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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예술이] "노인의 서사(敍事)를 연장하라" 고영직 문학평론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12-08 18:05  | 조회 : 1425 
[수리수리예술이] "노인의 서사(敍事)를 연장하라" 고영직 문학평론가


[YTN 라디오 ‘뉴스 익는 밤, 조현지입니다’]
■ 방송 : FM 94.5 (22:20~23:55)
■ 방송일 : 2017년 12월 07일 (목요일)
■ 대담 : 고영직 문학평론가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뉴스 익는 밤, 조현지입니다’에서 12월 한 달간 야심 차게 준비한 코너죠, ‘수리수리, 예술이!’코너입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여러분을 문화예술의 세계로 안내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고영직 문화평론가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고영직 문학평론가(이하 고영직)>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먼저 ‘뉴스 익는 밤’ 청취자분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릴게요. 

◆ 고영직> 저는 문화 평론하는 고영직입니다. 문화 평론하시는 분이 이 코너에 왔는지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차차 알게 되실 것 같습니다. 

◇ 조현지> 더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요즘 선생님을 검색해보니 바쁘게 활동하고 계시더라고요. 그중에서도 눈에 띈 것은, 올해 책 한 권 내셨더라고요. 

◆ 고영직> ‘노년 예술 수업’이라는 책을 냈는데요. 

◇ 조현지> 이 책의 부제가 ‘뭐라도 배우고, 뭐라도 나누고, 뭐라도 즐기자’이던데요. 이게 노년의 예술 수업과도 연관이 있는 거죠?

◆ 고영직> 그렇습니다. 뭐라도 배우고, 뭐라도 나누고, 뭐라도 즐기자는 슬로건은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활동하시는 ‘뭐라도 학교’라는 그룹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커뮤니티 기반의 모임인데요.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감정이 먼저 늙기 마련입니다. 쉽게 화를 낸다거나 쉽게 짜증을 내기 쉬운데, 감정의 노화 현상을 막기 위해서 그런 것을 하신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분들이 재미있게, 삼식이라고 야단치지 않습니까. 그러한 반의 경우 개설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인기 코너이고요. 같이 여행을 가는 것도 만들어서 하고 계시는데요. 나이가 들어서 배운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러냐면, 나이가 들면 세상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저항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팔레스타인의 유명한 지식인 에드워드 사이드라는 분도 영어로는 ‘On late style’이라는 책을 썼는데요. 우리말로는 ‘말년의 양식’이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런 책에서 말년에 후기 양식을 새롭게 바꿔가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그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더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조현지> 지금 쭉 얘기해주신 중간중간 주옥같은 말이 지나갔는데요. 제가 기억에 남았던 것은,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저항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이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 

◆ 고영직> 자기 자신에 대해서. 

◇ 조현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책 앞에 쓰여 있는, 에이지즘(ageism)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와 연관된 것 같아요. 

◆ 고영직> 에이지즘(ageism)이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죠. 어르신들에 대해서 식당이나 이런 곳에서 오지 말라, 물 흐린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가 갈수록 모래알처럼 쪼개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개인이라는 말을 영어로 individual이라고 하는데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뜻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을 쪼갤 수 없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가 쪼개지면 안 되는 가치들이 쪼개지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아서 약간 씁쓸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말이 ‘곁’이라고 생각합니다. 곁을 내주고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고, 누군가를 품어주는 말, ‘곁, 편, 품’ 이런 말이 특히 어르신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교육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 조현지> 앞서 얘기해주신 에이지즘(ageism), 다른 말로 하면 연령주의나 나이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잠깐 설명 드리자면, 뭔가 구분 짓고 차별하는데 있어서 나이로 한다는 의미일 것 같은데요. 이런 것을 저항하자, 반대하자. 즉 나이로 구분 짓는 것을 반대하자는 이야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얼마 전 통계청이 2016년 생명표를 발표했습니다. 작년 기준 60세인 남성, 앞으로 22.5년을 더 살 거로 예상되고요. 60세인 여성은 27.2년을 더 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다시 말해서 올해 61세인 남성은 88.5세까지, 여성은 87.2세까지 살 거로 기대된다는 말인데요. 초고령 사회 맞죠, 선생님? 

