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
  • 방송시간 : [월~금] 07:15~09:00
  • PD : 신동진, 이시은 / 작가 : 김영조, 정은진

인터뷰전문보기

성폭력 묵인,방관... 마치 생존의 기술인 냥 조언돼왔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2-28 10:05  | 조회 : 3939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8년 2월 28일 (수요일) 
□ 출연자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강간문화, 유리천장과 밀접한 연관성
-유리천장이란, 남성 특권구조 속 직책에서 열외 되는 현상
-여성을 동등한 파트너십 아닌 성적 착취 대상으로 여겨
-가해자 편에 개편된 세계, 피해자 자기혐오에 빠지게 해
-폐쇄적 조직문화, 강간문화 계속해서 재생산
-공동체 내 부조리, 내부고발 문화 활발히 이어져야
-피해자 신분노출, 불특정 다수로부터 2차피해 우려
-한국문화, 피해자 혼자 난자당하게 하고 있다
-#미투 운동, 남성연대 고리 해체 위한 길 
-피해자들에 법률, 심리적 상담, 의료 지원 무료 진행돼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버젓이 성추행을 했지만 누구도 말리지도, 문제 삼지도 않았다” 최근 성추행·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 고발 사례를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 외에도 범죄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주변인들이 있었습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고통에 입을 다물어 버리는 방관자적 문화가 되어 버린 건지. 관련해서,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 전화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윤김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이하 윤김지영): 안녕하세요.

◇ 신율: 이번에 방관자, 동조자 이런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렇게 범죄를 보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어디 있었다고 보십니까, 교수님께서는?

◆ 윤김지영: 제가 생각했을 때는 강간문화라고 하는 것 자체가 유리천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유리천장이라고 하는 것은 여성들이 고위 임원직이나 의사 결정직 등의 직책에서 구조적으로 열외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여성들이 사회의 하부 계급성을 차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남성들의 특권구조가 강화되고, 여성들을 동등한 파트너십에 입각한 선배나 동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적 착취 대상으로 여기게 하는 것. 이를 통해서 남성 연대를 통해서 가장 최정점의 권력의 피라미드 구조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여성들을 포식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한 방관과 동조를 해야만 일종의 승인된 남성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런 방관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 신율: 그러니까 교수님의 말씀을 요약해보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권력형 성폭력이기 때문에, 그 권력구조 하에서 성폭력이 일어나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 역시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 윤김지영: 예. 다시 말해서 이때 권력형 성폭력은 결국 남성과 여성 간의 젠더위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결국 남성 중심적인 이 사회 안에서 일종의 성폭력에 대한 방관과 묵인과 동조라고 하는 것이 남성 연대 사회에서의 생존의 기술이나 성공의 기술이 된다고 할 수 있겠죠.

◇ 신율: 그렇군요. 그런데 사실 피해자들이 고백했을 때, 주위 사람들한테. 원래 사회가 그렇다, 그럴 수 있다, 그냥 넘어가는 게 너한테 좋다, 이런 식의 조언을 해줘서 두 번 상처받는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이유도 그럼 거기 있겠군요?

◆ 윤김지영: 예. 그러한 방식의 조언은 결국 피해자들에게 침묵하라, 라고 하는 것이고, 결국 이 세계의 규칙과 문법이 강자이자 승자인 가해자 편으로 모두 개편되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각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피해자가 강간문화에 균열을 일으키는 저항의 서사를 아예 만들어나가는 것을 엄두조차 하지 못하게 원천봉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스스로의 피해를 피해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탓으로 해서 자기혐오의 구조에 빠지게 하는 것. 이것이 그동안 그것이 마치 생존의 기술이자 사회적인 처세술인 것처럼 그러한 방식으로 조언됐다고 할 수 있겠죠.

◇ 신율: 그런데요. 예를 들면 동료한테 이런 걸 털어놨다. 그런데 사실 그 얘기를 들은 동료도 분개는 하지만 자기도 어떤 권력 밑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을 거 아닙니까.

◆ 윤김지영: 네. 그런데 저는 이 경우를 두 가지로 나눌 때, 다시 말해서 이 사회에서의 강간문화에 대해서 침묵하거나 잘못된 건 알지만 그냥 가만히 있는 거죠. 다른 행동 하지 못하는 방관자·묵인자로서의 행태가 남성과 여성에 따라 두 가지로 크게 나누는데, 왜 이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하느냐면 남성들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하부계급에 있을 때는 동료나 후배 여성이 당하는 걸 보면서 저걸 어떻게 하나 하지만 나조차 나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한 폐쇄적인 조직문화 안에서 엄청나게 수장격인 인물이 어떠한 사회적 제재나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서 강간문화를 계속해서 재생산하는 것을 계속해서 보고 축적한 남성들은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권력이 주어지게 되는 위치가 되면 이제 강간문화의 묵인자·방관자를 넘어서 또 다른 포식자가 되어서 여성들을 성적 착취할 수 있는 구조를 재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무서워서 피해 여성을 오히려 고립시키거나, 더 여성이 뭔가 잘못했겠지, 라고 고립시키는 그 결과는 결국 방관자·묵인자로서의 여성 역시 언젠가는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그런 구조적 취약성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놓치게 하는 겁니다. A라고 하는 사람이 당했을 때는 그게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침묵했지만 이 구조적인 일종의 젠더위계를 통해서 발생하는 강간문화에서 나도 곧 일종의 포식대상으로 식별되어서 이때 피해자가 됐을 때 또 다른 여성들이 이제 침묵하고 이 여성을 고립하는 것을 통해서 강간문화가 계속해서 반복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 신율: 지금 교수님께서 ‘폐쇄적인 조직문화’ 이런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무너뜨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윤김지영: 예. 한 공동체가 갖고 있는 그런 부조리에 대한 내부고발 문화가 활발하게 이어져야 하거든요. 제가 볼 때는 지금 강간문화에 대한 폭로 역시도 한 조직문화 안에의 부조리 중에 성폭력에 해당하는 내부고발자들인데, 이렇게 한 공동체의 부조리를 내부고발하고 개혁하고자 하는 이들을 한 치도 용납하지 않는 조직문화의 폐쇄성이 일종의 강간문화의 재생산을 낳은 거라고 할 수 있겠죠.

