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코너전문보기

50+ Q&A “50+가 알아야 하는 미투운동의 모든 것” -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2-27 12:35  | 조회 : 3249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2월 27일 (화요일) 
□ 출연자 :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

50+ Q&A “50+가 알아야 하는 미투운동의 모든 것” -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여러분, 요즘 한창 활발히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 어떤 건지 잘 알고 계시죠?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오늘 <50+ Q&A>에는 젠더정치연구소 김은희 연구위원과 함께 미투운동이 과연 무엇인지, 또 어떤 것이고 앞으로 어떤 사회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지, 또 이 시점에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김은희 연구위원, 먼저 인사 한 번 나누죠. 안녕하세요.

◆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이하 김은희): 반갑습니다. 소개받은 김은희라고 합니다.

◇ 김명숙: 제가 젠더정치연구소라고 소개해 드렸는데 어떤 곳인지 살짝 말씀해주세요.

◆ 김은희: 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지금 활동하기 시작한 지 20년 가까이 되어가요.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활동을 해왔고요. 처음 만들어진 계기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87년 민주화 이후에 풀지 못했던 숙제 중의 하나인 성 평등, 여성들의 정치세력화라고 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모인 단체입니다. 그리고 일정 정도 이제 여성들의 정치참여가 어느 정도 제도화되고 수치상으로 늘어나고 있지 않으냐, 라고 하는 국면에서 갖게 되는 오해랄까, 이런 것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좀 더 면밀하게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서 최근에는 연구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오래된 단체인데요. 꾸준히 여성운동을 해온 입장에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좋은 이슈는 아니지만,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종교계, 언론계, 연예계, 사회 각 전반에 걸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에 대해서 남다르게 지켜보실 것 같아요.

◆ 김은희: 그렇죠. 되게 반갑기도 하고요. 이제 때가 됐구나, 사실 이런 생각도 많이 들고요. 항간에는 왜 한국에서는 이제야 미투운동이 번지는가, 라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되게 많이 있습니다.

◇ 김명숙: 오늘 많이 해주시죠. 정말 사회에 우리가 몰랐던 이런 성폭력 사건들이 참 만연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근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김은희: 저는 이게 사실 한국에 한정해서 하는 문제가 아니라, 과연 근대화된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상화해왔는가, 라고 하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젠더폭력이라고 하는 것은 어제 대통령의 발표 내용 중에서도 그런 내용이 있었어요. 이를테면 젠더폭력은 강자가 약자를 성적으로 억압하거나 약자에 상대적으로 쉽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거든요. 이게 개개인의 문제거나 구체적인 특정 사건, 어느 분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런 성차별적인 구조를 같이 만들어온 것을 지금 다시 반성하면서 새로운 사회구조, 규범과 문화를 어떻게 만들 거냐, 라고 하는 게 되게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문화를 답습해온 게 지금 이 상황에서 터졌다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그렇죠. 과거부터 많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사실 저희가 오늘 <50+ Q&A> 이 시간에 미투운동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 중의 하나가 사실 꼬집어서 연령대를 말하는 건 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간에 우리가 흔히 중년이라고 말하는 50+ 이상 세대에서는, 사실 더 나이 많은 선배들도 그렇고 예전에 자기도 모르게 그냥 ‘이게 정말 나쁜 건가?’ 생각지도 못한 채로 그런 실수 아닌 실수를 했던 분들이 아마 많이 계실 거예요. 아마 그래서 요즘 몸 사리고 흔히 말해서 마음 졸이고 있는 남성분들 많이 계실 거라는 얘기를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하는데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앞으로 정말 좀 더 서로가 조심하고 남성 여성 이전에 우리가 한 사람으로서 더 잘 살아보자, 인격적으로. 그런 생각의 취지에서 오늘 저희가 이런 시간을 마련했거든요. 여러분, 함께하시면서 궁금한 사항 있거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문자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젠더정치연구소 김은희 연구위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미투운동, 다들 알고 계시지만 그래도 그 운동의 배경이라든가 시작은 어디서부터 봐야 할 건지요?

◆ 김은희: 사실 ‘#MeToo’라고 하는 해시태그 운동의 시작을 미국으로 보기는 하는데요. 저는 미투라고 명명한 것 자체는 아니라도 한국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해시태그 운동과 시작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3년 전에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3.8 여성의 날 즈음해서 시작되고 급속하게 확산되었거든요.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직접 할 수 있게 된 것, 그게 중요하다는 거죠.

