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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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가짜 뉴스, 팩트체크도 무용지물"-안호림 교수 2/10(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3-05 16:31  | 조회 : 2244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2월 10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시간입니다. 추위가 누그러질 생각을 안 하네요. 한 주간 건강하게 보내셨는지요. 안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안호림: 입춘이 지났는데도 봄은 아직 먼 느낌이네요. 청취자분들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면서 화제를 바꿔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은 106건의 악성댓글에 대해 고발조치를 했는데요. 자유한국당도 MBN의 홍준표 대표에 대한 오보를 ‘가짜뉴스’라고 비판하고 취재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민사소송까지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죠.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SNS를 통해 전파되는 비방,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가짜뉴스가 왜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는지 이런 의문점을 가지고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쉽게 사용하기는 하지만 사실 정확한 뜻은 잘 모르고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가짜뉴스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안호림: 가짜뉴스라는 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가짜임을 확인할 수 있는 뉴스로 즉 독자들을 오도할 수 있는 기사를 이야기합니다. 다시 말해서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하는 건 의도적이냐, 그 뉴스가 허위임을 확인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실수에 의한 것이나,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가 확인 불가능한 것은 가짜뉴스라고 하기 보다는 ‘잘못된 정보(미스인포메이션; misinformation)’라고 합니다. 최근 가짜뉴스는 주로 SNS나 인터넷을 통해 전달된다는 특징이 있어서 이런 점을 포함해서 이야기 됩니다.

아나운서: 그럼 언론사에서 실수로 잘못 보도하는 오보 같은 경우는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해야겠네요.

안호림: 그렇죠, 오보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짜뉴스라고 하는 것은 틀린 표현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CNN, 워싱턴 포스트지에 대해 계속 가짜뉴스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화당 홈페이지를 통해 ‘가짜뉴스 수상자’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MBN의 부정확한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나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 뉴스’라는 비판은 오보와 혼동한 것입니다. 트럼프의 가짜뉴스 수상자 대상에 오른 뉴스들은 모두 오보임을 파악한 언론사들이 자발적으로 정정했습니다. MBN 또한 정정보도를 냈습니다.

아나운서: 가짜뉴스란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라고 봐야할까요?

안호림: 가짜뉴스(페이크뉴스)라는 용어 자체는 19세기말 이른바 황색저널리즘 시대에 등장한 것입니다. 황색저널리즘이란 19세기 특히 미국언론에서 자주 나타난 선정주의적 보도경향을 말합니다. 당시 신문들은 판매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짜 뉴스를 보도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는데요. 유명 정치인 암살에 대한 허위 기사나 가짜 인터뷰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그때도 지금처럼 문제가 심각했나요?

안호림: 어떻게 보면 지금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가짜뉴스를 대량으로 만들어서 유포하던 주범이 유력일간지들과 AP 통신사와 같은 뉴스 에이전시였기 때문입니다. 마치 한국의 주요일간지와 연합뉴스가 조작된 가짜 뉴스를 계속 보도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인 것입니다. 라이벌 관계였던 뉴욕 저널과 뉴욕 월드 두 신문이 1898에 벌어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한 일이 유명한데요. 이들 신문사가  가짜뉴스를 앞 다투어 내보낸 것이 전쟁찬성으로 바뀌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AP통신사도 미국-스페인간 긴장이 고조되던 1897년에 반란군이 하바나를 점령했다는 가짜 뉴스를 조작해서 유포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더 뉴욕 선이라는 신문은 AP를 ‘가짜뉴스공장(fake news factory)’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큰 사회문제가 되었던 가짜뉴스는 황색저널리즘의 퇴보와 함께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아나운서: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네요. 그렇게 널리 퍼져있던 황색 저널리즘이 퇴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즘 문제시되는 가짜뉴스 퇴치에 시사할 만한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안호림: 퇴보의 가장 큰 원인은 독자들이 선정주의적 언론에 싫증을 내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1910년대를 전후해서 법원이 선정주의적 언론에 사법 조치를 하기 시작한 것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언론계도 자체적인 자정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910년 더블유 이 밀러(W.E. Miller)의 제안으로 캔자스 연합(Kansas Editorial Association)이 신문업계 최초로 언론윤리강령을 채택하였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윤리강령은 미국 전체로 퍼져나갔고 가짜뉴스를 몰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아나운서: 그랬었군요. 최근 가짜뉴스가 다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웹과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들이 많아져서겠지요?

안호림: 소수의 신문, 방송이 뉴스를 독점하던 매스미디어 시대는 가짜뉴스는 잘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대중들에게 널리 배포되기는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뉴스를 웹과 SNS를 통해서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이를 퍼뜨리기도 쉬워진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아나운서: 가짜뉴스 문제가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끈 것은 지난 미국 대선부터였죠?