◆ 고영직> 이런 현상이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처음 겪는 사건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사건이고, 특히 지금 베이비부머 세대나 그 위 어르신의 경우 처음 겪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이러한 초고령 사회가 될 때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서사가 붕괴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를 이루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이며, 나는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고 싶어 하는가, 이런 것을 뜻하지 않습니까. 그게 무너지면 사람은 뭔가 방황하기 마련인데요. 그러한 차원에서 자기 서사를 새롭게 편집할 수 있는 권리로서 노년 문화예술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조현지> 쉽게 제가 잘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서사가 길어진다, 없어진다는 얘기는, 그동안 어느 정도 이쯤이면 이야기를 마무리 짓겠지 싶은데, 더 오래 살게 되면서 갑자기 길어졌다는 거죠, 그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그것이 문제가 된다고 이해해도 될까요?

◆ 고영직> 맞습니다. 말씀을 쉽게 해주셨네요. 참 좋아하는 우루과이 작가 중에 에두아르도 갈리아노 작가가 멋진 얘기를 했습니다. ‘인간의 세포는 분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과학적으로는 틀린 얘기죠. 그러나 작가가 강조한 이야기라는 것은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자기 서사를 편집할 수 있는 권리로서 노년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과 부합되는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 조현지> 이렇게 얘기해주신 것처럼 서사를 조금 더 풍성하게 늘려가고, 풍성하게 채워가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합니다. 이번 주 월요일이죠,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2017 두근두근 청춘제가 열렸다고 하는데요. 심다혜 리포터가 직접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현장 소리 먼저 들어보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인서트 컷1 –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부장 전혜원)]

◇ 조현지> 어르신들이 정말 즐거워하시는 것 같은데요. 

◆ 고영직> 삶의 질이라는 말보다 삶의 격이라는 말을 쓰고 싶은데요. 

◇ 조현지> 삶의 격이요?

◆ 고영직> 올라가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 조현지> 아, 품격이 올라간다. 

◆ 고영직> 어르신들이 배운다는 것은 특히 예술을 배우고, 문화를 배운다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요. 배움에 참여하시는 이분들의 특징은, 신체적인 반응부터 달라집니다.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활동하신다거나, 활동이론이라고 해요. 대개 젊었을 때 배우는 것은 출세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어르신들이 배우는 것은 남을 짓밟기 위해 배우는 게 아니고 오로지 자기를 위한 시간이고, 나를 위한 배움이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조현지> 갑자기 노년의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 와닿는데요. 한 어르신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도 이런 곳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참 좋다.’ 전국에 노인복지관이 참 많잖아요. 

◆ 고영직> 전국에 노인복지관이 한 320개 정도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굉장히 많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아르떼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이렇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기는 한데, 양적으로는 많아진 것 같은데, 조금은 새로운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것 같아요. 강사 위주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배움 위주, 참여하시는 어르신 위주로 전환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 같고요. 직접 참여하시는 어르신 당사자들이 특정 공간에 모여서 커뮤니티 기반의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조현지> 지금까지는 배우는 것에 치중됐으면 이제는 함께 나누고 즐기는 것에 좀 더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선생님께서도 현장에서 어르신분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시나요?

◆ 고영직> 시와 철학을 가지고 많이 하는데요. 시인은 위대하지 않다고 생각이 되는데, 시는 위대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같이 읽고 낭독하다 보면 작은 표현에서 어르신들이 반응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한국 사람들이 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과 같은 시를 좋아할까요? 시에 어려운 얘기가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심심해보이고 사소해 보이는 말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큰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하나의 말이 우리에게 하나의 빛을 주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시나 문화예술 교육이 갖는 의미 또한 그러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조현지> 앞서 전해드린 2017 두근두근 청춘제 참여한 어르신들은 어떤 느낌을 가지셨는지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인서트 컷2 – 청춘제 한국문회예술진흥원 안숙화 예술강사]

◇ 조현지> 참가하신 어르신들의 인터뷰에 이어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술 강사, 안숙화 선생님의 이야기까지 들어봤는데요. 선생님, 어떠셨습니까?

