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7년 11월 17일 (금요일)
□ 출연자 :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경주 지진 발생 1년 지났지만 달라진 것 없어
-지진 분석에 엄청난 예산과 시간 필요.. 낭비로 생각해선 안 돼
-지진 시 사람있는 시설물 다 위험
-필로티 구조 자체에 문제 있진 않아.. 필로티 건물도 내진보강 가능
-무너진 한동대, 한마디로 '부실 설계'
-땅밀림 현상, 지진 시 산사태 가능성도
-문화재에 내진설계 시 가치 떨어지지만.. 문화재 당국에서 방법 강구해야
-우리나라에 지진 대피소 있긴 한가
-건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넓은 공간, 도로로 대피해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앞서 1부에서 우리나라 건물 내진설계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봤는데요. 포항 지진으로 주차장, 학교 건물, 도로, 빌라 등 거의 시내 곳곳이 지진 피해 안 입은 곳이 없다, 이런 표현이 나올 정도로 정말 엄청난 피해를 입었죠. 대체 안전한 곳이 있긴 한 건지, 지진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구조물에 대한 실태를 전문가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조원철 명예교수, 전화연결 하겠습니다. 조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이하 조원철): 수고 많으십니다.
◇ 신율: 교수님, 작년 경주 대지진 있었지 않습니까.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종합대책도 세우고, 보강 작업도 펼쳤다고 하는데. 교수님 보시기엔 경주 지진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십니까?
◆ 조원철: 없죠. 없습니다.
◇ 신율: 너무 없다고 한 마디로 말씀하시니까. 예, 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 조원철: 다만 지진이라고 하는 건요. 땅속을 우리가 알아야 하거든요, 대비하기 위해서. 지진 예측이 불가능하고,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고, 다만 우리가 준비하기 위해서는 땅속이 어떻게 깨어져 있는지, 단층이라고 하는 구조를 우리가 알아야 하는데. 겉에, 표면에서 깨진 것은 지표조사를 통해서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땅속에 깨어져 있는 것,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고. 이런 것은 전부 심층, 보링(boring)이라고 하는데, 땅속을 뚫어가지고 암석이 어떻게 깨졌는지를 조사를 해야 되거든요. 이건 엄청난 예산과 엄청난 시간이 걸립니다. 하루이틀, 2~3년 가지고 되는 게 아니고 적어도 20~30년, 일본이나 미국 같은 데는 지속적으로 지금 100년 이상 하고 있거든요. 이걸 우리가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여기에 드는 돈은 전부 낭비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예산당국의 기본 생각이 전혀 잘못돼 있습니다.
◇ 신율: 그러니까 지진에 관해서는 꾸준한 데이터 축적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뜻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 조원철: 그렇죠. 왜냐면 땅속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암반을 뚫어야 하는데 이게 시간이 걸리거든요. 시간이 걸리니까 바로 또 돈입니다. 필요한 예산을 낭비로 생각하고, 하는 그런 재정운영, 우리나라는 그래서 경제가 아니고 금전출납부를 운영한다. 저는 그렇게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 신율: 그렇군요. 그런데 교수님, 예를 들면 이번처럼 말이에요. 포항 지진 특히 피해가 컸는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디가 제일 취약하고, 상가, 주택, 도로 지금 난리가 났는데 말이에요. 어디가 제일 위험한 곳이라고 보십니까?
◆ 조원철: 어디가 특별히 위험하고 안전한 그것보다는, 시설물이 있는 데는 다 위험하죠.
◇ 신율: 시설물, 예를 들면 어떤 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 조원철: 우리 건축물 있죠.
◇ 신율: 건축물이요? 무너질 수 있으니까?
◆ 조원철: 예, 다 위험합니다. 왜냐면 거기는 사람이 전부 관계돼 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안전한 곳은 넓은 공간, 개활지. 물론 땅도 갈라집니다. 외국에 보면 땅이 갈라져서 차가 곤두박질도 하고, 땅속으로 사람하고 모든 시설물이 함몰되는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저는 시설물이 있는 곳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인명이 제일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시설물이 있는 곳이 가장 위험하죠.
◇ 신율: 그래서 넓은 공간으로 가라.
