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인터뷰전문보기

[이슈!팩트체크]"더민주, '문재앙','문슬람' 악성댓글 처벌? 권위주의적 발상"-이고은 기자 2/4(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2-05 17:11  | 조회 : 8283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2월 4일 (일요일)
■ 출연 : 이고은 기자

사회자 : 지난 2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팩트체크가 필요한 부분을 확인해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이고은 팩트체커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고은 : 안녕하세요?

사회자 : 검찰 내부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여성 검사가 피해자로서 고발을 해서 논란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법조계는 물론 우리 사회 내부에서 쉬쉬됐던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인데요. 이 뉴스와 관련해 여러 팩트체크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어떤 사건입니까?

이고은 : 현재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재직 중인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8년 전에 본인이 겪은 성추행 사건의 전말을 고발했습니다. 2010년 10월 30일 동료 검사 부친의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인 안태근 전 검사가 자신의 허리와 엉덩이를 손으로 더듬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인데요. 문상 온 검사들이 여럿 모여 앉은 자리에서 서 검사 본인이 유일한 여성이었는데, 누군가 자연스럽게 안 전 검사 옆에 앉혔고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던 안 전 검사가 자신을 강제추행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회자 : 8년 전의 일, 그동안 침묵해왔다가 이번에 침묵을 깨게 됐는데 서 검사는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이고은 : 사건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검사 중 누구 하나 제지하는 이가 없었고, 사건 이후에도 이것이 공공연히 알려지면 성추행 피해자만 고통을 겪는 현실을 잘 알았기에 개인적으로 사과를 받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과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부당한 인사 보복까지 당했다는 것이 서 검사의 주장입니다. 서 검사는 2014년 사무 감사에서 부당한 일을 겪어서 이에 대해 소명서도 내고 이의제기를 했는데 오히려 검찰총장의 경고도 받았고요. 결국 원래 근무하던 여주지청에서 2015년에 집과는 거리가 먼 통영지청으로 발령이 났다는 것입니다. 서 검사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검찰의 통상적인 인사 원칙과 다르다는 점에서, 성추행 가해자인 안태근 전 검사의 보복성 인사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 강제추행 사건이라면 사실 형법상 처벌 가능한 상황이 아니겠습니까? 이 사건, 안 전 검사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까요?

이고은 : 안 전 검사를 비롯해 사건의 진상규명을 막았다고 서 검사가 지목한 당시 검찰국장이던 현재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처벌하라는 여론은 이미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제추행에 대한 처벌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입니다.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소시효도 10년이라 아직 만료 전입니다. 그런데 2012년에 비친고죄로 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사건 당시인 2010년에는 강제추행죄가 피해자가 고소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했습니다. 때문에 처벌로 이어지려면 서 검사의 경우는 고소가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친고죄는 범인을 안 날부터 1년 후면 고소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는데, 고소 기한을 지났다고 봐야 합니다.

사회자 : 강제추행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면, 인사불이익에 대한 처벌은 가능할까요?

이고은 : 이 부분은 처벌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는 누구든 피해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는 성폭력과 관련해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는데요. 인사불이익 내용이 증명된다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는 보입니다만, 안 전 검사가 서 검사를 고용하던 자인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직권남용에 대한 처벌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소시효가 7년이고 부당 발령 시점이 2015년이니 아직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안 전 검사가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으려면 서 검사의 근무평점과 인사발령에 개입한 게 확인되어야 하는데요. 법무부 등 당국의 진상규명 의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사회자 : 서 검사의 폭로로 인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여론의 환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미투’ 운동이 국내에서도 확산될 조짐이 보이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전개될 것 같습니까?

