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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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진심” - 홍진표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11-30 12:45  | 조회 : 3888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11월 30일 (목요일) 
□ 출연자 : 홍진표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진심” - 홍진표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우리 시대의 중년들, 앞서서도 제가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런데 이제 백세시대라 앞으로 더 나갈 길이 많죠.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 이 시점쯤에 뒤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되돌아봤을 때 ‘와, 나 정말 잘 살았어’ 이렇게 생각이 들면 참 좋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나 너무 앞만 보고 살았는데, 지금 돌아보니까 이게 뭐지? 나는 어디에 있지? 내 자리는 어디지? 내 꿈은 이거였나?’ 수많은 물음표를 남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딱히 해답을 찾기도 막막하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싶고, 전화해서 하소연하고도 싶은데, 그것이 또 녹록지가 않죠. 우리는 그래서 더 외로운가 봅니다. 하지만 오늘 저희 4부 함께하시면 여러분의 고민, 외로움, 허무함을 달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이 시간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진심>의 저자인,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의 홍진표 소장님, 지금 또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도 함께 계시죠. 함께 모셔서 우리 중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속 깊은 이야기를 이 시간에 나눠볼까 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홍진표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이하 홍진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명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라고 제가 앞서도 소개를 해드렸지만, 동시에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님으로 계시잖아요.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 홍진표: 20년 전에 박한상이라고 유학까지 갔다 온 아들이 부모의 100억대 재산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있어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이때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님이 ‘우리 사회가 이래선 안 되겠다’는 신념 때문에 청소년들의 인성을 향상하기 위해서 연구를 하는 기관으로 1996년 처음 설립한 연구소입니다. 우리나라에 만연한 사회문제 속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관련돼 있는데요. 저희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사용할 수 있는 인성 프로그램과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보급해왔고, 작년에 저희가 교육부에서 유일하게 인정을 받아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 김명숙: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라는 게 저에게 좀 와 닿는데요. 어제도 저희 애청자분들의 문자 사연을 보니까 많은 분이 앞으로 우리 자녀들은 인성교육이 중심이 돼야 하고, 다른 어떤 교육 많이 할 필요도 없다, 이런 문자들을 많이 보내주셨어요. 그만큼 인성교육이 중요한 거니까.

◆ 홍진표: 그렇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때부터 학생들이 인성교육이 잘돼서 주변 사람과 서로 존중하고 같이 협력할 수 있는 인성을 개발해야만 성인이 되고 노년기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중년이라고 말하는 흔히 40·50 세대들의 정신건강을 높이는 것에 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교수님께서. 그런데 40·50, 우리가 흔히 ‘낀 세대’라고도 말하는데, 정말 낀 세대 맞나요?

◆ 홍진표: 그렇죠. 저희가 이번에 많은 분과 설문과 또는 심층면접을 해보니까 이분들이 스스로 가운데에 끼어있는 것들로 생기는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시더라고요. 보통 40·50대 되면 가장이고 직장에서도 잘나가니까 뭐가 힘들까,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중간 관리자기 때문에 사장님 눈치도 봐야 하고 신세대 부하직원들도 잘 다스려야 하고요. 가족에서는 6·25 전쟁을 겪은 부모세대와 또 알파고 같은 AI와의 바둑전쟁을 경험한 신세대들과의 인식차이 속에서 은퇴와 노년을 준비해야 하고요.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이제는 좀 정립을 새롭게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그래서 딱 허리 역할을 맡은 세대로서 아차 하는 사이에는 꼰대나 갑질로 불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사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50대이지만 정신과 의사다 보니까 친구나 선후배들이 우리 정신건강은 누가 도와주느냐고 하소연하는 소리를 제가 제법 많이 듣습니다.

◇ 김명숙: 정말 우리 정신건강은 누가 도와주나, 공감이 갑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 중에 40·50 중년이라고 일컬어지는 세대는 허리의 역할을 맡은 세대다, 이렇게 말씀하셨죠. 정말 허리가 중요하잖아요, 우리 몸에서도. 우리가 시대를 살아가면서 사실 우리 부모세대, 또 우리 자녀세대의 딱 중간에서 역할을 잘해야 할 텐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왜냐면 우리 40·50 세대들이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왔고, 그리고 그 당시에는 감성이라는 용어는 많이 안 썼던 것 같아요. 주로 이성에 집중에서 일을 많이 해왔고. 그런데 지금 완전 디지털 세대에다가 이제 감성이 중심이 되는 시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 안에서 갈등도 많고 회복하기 참 쉽지 않다. 그래서 어려워하는데, 정신건강도 완전히 건강하지 않을 것 같아요.

