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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 '넛지' 노벨경제학상, 교과서 없는 경제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10-10 16:49  | 조회 : 3542 
[생생인터뷰] '넛지' 노벨경제학상, 교과서 없는 경제로...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PD
■ 대담 :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 김우성PD(이하 김우성)> 전 세계 관심을 끌고 있는 노벨상, 그중 경제학상은 사실 정확한 공식 명칭이 아닙니다.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인데요. 노벨상은 아니지만 노벨위원회가 선정해서 수상합니다. 그만큼 영향력도 큰데요. 세계 경제 흐름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노벨경제학상,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받았습니다. 행동경제학자인데요. 이게 뭘까요?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경제학자의 문학 살롱, 영화 속 경제학 등 관련 서적에서 이러한 이론을 소개한 작가이죠,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이하 박병률)>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하면서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넛지라는 책,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 이런 것들만 강조되고 있는데요. 배경 어떻게 보면 될까요? 

◆ 박병률> 아무래도 소변기 파리 스티커 제목을 뽑은 언론들이 많았는데요. 가장 상징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원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에서 설치된 건데요. 요즘 한국 남자 화장실에도 많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남성분들은 잘 아실 텐데요.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그린 이유가 여기에 그림을 그려 놓으면 남성들이 소변을 볼 때 변기 밖으로 소변을 안 보더라, 여기에서 착안한 겁니다. 실제 이 그림을 그렸더니 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 양이 무려 80%나 줄었다는 실증도 있습니다. 과거에 보면 변기를 깨끗이 사용합시다, 이러한 문구가 있었는데요. 이렇게 적는 것보다 살짝 그림을 그려놓고 사람의 행동을 유도했다, 이것을 넛지다. 이렇게 불렀습니다. 이것이 노벨상 수상하신 세일러 교수의 작품인데요. 넛지라는 말은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이런 뜻입니다. 너 알지, 이렇게 하면서 팔꿈치 살짝 찌르는 것, 그것이 넛지인데요. 의미를 풀이하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넛지라는 책은 2009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휴가를 가면서 추천해서 유명세를 띄기도 했고요. 노벨위원회는 세일러 교수를 선정한 것에 대해서 세일러 교수가 현실에 있는 심리적인 가정을 경제학적인 의사결정 분석 대상으로 통합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경제학 분야에 심리학을 잘 접목시켰다는 얘기입니다. 세일러 교수가 수상했던 대표적인 것들 중에 두 가지가 있는데요. 심리회계, 소유효과 등이 있습니다. 심리 회계는 사람 마음속에 보면 수입과 지출을 따로 계산하는 심리, 즉 그러한 회계가 있고요. 수입과 지출 항목 안에도 보면 우리가 마치 회계 항목에서 다른 항목으로 적는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다른 항목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내가 쓰는 문화비와 우리 아이를 위한 교육비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문화비를 많이 줄인다고 교육비를 많이 늘린다는 건 아니다, 이런 건데요. 또 소유효과라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가치가 달라져 보이더라. 원래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물건을 갖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거나 가격이 같아야 하는데, 하지만 실험을 해보니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가치가 더 높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더라. 이런 것을 증명한 겁니다. 예를 들면 같은 사람인데 내 가족이 더 소중하다. 이런 것들이 대표적인 소유효과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것들을 노벨위원회가 인정한 겁니다. 

◇ 김우성> 사람의 마음, 간접적인 효과. 간접적인 효과라는 게 사람의 마음에 해당하는 얘기일 텐데요. 그런 것들이 인정됐다는 느낌인데요. 최근에 이러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분들도 비슷한 이론가들인가요? 요즘 각광받고 있나요?

