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것들이 다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백병규: 지금 드러나고 있는 성폭력, 대부분의 사례들을 보면 말하자면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서, 말하자면 위계에 의한 성범죄가 대부분인 것 같은데요. 이것은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 김민문정: 지금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성폭력의 기본적인 발생 이유는 성차별적인 구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우리 사회 같은 경우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에 대한 이중기준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런 이중기준이 성별에 따른 권력관계를 형성하게 되고요. 이것이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거죠. 여기다가 지금 말씀하신 것 같은 사례들은 지위나 신분에 의한 압도적인 권력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말 그대로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거죠. 그래서 지위나 신분에 따른 권력의 차이가 있고, 거기에 성별에 따른 권력의 차이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더더욱 자신의 성적 존엄성을 침해하는 이런 행위들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리고 가해자들은 우리 사회가 이렇게 작동하고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요. 거리낌없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합니다. 

◇ 백병규: 미투운동이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부터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검찰조직이라고 하는 굉장히 위계가 분명한 조직에서 폭로를 하고 시작해서, 문화예술계, 대학 등등으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기업 쪽은 좀 어떨까요?

◆ 김민문정: 기업도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불이익 조치 관련된 사례도 있었고요. 작년에 한샘이나 이런 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폭로되지 않았습니까. 굉장히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실제로 적절한 조치들이 되고 있지 않고요. 지난 5년간 고용노동부에 성희롱 관련해서 신고된 건수만 2190건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게 말하지 못하는 이런 현실들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여성들이 말하지 못하고 그냥 노동시장 자신의 일터에서 밀려나고 있는 그런 현실인 거죠.

◇ 백병규: 얼마 전에 유엔 여성차별 철폐위원회에서 한국의 미투운동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하고요. 김민문정 대표님께서 직접 거기에 참석하셨는데. 특히 유엔에서는 한국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하던데요.

◆ 김민문정: 네. 성폭력 피해자들이 무고나 명예훼손 등으로 2차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국제사회가 굉장히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2차   피해는 피해자를 침묵하게 하기 때문인데요.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서 분명한 정책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고요. 저는 지금 한국의 미투가 고장 난 한국사회를 바로잡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을 말해도 한국의 사법체계는 처벌하고 있거든요.

◇ 백병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말씀하시는 거죠?

◆ 김민문정: 네, 맞습니다. 그래서 성폭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굉장히 엄격하고, 명예훼손은 입증이 너무 쉽고요. 그래서 피해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하는 것을 봤습니다.

◇ 백병규: 유엔 여성차별 철폐위원회에서는 우리 정부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고 하는데, 어떤 점이 문제가 됐나요?

◆ 김민문정: 네. 저는 현장에 있으면서 굉장히 부끄러웠는데요. 한국 정부는 이번에 여성가족부 장관을 단장으로 해서 8개 부처가 대표단으로 파견됐습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를 제외하고는 대표단이 대체로 사무관급이었습니다.

◇ 백병규: 사무관급을 파견했어요?

◆ 김민문정: 네. 그래서 이들이 도대체 무슨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니까 위원들이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서 준비한 답변을 정말 앵무새처럼 읽기만 했어요. 그리고 심지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고요. 위원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한국 정부가 여성차별 문제에 대해서 정말 해결의지가 없구나, 이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심지어 ‘협약에 왜 가입했냐’ 이런 질문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 백병규: 그건 여성가족부에서 대표단을 꾸릴 때 신경 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말이죠.

◆ 김민문정: 이건 여성가족부의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고요. 각 주무부처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저는 아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백병규: 이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법무부에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았습니까. 대표님께서도 대책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죠?

◆ 김민문정: 네.

◇ 백병규: 검찰과 관련한 성범죄 사건, 검찰 내부 조사단이 따로 조사하고 있는 걸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러면 대책위에서는 주로 어떤 부분에 집중해서 조사하고 있는 건지요?

◆ 김민문정: 대책위는 일단 법무부 및 산하기관 여성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지금 성희롱·성범죄 그리고 조직문화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과 충분한 소통하고 심층조사를 위해서 간담회도 준비하고 있고요. 특히 이번 사건이 성폭력뿐만이 아니라 피해 발생 후에 다양한 직무·인사 상 불이익이 발생한 사건이잖아요. 그래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확인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역할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1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부 성희롱 고충상담센터에 신고된 모든 사건에 대해서 자료와 처리과정들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 백병규: 이제 대책위가 꾸려진지 벌써 한 달이 넘지 않았습니까.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새로 포착된 새로운 사실이나 이런 것들이 좀 있는지요?

◆ 김민문정: 지금 3주 정도 됐는데요. 지금 매주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만 충분한 사전준비를 하느라고 아직 구체적인 실행을 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백병규: 그렇습니까. 이제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한 김지은 씨, 실명이 밝혀졌기 때문에 저희도 공개하고 있습니다만, 폭로를 하면서 내내 사실 정말 자기 신변이 걱정이 돼서, 그래서 방송에 출연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이럴 정도로 신변에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이라고 보시는지요?

◆ 김민문정: 저는 피해자가 이렇게 큰 불안과 공포를 갖게 된 것은 그만큼 막강한 권력이 있었고 대응할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는 분명하게 처벌되는구나, 이것을 국민들이 다 같이 목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 백병규: 이제 시간이 많지 않은데요. 간단하게 하나만 꼭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 장관이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한다고 그러잖아요. 이번 대책에 꼭 들어가야 할 것,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 김민문정: 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법무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투와 관련해서 분명한 처벌이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법무부가 분명한 의지를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강간 기준을 변화시키고 피해자를 침묵하게 하는 형법 조항을 바꾸겠다는 것이 대책에 꼭 담겨야 하고요. 그리고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피해자 보호방안을 분명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피해자들이 피해를 말한 후에 일터에서 밀려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이번 대책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피해를 증언하는 분들은 단순히 피해가 아니라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공간을 보다 성평등하게,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해 문제제기하는 공익제보자거든요. 이분들이 일터에서 더 굳건하게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책이 꼭 나와야 합니다.

◇ 백병규: 피해자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렇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민문정: 고맙습니다. 

◇ 백병규: 지금까지 한국여성민우회 김민문정 대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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