◆ 홍진표: 사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도 압축성장을 했지만, 사회 문화적으로도 30년 사이 이렇게 급격한 가치관이나 문화의 변화를 겪은 세대가 없기 때문에, 바로 그런 것들을 몸으로 체험한 40·50대들이 그런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에는 우리 아랫세대로부터도 외면을 당하고, 윗세대들하고도 소통이 잘 안 되는 그런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김명숙: 그래서 40·50대를 대상으로 하는, 아까 말씀하셨지만, 정신건강실태 심층면접 인터뷰도 하셨다고요.

◆ 홍진표: 사실 저희가 40·50대 자살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또 행복도 조사를 봐도 사실 좋지가 않습니다. 이런 걸 보면서 참 10년간 중년 세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저희가 40·50대 1천 명을 설문조사해서 회사나 가정에서의 어려움, 또 이걸 극복하는 과정에 대해서 질문하고, 또 척도로는 측정할 수 없는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직장인으로 계신 30분을 개별적으로 만나서 3시간 정도 심층인터뷰를 해서 핵심적인 요소들을 정리해서 저희가 이번에 대중 서적으로 책을 냈는데, 아마 생생한 이분들의 목소리를 담았기 때문에 많은 분이 공감도 할 수 있고, 실제적인 해법이 도움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심층인터뷰를 하셨을 당시,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건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들을 하나요?

◆ 홍진표: 사실 그분들도 약간 나이가 있으시니까 정신건강 얘기를 하면 벌써 조금 거부감을 표현하셨습니다. 사실 정신건강은 미친 사람이라든지 또는 우울증이나 정신장애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요. 저희가 회사에서 일하실 때 몸의 건강만큼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지 않으냐, 또 회사나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이렇게 물어보니까 비교적 솔직하게 말씀해주셨는데요. 실제 이분들이 사회적으로 성공적이신 분들이지만, 5명 중의 4명은 정신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를 겪었고,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생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는 얘기를 해주셨고요. 우울증 설문 상으로도 30%가 가벼운 우울증을, 20%는 상당한 우울증을 현재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 해서, 사실 5명 중의 1명 정도는 상당한 우울한 상태에 있는 게 아닌가, 라고 저희가 판단하게 됐습니다.

◇ 김명숙: 제가 오늘 교수님 나오신다는 얘기 듣고 ‘내 건강상태에 대해서 상담을 받아야겠다. 내가 먼저 상담을 받아야 해, 방송하기 전에’ 이렇게 농담 삼아 말했는데요. 저희 중년이라는 세대가 사실 예전보다 젊어 보이고 건강 상태도 좋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한 것 같더라고요, 여러 가지 면에서.

