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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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치의 “중독” - 이승훈 대림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3-02 14:01  | 조회 : 218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3월 2일 (금요일) 
□ 출연자 : 이승훈 대림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당신의 주치의 “중독” - 이승훈 대림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무언가에 푹 빠질 정도의 열정이 있다는 건 정말 부럽기도 하죠. 좋은 일이고요. 그런데 가끔씩 보면 누가 봐도 ‘저건 아닌데. 저렇게 빠지면 안 되는데. 방향이 잘못됐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그것은 사실 좋은 중독이 아닌 것 같아요. 좋은 빠짐이 아니죠. 자신의 몸과 정신 건강까지 해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걱정스러움을 주는, 어쩌면 피해를 주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정말 본인의 의지와도 상관없이 자기도 모르게 끌려가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주변에서 보면 알코올 중독되신 분들도 본인은 알코올 중독이라고 생각 안 하죠. 인터넷 중독, 도박, 여러 가지 있는데요. 그런 중독에서 빠져나온다는 게 참 쉽지 않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 의사 선생님들께서도 어떤 면에서는 정말 그것은 정신적인 치료도 받아야 하고, 강제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오늘 <당신의 주치의> 이 시간에 대림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훈 선생님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이승훈 대림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이하 이승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명숙: 작년 연말에 뵙고 새해 들어 처음 뵙는데, 새해 인사드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승훈: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김명숙: 오늘 정월 대보름이라고 해서 새해 소망도 다시 한 번 보름달 보면서 빌 텐데, 선생님은 빌 거 있으세요?

◆ 이승훈: 가족들이 건강하길 바라는 거, 그런 거죠.

◇ 김명숙: 건강이 최고죠. 그런데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뭔가에 빠져있어서 문제가 된다고 하는 거잖아요, 중독이라는 것이. 건강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그런데 최근에는 또 이런 중독증세 중의 하나가 첨가됐다고 해요, 바로 비트코인이라는 것 때문에. ‘비트코인 중독’이라는 말이 있다면서요?

◆ 이승훈: 말씀하신 대로 비트코인에 대한 말 그대로 광풍이 불면서 많은 직장인분들이 계속 시세를 보고 밤에 잠도 잘 자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비트코인을 하면서 직접적인 불면을 호소하는 분들을 아직은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최근에는 부동산이나 여러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불안정한 시세가 많이 생기면서 이런 연관된 문제들로 잠을 잘 자지 못했다는 분들은 늘어난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예전에는 중독 하면 알코올 중독, 도박 이런 것들이 으뜸으로 꼽혔잖아요. 물론 지금도 그 순위는 제일 위에 있는 거죠, 알코올이나 도박이. 그런데 요즘에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비트코인 이야기도 했지만, 인터넷 시대다 보니까 인터넷으로 인한 인터넷 중독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요?

◆ 이승훈: 맞습니다. 아직 정식 진단으로까지는 오르지 않았는데요. ‘인터넷게임중독’이라는 명칭이 생겼고요. 도박의 경우도 인터넷을 통해서 요새는 장소제한을 받지 않게 되면서 굉장히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넓게 보면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긴 시간을 사용하면서 스마트폰과 떨어지면 불안해지고 예민해지는 ‘스마트폰사용중독’도 있겠고요. 비트코인도 이러한 부분과 같이 불안정한 보상에 점차 중독되는 인터넷 도박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요새는 이러한 부분이 청소년들에게까지 번지는 것 같아서 심각한 부분으로 생각됩니다.

◇ 김명숙: 선생님 지금 청소년들 이야기도 잠깐 하셨는데, 인터넷 게임 같은 것. 사실 주변에 보면, 저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가끔 보면 PC방 가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밤에 늦게, 심지어 새벽에 들어오고요. 하지 말라, 가지 말라 그래도 제가 가는 걸 어떻게 막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지나치게 자꾸 PC방에 가서 밤을 지새우다 보면 중독으로 빠질 수 있는 거잖아요.

