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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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 장석주 시인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12-14 12:37  | 조회 : 3220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12월 14일 (목요일) 
□ 출연자 : 장석주 시인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 장석주 시인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2017년 끝자락을 보내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돼요. 이쯤 되면 한 해를 돌아보는 건 물론이고,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생 자체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아무리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50+쯤 되다 보면 산 날보다는 살아갈 날이 조금 더 적은 건 사실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더 힘든가 봐요, 잘 살아야겠다는 욕심이 앞서서. 오늘은 우리 청취자 여러분 가운데 아마 베이비부머 세대, 50+ 이상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그분들이 더 많이 공감하실 이야기,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물론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닌 분들도 함께하시면 아마 ‘아, 이런 세대를 살아왔구나’ 하고 이해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이라는 책일 새롭게 출간하신 장석주 시인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장석주 시인(이하 장석주): 안녕하세요.

◇ 김명숙: 반갑습니다. 선생님, 지난가을에 모시고, 또 겨울에 이렇게 추운 날 오셨어요. 약속을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제가 지난가을에 오셨을 때 ‘시인에게 가을은?’이란 질문을 드렸는데, 이번에는 시인에게 겨울은? 이렇게 질문 드릴게요.

◆ 장석주: 추운 계절이죠.

◇ 김명숙: 역시 똑같군요.

◆ 장석주: 매일 저는 산책을 하는데, 한파가 몰아치는 요즘은 정말 힘들더라고요. 어제는 낮에도 영하 6도라 코가 엄청 따가울 정도로. 공기에 마치 누가 식초 방울을 떨어뜨려 놓은 것처럼 코점막에 굉장히 아픈 자극이 올 정도더라고요. 그리고 한편으로 작가나 예술가들에게 겨울은 자기 침잠의 시기, 그리고 자기만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기, 그래서 창작에 동력을 주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 김명숙: 그렇군요. ‘창작에 동력을 주는 시간’, 이 겨울. 그런데 동력 받으시면 어떡해요. 그 바쁘신 가운데 책을 내셨잖아요.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이란 책을 새롭게 출간하셨는데, 오늘 방송 함께하시면서 이 책을 받고 싶으신 분들은 문자 보내주세요. 저희가 문자 보내주신 몇 분 선정해서 장석주 시인이 쓰신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책 선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경쟁 치열할 것 같아요, 오늘. 그런데 여러 가지 책 가운데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이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장석주: 제가 베이비부머 세대이기도 하고요. 지난봄에 한 잡지에서 ‘세대론’이라는 특집을 꾸미면서 10대부터 다양한 세대의 필자에게 글을 청탁해서 실었는데, 그 특집에 베이비부머를 대표해서 제 글이 실렸어요. 앞부분에 실린 글이 바로 그 글인데, 그 글을 쓰면서 ‘이번 기회에 베이비부머로 살아온 내 삶의 여정을 한 번 훑어봐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쓰게 됐죠.

◇ 김명숙: 그런데 책 앞부분에, 앞서 세대론도 말씀하셨지만, “모든 세대는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가 처한 역사 시간을 뚫고 나온다” 이렇게 쓰셨어요. 그 대목이 참 인상적이었거든요. 이렇게 쓰시면서 아마 세대별 특징을 아는 것이 누구에게나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 장석주: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후, 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들인데, 전후에 굉장히 많은 아기들이 동시에 많이 출산했어요. 그래서 살아오면서 항상 굉장한 경쟁을 겪으면서 살아온 세대거든요. 그런 베이비부머들이 가진 공통의 역사경험, 삶이라는 것은 시공의 한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거든요. 내 자유의지나 욕망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았던 시대가 허용하는 범주 안에서 내 삶이 이뤄진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 세대의 삶을 돌아본다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략 720만이라고 해요. 그들에게도 뭔가 의미 있는 하나의 선물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 김명숙: 돌아보는 게 참 좋긴 한데요. 돌아보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그렇게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참 마음이 비는 것 같은 느낌을 받더라고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 장석주: 그렇죠. 베이비부머가 가난했던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고, 산업화시기에 나라 경제 발전에 분명히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생산 일선에 나가서 열심히 일했고. 그리고 또 우리나라가 민주화하는 데 기여한 바가 있고요.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온 세대예요. 자기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에 충실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런데 지금 50대 말, 60대 초반에 들어선 이 세대들이 뭔가 삶에 공허감을 갖기 시작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당신들은 잘살았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고, 그게 바로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축이 되었고 민주화를 이끄는 데 기여했고. 그리고 우리 세대는 부모를 공양하고 모셨고, 또 자식들을 부양하는 세대인데, 정작 자기 자신들은 자식들한테 부양을 못 받는 세대예요.

