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지만, 잎새에 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였던 별빛 같은 시인, 윤동주. 중학생 시절부터 시를 쓴 그는 스물아홉 살 나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참 많은 시를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작품 중에는 동시도 많이 있습니다.
그에게는 열 살 터울의 동생이 있습니다. 바로 윤일주씨인데요,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한 일주씨 역시 문인으로 활동했고, 1985년 작고한 뒤 2년 뒤에는 유고 동시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형제의 동시집 <민들레 피리>가 나왔습니다. 1935년에서 38년까지 윤동주가 쓴 동시 34편, 그 아우의 동시 31편이 담겼는데요.
“빨랫줄에 걸어 논/요에다 그린 지도는/지난 밤에 내 동생/오줌 싸서 그런 지도”라는 형의 동시도 있고요, 표제작인 윤일주 시인의 <민들레 피리>는 이렇습니다.
“햇빛 따스한 언니 무덤 옆에/민들레 한 그루 서 있습니다./한줄기엔 노란 꽃/한 줄기엔 하얀 씨.//꽃은 따 가슴에 꽂고/꽃씨는 입김으로 불어 봅니다./가벼이 가벼이/하늘로 사라지는 꽃씨.//-언니도 말없이 갔었지요.//눈 감고 불어 보는 민들레 피리/언니 얼굴 환하게 떠오릅니다.//날아간 꽃씨는/봄이면 넓은 들에/다시 피겠지.//언니여, 그때엔/우리도 만나겠지요.”
동성의 손위 형제를 부르는 말, 언니-. 아우인 윤일주 시인의 노래 속에는 억울하고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언니 동주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형제의 아련한 서정, 만나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