◆ 이승훈: 물론 중독으로 갈 위험이 높다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상황을 잘 봐야 할 것 같아요. 또래의 문화가 그런 게임을 같이하면서 어울리는 문화도 있고요. 스트레스 푸는 부분으로 해결하는 부분도 있고, 이런 부분을 다 같이 종합해서 봐야 할 것 같고요. 하지만 지나치게 수면까지 방해할 정도, 다음날 학업까지 방해할 정도로 게임을 하게 된다면 중독의 위험도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김명숙: 중독의 원인을 굳이 찾자면, 굳이라는 표현은 좀 그런데, 알코올이나 도박, 게임 중독 같은 것의 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세요? 왜 사람들이 그런 데 빠져드는 걸까요?

◆ 이승훈: 일단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생물학적인 부분이 있고요. 그리고 개인의 심리적인, 환경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겠고요. 사실 생물학적 부분으로는 도박이나 중독물질을 투여할 때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런 도파민이 분비될 때 굉장히 깊은 몰입감과 함께 평온함을 주거든요. 이 느낌이 굉장히 강력하기 때문에 쉽게 잊히지 않게 되고요. 이 느낌을 주는 행동을 계속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행동이 작동하는 것이 뇌에 보상회로나 학습기전으로 하나가 작동하게 되고요. 또 개인의 심리적·환경적 요인으로 보자면, 어렸을 때 도박을 통해서, 중독행위를 통해서 즐거웠던 경험을 하게 되면 그것이 계속 지속될 수 있고요. 학창시절에 특히 일찍 도박에 빠지거나 스트레스 대처 방식으로 도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도박 행동이 계속 지속될 수 있겠죠.

◇ 김명숙: 이런 것들을, 게임이든 알코올이든 인터넷이든 도박이든, 이런 걸 잠깐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 어디서부터를 중독이라고 우리가 표현해야 하는 걸까요?

◆ 이승훈: 일단 중요한 질문을 해주셨는데요. 예를 들어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봐도 꾸준하고 냉철하게 투자하는 사람도 있고, 중독에 빠져서 굉장히 몰입해서 행동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사실 중독과 일반적으로 몰입해서 건전하게 투자하는 행동의 차이를 보자면, 일단 일상생활에 그걸로 인해서 지장이 생기는가, 기능이 떨어지는가 이런 부분을 보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일 것 같고요. 그리고 또 그 행위를 통해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낀다면, 그런 부분에 긍정적인 생각이 계속 든다면 그 부분은 중독보다는 몰입과 관련한 행동일 수 있겠고, 그 행동을 하면서 계속 불안감과 죄책감이 느껴진다거나 계속 스스로를 위태롭게 만든다면 그것은 중독에 가까운 행동일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집중력과 중독 증상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보자면 즐거움과, 그런데 중독인 사람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 이승훈: 그게 사실 되게 재밌는 부분인데요. 집중력이 좋다는 부분과 중독 부분은 차원이 다르면서도 공유되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집중력 자체는 뇌의 여러 부분이 함께 작용하면서 일의 능률도 올려주고 작업 이후에는 성취감이나 안도감, 즐거움 등 긍정적인 감정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중독 증상은 중독 활동을 할 때 굉장히 집중하지만 그것이 끝난 후에는 불안감이나 피로감, 그리고 굉장히 자책감 같은 금단증상을 경험할 수 있고요. 그 활동 자체로 다시 일상기능이 떨어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나 또는 쾌락을 담당하는 뇌신경호르몬인 도파민이 같이 작용하는 게 공통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 김명숙: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제 즐기는 정도를 넘어서서 그런 중독 증상을 보일 경우, 저건 진짜 치료가 필요해, 반드시 치료해야 해, 그 수준은 어디서부터 말할 수 있는 걸까요?