◇ 김명숙: 사실 그게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이렇게 된 건지. 여성들이 예전부터 그런 경험을, 가슴에 평생 잊히지 않고 지울 수 없는 경험을 한 여성들이 분명히 지금 보니까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얘기를 못 하고 있었는데, 물론 미국 할리우드 연예인들이 미투운동을 벌이면서 확산해서 우리나라에도 퍼지긴 했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용기 있는 여성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어떤 계기에서 말하게 된 건지.

◆ 김은희: 저는 이런 새로운 주체의 형성들,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로 내 잘못이 아니었고 이건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구체적인 경험들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전에는 사실 늘, 저는 이번에 서지현 검사님께서 인터뷰하실 때 많은 여성들이 그 지점에 되게 사실 공감하고 눈물 흘렸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라는 것이었잖아요. 여성들은 그동안 이게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그동안 누누이 이 사회가 ‘이유가 있겠지, 피해자가 유발한 것이 아닐까’라는 이야기들을,

◇ 김명숙: 맞아요. 오히려 더 손가락질당하고.

◆ 김은희: 그렇죠. 그리고 오히려 이게 ‘그동안 다 그래 왔잖아’ 라고 하는 것을. 스스로 계속 내 잘못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 더 용감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여성운동의 성장도 저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 이 미투운동의 구체적인 촉발은 여성운동에 있다고, 구체적으로 한국에서의 여성운동에 있다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런 거잖아요. 컵에 물이 넘치기 위해서는 마지막 한 방울로 흘러넘치지만 그동안 부어온 물이 없으면 그 한 방울로 물이 넘치게 되지 않거든요. 저는 그래서 사회가 변화해온, 그리고 여성들의 의식이 변화해온 이런 축적된 힘이 지금 폭발하고 있고요. 그리고 그동안 어쩌면 계속 말해왔지만 제대로 듣지 않았고, 이제 들을 귀가 조금이라도 열려있는 사회의 변화라는 것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그래서 요즘에 미투운동 많은 분들이 동참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미투운동에 이어서 #WithYou #MeFirst 이런 운동까지 나오고 있던데, 다 같은 맥락인가요?

◆ 김은희: 그렇죠. 왜냐면 ‘미투’라고 하면 이게 ‘나도 그랬어’ 사실 그런 거잖아요. 그러면 계속 여성들만, 내지는 피해자들만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피해자들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요. 그게 아니라 ‘그랬구나. 나도 공감해. 나도 같이 바뀌겠어. 생각해보니 나도 전에 잘못했던 것 같아’ 이렇게 이어져가는, 사회가 같이 성찰하고 반성하고 변화를 추동해가는 면에서 다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게 어ㄸ?ㄴ 하나가 아니라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봐요.

◇ 김명숙: 그래서 미투운동에 대해서 취지도 좋고 당연히 우리가 이런 움직임이 있어야 하고, 다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하고 동참들을 하시는데요. 또 한편에서는 최근의 일련의 사태를 보며 이게 한편에서는 동전의 양면처럼 자칫 마녀사냥처럼 특정인의 잘못이 폭로가 돼서 잘못 아닌 잘못, 잘못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은희: 저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우선 먼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뭐냐면, 지금은 어쩌면 그런 우려를 먼저 표명하기보다 자신의 말하기를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경청하고 열심히 듣는 것, 그리고 그걸 통해서 성찰하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성폭력 사건에 관련해서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긴 한데요. 무조건 피해자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라고 하는 것은 아니에요. 피해자도 그런 아픈 경험을 하게 되면 늘 감정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고 언제나 합리적인 판단만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걸 어떻게 들을 거냐. 그리고 피해자도 스스로 자신을 추스르며 정확하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고 사회에 제안할 것이 무언지를 계속 정리해가는 과정이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 ‘그렇구나’ 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너 무슨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먼저 나와서는 이제 막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는 말하기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 된다는 거죠. 그런 우려는 조금 뒤로 미루어두어도 좋겠다, 라고 생각이 듭니다.

◇ 김명숙: 일단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순서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지금 청취자 의견, 질문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2112님, ‘많은 사람들이 미투운동에 동참하는 피해자들에게 지지와 공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감하는 건 좋은데 방향성에 대해서, 그냥 우리가 흔히 말하는 냄비처럼 후루룩 끓고 바로 식어버린다, 그런 우려의 소리도 있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데.

