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 방송시간 : [월~금] 15:00~16:00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 1945년 이후 또 다른 해방, 한일 문화교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8-14 17:07  | 조회 : 3525 
[생생인터뷰] 1945년 이후 또 다른 해방, 한일 문화교류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김성민 홋카이도 대학 교수 (문화사회학자)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내일 광복절이죠, 그와 관련된 문화콘텐츠를 다루려고 합니다. 바보 같은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만화 주인공 우주소년 아톰, 마징가. 이들의 국적이 어디일까요? 국적이라고 말하면 이상할 테고요. 이 애니메이션들 전부 일본에서 제작됐습니다. 공식적으로 사실 우리나라에서 일본 문화콘텐츠, 만화를 포함해 많은 것들이 금지됐는데요. 그 금지된 것을 많은 분들이 즐겼던 추억, 떠올리실 겁니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 모순적이면서 계속 뜨겁게 새로운 의미의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일본에도 10대 여성에게 한국 문화, 한국 아이돌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고요. 국내에서도 일본 맥주, 음식, 여행, 소설 등이 인기를 끕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문화콘텐츠 교류, 어떤 맥락에서 보아야 할지 전문가와 얘기를 나눠봅니다. 최근 책 ‘일본을 금하다’을 펴낸 문화사회학자 김성민 홋카이도 대학 교수 연결해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성민 홋카이도 대학교수(이하 김성민)>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교수님, 사실 아톰은 우리나라 홍명보 선수가 뛰던 축구 구단의 마스코트이기도 했거든요. 여태 나라가 금지해온 것들, 사실 뒤늦게 최근에 와서 허락된 것들을 그간 열심히 즐겨왔던 건가, 당혹스럽기도 할 것 같아요. 어떤 맥락일까요?

◆ 김성민> 1998년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금지에 대한 개방을 선언하거든요. 그 이후 4차에 걸친 단계적 개방이 실시되고요. 그러니까 그 이전까지는 일본 대중문화를 공식적으로는 금지하고 비공식적으로는 소비하는 구조가 수십 년간 유지됐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방이 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아톰이 데스카 오사무가 그린 일본 캐릭터라는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분은 별로 안 계실지도 모르겠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것도 일본 거였다, 저것도 일본 거였다, 이런 것들을 드러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 대중문화 금지 그 자체가 무엇이었는가, 한국의 대중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그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우성> 느낌표가 아니라 물음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징가가 일본 거였어!’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금지했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여러 감정적, 역사적 맥락은 있겠지만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왜색, 즉 일본풍이라는 이유로 금지했다는 것도 저술한 책에서 소개하셨더라고요. 이건 좀 일반적으로 와 닿지 않거든요. 어떤 의미입니까?

◆ 김성민> 얼마 전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잖아요. 마지막 회에 보면 검사인 이창준이 법정에서 ‘동백아가씨’ 어디가 왜색인지, 어디가 해로워서 금지곡이 되었는지 내내 의문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 물론 드라마에서는 그 의문을 풀지 못하고 죽긴 했는데요. 사실 일본 대중문화 금지 그 자체는 일제에 의해 금지된 언어와 문화를 되찾는 과정에서 일어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탈식민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투영된 것이기도 했고요. 사실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수많은 나라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해방 후 한국 특수한 정치 사회적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일본 문화에 대한 금지가 오히려 한국인들 스스로 억압하는 아이러니가 생겨나기 시작한 거예요. 백만 장도 넘게 팔린 말 그대로 국민 가요였던 ‘동백아가씨’가 어느날 갑자기 왜색이라는 이유로 금지됩니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들을 수 없고 부르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요. 이 노래의 어디가 왜색이며 왜 해로운지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거거든요. 그러니까 ‘동백아가씨’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일본 대중문화 금지, 그 자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겠죠.

◇ 김우성> 무언가 끊임없이 정부는 금지했습니다. 대중문화이든, 노래이든, 어떤 국적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이든 금지를 해왔다는 것. 역사적 맥락은 얘기해드렸지만 그 의도도 또 다시 물음표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 텐데요. 책 ‘일본을 금하다’는 일본에서도 이와나미라는 유명한 출판사에서 나오고, 한국에서도 출판됐습니다. 많은 언론이 보도했는데요. 해방부터 근래까지 긴 시간 동안 일본을 금지했던 것, 금지에 대한 것들을 다뤘던데요. 굉장히 긴 시간입니다. 혹시 이러한 긴 시간에 걸쳐 통틀어서 볼 수 있는 특징이나 맥락이 있나요?