◆ 이승훈: 일단 중독의 경과를 말씀드리자면, 도박이라든지 사행성 활동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드릴게요. 처음에는 조금씩 수익을 내면서 재미가 붙게 되고, 이후로는 이걸 통해서 계속 손실을 보는 단계가 오게 됩니다. 그러다가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 추격심리가 계속 생기고, 결국 큰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일상생활이 망가지고 자포자기하는 단계로 가게 되죠. 그래서 미리 만약 중독이라는 걸 알게 되면 예방할 수 있을 테니까 제가 중독의 진단 기준, 도박 중독을 예로 들어서 진단기준을 말씀드릴게요. 이 중에 네 가지 이상이면 스스로 지금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 만족할 만한 흥분을 얻기 위해서 점차 많은 돈을 쓰게 됩니다. 둘째로, 도박 행동을 멈추려고 할 때 짜증 나거나 예민함이 심해집니다. 셋째로 도박을 멈추고 조절하는 데 실패를 반복하게 되고요. 넷째로, 일상생활 중에 사행성 행동에 대한 사고가 몰입되어 있습니다. 다섯째로, 기분이 우울하거나 좋지 않을 때 이러한 사행성 행위를 하게 되고요. 돈을 잃었을 때 보상·추격하기 위해서 다시 도박하게 됩니다. 일곱 번째로, 도박과 관련해서 감추기 위한 거짓말을 자꾸 하게 되고요. 여덟째로, 도박으로 인해서 관계나 직업, 교육 등에 손실이 나타나게 되고요. 마지막으로 도박으로 인해서 절망적인 경제상황을 타인의 도움에 의지해서 타개해나가는 상황이 되는 것이 마지막이 되겠습니다.

◇ 김명숙: 도박도 그렇지만 알코올 중독도 과정이 비슷한 걸까요?

◆ 이승훈: 맞습니다. 사실 사행성 행동을 알코올로 바꿔도 크게 차이는 나지 않고요.

◇ 김명숙: 도박 같은 경우에는, 정말 모든 중독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더라고요, 아까 교육적인 것도 말씀하셨지만. 주변에 그런 경우를 제가 본 적이 있거든요, 도박으로 인해서 완전히 가장이 파탄 나는 경우. 본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 이승훈: 네, 있죠. 사실 중독은 그래서 제가 볼 때 가족의 병이라고 말씀을 많이 드리고요. 가족 자체의 심리구조 자체가 많이 망가지게 됩니다.

◇ 김명숙: 그래서 본인의 의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은데요. 이게 본인 혼자 치료 가능한 건 아니죠? 가능한가요, 본인의 의지만으로도?

◆ 이승훈: 사실은 굉장히 스스로 치료한다는 것 자체가 치료에 대한 의지가 없는 부분일 수 있겠고,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부분일 수 있어요. 그래서 도박을 하시는 분들이나 사행성 행동에 중독되신 분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이 보통 있는데요. 인지적인 오류라고 하거든요. 대표적인 인지적인 오류가 내가 사건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말이 있죠. 주사위는 기억력이 없다. 내가 도박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을 통해서 내가 사건을 조절할 수 있다는 오류가 있고요. 또 선택적인 기억을 하는 오류가 있는데요. 손해 본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이득을 본 것만 기억하시는 그런 선택적 기억 오류도 있습니다. 그 밑에는 어떻게 보면 내가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어떤 전능감, 이런 것들이 깔린 경우도 많이 있고요.

◇ 김명숙: 그러면 본인의 의지는 중요한 게 아닌가요? 내가 꼭 치료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텐데, 본인이 중독인 걸 깨닫고.

◆ 이승훈: 그렇게 되면 일단 치료 시작의 반은 성공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사실 치료받는 게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병에 대한 인식을 못 하기 때문이거든요. 나는 중독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치료 의지를 갖고 내가 병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명숙: 사실 일반적으로 중독 아니고 그냥 술자리에서 술 취한 사람한테 ‘술 취했어, 그만 마셔’ 하면 나 술 안 취했다고 다들 그러잖아요. 술 취했다는 사람 하나도 없죠. 중독은 더 그럴 것 같아요. 그래서 아주 심한 경우에는 폐쇄병동 같은 곳에 격리시켜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하잖아요. 그 정도로 아주 심각한 거죠?

◆ 이승훈: 네, 그렇죠. 보통 스스로 오시는 경우가 많지 않고 가족분들이 옆에서 보다가 너무 안타깝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보통 꼭 입원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지만요.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냐면, 중독행위를 통해서 더 지속될 경우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경우. 그리고 또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동반된 정신과적인 문제가 심각할 때. 그리고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있어서 환경적인 격리가 필요할 때는 입원치료가 필요하겠습니다.