◆ 김은희: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저는 몇 가지 층위의 대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지금 피해자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증언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변화해야 할 요구사항 중에 큰 지점들이 법이나 제도를 개선하는 지점이에요. 이건 아마 그런 것들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나, 사법부나 의회에서 해야 할 책무가 있겠죠.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존의 문화나 규범, 잘못된 문화나 규범을 바꾸는 것에 대한 다 같이 공감과 노력. 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이 있을 것 같고요. 우선 구체적으로 그럼 개인이 지금 뭘 할 수 있을까, 라고 하는 부분은, 저는 우리 같이 말해주는 거예요. 이를테면 여성들이 그동안 성폭력이나 여성들의 의사와 관련해서 아닌 건 아니다, 라는 것을 자꾸 왜곡해서 듣는 남성중심문화가 있었단 말이죠. 아니라고 한 건 그냥 아니라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거 아니었잖아. 내심은 원했던 거 아니야?’라고 하는. 그게 아니라 같이 ‘No’라고 얘기해줘야 한다는 거죠. 지금 상황이 조금 더 진전되려면 어떤 구체적인 피해 상황에 피해자가 있을 때 피해자가 직접 말하기를 기다리기보다 어쩌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거 아니야’라고 얘기해주는 게 더 필요한 거죠. 피해자에게 증언까지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더 큰 고통일 수도 있어요.

◇ 김명숙: 지금 그리고 또 8712님은 ‘미투운동도 좋지만 모든 한국사회 남성 전체가 그런 식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은 나쁘다고 생각해요’ 하셨어요. 남성들 아마 다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 김은희: 성폭력 사건이 가지는 특수성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이를테면 성별 갈등, 성 전쟁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결국 이게 젠더 권력관계의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그 안에서는 우리가 멀고 큰 권력 말고 우리 가까이에 있는 미시권력. 안에서 여전히 누군가가 강자로서 군림해온, 그 지점에서 늘 여성들이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게 성 대결처럼 보이는 것이지, 남성들도 그 피해자일 수 있고 여성들도 가해자일 수 있거든요. 저는 꼭 이걸 성별 갈등 구도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명숙: 그렇죠. 저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남성 여성 나눌 일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을 가진 사람, 인간으로서 우리가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는데요. 남성분들이 의외로 문자를 많이 주시네요. 5312님 ‘40대 남자입니다. 여직원들에게 젠더 감수성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다리가 예쁘다. 좋은 일 있나 봐, 피부가 빛이 난다‘는 등 외모 칭찬하는 일이 그렇게 나쁜 일인가요? 정말 말 한마디 편하게 할 수가 없어서 불편해요’ 하셨네요. 우리가 칭찬은 할 수 있는데 수위 조절하는 건 각자의 몫이겠죠. 수위 조절해야겠고요. 또 9976님, ‘50대 남성입니다. 남성은 군대에도 가야 하고 가장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짐도 무겁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여성을 약자라고 하나요?’ 이건 우리가 페미니즘적인 측면에서 얘기해볼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김은희: 글쎄요. 사실 이걸 꼭 페미니즘으로 넘어가기 전이라도 우리가, 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같이 살아가려면. 나 혼자 산다고 하면 내 멋대로 할 수 있겠지만 누구든 같이 살아가려고 하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그것 중의 하나가 성 평등한 페미니즘적인 감수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동안 남성들이 너무 불편함 없이 살았다고 하면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것을 몸에 익히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요. 이건 저도 이런 라디오에 나와서 답변하는 입장이지만 저 스스로도 계속 ‘나는 어떤가’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자기 성찰하지 않고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같이 살아가는 것의 기본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서로 불편을 감수하는 것.