◆ 박병률> 행동경제학자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금 15년 만이긴 한데요. 하지만 최근 노벨위원회가 주는 노벨상을 보면 주로 비주류 학자들에게 상을 많이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서 불평등 연구라든가 비합리적인 인간에 대한 연구, 이런 것을 높게 평가하는데요. 이런 것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흐름이기도 합니다. 기존 경제학이 문제가 있으니 다른 어떤 경제학은 없느냐, 이러한 고민들이 시작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과거에 보면 주류 경제학에서는 불평등은 사실 연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경제학의 경우도 가정이 합리적인 인간, 선택만 연구했는데요.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죠. 심지어 불평등의 경우 경제를 촉진할 수 있다면서 용인하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이런 것도 최근에 와서 많이 바뀌고 있고요. 특히 지난해 노벨상을 받았던 앵거스 디턴 교수의 경우도 불평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쪽으로 주장하는데, 이런 분이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 김우성> 요즘 우리 정부가 소득주도 경제나 분배에 치중하는 것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 박병률> 새로운 흐름을 정부가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 김우성> 일단 행동경제학, 낯설기도 한데요. 이번에 수상한 시카고 대학 리처드 H 세일러 교수, 어떤 분인가요? 영화에도 출연하셨다고요?

◆ 박병률> 빅쇼트라는 영화에 카메오로 나왔는데요. 블랙잭 게임을 예로 들면서 합성부채담보부증권, 즉 CDO에 대해 설명해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빅쇼트라는 영화가 인간의 탐욕이 저지른 금융위기에 대해 경고를 내리는 영화이기 때문에, 아마 세일러 교수가 출연하지 않았나 보이기도 한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세일러 교수는 대표적인 행동경제학자로 보시면 됩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것은 경제학에 심리적 요소를 집어넣어서 결코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 비합리적으로도 행동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학문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다니엘 카네만과 아모스 투버스키, 이런 분들이 유명합니다. 세일러 교수가 가장 많이 참고한 경제학적 전제가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건데요. 합리성 전체를 다 거부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살다 보면 합리성도 인간이 때로는 제한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입니다.  

◇ 김우성> 합리성, 인센티브, 잘못하면 벌 받는다, 잘 하면 상 받는다. 이렇게만 인간이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건데요. 이분은 그것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이다. 이렇게 설명해도 사실 어려워요. 심리학과 경제, 굉장히 먼 거라고 생각했는데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미 실생활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경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떻습니까, 영향 많이 미치고 있을까요?

◆ 박병률> 그냥 우리가 행동하는 여러 가지 행동 경제 활동, 선택이 다 행동경제학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렇게 봐도 사실 크게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아파서 병원을 갔는데, 의사가 이러한 얘기를 합니다. 수술해야 하는데 죽을 확률이 30%입니다.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의사와 지금 수술을 당장 하시면 살 확률이 70%입니다. 하시겠습니까? 그럼 누구에게 하겠느냐. 죽을 확률 30%, 살 확률 70%는 합리적으로는 똑같은 얘기이지만, 의사가 어떤 단어를 먼저 끄집어내느냐에 따라서 환자들의 판단이 달라집니다. 이런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라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세금을 내지 않으면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 이렇게 경고 문구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낸 곳과 그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주에 사는 90%는 세금을 냈습니다. 이렇게 했을 때 어디가 더 효과가 좋았느냐. 오히려 주민 90%는 세금을 냈다고 광고를 한 쪽에서 세금을 더 내더라는 얘기죠. 나는 안 내면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데요. 이런 것들이 바로 행동경제학이고요. 우리가 선거 때 보면 선거 투표를 앞두고 각 정당이 우리 다 이겼다, 이렇게 주장합니다. 이게 바로 밴드왜건 효과인데요. 일종의 대세론에 따르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신용카드와 같은 것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 가능한데요. 

◇ 김우성> 그쪽은 더 민감할 것 같아요. 금융이나 소비 쪽이니까요. 

◆ 박병률> 맞습니다. 특히 소비에 행동경제학이 많이 들어갑니다. 지금 내가 물건을 사는데 현금 10만 원을 준 곳과 한 달 뒤에 10만 원, 혹은 6개월 뒤에 10만 원 주는 것은 느낌이 완전 다릅니다. 

◇ 김우성> 할부도 다르죠. 

