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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이미령 / PD: 박준범

방송내용

<마광수 시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9-08 07:06  | 조회 : 1524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술을 마시기 위해서 안주가 있는 것인지/안주를 먹기 위해서 술이 있는 것인지/정말 모르겠다/너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된 것인지/사랑을 하기 위해서 너를 만난 것인지/정말 모르겠다/사랑은 이런 게 아닌 것 같았는데/만나서 뽀뽀나 하고 장미여관에나 가고/이런 건 아닌 것 같았는데/더 숭고하고 고상하고 애틋한/아, 그래 마치 <독일인의 사랑>이라는/소설에 나오는 것 같은/그런 천사 같은, 성모 마리아 같은 여자와 만나/‘유아 마이 데스티니’해 가며/전심전력, 이심전심/영혼을 바쳐야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만나 봤자 그러 그렇고 그런 이 사랑/남인수의 노래 <청춘고백>에 나오는/‘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 보면 시들허고’라는 가사/같은 시큰둥한 이 사랑/그래도 네가 떠나니 허전하다 만날 땐/별 것 아닌 것 같았는데/막상 곁에 없으니 너무나 고독, 적막, 쓸쓸하다/그래서 난 오늘도 혼자서/김수희의 <멍에>를 들으며/청승맞게 술을 먹는다/안주를 마신다.”

마광수 시인의 시 <술>의 전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난 뒤에 홀로 술을 마시며 그 사랑을 돌아보는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지는데요, 40년간 8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활발하게 시를 써온 작가가 자신의 시 창작을 결산하는 자선 시집을 냈지요. 그런데 그의 시선집에는 사랑과 성을 솔직하게 노래하는 가운데 유달리 ‘죽음’도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내가 죽은 뒤에는/(중략)/윤동주처럼 훌륭한 시인으로 기억되긴 어렵겠고//아예 잊혀져 버리고 말든지/아니면 조롱 섞인 비아냥 받으며/변태, 색마, 미친 말 등으로 기억될 것이다”이라는 시를 읽자니, 우리가 왜 그토록 고인을 가혹하게 다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모쪼록 고달픈 세연 내려놓으시고 편히 잠드시기를 빕니다.

오늘의 책,
<마광수 시선>(페이퍼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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