◇ 김명숙: 9214님, ‘저는 남매를 키우고 있는 30대 가정주부입니다. 딸아이에게 깨끗하고 단정한 옷차림을 하게 하고 항상 밖에서 조심하라 당부했고, 아들에게는 더 씩씩하게 자라라, 큰 꿈을 가지라 얘기하며 키워왔어요. 시대에 뒤떨어지는 교육법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그래도 남녀의 역할은 다른 것 아닌가요?’ 하셨네요. 물론 역할이 다를 수 있죠, 남자로 태어났고 여자로 태어났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시는 부모님도 계시고요. 사실 저도 요즘 이런 사태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어떻게 교육적인 측면에서 얘기하는 게 좋을까. 당연히 말은 해야 하고 학교 교육에서도 굉장히 필요한 건데 우리가 그동안 학교에서 성교육에 대해서 자세히 심도 있게 교육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런 것도 참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은희: 저도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어요. 그런데 글쎄요. 이를테면 남자는 씩씩하게 꿈을 가지고 여성은 단정하게 조심하면서, 라고 얘기하는 것이 지금 현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수용해서 키우는 거잖아요. 그런데 청소년들이 살아갈 사회가 여전히 지금 같은 사회이길 바라는가. 그게 아니라면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스테레오타입대로 강요하는 것은 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말씀하신 청취자분의 따님도 더 큰 꿈을 가지고 싶고 더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아들도 조심해야 하기도 하잖아요. 그게 정말 청소년들이 기존의 성별 역할 고정관념대로 살길 바라지 않는다는 걸 이미 지금 스스로 말하고 있다는 거죠.

◇ 김명숙: 그렇죠. 정말 이제는 남녀평등 교육이 전환점을 맞이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고요. 그래서 ‘페미니즘 교육이 공교육에서도 시행돼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지금 20만 명 이상 서명을 받았다는 소식도 있어요. 아마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6709님, ‘힘없고 어린 여성들에게 성적 피해를 주는 가해자들, 이번 기회에 정확한 법을 제정해서 강력 처벌해야 합니다’ 하셨어요, 아까 연구원님도 말씀하신 것처럼. 0107님, ‘50대 여성입니다. 저도 어릴 때 정말 많이 당했는데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한 번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후배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용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작입니다’라고 하셨어요. 정말 이래야죠. 우리가 오늘 이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쩌면 흔히 기성세대라고 하는 시대에서 그냥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했던 행동이나 말이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큰 상처가 되어 평생 지우지 못하는 쓰라린 상처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옛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고 지금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밑에 쌓여있는 건데, 이게 그게 수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저희가 오늘 <50+ Q&A> 함께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일들을 수면으로 떠오르게 하면 정말 투명하고 진정으로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문자를 함께 주시고 있는데요. 50+들이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 애청하고 계시는데요. 미투운동으로 인한 사회변화에 있어서 우리 50+들, 기성세대들이라고 하는, 그런 시대를 지내왔고 또 자녀들이 있잖아요. 자녀들이 있는 우리 50+들이 담당해야 할 과제나 역할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김은희: 글쎄요.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짧게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요. 저는 지금의 규범과 문화를 같이 만들어온 기성세대의 책임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개인 각자에게 비난하는 게 아니라 지금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하면 이 부정의를 바로잡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기 위해서 아이리스 영 같은 정치학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런 부정의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구조적인 균열을 드러내는 것, 말하기 하는 것. 그리고 소수자,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는 것. 그리고 주변에 있는 제3자들의 역할. 그리고 공적 구조, 국가나 사회의 역할이라는 네 가지 측면을 이야기했는데요. 여기 이 네 가지 측면에서 이를테면 3번째나 4번째 후자의 이야기를 같이 책임지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적인 책임의 공유.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왔던 것에 대해서. 이건 비난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온 것에 관한 책임을 공유하면서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제대로 제3자의 역할이나 사회나 국가의 역할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 아닌가 생각하고요. 저도 이미 기성세대가 되었더라고요. 우리 지금 사회가 신자유주의 극단에 와 있다고들 많이 말하잖아요.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어쩌면 나만 열심히 하면 최소한 직장을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를테면 우리 사회가 가졌던 학력의 계층이동 사다리 같은 것도 일정 정도 여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있었죠.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것도 가능했다. 지금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예요. 경쟁의 극단에 와 있는 사회가 이미 계층이동 사다리도 끊어졌고 내가 혼자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내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지금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거죠.

◇ 김명숙: 그렇다면 지금 한창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면서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하시는지요? 마지막 마무리 차원에서.

◆ 김은희: 저는 지금 되게 사실 기대도 크지만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지금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기 위해서 제일 처음 꼽는 게 이 목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미투운동의 결과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까를 마냥 낙관만 하기는 어려워요. 이미 물론 특정인이 공작정치니 이런 얘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그런 의견들도 꽤 많이 있잖아요. 이런 것들이 제대로 지금 이 안에서 자기 증언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지지하지 못하게 되면 이렇게 물결이 일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좌절은 정말 이 사회를 바꿀 수 없구나, 라는 절망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에 변화의 가능성을 계속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이렇게 해서 오늘 <50+ Q&A>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김은희 연구위원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은희: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