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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속으로]"국민청원, 청와대는 이슈 선점 & 언론은 뒷북"-안호림 교수 12/9(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12-19 18:29  | 조회 : 3369 
아나운서: 이 시간은 미디어가 그리는 세상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 순서입니다. 스튜디오에 안호림 교수님 나왔습니다. 안녕하셨어요? (인사)
오늘은 어떤 이야기 해볼까요?

안호림: 최근 조두순 출소반대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적인 답변이 있었습니다. 조두순 청원은 65만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긴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청원입니다. 또 지난 12월 2일에는 특정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 엠넷 ‘MAMA(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를 폐지하자는 청원을 올린 뒤에 접속자 폭주로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시민들 사이에서 국민청원이 갖는 인기, 위치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말씀하신대로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는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항간에 화제 거리가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제도가 전에도 있지 않았나요?

안호림: 맞습니다. 예전에도 청와대에 신문고라는 게시판이 있었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국민신문고라는, 국민들이 직접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어서 지금도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이 가능합니다. 새 정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국민청원제도가 새로운 건, 공개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국민들의 뜻이 모이면, 그러니까 20만 명 이상이 30일 이내에 청원내용에 동의하면 정부 또는 청와대에서 직접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답을 하도록 제도화 한 겁입니다. 처음으로 서명자가 20만 명을 넘긴 사안은 (청)소년법 폐지로 지난 9월 25일 청와대가 공식답변을 내놨고, 11월 27일에는 낙태죄 폐지, 12월 6일은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 등 현재까지 총 세 건에 대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20만 명 이상이어야 정부가 답변할 의무가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 기준과 별개로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의) 성의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 정부가 강조하는 ‘소통’의 철학이 잘 드러난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 : 이런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닐텐데, 외국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안호림 : 네, 그렇습니다. 이런 제도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도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설치한 국민청원 게시판, We the People이 있습니다. 미국은 30일 내에 1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백안관이 60일 이내에 답변하도록 돼있습니다. 현재에도 서명자가 10만 명을 넘겨 백악관이 답변해야하는 사안이 17개나 됩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세금환급 정보 공개가 110만 명이 넘는 청원을 받아 1등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직자로서의 재산분할 또는 신탁, 심지어 대통령 사퇴 청원건도 10만 명 이상의 청원을 받았습니다. 지난해(2016년) 백악관에 보존되어 있는 청원(150만 이상 서명을 받은 청원)을 분석한 결과, 의료보험에 대한 청원이 8%로 가장 많았고, 군대, 퇴역군인 관련 청원이 6%로 2위, 다음으로는 이민정책, 교육정책, 총기규제가 주로 국내정책관련 사안이 많은 서명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특정범죄를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전체 청원의 5%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영국도 유사한 제도가 있어서 1만 명 이상이면 정부가 공식 답변을 하고, 10만 명 이상이면 의회에서 논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올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중단해 달라는 청원이 삽시간에 100만 명을 넘어서서 의회에서 실제로 논의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취임과 동시에 국민청원제도를 도입했고, 심지어 본인이 직접 청원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sns의 시대에서 정부가 국민과 직접적인 소통을 제도화 한 것입니다.

아나운서: 앞서 말씀하신 엠넷시상식 예에서 보이듯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매우 다양한 청원들이 올라온다고 알고 있는데, 직접 들어가 보니까 어떠셨나요?

안호림: 저도 처음 들어가 봤는데, 현재 3만 5천 여 개에 가까운 청원이 올라와 있었고 기간 만료된 2만 5천 여 건까지 합치면 게시판이 탄생한 이후 무려 6만 건이 넘는 청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중에는 현재 25만 명을 넘겨 서명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사안은 북한병사 귀순 사건으로 주목을 받게 된 권역외상센터 지원확대 청원입니다. 청원 전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 1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사안들만 대상으로 살펴보면 교원 성과급 폐지, 간호사 처우개선,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 개선, 청와대 상주기자단 해체, 미세먼지 해결, 동물학대 처벌 강화, 의료보험, 한방보험 분리, 수능 상대평가 유지/정시 확대 등 정책 개선, 제안 등이 주를 이루는 데 교육정책에 대한 비중이 높습니다. 이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신모 판사 해임 촉구와 같은 정치인, 공직자에 대한 처벌 청원, 박수진씨 삼성특혜 조사, 앞서 말한 MAMA폐지 청원과 특정한 범죄 수사 조사 촉구 등의 청원들도 눈에 띕니다.

아나운서 : 청원자가 만 명을 넘지는 않는 청원들 가운데도 특이한 것들이 있겠죠?

안호림 :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 후 여성호칭 개선이나 길고양이 학대범 처벌, 제사 폐지, 교사 핸드폰 번호 공개 금지 등 실로 매우 다양한 주제의 청원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아나운서: 국민청원 중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언론에서도 많은 보도가 이루어진 사안들도 있었는데, 한국 언론은 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던가요?

안호림: 일단 국민청원제도의 인기 자체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전에 없던 현상이니까요. 이를테면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청원제도가 가진 정치제도로서의 함의에 대해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깊이 다뤄보기도 했고, 지난주에는 <KBS공감토론>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1시간이 넘는 긴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국민청원제도를 통해 정부와 국민간의 활발한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의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지적과 제도정치의 무력화, 포퓰리즘의 가능성 등의 우려되는 요인들에 대해 동시에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국민청원은 국가권익위가 처리하는 게 옳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은 청원에 대해서는 언론도 관심을 기울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일 수도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조국 민정수석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죠?