◇ 김명숙: 기대도 하면 안 돼요.

◆ 장석주: 저는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데,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쓸쓸한 느낌을 갖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베이비부머에게 우리 시대는 쓸쓸하고 찬란했다, 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 김명숙: 그렇지만 또 지금 말씀하신 가운데 ‘찬란했다’는 게, 그 대목에서 제가 생각나는 게, 우리 때는 열심히 살고 잘살기 위해서 노력들 했지만, 동시에 감성이 더 풍부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경쟁이 치열하다고는 했지만 어쨌든, 예를 들어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도 취업이 잘되는 편이었고요. 또 대학을 나와도 웬만한 의지가 있으면 대기업에도 취직이 잘됐고. 그런 것들을 보면 그때는 그래도 그만큼 각박하지는 않았구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 장석주: 제가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그 당시 인문계건 실업계건 그 세대의 많은 학생들이 머리가 총명한 학생들은 대개 문학소년, 소녀들이었어요. 그래서 가을이면 문학의 밤 같은 것도 하고 백일장도 하고, 글을 안 써보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까뮈의 <이방인>을 안 읽은 친구들이 없을 정도로 문학적 감성을 키운 세대들이죠.

◇ 김명숙: 요즘에는 단풍잎 말려서 책갈피 끼우고 그런 정서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 장석주: 여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책갈피에 단풍잎 끼워서 말리고. 그런 감성이 풍부하고 여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70년대 중반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저희 같은 경우 거의 다 은행이나 대기업 같은 데 취업을 쉽게 할 수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에 굉장히 어려움을 느끼는 세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행복했던 세대다, 라고 말할 수 있겠죠.

◇ 김명숙: 그래서 우리 세대가 어떤 면에서는 너무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지금 공허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찬란했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죠. 그래서 앞으로의 남은 삶도 더 빛나게 살아가려고 우리가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책을 읽으면서 잠깐 앞부분에 본 게, 시드니에서 45년 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떨어져 있던 세월이 무색할 만큼 너무 통하는 게 많았다” 이렇게 표현하셨더라고요. 

◆ 장석주: 고등학교 2학년 때 바로 제 짝이었던 친구를 시드니에 가서 만났어요. 너무 반가웠죠. 얼굴은 그대로더라고요. 둘이 함께 시드니시티, 오페라하우스 있는 데를 같이 걷고 같이 밥을 먹고, 또 두 부부가 뉴질랜드 여행을 가서 일주일 동안 같이 지냈거든요. 그러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한테 공통점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 김명숙: 떨어져 산 시간이 그렇게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 장석주: 물자가 귀했던 시대를 살았던 탓에 절약하고 근검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고. 어딘가를 걸을 때 굉장히 속보로 빠르게 걷는 것, 이런 것들을 보고, 우리가 45년 떨어져 있었지만 우리 세대가 가진 공통점은 어디에 살든지 그대로 갖고 있구나, 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죠.

◇ 김명숙: 아마 우리 청취자분들도 그런 느낌 많으실 거예요. 우리 베이비부머 세대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감대. 그건 어쩌면 다양한 경험들을 함께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예를 들자면 한국 현대사를 베이비부머들은 다 겪으면서 살아왔잖아요. 그래서 특징이 분명한 것 같다, 우리 세대는. 장석주 시인께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을 관통하는 여러 가지 현대사 다양한 사건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요?

