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인터뷰전문보기

[라디오속으로]"포항지진과 재난방송"-안호림 교수 12/2(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12-06 13:44  | 조회 : 3424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오늘 열린라디오 YTN 첫 번째 코너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 순서입니다. 안호림 인천대교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시작을 할까요?

안호림: 오늘은 지난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에 대해 YTN TV와 YTN 라디오에서 어떻게 보도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포항지진은 진도 5.4로 지진관측을 시작한 이래 작년 경주지진에 다음으로 강한 지진이었지만 피해규모는 오히려 더 커서 정부가 수능을 일주일 연기할 정도로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국가적 재난이었습니다. 이런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귀와 눈 역할을 하는 뉴스매체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보도전문채널인 YTN이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보도과정에서 특이한할만한 점은 어떠했는지, 재난보도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를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아나운서: 공교롭게도 작년 경주지진은 추석연휴와 겹쳐 있었는데 올해도 수능이라는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국가적 행사와 맞물려져 있었고 규모도 상당해서 언론에서 더 크게 다룬 것으로 보입니다. 관측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던 경주지진이 발생한지 불과 1년 만에 큰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에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지진이 결코 먼 일이 아님을 보여줬는데요. YTN에서는 주로 어떤 식으로 보도가 되었나요? 

안호림: 사건 발생 직후에는 주로 속보, 특보 형태로 진에 대한 신속한 사실보도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재난보도는 무엇보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복구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국민의 상황 파악을 돕고, 대처방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실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는 보도가 충실히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지진대처요령, 수능응시생들을 위해 수능시험을 보는 도중에 지진일 발생했을 경우에 대응요령 등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전달하는 등 정보제공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나운서: 한국 언론의 재난보도는 전문성을 갖춘 심층보도가 부족하다는 것도 많은 비판거리였는데 이런 점은 개선의 모습이 보이던가요?

안호림: 말씀하신대로 과거 한국 언론의 재난보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정부발표에 의존하는 미숙하고 비전문적 기사가 많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번 포항지진 보도에서는 이런 점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 직후부터 여러가지 분석과 해설 뉴스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YTN TV, 라디오 모두 정확한 진앙지, 원전 안전성, 본진인지 여진인지에 대한 진단, 지진의 강도에 비해 피해가 컸던 이유 등을 들었는데요. 주로 지진분석전문가, 지질학자 등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보다 상세히 알아보려 하는 해설 기사들을 다수 내보냈고 사건 초기 단계를 지나 보다 심층적인 진단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면서 내용과 주제, 인터뷰 대상도 매우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나운서: 그동안 한국 언론의 재난보도에 대해서는 냉철한 문제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보도보다는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보도에 치우치곤 했다는 비판도 많이 받아왔습니다. 이번 포항지진에 보도에도 그런 경향이 나타나던가요?

안호림: 지난 세월호 사건 보도에 대해서도 사건 초기 실종자 가족들의 울부짖는 모습을 전달하고 단원고 재학생들의 모습을 담는 등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보도가 많았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 포항지진에 대한 보도는 여느 때보다도 진단, 분석, 해설기사가 많아 사건의 원인에 대해 보다 정확히 파악하려 노력하고, 지진대응 개선점을 제시하는 등 비교적 차분하고 정돈된 어조로 전달된 편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인 데에는 아무래도 크게 사람이 다치거나, 건물이 붕괴되거나 하지는 않았던 사안이었던 점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뉴스 제목에서 ‘아수라장’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가 아직도 사용되는 모습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기도 했습니다. 한국 언론이 재난을 보도하는데 있어서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 것이냐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작년에도 경주지진에 대해 많은 보도가 이루어졌는데 이번 포항지진에 대한 보도는 작년과 비교할 때 눈에 두드러지게 보이는 차이점이 있던가요?

안호림: 경주지진에 비해 재산피해규모가 약 8배나 컸다는 데서 드러나듯 이번 지진은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큰 사건이었고, 수능시험과 겹치면서 피해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직, 간접적으로 큰 영향이 있었던 사건이라서 보도량 자체가 훨씬 더 많습니다. 기사의 양이 많고 오랜 기간 보도되다 보니 주제와 깊이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이 확연히 눈에 뜨입니다.
사실 작년 경주지진은 늦장 재난방송을 비롯해서 국가의 미숙하고 안이한 대응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고, 해설기사도 이런 측면에 초점을 둔 것이 많았습니다. 그에 반해서 올해는 경주지진 이후 정부가 지진대책마련과 재난대응 시스템 정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보다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고, 정부의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정부대응에 비판보다는 대신 포항지진 자체. 그러니까 지진의 원인, 피해가 컸던 이유 등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작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된 점은 해설, 분석 기사를 통해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보도가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사태 수습기의 재난보도는 재난의 원인과 정확한 피해 규모·상황에 대한 재정리가 필요하고, 재난방지, 재난대책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봐도 YTN의 보도는 원전 안전성, 상대적으로 컸던 지진피해의 원인, 경주지진 이후 한국정부의 지진대응 개선사항, 지열발전소가 지진에 미친 영향, 지반의 액상화 현상 등 다양한 주제와 각도에서 상세히 보도, 진단함으로써 재난보도가 해야 할 역할을 비교적 충실하였다고 보입니다.