◆ 홍진표: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노인들 자살률이 높긴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40·50대가 자살률이 제일 높고요. 스트레스 정도만을 비교하더라도 실은 일은 하고 있지만, 물론 젊은 세대들은 직장도 없어서 고통받고 있긴 하지만, 일은 하고 있지만 삶의 질로만 따져보면 사실은 20대보다 나을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보는 게 더 객관적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그래서 많은 중년들이 ‘나는 뭐했지? 그래,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거 해야 해. 나를 찾아야 해. 내가 중심이야’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얘기들은 하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지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홍진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 40·50대 분들은 지금까지 직장에서 또는 사회에서 자기 성취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지, 자신의 직장에서 떠난 뒤에, 또 앞으로 남아있는 백세 건강까지의 긴 여정 동안 살기 위해서 자기가 어떤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으셨는데요. 이제부터 그런 욕구들이 분출해 나오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그런 인터뷰를 하시다 보면, ‘4050 세대들이 허리 역할이다’ 그러면서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에서 가장 힘들어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홍진표: 저희가 주로 40·50대 직장인에게 초점을 맞췄는데요. 이분들이 우선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다 직장 이야기였습니다. 회사생활 할 만큼 했고, 자기가 초입사원일 때는 이 자리에 오르면 좀 편하겠지, 했는데 아직도 왜 이렇게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고 하시고요. 또 그 이유를 들어보면 대부분 직급이 올라갈수록 가중되는 스트레스 때문인데요. 성과에 대한 압박, 또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사내에서 인간관리를 하는 것들의 어려움, 또 퇴직하는 것에 대한 위협, 이런 것들인데요. 사실 성과에 대한 압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직급이 올라갈수록 다른 부서나 또는 팀의 위아래 사람들의 입장을 보살피는 일들이 많다 보니까 마치 정치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딱 눈앞에 보이는 것 말고도 미묘하고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와중에 자칫 정신을 못 차리고 쫓겨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구조조정 같은 위협이 있다 보니까 회사에서 마치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 김명숙: ‘아등바등하며 살아가고 있다’라는 말씀을 하실 때 얼핏 든 게, 중년들이 많이 하는 말이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어. 하루살이 인생이야’ 이런 얘기 우스갯소리로 하잖아요. 사실 그게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얼마나 마음 아픈 얘길까요. 하루하루 하루살이 같은 인생. 지금 2514님께서 문자 주셨는데요. ‘우리 세대 대부분은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죠. 허나 후회 없어요.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서 사회의 일원으로 잘살고 있으니까요’ 좋으시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우리 부모 세대들, 또 우리 40·50 세대들은 내가 힘들어도 우리 자녀들이 잘되면 그걸로 행복을 우선순위에 둔다고 할까요? 그렇게 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 보는 것도. 자녀들이 잘되는 것이 행복이다, 하는데요. 이제 시대가 변하다 보니까 자녀의 행복도 행복이지만, 내 행복이 우선시 돼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 홍진표: 옳은 말씀이십니다. 사실 저는 정신과에 있다 보니까 병원에 오시는 분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데, 자녀가 잘돼도 사실은 자기 노년기가 돼서는 외롭고 자기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배려해주는 사람이 없고, 이런 체험들을 많이 하십니다. 지나고 보니까 정말 내가 더 중요했는데 내가 직장과 애들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들이 어리석은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 김명숙: 아까 말씀 중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하셨는데, 그때 직장인생그래프를 그려보라고 했다고 책에 권유하셨던데. ‘직장인생그래프’라는 게 어떤 건가요?

◆ 홍진표: 저희가 심층인터뷰를 해보니까 직장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고 잘하시는 분들을 보면 ‘내가 직장에서 월급 값 이상의 기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지켜나가는 것이 정글 같은 회사생활에서 힘을 잃지 않게 하는 중요한 노하우라는 것들을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자부심을 되새기는 방법으로써 직장인생그래프를 저희가 제안했는데요. 큰 종이에다가 중앙에 줄을 긋고 신입사원 때부터 지금까지의 직장과 부서, 직급 이런 것들을 연도별로 체크하신 다음에, 수직으로는 좋았을 때하고 나쁜 정도를 표시해서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보면, 가장 높이 올라간 시점에서, 그러니까 내가 잘 나갈 때죠. 그때는 내가 어떤 장점을 발휘했는지. 가장 낮을 때, 힘들었을 때는 내가 어떤 힘으로 극복했는지를 간단히 적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직장인생그래프를 그려보면 ‘그때는 내가 정말 잘했다. 이건 나 아니면 해결하지 못했을 거야’ 라는 경험들을 꼭 찾아내시고요. 또 이렇게 뿌듯해하실 때도, 정말 위기였을 때도 자신의 기질과 강점으로 그 시기를 넘겼고, 회사가 그것을 인정해서 나에게 이런 직급과 월급을 주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시게 되기 때문에, 그걸 통해서 자부심을 찾고 자신의 강점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게 되겠습니다.

◇ 김명숙: 그러면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도 그 안에서 새롭게 발견될 수 있겠네요. 그럼 실질적으로 직장 내에서의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극복하려면 어떤 것들을 잘해나가야 할까요?

◆ 홍진표: 사실 자부심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그때 맡은 업무를 잘 해결하셔야 아무래도 인정을 받게 되긴 하겠지만요. 구체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들은 회사 규모나 직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저희가 발견한 공통점은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또 잘 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40·50대 분들은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거나 또 주말에도 일하고, 밤에도 만나는 사람들이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삶을 영위하고 계시는데요. 그러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신을 소진해서 성과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직장에서 잘하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거나 종교생활을 통해서 몸과 마음이 진정으로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고, 또 그 힘으로 일할 때는 집중해서 일하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 김명숙: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 홍진표: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직장생활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퇴사나 은퇴 이후에 대한 두려움인데요. 사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결국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객관적인 사실이 있기 때문에 틈틈이 회사 이후의 삶을 상상하면서, ‘그때 나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인가,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는 것도 중요한 시간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저희 책에서는 퇴사 후에 어떤 삶을 꿈꾸는지 체크해보는 체크리스트를 제안했는데요. 퇴사 후에 나는 돈을 얼마나 벌었으면 좋겠는지, 어떤 지역에 살 건지, 하루에 몇 명이나 만나며 살 건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불러줬으면 좋겠는지 등을 체크해보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당장 답은 되지 않더라도, 정말 우리가 피할 수 없이 다가올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되면 그때 많이 참고되고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는 조금씩이라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놓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 같아요.