◆ 장석주: 우선 제일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1968년도 1·21 사태,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의 30명의 무장군인이 내려와서 청와대 습격사건이 있었잖아요. 그것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고, 저희 집이 청와대 바로 옆이었거든요. 그 사건을 통해서, 저희 세대는 반공교육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리고 간첩에 관한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래서 분단국가라는 실감과 함께. 그리고 김신조 무장군인 침투사건 이후에 바로 고등학교에 교련시간이 생겼어요. 그런 것들에 대한 여러 가지 기억이 많이 남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1987년 6·10항쟁을 겪으면서 대통령 직선제를 다시 찾은 것. 그리고 40대에 맞은 1997년 IMF 사건, 우리 세대가 40대에 직격탄을 맞았거든요. 많은 친구들이 직장에서 강제로 쫓겨났고, 또 자영업을 하던 친구들은 사업이 망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방황을 겪기도 했고. 좀 아픈 기억으로써 1997년에 IMF 사태도 굉장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고,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던 거고. 또 개인적으로 저는 1992년에 출판사를 하다가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를 내고 두 달 동안 구치소에 들어갔던 기억이 제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되었던 사건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 김명숙: 지금 마광수 교수의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마광수라는 한 개인은 아마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 장석주: 그런데 마광수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아니에요. 1951년생이거든요. 저희보다 4~5살 위의 세대이고. 그런데 마광수 교수 같은 경우는, 저는 너무 잘 알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시를 써서 학원문학상을 받고, 그림도 그렸고, 그리고 고등학교 때 <주역>을 공부해서 친구들의 점을 봐주고, 이상에 관한 비평문을 써서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고, 23살에 최초로 윤동주의 시 전편을 해석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그리고 28살 때 홍익대학교 사범대 교수가 되었고. 그러니까 이런 행로를 보면 굉장히 독창적인 천재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런데 1980년대에 성 담론의 해방을 주장하는 시와 에세이와 소설들을 발표하면서 굉장히 궁지에 몰렸죠. 좌우, 진보건 보수건 다 동시에 공격을 받은 사람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상당히, 그런 천재가 이해받지 못하고 우리 사회가 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제가 많이 느꼈고요. 그래서 마광수 교수의 중요한 저작물들을 출판사를 하면서 제가 냈어요. 저하고는 아주 각별했던 분이죠.

◇ 김명숙: 얼마 전에 안타까운 소식을 우리가 접했는데, 정말 ‘천재’라고 불릴 만한 마광수 교수. 그분이 아마 너무 앞서 가셨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인들이 따라가질 못했던 것 같아요.

◆ 장석주: 지금이야 방송에서도 성 담론에 관한 것들을 많이 이야기하고, 또 그런 책들도 많이 나와 있고. 분명히 우리보다 앞서 간 사람인 건 분명한데,

◇ 김명숙: 지금이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 장석주: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놀랍더라고요. 마광수 교수가 그렇게 비극적인 방식으로 생을 마감한 뒤에 제가 신문에 추도사를 썼는데요. 1천몇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그 댓글의 90%가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마광수 교수의 슬픔에 공감하는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20년 전에는 그 반대였거든요. 90%가 마광수 교수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이었는데, ‘세월이 이만큼 달라졌구나’라고 생각해서, 마광수 교수가 분명히 우리보다 앞서 간 선각자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명숙: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정말 서로 다름에 대해서 인정해야 할 건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정해줬다면, 포용해줬다면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 0111번 쓰시는 분께서 아까부터 문자 주셨는데요. ‘베이비부머 단어만 들어도 슬픈 느낌이 드는 건 그만큼 힘든 삶을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책 받고 싶어요. 부탁드립니다’ 하셨고요. 5174님, ‘저희 아빠가 베이비부머 세대인데, 어려서는 참 많이 싸우고 미워도 했네요. 이제 저도 조금 크니까 이해가 갑니다. 책 받을 수 있나요?’ 하셨어요. 네, 책 보내드릴 텐데요. 정말 이렇게 베이비부머 세대 아닌 분들도 오늘 이 시간 함께하시면 부모님 세대, 그 윗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저 정말 행복해요, 이런 시간이. 장석주 시인께서 함께해주셔서 좋은 말씀을 나눠주시니까 저희 방송 애청자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오늘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이라는 신간을 들고 오신 장석주 시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책 선물 받고 싶은 분들은 #0945로 문자 주세요. 문자 주신 분들 가운데 저희가 추첨을 통해서 몇 분께 준비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꼭 읽어보시면 너무 행복하실 것 같아요. 나를 알고 또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책에서 베이비부머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쓰셨어요. 친구들이 작가님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정리한 것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들 하던가요?

◆ 장석주: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글을 써보라고 해서 다섯 친구들이, 저와 같은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동창들이거든요. 써서 보냈는데, 물론 문장은 좀 미숙하지만 자기 인생에 대해서 굉장히 진솔하게 써서 제가 모르던 새로운 점도 참 많이 알았어요. 그중에 한 친구는 어렸을 때 영화에 출연했던 아역배우라는 걸 제가 처음 알았어요. 최은희라는 영화배우의 아버지가 고종사촌 간이라 신상옥 감독이 만든 영화에 아역배우로 몇 번 출연한 친구도 있고요. 그런 이야기는 제가 처음 알게 됐고. 또 미국에 이민 간 친구는 고등학교 때 반장도 하고 굉장히 유복한 집에서 산 걸로 알고 있는데, 얘길 들어보니까 어린 시절에 굉장히 힘들게 살았더라고요.

