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YTN사옥 앞에는 13미터의 아주 커다란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남녀 두 사람의 상반신이 서로 반대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2010년 작, 이진준의 <그들>이란 작품입니다.
여자는 눈동자 없는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 남자 역시 눈동자 없는 눈으로 땅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작품 앞에 놓인 현판에는, ‘우리는 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아주 힘껏 껴안아야 할 것이다’라는 작품 설명이 쓰여 있습니다.
정보통신의 메카인 상암동 이 지역에서, 정보는 그야말로 홍수처럼 쏟아집니다. 촌각을 다투는 특종 경쟁에서 사람은 설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정보통신의 메카에 놓인 <그들>이라는 이 작품은 휴머니즘을 잃어버리지는 말자는 메시지가 아닐까 하고 속삭입니다.
미술관이 아닌, 대중의 발길과 눈길이 닿는 곳에 자리한 공공미술. 우리나라에는 1만5천여 점의 작품이 도시를 장식하고 있는데요,
이 책에는, 노동의 신성함과 보편적 인간상에 대한 사유를 안겨주는,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 있는 <해머링 맨>을 비롯해,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입구에 있는 클레스 올덴버그의 <스프링>, 제주 서귀포 본태박물관의 <칠드런스 소울> 등 모두 38점의 작품을 담고 있습니다. 각 작품이 어떤 메시지를 안고 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평소 그냥 지나쳤던 작품들에 대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공공미술은 무엇보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일 텐데요. 그런 면에서 저자는 이화마을의 사라진 벽화를 소개하면서, 공공미술의 역할에 대해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