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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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우리나라 언론 신뢰도, 세계 꼴찌"-안호림 교수 2/17(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3-05 16:54  | 조회 : 5870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2월 17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오늘도 안호림 교수를 모시고 미디어가 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어제가 설이었는데 떡국은 맛있게 드셨어요? 오늘 주제는 무엇인가요?

안호림: 예, 덕분에요. 청취자 여러분들 가족들과 마음이 따뜻한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한국 언론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공정성과 언론 신뢰도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아나운서: 한국 언론의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매우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 대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런 비판이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낮은 가장 이유 중 하나이겠지요?

안호림: 아무래도 공정성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2018년 1월 미국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는 38개국 언론 신뢰도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에서 한국은 부끄럽게도 마지막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한국보다 더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큰 나라는 그리스뿐이었습니다.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대중들의 인식이 언론 신뢰도가 낮아진 큰 이유로 보입니다. 첫 번째 질문인 정치사안을 공정하게(fairly) 다루는가에 대해 응답자의 27%만 예스라고 대답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자면, 프랑스와 미국은 47%, 일본은 55%, 인도는 65%, 독일은 72%, 1위인 탄자니아는 83%입니다.

아나운서: 영국의 조사기관에서 조사한 것도 있었죠? 조사결과가 퓨 리서치 센터의 발표에 못지않게 나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안호림: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는 2012년부터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발표해오고 있습니다. 2017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3%로 36개 대상 국가 중 그리스와 같이 최하윕니다. 전체 조사 대상 국가의 평균인 4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보고서는 한국을 언론 뿐 아니라, 정치, 경제, 교육, 대인관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신뢰가 낮은 저신뢰 국가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두 보고서에서 나타난 한국의 언론 신뢰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낮은 등수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검열제도가 남아있는 말레이시아, 보수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크로아티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방송장악으로 방송의 편파성이 큰 비판을 받았던 이탈리아 등보다도 낮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한국의 언론자유도도 2016년 70위, 작년 63위로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은 언론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못한 언론 후진국 수준이라는 것이죠.

아나운서: IT강국,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부하고만 있었는데, 언론 현실은 부끄러운 수준이네요. 객관적이고 공정한 언론이라는 것은 쉽게 얘기는 되지만 막상 실제로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안호림: 맞습니다. 사실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연구자들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개념입니다. 추상적인 개념 설명을 하기보다는 실제 보도에서 어떤 원칙을 통해 객관보도, 공정보도가 이루어지는지를 가지고 얘기해 보겠습니다. 최형진 아나운서도 객관보도라는 말 많이 들으셨죠?

아나운서: 흔히 말하는 객관보도란 기자의 주관적 의견은 최대한 배제한 채 사실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원칙을 말한다고 강의시간에 배운 게 기억이 나네요.

안호림: 정답입니다. 객관보도란 사건보도에 있어서 기자의 주관적인 의견, 판단을 배제하는 원칙을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모든 언론이 채택하는 관행이어서 신문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존재했던 원칙이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19세기 초반까지의 신문은 매우 정파적이었고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매체였습니다. 특정 정파나 발행인의 개인적 의견을 대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1830년대 경 이른바 ‘페니 프레스’(한국말로는 일전신문이라고도 번역하죠)의 등장으로부터 신문이 대중매체가 되게 됩니다. 페니 프레스는 싼 가격으로 많이 파는 전략을 폈기 때문에 보다 많은 독자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다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이념적인 편향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객관보도는 특정 정파로부터 독립된 중립적 위치에서 보도한다는 명분의 필요 때문에 도입되었다는게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아나운서: 객관보도의 관행 도입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다름 아닌 뉴욕타임즈라고 들었습니다.

안호림: 그렇죠. 1851년 창간된 더 뉴욕 데일리 타임즈(나중에 더 뉴욕타임즈로 개명)은 중립적인 보도를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다른 신문들과는 기사의 품질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경쟁한 것입니다. 선정주의적 기사에 싫증을 내던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해서 뉴욕 타임즈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경제적 이유가 전부는 아니겠죠?

안호림: 네 또 하나의 이유로 손꼽히는 것은 그때 당시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객관적인 지식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자연과학적인 사고방식이 사회과학, 역사학 등에도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편견을 최대한 배제한 채 객관적인 지식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객관보도의 원칙이 자리잡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하지만 요즘은 철저하게 기자의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는 기사쓰기 방식만 있는게 아니라, 탐사보도라고 부르는 형태의 기사도 자주 보이는데요.