◆ 박병률> 그래서 나온 것이 신용카드와 할부, 이러한 제도가 나오는 거고요. 연말정산 때 사실 2월에 돈 많이 돌려받았다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바꾸어 말하면 그 전해에 매달 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다는 겁니다. 오히려 뒤에 돌려받기 때문에 이자가 없어 손해본 것이지만 사람 심리에서 기분은 좋죠. 추석 연휴 때 마트에서 물건 사러 가셨던 분들 많을 텐데요. 2+1 제품을 보면 괜히 이거 하나를 안 사면 손해 보는 것 같은, 이것이 손실 회피성을 이용한 겁니다. 그리고 최근에 보니 온라인 쇼핑몰에 추석 때 들어가 보니까 갑자기 제 계정에 1천 원 온라인 상품권이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제 돈이 아니고, 원래 없었던 돈인데도 일단 내게 한 번 들어왔다가 기한 내에 안 쓰면 괜히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이런 것들이 있거든요. 이것도 손실 회피성인데요. 이런 것들이 행동경제학입니다. 

◇ 김우성> 앞서 말씀드렸지만, 상과 벌, 명확한 합리성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에 따라 모든 선택이 달라지는데요. 조금 크게 확대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상황, 애매하지 않습니까? 중국으로부터 뺨 맞고 있고 미국도 FTA를 압박하고 있는데 북한 문제까지. 여러 협상과 선택이 있는데요. 역시 이번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으로 적용해볼 수 있을까요?

◆ 박병률> 아주 선택, 전략 부분에서는 행동경제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인데요. 한미 FTA 재협상이라든가 사드와 같은 민감한 문제가 많은데, 여기에서도 행동경제학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서 한미 FTA가 폐기되면 지금까지 무관세이던 것이 관세되는데요. 당연히 우리가 느끼는 충격도 크지만 미국의 경우 미국 농민들, 축산업자들이 느끼는 충격도 클 겁니다.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라든가 밀, 이런 것을 많이 수입하는데요. FTA가 폐기되면 관세를 매기게 되고, 소비자들이 호주나 뉴질랜드 다른 쪽 나라의 제품을 사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쉽게 수출해온 미국 농민들의 박탈감이 클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손실 회피성향인데요. 이런 것을 협상에서 잘 이용할 부분이 있고요. 사드의 경우에도 장기화되고 대립이 되어 한중 간 관계가 멀어지면 과연 중국은 좋을 것이냐. 이런 것에서 우리가 더 설득할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동북아에서 그나마 가장 좋은 관계를 이뤘던 게 한중 간 관계였는데요. 여기에서 우리나라마저 중국과 멀어지면 중국이 그동안 한국은 그래도 우리와 가까웠을 거라고 했던 박탈감, 상대적인 소유효과를 느낄 수도 있는데요. 결국 이러한 심리, 우리가 더 느낄 수 있고 중국이 더 느낄 수도 있는데, 결국 협상 과정에서 누가 더 잘 이용하느냐. 이러한 심리를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합니다. 

◇ 김우성> 언뜻 떠올리기로는 미사일을 쏘고 여러 이해관계를 따지는 합리성 같지만 선택은 행동경제학처럼 미묘한 심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경제나 세계 관계, 선택을 읽을 때 이러한 추세로 방향이 된다고 봐야겠죠? 노벨상에 선정된 것만 보아도요. 

◆ 박병률> 일단 전통적인 경제학은 깨지고 다양한 흐름으로 변한다고 보셔야 할 것 같고요. 기존 교과서 틀 안에 있던 경제학이 아니라 우리 실상에 맞다면 뭐든지 적용 가능한 대상이 된다. 확대되고 있다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소득주도 성장을 두고 교과서에 있는 얘기다, 없는 얘기다 논란이 많은데요. 중요한 것은 교과서가 아니라 우리 상황에 어떤 정책이 적합하냐, 이것을 두고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해석이 될 수 있고요. 또 하나는 경제학이 다른 심리나 물리학, 과학과 결합되면서 점점 학문 간 융합 트렌드가 강해진다는 것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장기적으로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우성> 교과서 밖으로 걸어 나온 경제학 이야기가 이번 노벨 경제학상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박병률>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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