◆ 김성민> 일본에서 2014년에 나온 책이 이번에 한국에서 글항아리를 통해 나오게 됐는데요. 이 책은 앞서 말씀드린 문제 인식에 의해서 일본 대중문화 금지라는 현상이 어떻게 구축되었고, 어떠한 구조를 가지고 작동했고, 어떻게 해체되었는가.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말하자면 3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금지되고 억압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어떻게 스스로 욕망과 마주보고 그것을 드러내왔는가, 그것도 그 안에 포함되고요. 공식적으로는 1998년이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원년이지만, 이 책에서는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고 자유화되고 개방화되기 시작하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대중문화 금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해체되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또한 2000년대 초반 한류의 경우에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관계 변화 위에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보고 있고요. 

◇ 김우성> 단순히 금지에 머물러있는 게 아니라 변화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요. ‘욘사마’라는 말, 기억하실 겁니다. 서로 오갔는데요. 혐한, 반일도 끊임없이 등장하거든요. 일본의 넷우익도 있고, 한국에서도 반일 시위가 격화되기도 하고요. 중국과의 갈등과는 맥락이 다릅니다. 이 와중에도 끊임없이 교류하고 섞이거든요. 에너지가 있나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명쾌하게 설명해주시는 분이 없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김성민> 그간 한국과 일본이 공유한 역사적 맥락 같은 것들이 있다고 봅니다. 냉전체제 위에서 함께 미국 또는 미국 문화를 동경했고요. 고도성장을 통해서     비슷한 현대성을 공유했고요. 글로벌화 속에서 경쟁이든 협력이든 매우 밀접하게 관계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이 있는 거죠. 그 안에서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 동질감 같은 것들을 공유했고요. 그러한 동질감이 미디어나 대중문화를 통해서 서로에게 깊숙이 스며들었고, 한류를 포함한 지금의 문화산업의 경우에는 그 결과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의 대중이 70년 동안 금지하면서도 소비하고, 일본 문화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일본의 대중도 역시 한국 문화에 대해서 동경과 반감을 동시에 가지면서 또 동시에 일상의 문화로 소비해온 거거든요. 그렇게 축적된 것들이 양국의 문화적 관계를 떠받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사실 별개의, 연구하시는 분야와는 다른 얘기이지만 중국의 경우 한국 방송, 광고를 다 가시적으로 금지했거든요. 일본과는 긴장 관계에 있으면서도 사실 그러한 조치는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이를테면 공영방송에서 한국 콘텐츠를 내보내지 마라, 주요 시간에 쓰지 마라, 배우 얼굴 나온 광고를 쓰지 마라, 이러한 것들은 최근엔 없었던 것 같아요. 중국과 다른 면이 있거든요. 별개의 사안이지만 중국의 조치를 보면 아직 공식적인 금지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 김성민> 사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2012년 이후에 한국의 K-POP 스타나 드라마 방영이 일본 TV에서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어떻게 보면 혐한이나 이런 것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요. 여전히 한국에서도 공중파 방송에서는, TV에서는 일본 음악을 틀지 못하는 것 같은,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얘기하지 않지만 여전히 금지의 메커니즘 같은 것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작동하는 거거든요. 다만 그것이 중국의 경우 훨씬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오래전 한국과 일본에서 경험했던 것과 같은 식의 금지가 작동한다고 봐야 할 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문화라는 것은 정치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그러한 긴장 관계가 그 안에 흐르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우리 정부, 문화콘텐츠 수출, 한류, K-컬쳐 등을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좀 더 정확하게 현실을 들여다봐야 이 부분에 대한 예측도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98년 개방됐다고 했는데요. 20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앞으로 양국의 교류, 국민들 수준에서의 교류, 환경.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 거라고 보십니까?

◆ 김성민> 우리가 보통 문화에 대해 얘기할 때 대중문화를 소프트 파워로 보고, 문화 교류를 국익의 관점에서 다루는 입장이 있고요. 또 대중문화를 다양한 정체성과 가치관이 표현되는 장으로 보고 개인의 자유를 보다 중시하는 입장이 있는데요. 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문화 교류가 한일 관계로 치환되기 때문에 말씀하신 긴장과 이익갈등이 항상 강조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금지도 그런 맥락에서 작동했던 거고요. 국가가 항상 문화 교류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국민으로만 호명되는 구조이니까요. 하지만 후자에 관심을 두고 보면, 젠더나 계급이나 세대나 다양한 정체성과 가치관이 갈등하고 모순되고 그러면서도 섞여 나가면서 새로운 문화 교류가 그 안에 있다는 것이 보일 겁니다. 문화는 언제나 흐르고 섞이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거든요. 그것을 한국과 일본 사이 오가면서 흐르는 게 아니라 훨씬 큰 흐름이 있는 거고요.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문화 교류가 앞으로도 더욱더 활성화될 거라고 보고요. 미디어 환경이나 문화 산업의 성격도 거기에 맞춰서 변화해갈 거라고 봅니다. 

◇ 김우성> 일본 극우에 대한 한탄을, 욕을 하면서 이자카야에서 술을 드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복잡한 현상이 앞으로 새롭게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부분도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김성민>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문화사회학자 김성민 홋카이도 대학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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