이고은 : 지난해인 2017년 10월, 미국에서는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폭력 혹은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SNS에 해시태그로 ‘me too’라는 문구를 달아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면서, 피해자들이 연대하고 성폭력에 항거하는 캠페인이 벌어져왔는데요. 서 검사 역시 이 미투 운동에 힘입어 자신의 피해 사례를 고발하게 된 점을 언급했습니다. 사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결국 피해자가 손가락질 받거나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등 고통을 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왔는데요. 더 이상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며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회적 감시와 문제의식을 환기시킬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는 여론이 큰 상황입니다. 법무부 등 당국의 진상조사와 해당 사건에 대한 조처, 검찰 내부의 개혁 등 향후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사회자 : 다음 뉴스에 대해 팩트체크하겠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문재앙’, ‘문슬람’이라 부르는 악성 비난 댓글에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강력 대응할 의사를 밝혔는데요. 추 대표의 주장처럼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댓글을 범죄로 처벌하는 것, 가능한 일인지 팩트체크해봅니다. 문 대통령을 ‘문재앙’이라 부르는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을까요?

이고은 :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인격적 평가를 낮출 목적으로 진실한 사실 혹은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행위입니다. 이런 명예훼손에 대해 형법 제307조는 사실 혹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게 하고 있는데요. 다만 공인이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실의 경우는 형법 310조에 따라 처벌 대상이 안 될 수 있습니다. 또 민법에서는 명예훼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재앙’, ‘문슬람’이라는 표현은 진실 혹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표현이라 볼 수는 없고, 따라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문재앙’, ‘문슬람’ 등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으로서 풍자나 비평에 해당된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 : 사실을 적시한 게 아니라 추상적인 평가나 경멸의 감정을 표현한 경우인데요. 이런 상황이라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이고은 : 그렇습니다. ‘문재앙’이라는 표현은 명예훼손보다는 모욕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법 제311조가 모욕죄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모욕죄가 친고죄라서 문재인 대통령 당사자 혹은 대리인이 직접 가해자를 고소해야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2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납득할 수 없는 비판이나 비난을 받더라도 “참아야 한다. 국민들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어떤 비판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만큼, 문 대통령이 국민을 직접 고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 : ‘문재앙’이라는 표현은 약간 장난스럽기도 하고, 풍자나 비평에 가깝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요. 풍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 아니겠습니까?

이고은 : 풍자 행위는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입니다. 법원의 판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대표적으로 풍자의 대표격인 신문 만평과 관련한 판례가 있습니다. 1998년 김인호 전 청와대경제수석이 김상택 전 경향신문 화백과 경향신문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10억 원을 청구한 소송이 있는데요. 이 소송은 만평에 대한 명예훼손과 관련된 첫 판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법원은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 없이 단지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관하여 비평하거나 견해를 표명한 것에 불과할 때에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사회자 : 그런데 최근까지도 공인에 대한 풍자가 지나칠 경우, 또 절대 권력에 대한 비평과 풍자에 대해 저지하고 처벌하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고은 :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문재앙’에 버금가는 악성 용어가 많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쥐를 닮았다고 해서 ‘쥐박이’, 뇌용량이 작다고 해서 ‘2MB’라는 표현이 있었고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닭그네’, ‘다카키 그네코’ 등 비하하고 조롱하는 용어들이 널리 쓰였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2013년 포털 사이트에 자신을 비판한 연관 키워드 ‘박근혜 생식기’, ‘박근혜 돌대가리’ 등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고, 2015년에는 인터넷 상의 풍자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고만으로도 댓글을 삭제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습니다. 물론 이런 시도는 풍자와 비평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헌법에서 다른 기본권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이유에서 비난받았습니다.

사회자 :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이런 움직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크게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다소 이중적인 잣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고은 :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과 국가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마저도 차단하고 언론의 ‘빅브라더’ 역할을 하겠다는 폭력적인 발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라고 맹비난한 바 있습니다. 결국 당시와 지금을 보면, 여야 공수가 뒤바뀐 상황에서 공인에 대한 풍자와 비평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한 부분인데요. 풍자와 비평을 모두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여집니다.

사회자 : 지금까지 이고은 뉴스톱 팩트체커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