◇ 김명숙: 그렇군요. 저희 오늘 이렇게 해서 대림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훈 과장님과 함께 중독증상은 어디서부터 중독이라고 하는 건지, 그리고 그 중독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여러분의 의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궁금한 점도 좋고요. 나는 이렇게 해서 중독에서 탈피했다, 하는 성공적인 사례도 있으면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께서 문자 보내주시는 동안 노래 한 곡 들을까 하는데요. 이번 노래는 우리 대림성모병원 이승훈 과장님께서 저희 방송 전에 살짝 너무나 쑥스럽게 말씀하셨어요. 신청곡이 있으시다고, 그런데 틀어주실 수 있는지 너무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는데 당연히 저희가 틀어 드려야죠. 어반 자카파의 ‘Beautiful Day’ 신청하셨거든요. 노래 듣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음악: 어반 자카파 - ‘Beautiful Day’)

◇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당신의 주치의> 대림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이승훈 과장님과 함께 ‘중독’에 관한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지금 문자 많이 오고 있는데요. 일단 7765님, ‘제 처남이 게임중독입니다. 한 달 전에 실직한 뒤에는 PC방에서 살다시피 하는 데요. 아이도 있는데 정신 차리길 기다려야 할까요?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면 화부터 냅니다’ 아이고, 아이도 있으신 분이래요.

◆ 이승훈: 일단 주변에서 고민이 많이 되실 것 같고요. 일단 보통은 게임중독 하면 청소년 시기를 먼저 떠올리는데, 요새는 가정을 이루신 분들도 게임에 많이 빠지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제가 봤을 때는 게임에 중독된 부분보다는, 그건 빙산의 일각일 것 같고요. 그 밑에 깔린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나 우울감, 외로움 이런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그 부분들을 같이 공감해주고 그 부분을 도와줄 수 있으면 게임에서도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단 실직 후에 받을 스트레스라든가, 아마 가정을 본인이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은 누구보다 스스로가 제일 크게 느끼실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 한 번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족분들이 가졌으면 좋겠고요. 가족 간에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게 이러한 인터넷에 대한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데 중요한 부분일 것 같아요.

◇ 김명숙: 단순히 PC방에 가서 사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자꾸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밑에 깔린 것부터 찾아내는 것.

◆ 이승훈: 네, 그렇죠.

◇ 김명숙: 이거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비슷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청소년들 게임 많이 하잖아요. 엄마랑 싸우는 이유 중에 대부분이 그거일 수도 있는데.

◆ 이승훈: 네, 맞습니다. 그래서 사실 하지 말라, 하라 라는 부분부터 보통 이야기하시는데, 부모님과 자녀의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다음에 부모님의 말씀도 아이가 들을 수 있게 되겠죠. 그래서 아이의 게임 하고 싶은 욕구를 이해해주시고 공감을 해주시고요. 사실 부모님들도 아마 30~40대 부모님들은 게임 많이 하셨을 거예요. 잘 아시면서. 그리고 나중에 신뢰관계를 회복한 다음에 게임을 하게 되면, 얻게 되는 이득과 손실에 대해서도 한 번 이야기를 해보고, 아이에게 스스로 그런 조절할 기회를 줘보시면서 함께 게임을 하는 시간을 정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지금 재미있는 문자가 하나 와 있어요. 0977님, ‘저희 엄마는 고사모. 즉 고스톱을 사랑하는 모임인데, 이 모임의 즐거운 중독에 걸리셨답니다. 심심할 때마다 모여서 하하 호호 웃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이 정도면 좋은 중독 맞죠? 아주 적은 금액이니 걱정 마세요.’ 하셨어요.

◆ 이승훈: 네. 그 정도면 적극 권장하고 싶네요.

◇ 김명숙: 저도 사실 고스톱, 명절 때 가족하고 많이 놀잖아요. 그러면 재미있기도 해요.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으면 되는 거죠.

◆ 이승훈: 네, 그럼요. 그걸 통해서 관계가 좋아지고 나이 드신 분들은 인지도 보호할 수 있으니까, 기억력 보호 효과도 있고요. 좋지요.

◇ 김명숙: 그리고 지금 5621님, ‘아버지가 퇴직 후 2년째인데 술을 많이 드시기 시작했어요. 매일매일 소주 두 병씩 혼자서 드십니다. 그런데 술주정은 안 하세요. 술 드시고 얌전하게 잠만 주무시는데, 치료가 필요할까요?’ 하셨네요.