◆ 조원철: 예.
◇ 신율: 그래서 학교 같은 데 보면요. ‘지진대피소’라고 써있는 팻말이 붙어있는 곳이 운동장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렇군요.
◆ 조원철: 운동장이어야 합니다.
◇ 신율: 운동장이어야 하는군요. 저는 그래서 이게 ‘왜 여기다 이걸 붙여놨나’ 그랬거든요. 그래서 그렇군요. 그리고 어제 뉴스 보니까 ‘필로티 구조로 된 건물에 파손피해가 많다’, ‘필로티’라는 게 뭐예요?
◆ 조원철: 기둥이라는 얘기입니다. 본래 필로티 건물이 생긴 것은 강가에 경치가 좋은 곳인데, 거기에 자꾸 홍수가 들락날락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거기다 높게 기둥을 세워가지고 그 위에다 집을 지었습니다. 원두막 같은 거죠. 원두막 같이 집을 지어가지고 물이 들어오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했었는데, 필로티 구조 자체가 문제되는 건 아닙니다. 분명히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필로티 구조, 벽체가 없는 필로티 구조를 하더라도 필로티 구조의 벽체가 없는 대신에 필로티 구조를 강화하면 되거든요. 강화하면 되는데, 필로티 구조를 가볍게 보고 그냥 주차장이나 이런 공간으로 1층을 쓰기 위해서 기둥만 세우면 되는 걸로 아는데, 그게 아니고 필로티 구조를 강화해가지고 제대로 된 필로티를 하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물론 어떤 것에든 문제는 늘 갖고 있습니다만, 이번 같이 무너지고, 그거 서울에도 많이 있습니다. 요즘 현재 공간이 좁다 보니까 주차장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요. 그러나 필로티 구조 자체의 설계하는 분들이 필로티 자체를 잘못 설계하고 있다. 또 시공도 잘못돼 있다고 하는 거죠.
◇ 신율: 교수님께서 홍수를 원래 막는 기능으로 필로티 건물 이런 걸 짓는다. 동남아 국가에서요. 필로티 공법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거기도 밑에 공간은 비워두는 집이 대부분이거든요, 전통적으로.
◆ 조원철: 맞습니다. 그게 바로 필로티입니다.
◇ 신율: 그게 필로티입니까? 똑같은 거군요.
◆ 조원철: 그렇습니다. 필로티란 이름은 이태리나 프랑스 쪽에서 유럽에서 의도적으로, 왜냐면 물이 들어오더라도 물 위에서 사는 것이 경관이 좋거든요. 그렇게 했는데, 동남아나 이런 어려운 나라에서는 강가에 살기 위해서, 물이 있으니까 물을 쉽게 사용하기 위해서 기둥을 세우고 하는데. 이거 방글라데시 같은 데도 많거든요. 방콕이나 가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 신율: 캄보디아나 라오스 같은 데도 이런 구조가 많던데. 그러면 말예요. 필로티 구조, 이런 건물도 내진보강이 가능하죠?
◆ 조원철: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 예가 많이 있습니다.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게요. 서울역이나 큰 역사들, 역사들 가보시면 기둥만 세워놓고 기둥 사이에 X자로 보강한다든지 또는 모양을 잘 내가지고 예술적으로 해서 보강해놓은 큰 기둥들을 많이 보거든요. 그게 바로 필로티 구조입니다.
◇ 신율: 그렇군요. 결국은 필로티, 지금 서울 같이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데는 주차장 때문에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내진보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조원철: 예, 그럼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신율: 그리고 제가 또 한 가지 궁금한 게요. 한동대학교, 이번에 진앙에서 굉장히 가까운 지역이라고, 그래서 피해를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건물 외벽이 그냥 무너지더라고요.
◆ 조원철: 참 한심한 생각을 가졌습니다. 한동대학이 학교가 생긴 지 얼마 안 되거든요. 50년, 100년이 된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이건 진짜 한 마디로 부실입니다.
◇ 신율: 그렇게 외벽이 그 정도의 진동에서,
◆ 조원철: 외벽뿐만 아니라 지붕도 그렇고 물탱크도 그렇고, 그렇게 블록 벽돌 틈이 떨어지는 거 있죠. 그거 잘못된 거죠.