아나운서: 올해 포항지진에 대한 중에 눈에 뜨이는 것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었을까요? 

안호림: 무엇보다 여느 재난보도 때와는 달리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멘트나 장면의 노출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지진보도를 이끌어 간 것은 높이 살 만합니다. 앞으로도 국내외의 재난, 테러, 전쟁과 같은 민감한 사안들의 보도에서도 이런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진수습과정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시골에 거주하는 노인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여러 번 보도가 이루어졌는데 자칫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 정부의 대응조치가 집중되어 정작 가장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정보와 관심이 부족하여 소외되는 노인분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준 것은 돋보이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내진설계의 중요성을 비단 의견으로만 제시하지 않고 이번 강진에서 피해가 적었던 건물들에 대한 보도를 통해 설득력있게 제시한 것도 눈에 뜨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보도 과정에서 예상보다 큰 피해의 원인이라고 주목되는 필로티 구조의 취약점에 대한 보도, 국내 건축물의 내진 성능 확보률이 낮다는 등의 보도를 통해 지진에 대비한 제도적 대책을 촉구하는, 사회적 이슈를 제시하고 주도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책임있는 보도매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보입니다.

아나운서: 문제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안호림: 비록 해설기사, 분석기사가 많아지긴 했지만 단편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길이도 그다지 길지 않아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지진이 발생한지 두주가 넘어가고 있는 현 시점쯤에서 이번 지진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심도있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나아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와 동시에 자체 취재를 통해 보다 깊이있는 분석이 이루어질 필요도 있다고 보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원전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해외의 실제 사례와 원전 안전대책에 대한 내용이 있었으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되고, 정부의 정책수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은근히 걱정되는 것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YTN을 포함한 한국 언론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지진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더 기울이지 않고, 이번 지진보도를 통해 제기된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재난재해에 관련해서 언론은 단순히 정보전달자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에 동일한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나은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를 견인하는 사회적 기능 또한 담당해야 합니다. 이번 포항지진이 한국언론들이 이러한 역할에 보다 진지하게 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나운서: 해외와 비교할 때 한국의 재난보도는 어떤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요?

안호림: 과거 한국 언론은 방송, 신문을 막론하고 ‘재난보도’라는 것에 대한 원칙과 철학이 없이 취재경쟁에만 몰두하고 언론이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수행해야될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채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 결과 선정주의로부터 피상적인 기사 등 많은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해외 언론사, 특히 NHK, BBC같이 규모가 큰 언론사들은 대개 재난보도에 대한 자체 매뉴얼,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고, 실제 취재, 보도는 이런 매뉴얼에 근거하여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지진이 잦은 옆나라 일본의 경우 상당수의 언론사들이 자체 재난보도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지진, 원전에 대한 전문기자들을 두고 있으며, 전문기자를 두기 힘든 중소 규모 언론사들도 광범위한 인물들을 포함한 전문가 리스트를 매뉴얼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들은 한국의 언론사들도 본받을 만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국의 연방긴급사태관리청(FEMA)는 재난 발생시 언론의 임무와 재난 관련 정보 입수방법에 대한 안내서를 발간해서 언론의 협력을 최대한 유도하는 등 재난보도 관리에 힘쓰고 있는데 한국 정부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거의 파괴하다시피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보도는 심층탐사보도의 의의을 잘 보여준 사례로 손꼽히곤 합니다. 재난 발생 당시만 보도에 열중하고 시간이 지나면 금새 잊어버리는 한국 언론이 배워야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한국에서도 기자협회가 세월호 사건 보도에 대한 반성으로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언론도 재난보도 개선에 보다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안교수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안호림: 재난보도준칙을 정립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저널리스트는 소수이고 실제 보도에서 이를 따르려 노력하는 분들은 더더욱 적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한 언론사가 현직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오마이뉴스, 2017년 9월 26일) 재난보도준칙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기자는 6명에 불과했고 잘 모른다고 대답한 이가 68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말그대로 유명무실한 준칙으로 남아있는 것이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고 기자 개인 차원을 넘어 언론사에서 재난보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보입니다.

아나운서: 지금까지 안호림의 미디어똑바로 보기 코너, 오늘은 재난보도에 대한 이야기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