◆ 이승훈: 이 부분은 직접 뵙지 않고 사연을 듣고서 말씀드리는 부분이라,

◇ 김명숙: 퇴직 후에 상실감 같은 게 올 것 같아요. 외로움도 있고.

◆ 이승훈: 맞습니다. 특히나 남자분들은 자신의 역할을 직장 역할과 동일시해서 지내오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직장을 퇴직하거나 상실하게 되면 나의 어떤 사회적인 역할뿐 아니라 나의 아이덴티티도 손실되는, 상실되는 부분이 많고, 자존감도 떨어지시고요. 그런 걸 술이나 이런 걸로 푸시려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런데 이럴 때 치료가 필요할까요, 질문하시는데 어떻게 해드려야 할까요?

◆ 이승훈: 이 부분은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긴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일단 자기 스스로가 그걸로 인해서 어려움을 느끼시는 부분들, 예를 들어 일상기능이 떨어지거나 가족분들이 주변에서 피해를 보거나 이런 부분들이 없고요. 또 술이 점점 늘어나거나 이걸 통해서 금단증상을 느끼시거나 이런 게 있어서 힘드시다면 치료를 권유해 드리겠는데, 그 정도가 아니시라면 일단 가족 간에 먼저 소통을 좀 더 늘려보시고 조금 조절해보시는 방향으로 가시는 걸 먼저 말씀해 드리고 싶네요.

◇ 김명숙: 또 이렇게 걱정해주시는 것 자체가 아버님과 함께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충분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2122님, ‘아내가 SNS에 과도하게 집착합니다.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않고 사람들 반응 없으면 우울해합니다. 우울해하면서도 화려하게 살고 있는 친구들의 SNS를 자주 확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셨네요. 요즘에 이렇게 SNS뿐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손을 놓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 이승훈: 네. 많이 계신 것 같고요. 사실 스마트폰이나 SNS 이런 것에 많이 시간을 몰입하게 되는 부분들이, 이분은 또 모르겠지만 어떤 분들은 ‘좋아요’라는 숫자 카운팅을 하면서, 이런 보상이 굉장히 중요하게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 김명숙: 그런데 숫자가 적으면 또 우울해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 이승훈: 네, 그렇죠. 그래서 이런 외부적인 요인에 스스로의 감정에 많이 기복이 생기게 되면 나중에는 이를 통해서 불안증상이나 우울증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통해 보상을 얻고 기분의 활력을 얻는 부분은 위험할 수 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이런 즐거움을 얻은 부분의 방향을 바꾸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규칙적인 산책이나 걷기 같은 운동, 새로운 관심 있는 취미를 갖는다거나, 너무 만약 스마트폰 조절하는 게 힘드시다면 요새 2G폰 같은 접근하기 어려운 걸로 폰을 바꿔보시는 것도 하나 고려해볼 수 있는 것 같고요.

◇ 김명숙: 그런데 이미 이렇게 SNS나 스마트폰에서, 일상 속에서 손을 못 뗄 정도의 분들은 핸드폰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이승훈: 그렇죠. 아주 어려운 부분일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많이 힘들고 어려우실 땐 전문가분을 만나서 한 번 도움을 청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그렇죠. 그리고 또 어떤 분은 너무 친구가, 지금 1178님께서는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는 친구가 있다고요. ‘일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일 중독도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병인가요?’ 하셨어요.

◆ 이승훈: 일 중독이라는 정식 진단은 아직 없지만요. 사실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병이라고 보는 넓은 부분에서 본다면 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 중독이라는 면이 스스로 육체적인 건강도 떨어뜨릴 수 있고, 또 심리적인 면에서, 사회적인 면에서는 가족 간의 친들 간의 관계 면에서도 많이 장애가 올 수 있다고 볼 수 있겠고요. 다행스러운 부분은 최근에 ‘워라밸’이라고 해서 워킹-라이프 밸런스(Working-Life Balance)에 가치를 두는 변화가 많이 오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질문하신 분도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셔서 워킹-라이프 밸런스를 맞추셔서 휴식도 굉장히 중요하다, 라는 부분을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 김명숙: 질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 말씀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아쉽지만. 대림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훈 선생님과 함께 중독에 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말씀 잘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 이승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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