◆ 홍진표: 그런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하실 때 현재의 생활을 조금 더 조정해서, 거기에 대해 대비가 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김명숙: 직장 관련해서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또 중년이 되다 보면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 겪는 어려움, 갈등들도 많이 생겨나거든요. 부부간의 갈등, 또 부모 및 어른들과의 관계, 또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것도 느끼셨나요?

◆ 홍진표: 많은 직장인들이 ‘나이가 들어보니까 역시 가정밖에 없구나, 나에게 진정한 위로와 힘을 주는 것은 역시 가족이구나’ 하고 알고 있는데, 그 마음을 표현하기가 참 쑥스럽고 어떻게 가족들과 친밀감을 회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 김명숙: 왜냐면 그게 습관이 안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생활화가 안 돼서. 특히 남성들은 가부장적인 면도 있었고 무뚝뚝하기도 하고.

◆ 홍진표: 자기가 자랐을 때 아버지가 항상 무뚝뚝하고 별로 정서적이지 않으셨기 때문에, 자기도 그걸 본떠서 행동하다 보면 가족들하고 거리감을 많이 느낄 수 있겠죠. 그래서 사실 마음속으로야 부모자식 멋지게 하면서 배우자에게도 좋은 남편이 되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말도 다정하게 하고 시간도 많이 쓰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사실 현실은 녹록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럴 때 어린 자식이나 부모님은 아니더라도, 배우자라도 내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배우자도 서로 바라보는 게 다르다 보니까 소소한 갈등이나 오해가 생기는 일이 많아서, 내 배우자조차도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 이유, 내 가족을 위한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외롭고 쓸쓸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 김명숙: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예전부터 교육도 그런 식으로 받아왔고, 또 ‘꼭 말로 해야 해? 말을 해야만 알아? 그냥 다 눈빛으로 알지’ 이런 생각들도 많이 하잖아요. 그러나 우리는 말을 해야지, 표현해야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잖아요. 그 사람 생각이 무엇인지도 알고. 실질적으로 그런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족 간에 부부간에.

◆ 홍진표: 중년기에 꼭 배워야 할 것 중 하나가 배우자나 자식들하고 감성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시는 게 노년기에 자녀들과 감성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들이 대학생인데요. 저는 아들이랑 밤에 가끔 맥주 한 잔씩 하는데, 아들이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친구들이 ‘너는 어떻게 아버지랑 대화도 하느냐’고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요. 그만큼 많은 젊은 학생들이 특히 아버지하고는 대화하기를 어려워하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 김명숙: 마음은 있어도 잘 못하는 거죠. 부부간에도 그게 습관이 안 되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요. 간단하게 집에서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 홍진표: 사실은 직장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부부간에 솔직히 대화를 하고 취미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우선 이런 것들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감정이 잘 교감 되기 위해서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상대방 말에 대해서 평가하거나 조언해주는 대화가 아니라, 그냥 잘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웃고, 이런 것들을 반복했을 때 부부 관계가 회복되는 아주 좋은 시작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말씀 듣다 보니까 그의 고충이 내 고충 같고, 너의 고민이 내 고민 같고, 이런 거 아마 공감하셨을 것 같아요. 백세시대라고는 하는데 그래서 지금 40·50, 또 60까지도 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주 중요한 때이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허리 역할을 해야 하고.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더 준비를 잘해야지만 60세 이후의 삶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마음으로라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 홍진표: 저희가 심층인터뷰를 통해서 확인한 것은,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분들은 공통으로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여럿 갖고 있고,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모임에 나가시고, 또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것을 ‘321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좋은 일이 있을 때 마음 놓고 자랑할 수 있는 친구 3명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 주는 커뮤니티나 모임 2개, 그리고 가끔 한 번씩이라도 재능을 기부하기, 이렇게 세 가지를 유지하는 것이 마음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 김명숙: 정말 친구도 나이 들면서 마음 맞는 친구와 오래 함께 간다는 게 사실 쉽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친구 3명, 또 좋아하는 일을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모임 2개, 그리고 가끔 기부하기, 이런 것들을 생활 속에서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 준비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오늘 이렇게 도움 말씀 듣다 보니까 저도 힐링이 된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진표: 감사합니다.

◇ 김명숙: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이신 홍진표 소장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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