◇ 신율: 그렇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지진 발생으로 ‘땅 밀림 현상’이 발생했다고 하던데. ‘땅 밀림 현상’이라는 게 뭡니까?
◆ 조원철: 땅이, 지반 자체가 큰 덩어리가 한쪽으로 살짝 움직이는 거죠. 그런데 이 움직임이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만, 땅 꺼짐도 있어요.
◇ 신율: 땅이 들어가는 거군요.
◆ 조원철: 예, 땅이 살짝 밑으로 가라앉는데. 주로 지진이 흔들릴 때 순간적으로 흙 속에 있던, 흙에 결합돼 있던 수분이 나와 가지고 흙이 상당히 미끄러집니다. 유동체가 돼버려요. 그러면 그게 가라앉으면서 땅이 가라앉는 경우도 있고, 땅 밀림 현상이 지금 몇 센티미터나, 또는 몇 미터, 몇 미터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몇 센티미터 정도가 밀렸는지는 자세한 조사를 해봐야겠습니다만, 밀림 현상도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죠. 큰 지진 에너지에 의해서 한쪽으로 몰리는 수가요. 그건 일본도 캐나다, 미국 다 있습니다.
◇ 신율: 지진이 나면요? 그런데 그러면 산사태 같은 거 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조원철: 날 수가 있죠. 그게 평지에서 일어날 때 우리가 통상 땅 밀림이라고 하고, 그다음에 경사지, 산지에서 일어나면 산사태가 되는 거죠.
◇ 신율: 그리고 문화재 문제 있지 않습니까. 문화재는 내진보강을 할 수도 없고, 이거 어떡합니까?
◆ 조원철: 그래도 문화재는 대부분 목재가 돼 있고 경주에 일부 석재가 있습니다만, 이건 내진설계를 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확 줄어들어버리는 거거든요, 없어지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문화재를 그대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문화재 당국하고 어느 정도까지 우리가 보강해야 할지는,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는 이야기 합니다.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걸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문화재 당국에서 결정을 해야 될 겁니다, 아마.
◇ 신율: 그리고 교수님, 이거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지진이 발생했을 때요. 막상 대피소로 몸을 피한 포항 시민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는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이 대피소가 무용지물이라고 하는데. 이게 사실 지진이 나면 25초, 포항 지진도 25초였죠. 몇 십 초 흔들리는데, 이때 대피소까지 어떻게 이동합니까?
◆ 조원철: 대피소가 있습니까, 우리나라에? 신 교수님, 제가 역으로 묻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지진대피소가 있습니까?
◇ 신율: 없습니까? 저 솔직한 얘기로 못 봤어요.
◆ 조원철: 없습니다. 대피소는 넓은 공간이 제일 좋아요. 아까 학교 운동장, 또는 도로변. 그런데 이번에 화면에 나온 거 보면 벽돌이 떨어진 그 사이로 어떤 여성분들이 몇 사람이 들어가서 그걸 구경하고 있더라고요. 진짜 위험합니다. 벽돌이 떨어지면 그 공간을 들어가면 안 돼요. 위에서 또 떨어질 수가 있거든요, 여진이 나면. 지진대피소가 과연 우리나라에 있느냐. 없습니다. 지진대피소는 넓은 공간, 또는 시가지 같은 도로 있죠. 도로 쪽으로, 그래서 건물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곳이 바로 대피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피소라는 말을 쓰니까 공무원들이 자꾸 어디에다가 시설을 만들고 하는, 그런 식으로 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지하에다 하면, 큰일 납니다.
◇ 신율: 그러면 교수님 보실 때 앞으로, 간단하게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 뭐라고 보십니까?
◆ 조원철: 빨리 학교든지 공공건물을 빨리 내진보강 해야 합니다. 몇 천 억이 들든지, 이게 바로 국민복지입니다. 복지의 시작이 기반시설물의 안전성과 편리성이 바탕이 돼야 복지가 되는 거지, 법 많아진다고 복지가 되는 게 아닙니다.
◇ 신율: 잘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원철: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조원철 명예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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