안호림: 미국 대선 기간 동안 SNS, 특히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가 대거 유포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끌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가짜 뉴스 확산에 러시아 에이전트들이 대거 개입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가짜뉴스의 문제가 악의적인 허위정보의 전파 문제 뿐 아니라 국가 안보의 문제로까지 커지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가짜뉴스의 문제를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SNS상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는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전파되나요?

안호림: 먼저 가짜뉴스는 소셜봇(social bot), 인간, 영어로는 트롤(troll), 사이보그 계정
이렇게 세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먼저 소셜 봇이라는 건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인데, 소셜미디어에서 자동으로 메시지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메시지만 만드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마치 실제 팔로워나, 실제 존재하는 계정처럼 행동하면서 특정 아이디어와 캠페인을 지지하는 행동까지 합니다. SNS상에서 소셜봇의 행동과 일반 사람의 행동은 구분하기 어려워서 사람들이 속기 쉽습니다. 지난 미국 대선기간 동안 활동한 소셜봇의 수는 다 합하면 총 천구백만(1900백만)개에 달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발전되다 보니 그런 일도 가능해지는군요. 계속해서 설명해주시죠

안호림: 두 번째 실제 인간이 하는  ‘트롤(troll)'이라고 표현하는데, 온라인 공동체에 물의를 일으키고,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목적으로 가짜 뉴스를 전파합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약 천명(1000명)의 러시아인 트롤들이 돈을 받고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가짜뉴스를 전파했다고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사이보그 이용자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실제 인간 이용자가 계정을 만들어놓고 자동화된 프로그램과 직접 메시지를 입력하는 것을 번갈아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아나운서: SNS에서 가짜뉴스가 퍼지는 것은 마치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 퍼지듯이 뉴스를 퍼나르는 행위 때문이라고 흔히 얘기되는데요. 어떤 식으로 전파되나요?

안호림: 흔히 하는 생각과 달리 가짜뉴스가 마치 물결이 퍼지듯 SNS망에서 여러 단계를 통해 확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명인이나 유력사이트에 게재되는 것이 가짜 뉴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연예인 같이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과 언론 홈페이지, 유명 블로그 같은 사이트들은 가짜뉴스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아나운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가짜뉴스를 접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어떤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더 잘 노출되나요?

안호림: 지난 미국 대선에 대한 한 연구결과(Selective Exposure to Misinformation, Guess & Nyhan, 2018)에 따르면 친 트럼프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힐러리 지지자들 보다, 60세 이상의 노년층이 젊은 층보다 더 자주 가짜 뉴스를 접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지지자의 약 40%가 한 편 이상의 가짜 뉴스를 친트럼프 사이트에서 읽었습니다. 이와 반해 힐러리 지지자는 15%만이 친힐러리 사이트에서 한편 이상의 가짜뉴스를 접했습니다. 연구결과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가짜뉴스 소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지지후보와는 관계없이 양측 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일치하는 사이트를 주로 방문한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자신이 지지하는 입장을 표방하는 사이트에서 가짜뉴스를 접했다는 것이네요. 이런 경향이 나타난 이유는 아무래도 ‘보고 싶은 뉴스만 보는’ 사람들의 성향 때문이겠죠.

안호림: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죠. 이를 이른바 확증편향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일수록 받아들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편향은 심리학에서 불리는 ‘순진한 사실주의(naive realism)'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은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사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사실판단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팩트체크 기사도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서 가짜뉴스의 폐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안호림: 안타깝게도 팩트체크는 효과가 크지 않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앞서 말한 확증편향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이 믿는 바와 다른 정보는 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팩트 체크는 효과가 없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단순히 같은 정보에 반복해서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정보를 믿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짜뉴스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이것을 믿게 하는 역설적인 결과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가짜뉴스는 최대한 발본색원해야 하는 게 최선이군요. 가짜뉴스를 없애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안호림: 결국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용자들이 보다 현명한 독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의식적으로 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들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SNS사업자나, 뉴스 서비스 운영자들도 보다 다양한 관점의 뉴스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기능을 도입에 적극 노력해야 합니다. 최근 가짜 뉴스를 퇴치하기 위해 사업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모든 가짜뉴스를 감지할 수 있는 기술(테크놀로지)은 없습니다. 또한 정부에 의한 규제는 자칫 언론의 자유를 손상시킬 위험성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필요합니다.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의 쇼렌스타인(shorenstein) 센터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사이트 수는 상대적으로 소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SNS사이트 운영자들과 사법당국에서 가짜뉴스 배포자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제제가 이루어진다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오늘도 유익한 말씀 고맙습니다. 안교수님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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