안호림: 현재의 탐사보도와는 다르지만 폭로저널리즘이라는 유사한 관행은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부터 존재했습니다. 주로 사건의 원인, 배후 등을 마치 경찰수사 하듯이 자세히 조사하여 사실을 폭로하는 형태의 보도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보도 양식은 객관보도 형태가 자리 잡으면서 인기가 없어졌다가 1960년대를 전후해서 다시 살아납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베트남 전쟁당시 정부의 (거짓된)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해서 결과적으로 언론이 거짓보도를 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언론인들이 이에 대해서 크게 반성하고, 다른 대안적인 보도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 탐사보도가 퍼지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나운서: 아무래도 탐사보도는 기자의 판단이 상당히 개입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객관보도에서 생각하는 객관성의 입장과 탐사보도에서 주장하는 객관성의 입장은 다를 것 같습니다.

안호림: 객관보도에서는 사실에 대한 이해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언론이 해야 하는 역할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맥락에 대한 설명에는 글쓴이의 판단과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중요한 것은 중요하게, 덜 중요한 것은 덜 중요하게 제대로 판단했냐 여부가 더 중요한 기준입니다. 객관성이란 기계적인 중립성이 아니라, 맥락적이라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사실 언론이 모든 세상사를 다 기사화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건 중에서 기사가치가 높은 사건을 먼저 보도하게 되는데, 이런 것 자체가 이미 판단이 개입한 것이 아닐까요?

안호림: 이른바 ‘게이트키핑’이라고 하는 언론의 역할입니다. 세상에서 벌어진 많은 사건 중에 독자가 알아야할 필요가 있거나,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사건을 더 먼저 보도합니다. 그런데 언론은 단순히 사건을 선택하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얼마나 더 중요한지까지 결정합니다. 신문의 경우에는 1면 톱기사가, 방송뉴스의 경우에는 첫 꼭지로 보도하는 뉴스가 그날 가장 중요한 사건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든 신문들의 1면 기사가 일치하는 경우는 지극히 보기 힘듭니다. 결국 신문사마다 데스크의 판단이 달라서인데, 이 자체가 이미 가치판단이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아나운서: 그런 사실은 언론의 공정성에 대해 비판하는 분들도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의 공정성에 대해 비판이 그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안호림: 비판의 첫 번째 원인이 한국 언론에게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겉으로는 객관보도를 내세우면서 이념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편파적인 보도나, 사실 관계가 충분히 확인이 되지 않은 기사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입니다. 로이터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보면 응답자의 56%가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 뉴스를 기피한다고 합니다.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라고 대답한 사람은 26%로 현저하게 적었습니다. 정치적 대립을 피곤하게 생각한다는 것이겠죠. 언론사들이 유념할 조사결과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은 정권의 압력 또는 노골적인 탄압, 언론사 내부의 조직문제 같이 언론 자유에 불리한 환경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 정권에 대해 순응하는 수준을 넘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는 비판도 받았었습니다.

아나운서: 언론 자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한국 언론 환경 문제도 큰 원인이라고 보이는데요.

안호림: 한국의 언론 자유도가 세계 63위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한국의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증거입니다. 정치권력, 대기업에게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정부에 대한 감시입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오랜 군사독재기간과 권위주의적 정권 때문에 현실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충실히 못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두 정권 동안 정권이 방송에 대해 적극 개입한 것도 언론 공정성을 크게 해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대기업은 주된 광고주이기 때문에 언론의 제대로 된 감시도 어렵습니다. 한국은 기업집중이 심해서 소수의 상위재벌이 광고액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폭로기사에 대한 보복으로 대기업이 신문사 광고를 거두는 일도 있기도 있었으니까요. 사람들이 언론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데는 마땅히 보도할 것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그런데 때로는 언론 보도에 대해 진보, 보수 양쪽이 모두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런 것일까요?

안호림: 한국 언론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극단적인 이념 지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과 맞지 않는 기사에 대해서는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진보적 신문의 기사에 대해, 진보적인 이들은 보수적인 신문 기사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하게 되겠죠.

아나운서: 언론 신뢰도가 세계 최하위라는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이던 언론인 모두가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한국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안호림: 언론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정치권력, 국민, 기업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일차적인 책임은 언론에게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공정보도는 정확하고 편파적이지 않은 보도, 객관보도의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지나친 이념적 잣대에 의한 왜곡, 축소 또는 과장보도부터 없애야 합니다. 뉴욕 타임즈는 친 민주당 성향을 가진 신문으로 유명하지만, 이념적, 편파적이라고 비판받지 않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언론을 길들이려는 태도, 방송을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합니다. 언론과 정부의 관계는 불편해야 정상입니다. 자신을 비판한다고 ‘가짜뉴스’라고 매도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론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제도의 안착이 필요합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도 이런 점에서 시급한 문제입니다. 국민 여러분들은 자신의 생각과의 일치 여부보다는 기사의 내용이 논리적이고 사실에 근거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공정한 보도가 가능해집니다.

아나운서: 오늘은 조금은 어려운 주제로 짧지 않은 시간 얘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한국 언론이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노력으로 바꾸어 나가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 교수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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