◆ 고영직> 안숙화 선생님께서 ‘이해’라는 말을 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해라는 말을 영어로 하면 understand인데요. under와 stand가 합쳐진 말이지 않습니까. 아래에 서 있다는 거죠. 이해라는 것은 강사니까 높은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래에 있다고 하는, 마음의 키를 낮추는 것에서 출발했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중요한 게 항상 우리는 문제로서 바라보는데 익숙한 것 같습니다. 노인 문제 청소년 문제, 탈북 청소년 문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문제로 바라본다는 거죠. 그게 아니라 존재로 바라보려고 하는 시선의 전환 같은 게 읽혀져서 좋았습니다. 노인 문제가 아니라 노인의 존재를 받아보려고 하는 마음의 스탠스가 저는 모든 교육의 출발이어야 하며 거기에서 상호작용이 나오는 것 같아요. 교육이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잖아요. 끌어내는 거잖아요. 

◇ 조현지> 그리고 현장에서 교육하시면서 어르신들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시나요?

◆ 고영직> 가장 직접적인 것은 신체적인 반응이 즉각적이고요. 인사도 잘 하시고요. 뭔가 들떠 있는 거죠. 그게 느껴지고요. 노인 복지관에서 이뤄지는 것에 대해 조금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노인 복지관이 전국에 많이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르신들끼리만 소통한다는 거죠. 이러한 교육을 통해 어르신들끼리만 소통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지역사회로 나오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준다면 교육의 효과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사회적인 통합에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조현지> 며칠 전이죠, 고령화 사회에 노년층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문화예술을 역할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창의적 나이듦’이라는 한영 콘퍼런스가 열렸다고 들었는데요. 선생님도 거기에서 발표하셨다고요?

◆ 고영직> 제가 한국을 대표하진 않는데요. 발제를 하게 됐습니다. 거기에서 얘기한 것을 쉽게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노년 문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가, ‘꼰대’라는 말이지 않습니까. 꼰대가 아니라 말을 하나 지어냈는데요, ‘꽃대’가 되어보자. 꼰대가 아니라 꽃대가 되어보자는 취지로 발표를 했습니다. 주 내용은, 무엇을 입고, 먹고, 얼굴에 발라야 젊어 보이는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앞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가 중요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노년의 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씀드렸고요. 영국의 경우에는 독특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노년에는 젊은 세대와 갈등 문제라든가 이런 것이 중요한 화제인데, 영국의 경우에는 선진국의 특징인 것 같아요. 일본도 그렇습니다만 요양원에 계시는 치매 어르신들과 예술가들의 접점 같은 것을 만들어주는 데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조발제를 하신 데이비드 커틀러라는 분은 영국의 ‘배링 재단’ 디렉터이신데요. 배링 재단이 그런 일을 하더라고요. 요양원에 예술가들을 파견하는 겁니다. 우리는 요양원에서 한 번 공연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 일주일이든 몇 달이든 파견해서 상주하면서 어르신들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하거나 연극 작업을 한다거나 그러한 매개하는 일을 하시던데요. 그런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조현지> 영국은 어떤 식으로 배움이 이뤄지나요?

◆ 고영직> 참여하신 분 중에 수잔 랭포드라는 분께서 얘기하신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매직 미’라는 영국에서 유명한 단체를 운영하고 계시던데요. 여기에서는 런던의 동부지역, 가난한 빈곤지역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지역에 있으면서 수잔 랭포드라는 분이 어린이, 청소년, 젊은 사람과 어르신들을 서로 연결해서 같이 공동의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칵테일 파티를 한다거나 그런 방식을 통해서 사회적인 통합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 조현지> 말랑말랑하게 꼰대에서 꽃대로, 이것을 기억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한 본격 문화예술교육 토크콘서트 ‘수리수리, 예술이!’ 두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100세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고영직 문학평론가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고영직> 네, 감사합니다. 

◇ 조현지> 지금까지 고영직 문학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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