◇ 김명숙: 표면적으로 알고 있던 게 다가 아니고?

◆ 장석주: 네. 끊임없이 가족이 흩어졌다 다시 모여 살았다가 흩어졌다 모여 살고. 어머니는 계속 술집을 경영하고, 그리고 형제가 있었는데 술집 위에 다락방에 사는 거예요. 밤 10시까지, 손님들이 있을 때 들어가지 못하고 한데서 둘이 끌어안고 오들오들 떠는 이야기를 썼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통해서, 같은 세대이면서 또 같은 친구인데도 내가 모르는 것들을 새롭게 알게 돼서 어떤 소통과 공감의 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이 세대 간에 서로 이해를 넓히는 공감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자기 자신들 시대 이야기니까 돌아온 삶에 대한 기억을 깨우는 것도 있고, 그 아랫세대에게는 삼촌이나 아버지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말씀만 들어도 여러분, 책 읽고 싶으시죠? 6884님, ‘사연은 없지만, 책 받고 싶어요’ 하셨고, 7678님은 ‘책 부탁드립니다’ 하셨고, 이런 사연 지금 계속 많아요. 9670님, ‘베이비부머의 대표선수, 58 개띠입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 관심 많습니다’ 아마 공감하시는 내용이 많으신 것 같아요. 0948님, ‘책 선물 받고 싶어요. 방송 즐겨듣고 도움 많이 받습니다’ 문자 감사하고요. 책에서 보면 이런 글귀가 있었어요. “살아남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살아남음으로 이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어떻게 기여할 것이냐 하는 일이다. 우리 삶의 숭고함은 세상의 평범한 악들에 분노하고, 치매나 노망에 뚜렷한 정신을 빼앗기지 않으며, 하루가 멀게 다가오는 늙음을 웃으며 맞는 일로써 증명할 수 있을 테다” 이 글귀가 참 마음에 와 닿았거든요. 늙음을 웃으며 맞이한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될까요?

◆ 장석주: 저도 살면서, 제가 60이 넘었는데 늙어가는 것은 첫 경험이거든요. 아주 낯선 경험이기도 하고요.

◇ 김명숙: 그리고 배울 수도 없죠. 그냥 익혀가는 거죠.

◆ 장석주: 그래서 우리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찬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살아남은 그 자체가. 그런데 그것이 더 가치를 가지려면 이 살아남음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 데 뭔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이 세계는 우리 세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식들의 세상이기도 하잖아요. 우리 뒤에 오는 세대들에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남겨주는 게 우리 인생의 의무라고 생각해서, ‘우리 살아남음이 이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 김명숙: 3397님, ‘저도 그 세대인데 지금 많이 외로워요. 책에 공감하고 있어요’ 4673님, ‘저의 바로 앞 세대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와 우리나라가 있다는 것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모든 베이비부머분들, 파이팅하십시오’ 이렇게 후배들이 응원의 메시지까지 보내주고 계십니다.

◆ 장석주: 아주 훈훈하네요.

◇ 김명숙: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은 언제나 이렇게 따뜻한 방송입니다. 고맙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마지막 질문 간단하게 드리고 답변 간단하게 들어야겠습니다. “고단한 삶의 역정, 유별나게 요동이 심했던 시대의 격동 속에서 치른 시련과 고투에 대한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하고 책을 끝맺음하셨는데요. 그처럼 저희 방송에서도 마지막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주신다면?

◆ 장석주: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늙음을 맞게 되겠죠. 그런데 그 늙음에 대해서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오히려 저는 계곡물에서 시작해서 큰 바다로 나가는 강의 하류쯤에 제 인생이 다가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앞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넓게 빛나는 바다가 놓여있거든요. 인생의 여러 미숙함과 방황을 거쳐서 도달한 지금의 나이가 인생을 더 원숙하게 꾸릴 수 있는,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나이라는 거죠. 지혜도 많이 갖고요. 그래서 새로 맞게 되는 노년의 시기를 풍요롭게 누리는 그런 여유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에 그런 여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마지막에 담았습니다.

◇ 김명숙: 오늘 얘기를 듣다 보니까 밤이 새도 얘기가 끊이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시간이 없어서, 또 문자도 다 소개 못 해 드리는 거 너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오늘 나와서 좋은 말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책 선물까지도 감사합니다.

◆ 장석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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