안호림 : 네, 그렇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이 직접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교황의 발언을 왜곡 인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더욱 논란이 되기도 한 낙태 문제는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집중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어, 종교계, 학계, 의료계, 시민단체 등 이 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소개하고 논점에 대해 정리하는 등 비교적 자세한 보도가 방송, 신문 모두에서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 6일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답변한 조두순 출소반대청원/주취감경 폐지 청원에 대해서는 YTN라디오에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다뤘고, MBC에서는 주취감경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조두순법’을 발의한 민주당 신창현 의원과의 상세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위와 같이 정부가 답변을 할 정도로 많은 서명을 받은 사안들에 대해서는 언론이 심층보도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그 외 사안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보도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나운서: 교수님, 그렇다면 언론학의 관점에서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안호림: 청와대 국민청원제도가 한국 사회에서 하는 역할을 볼 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를 통해 청와대와 국민들이 의제를 설정하고 주도하는 양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건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가 지적한 점이기도 합니다. 이슈 주도권을 청와대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죠.
  여론의 형성과 발전과정에서의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이론인 Agenda setting theory, 한국말로는 의제설정이론이라는 이론에 따르면 언론이 중요하게 자주 보도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중도 중요하고 두드러지는 사안으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언론이 세상에서 발생하는 일을 모두 다루는 것은 불가능기 때문에 뉴스 가치가 높은 사안부터 보도하고, 뉴스가치가 높을수록 보다 자주, 자세히 보도하는데, 이렇게 언론이 뉴스에 대해 부여한 중요도가 유권자들이 그 사안에 대해 부여하는 중요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결국 언론은 어떤 사안이 사회적 의제, 즉 여론의 대상, 주제가 되는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방송, 신문과 같은 매스미디어가 가장 강력한 의제설정자로서 역할을 해왔었습니다.

아나운서 : 의제설정을 언론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안호림 : 물론 그렇습니다. 정치인, 정당과 같은 정치단체, 시민단체, 사회단체 등도 중요한 의제설정자 중 하나이고 특히, 대통령과 같이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의제를 던져서 여론의 관심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적극적인 의제관리를 합니다.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강한 영향력 이에 상응하는 의제설정능력을 가진 미국의 경우 7대 대통령인 잭슨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대통령 본인이 직접 의제설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선례를 만든 이후, 현재까지도 이런 전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들은 주로, 취임사, 신년사, 국회연설과 같은 공식적인 대국민 담화 등을 자주 활용하는데, 예를 들어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같은 경우 2016년 신년사에서 ‘미래’를 강조하고 공화당을 겨냥해 “거친 말 이상의 것 필요", "인종-종교 타깃 안 돼” 등의 메시지를 던지며 대선의 의제를 설정하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자주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런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제도로 가져온 변화의 특이한 점은 정당은 여론의 발전과정에서 소외되고, 언론은 여론을 주도하기는커녕 청와대와 국민들의 관심사를 쫓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아나운서 : 그럼 안 교수님은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보시나요?

안호림: 미디어의 측면에서만 말씀드리자면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입니다. 사실 이런 경향은 인터넷이 대중화 되면서 자주 지적되던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보의 유통이 대부분 매스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세상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중요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TV, 라디오, 신문과 같은 매스미디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들 매체는 강력한 의제설정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요. 그런데 인터넷의 등장 이후 각종 온라인 게시판,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매우 다양한 언로들이 생겨났고, 온라인이 사회적 논의의 공간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매스미디어의 정보에 대한 독점이 깨진 것이죠. 최근에 들어와서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비롯한 SNS가 대중화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더욱 강해졌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당선에 큰 기여를 했던 노사모 현상이나, 비록 좋지 않은 사례지만 타진요 사례는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케이스입니다. 이제는 공중들의 이슈를 언론이 보도해서 사회적 이슈화 되는 이른바 ‘역 의제설정 현상’을 흔히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아나운서 : 그렇다면 국민청원제도의 인기는 ‘역 의제설정’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겠네요?

안호림 : 네, 아무래도 현재 국민청원제도의 폭발적 인기는 한국의 언론이 국민들의 관심과 필요에 따른 사회적 이슈 발굴에 미흡했던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즉, 의제설정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잘 하지 못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언론에 의해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이 계속 제기되었다면 국민들이 굳이 자신들이 나서서 이를 ‘읍소’할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요.

아나운서: 국민청원제도가 이슈를 주도하는 상황 속에서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안호림: 정부, 정치인과 시민들 간에 직접적인 소통이 늘어나는 현상 자체는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대의민주주의란 현실적인 제도지 완벽한 제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국민투표, 주민소환제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끌어들여 제도적으로 보완하기도 합니다. 청와대가 그동안 닫혀있던 문을 활짝 열어 국민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사실 과거 한국의 정부, 정당이 국민들을 계몽과 선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더 강했고, 동등한 자격을 가진, 또는 실제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국민들과의 소통에는 모범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새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높은 지지를 보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국민들과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청와대로 말의 권력이 집중되고 정당과 언론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건강한 여론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제시될 수 있어야 하는데 특정한 창구만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국민들의 관심사에 더 귀를 기울여 이슈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이미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원들 중에서도 소수의 의견이지만 의미 있는 이슈들의 경우 언론이 심층 보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답변이 이루어진 사안이라도 해당 사안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사회적 합의가 가시화될 때까지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청원 게시판을 통해서는 청원에 찬성하는 이들의 의견만이 제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낙태죄 폐지 청원에서와 같이 보다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책 사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국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 네, 언론이 자기반성을 먼저 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인사) 지금까지 안호림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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