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 방송시간 : [월~금] 15:00~16:00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 도시재생이 세입자 살생이 안 되려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2-22 16:21  | 조회 : 2886 
[생생인터뷰] 도시재생이 세입자 살생이 안 되려면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PD
■ 대담 :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
  
◇ 김혜민PD(이하 김혜민)> 이태원, 망원동, 홍대.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곳들입니다. 말 그대로 핫한 곳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죠. 저도 몇 달 전에 밤늦게 이태원에 가본 적이 있는데요, 그곳은 대낮이더라고요. 사람들도 많고 불도 환하게 켜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도시 뒤에는 반드시 어두운 상황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관련 대책도 내놓고요. 그동안 문제가 됐었던 재개발이나 뉴타운 사업을 도시 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 연결돼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이하 구본기)>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제가 핫플레이스 이야기를 했는데요. 핫플레이스에 가면 화려한 모습으로 새롭게 세워진 상점들만 있고, 일본과 같이 100년 이상 된 상점들은 찾기 힘들어요. 우리나라만 그럴까요?

◆ 구본기> 그런 현상을 보고 보통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에 장인정신이 없다고 비판하시는데요. 사실 이차적 문제이고요. 우리나라는 임대차 제도 토양이 일본과 다릅니다. 일본은 기한을 설정하지 않은 임대차, 그러니까 무기한 임대차가 기본이고요. 그러니까 대를 잇는 가게가 나올 수 있는 건데요. 우리나라 법률은 임차 상 5년밖에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가령 어떤 가게가 열심히 일해 5년을 버텼어요. 그런데 건물주가 이렇게 말해요. ‘아이고, 드디어 5년이 지났네요. 이제 결정하세요. 월세를 10배 더 내시던지, 아니면 그냥 나가시든지요.’ 건물주가 이러게 말하면 임차상인은 가게를 접어야 합니다. 실제로 제도가 이렇게 설정되어 있고요. 우리나라는 100년 가게는커녕 5년 가게도 되기 어려운 거죠. 

◇ 김혜민> 예전에 보도에서 많이 봤던 것 같아요. 홍대 유명한 LP 가게도 그렇게 해서 없어지고, 서점들도 그렇게 해서 문을 닫고.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서 설명 드렸어요. 소장님이 간단하게 한 번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 구본기> 젠트리피케이션을 거칠게 말하면 구도심이 발전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임대료가 올라서 임차 상인들이 내쫓겼다고 언론에 소개되는데요. 임차상인만 내쫓기는 게 아니고 기본 거주지에 살던 주거민이 내쫓기는 상황도 젠트리피케이션이고요. 우리가 보기에 비자발적으로 이주를 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혜민>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했어요. 부산과 대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도 추진했고요. 서울시의 경우에는 대학로에 300석 미만 소극장에 임대료를 백퍼센트 지원해주기도 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요. 정부의 이런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 구본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를 가리지 않고 젠트리피케이션 관련해서 나온 대책들 거의 다, 전부 다 실효성 없거나 비효율적입니다. 가령 조례의 경우에는 임대인과 임차 상인이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내용을 담은 경우가 많은데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단히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처럼 알려졌어요. 언론 보도가 잘 안 되어 그런 거고요. 상생협약이 실제 체결된 지역에 상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내쫓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상생협약이 대단한 대책인 것처럼 홍보하니까 사람들이, ‘정부가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에 무척 열심히 하는구나.’라고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어요. 사실 그게 아니거든요.  

◇ 김혜민> 속수무책으로 내쫓기고 있다, 이 문장이 가슴 아프네요. 이런 이야기들은 재개발 산업 이야기할 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인데요. 문재인 정부가 그런 문제들을 막기 위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속수무책으로 내쫓기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도시재생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했던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도시재생 사업이 우리 흔히 들어온 재개발, 뉴타운 사업과는 다른 겁니까?

◆ 구본기>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사업들이 다른 게 아닙니다. 그냥 이름만 조금 바뀐 거고요. 현행 도시재생법이 어떻게 짜였냐면, 도시재생 지역이 선정되고 거기에서 무슨 사업을 하면 다 도시재생 사업입니다. 도시재생 지역에서 가령 뉴타운 사업을 하잖아요, 그럼 그것이 도시재생 사업이 되는 겁니다. 

◇ 김혜민> 간판만 바꿨네요?

◆ 구본기> 네, 간판만 바뀐 거니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거예요. 

◇ 김혜민> 도시재생사업은 일단 기존 거주자들의 개선된 생활 여건을 확보하겠다, 사회문화적인 기능을 회복하겠다, 도시경제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들을 가지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발전을 해보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전혀 안 되고 있다고요?