◇ 신율: 지금 ‘내부고발 문화’ 말씀하셨는데요. 지금 KBS 보도에 따르면 미투운동에서 용기를 내서 고발하셨던 분들이 2차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심지어 살해 위협도 받고 있다, 이런 보도가 나왔거든요. 이걸 어떻게 바라봐야 합니까?

◆ 윤김지영: 다시 말해서 제가 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투운동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서 외치는 폭로라고 하는 운동과, 사법체계에서 있는 고소고발을 통한 실명제를 바탕으로 하고 신원확인을 위한 사법절차가 마구 뒤섞여있는 것 같습니다.

◇ 신율: 어떻게 돼 있다고요?

◆ 윤김지영: 다시 말해서 보통 우리가 미투운동에서는 자신이 속한 일종의 공동체 안에서 있었던 강간문화를 폭로하는 이들의 익명성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설령 그들이 내부에 있는 어떤 수장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리를 폭로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사법절차에 가서는 폭로한 사람이 신원을 밝히고 실명성을 통해서 고소고발이 이루어지는데, 현재의 미투운동은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모든 익명성을 버리고 얼굴과 모든 신분이 모두 다 노출되어 있는 상태로 불특정 다수에게 모두 다 공개되었을 때 그렇게 직접적으로 가해자로부터 일종의 폭언이라든가 어떤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로부터 계속 2차가해와 조롱과 여러 가지 폭력에 노출된다고 하는 것이 굉장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율: 그게 우리나라만 그런 거예요, 다른 나라도 그렇게 되는 겁니까?

◆ 윤김지영: 미국 같은 경우에는 거대 언론사들이 피해자들이 그렇게 법적으로 고소를 당하거나 소송을 당하거나 위협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피해자 보호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해서 일종의 언론이 방패막이 되어주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들 같은 경우에는 이걸 가십성으로 소비하는 과정 안에서 일종의 피해자를 완전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 그래서 불특정 다수한테 마치 이 피해자가 진짜 피해를 입증하기에 적합한 피해자인지를, 그 판단의 몫까지를 대중한테 맡겨버림으로써 피해자가 혼자 난자당하게 하는 방식으로 한국 문화에서는 언론이 이걸 이런 식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고 해서 우려가 됩니다.

◇ 신율: 그렇군요. 지금 미투운동 말고도 ‘위드유 운동’도 지금 확산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실 연대의 힘, 위드유,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라고 교수님께선 평가하십니까?

◆ 윤김지영: 저는 남성들이 강간문화를 근절하기 위한 ‘위드유(#WithYou)’라고 하는 운동에 참여하는 방식이 되려면 남성들은 자신이 강간문화에 대한 방관과 침묵이라고 하는 것을 통해서 가해의 역사를 저질러 왔다는 것. 남성 연대의 수혜자로 직간접적으로 복무해온 것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그리고 남성 연대가 저질렀던 많은 폭력의 역사에 대한 내부고발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성들이 미투운동에서 여성의 피해사실을 경청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누리고 있었던 무지(無智)의 권력을 성찰하고 남성연대의 고리를 해체해나가는 것이 미투운동에 연대해나가는 길이라고 보는 거죠. 그래서 이를 통해서 강간문화를 폭로한 몇몇의 피해자의 어깨에 마치 모든 세상을 바꾸는 미션을 홀로 짐지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미투와 위드유 운동을 통해서 함께 연대해나가면서 우리가 그냥 묵과해버렸던 강간문화의 고리를 하나씩 끊어나가는 것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율: 어쨌든 이게 시간이 지나면 또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말씀해주시죠.

◆ 윤김지영: 먼저 폭로한 피해자들에 대한 소송절차에 대한 법률 지원, 심리적 상담 지원, 의료 지원이 무료로 진행되는 원스톱서비스가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폭로 이후에 언론의 관심이 물러가면 이제 가해자들에 의한 본격적 보복성 고소가 시작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혼자 고립된 섬으로 남지 않기 위해 언론의 지속적인 후속보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또 시민운동의 차원에서는 피해자들이 폭로한 이후 홀로 사법적인 투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 방청연대라는 것이 있거든요. 그래서 시민들이 방청연대를 통해서 남성 중심적인 판결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법체계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하나 마지막으로는 성폭력 폭로운동을 지금 발목을 잡고 있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하는 형법조항도 폐지돼야 하고. 또 보통 2차가해가 주로 여성들을 꽃뱀이나 성적으로 문란하다 등과 같은 여성혐오적인 발화로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걸 막기 위해서라도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을 신설하는 입법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뿐만 아니라 강간문화에서 폭로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기 위해서는 강간문화의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주의를 판례로 남기는 사법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렇게 다각적인 차원에서의 지원과 시스템의 개선만이 피해자들에게 말의 시간과 자리를 다시 내놓아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신율: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김지영: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