◆ 구본기> 사람들이 도시재생이라는 타이틀이 들어오니 기존 뉴타운 재개발 사업과 완전히 다른,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사업을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데요. 기존 뉴타운 사업과 도시재생 사업 문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지금 서대문역 근처에 있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거든요.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다가 도시재생으로 진행자님 말씀처럼 간판을 바꾼 곳입니다. 뉴타운 시작하면서 아파트 용적률을 올려 받는 조건으로 서울시에게 기부채납하기로 해서요. 서울시가 2015년에 그 지역을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면 거기에서부터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는데, 거기에서 장사할 수 있는 상인분들은 기존 뉴타운 사업처럼 길거리로 내쫓기지 않았느냐, 그게 아니었거든요. 당시 서울시가 내쫓기는 상인들을 위해서 대책을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고요. 

◇ 김혜민>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어요?

◆ 구본기> 똑같았어요, 뉴타운 조합이 하는 것과. 내쫓기는 과정에서 정확히 말해서 2016년 4월에 횟집을 운영하시는 상인 한 분이 분신해서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요약하면,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선정되고 있는데 사실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중에 사람이 죽어나간 자리입니다. 아무도 모르죠, 그것을. 서울시는 말하기 어렵겠죠. 지금과 같이 지방선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는 더 그렇죠. 

◇ 김혜민>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 관한 화려한 기사들만 저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 있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도시재생 사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백서를 발간하기도 한다는데, 그 안에 새로 세워진 세운상가가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에 들어간다고 하는데요. 세운상가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 구본기> 세운상가는 도시재생의 상징이죠. 그런데 거기에도 문제입니다.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서 보행데크를 만들었어요. 관광객들이 몰렸는데, 유동인구가 몰리면 건물주들이 하는 일은 뻔하잖아요. 바로 월세를 올리는 거죠. 거기 건물주들이 월세를 계속 올리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상인들이 내쫓기는 중인데요. 언론에 보도가 잘 안 되고 있고요. 문제는 처음부터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세운상가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전자제품 같은 것들을 팔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관광객이 무엇이 필요하냐는 겁니다. 기존 세입자들 입장은 하나도 고려 안 하고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을 밀어붙인 결과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이런 말 나올 수밖에 없죠, 서울시에게 당했다고. 

◇ 김혜민> 세운상가는 전자물품을 사고파는 목적이 뚜렷한 건물인데, 상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물인데 상인들이 쫓겨나고 있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씀이시잖아요. 

◆ 구본기> 맞습니다. 

◇ 김혜민> 앞으로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을 투기지역인 서울을 제외하고 낙후된 지역으로 점차 확대하겠다고 했으니 지역발전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 않을까요?

◆ 구본기> 발전적 측면에서 그런 건데, 세운상가 사례에서도 나오듯이 이 개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지 않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외부자들이 보기에 낙후된 지역이라고 생각되는 지역을 외부자들이 보기에 매끄럽게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안에서 사고들이 발생하는 거거든요. 그런 문제들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 같고요. 도시재생 사업이 사람들이 만나면서 하는 게 상식 파괴 사업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우리는 보통 위험이 벌어질 것 같은 행위를 할 때는 안전장치부터 착용해요. 오토바이를 타기 전에 헬멧부터 쓰잖아요. 그런데 도시재생 사업은 진행자님 말씀하신 것처럼 도시개발 사업이란 말이에요. 도시개발 사업을 할 때 우선 우려되는 게 젠트리피케이션인 건 불을 보듯 뻔하잖아요. 그러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안전장치부터 설계하고 도시개발 사업인 도시재생 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정부는 거꾸로 하고 있어요. 우선 사업부터 시작하고 사고가 터지면 그때 가서 수습을 하겠다는 식이거든요. 상식대로 돌아가지 않은 상황인 거죠. 

◇ 김혜민> 상식 파괴 사업이라고까지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말씀하신 부분들이 보완되려면 가장 먼저 어떤 것을 고려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구본기>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우리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보면 임대료 상승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장 우려하고 있어요. 세운상가 같은 경우도 그러하고요. 그러면 임대차 제도를 우선 개선하고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 상가임대차 보호법 같으면 5년 정도밖에 보호를 안 해준다고 했잖아요.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 그 후에 사업이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임대차 제도를 우선 먼저 정비하자. 

◇ 김혜민> 임대차 제도를 우선 정비하자. 사실 가정집은 전세가 2년이잖아요. 

◆ 구본기>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이잖아요. 

◇ 김혜민> 2년, 5년 엄청 빨리 갑니다. 이 부분부터 보완되면서 재생이든 개발이든 해야 한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8745번 님, “젠트리피케이션 처음 들어봐요. 어렵다고 했는데 잘 설명해주셔서 이해했습니다. 경리단길 가본 적 없지만 모두가 잘 사는 고장이 됐으면 좋은데 현실에서는 어렵죠. 치안이 보장되고 개성 있는 문화도 살리면 기존 토박이분들과 함께 수준 있는 동네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소장님의 바람이자 우리의 바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구본기> 네, 감사합니다. 

◇ 김혜민>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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