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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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치의 “공공의료” -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단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8-11 12:34  | 조회 : 5386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8월 11일 (금요일) 
□ 출연자 :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단장

당신의 주치의 “공공의료” -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단장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당신의 주치의> 문을 엽니다. 평균 수명이 높아지고요. 의료 기술이 발달해서 웬만한 질병은 다 고친다고 합니다. 그래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병원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그래서 오늘 <당신의 주치의>에서는 사회복지 망을 통해 이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서 공공의료 최전방에서 일하고 있는 분을 모셨습니다. 최근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장에 임명된 권용진 단장입니다. 안녕하세요. 

◆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단장(이하 권용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명숙: 바삐 오시느라 애쓰셨어요. 제가 공공의료의 최전선을 지키는 분이라고 앞서 소개를 드렸는데, 5년 만에 서울대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신 거죠?

◆ 권용진: 예, 맞습니다.

◇ 김명숙: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떠세요? 새롭게 임명도 되시고.

◆ 권용진: 일단 서울대학교 병원에 저랑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많아서 행복하고, 같은 고민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아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책임감도 더 많아지셨을 것 같고요. 5년 만에 서울대 병원으로 돌아가셨는데, 그간 5년 동안은 어디서 어떻게 보내셨어요?

◆ 권용진: 서울시립병원 중의 하나인 북부병원의 원장을 2년 정도 했고, 국립중앙의료원의 기획조정실장, 공공의료본부장, 이런 직을 하다가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 김명숙: 단장에 임명되신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래서 요즘 무척 바쁘실 것 같아요. 공공의료사업단은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이고,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게 되실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 권용진: 저희 조직의 명칭이 ‘사업단’이다 보니까, 사업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희는 사업하는 부서와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랑 두 조직으로 구성돼있고, 주로 공공의료의 개념, 국가의 의료시스템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그리고 봉사활동, 국제원조 등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다양한 일을 하게 되는데요. 기존에 잘해왔던 것들도 많겠지만, 앞으로 더 추가해서 이런 건 더 해야겠다 하는, 새롭게 각오하신 것 있으신가요?

◆ 권용진: 저희가 요즘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봉사활동 같은 사업보다는, 국가 의료시스템 전체에서 서울대학교 병원이 국가 중앙병원으로 시스템 전체를, 국민의 요구에 맞게 개선해보는 것을 생각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3분 진료를 해소하기 위한 15분 진료 사업을 공공의료사업단이 맡아서 추진 중입니다.

◇ 김명숙: 그거 많은 분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예약은 몇 달 전부터 하고 가서 또 몇 시간 전부터 가서 기다렸는데 의사 선생님과 진료는 단 1분 정도? 그런 일도 있어요. 금방 하고 나가면 허탈할 정도로.

◆ 권용진: 환자도 불편하고, 의사도 환자와 오래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고 있는 게 사실이죠.

◇ 김명숙: 안 되고 있는데 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15분 진료라는 것을? 물론 15분 진료 이상 하면 환자들은 더 좋겠지만, 좀 궁금해요. 이렇게 짧았던 시간에서 15분 정도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는지.

◆ 권용진: 의료를 서로 효과적·효율적으로 쓰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에는 초중증 질환들이 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고, 그런데 병원에 오시는 분은 자기가 초중증인지 모르시잖아요. 그러면 오셨을 때 ‘동네에서 치료받으셔도 좋겠습니다’ 하면 마음 편하게 돌아가 주시는 게 다른 환자들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 김명숙: 물론 환자들이 많이 몰려오기 때문에, 몰려온다는 표현은 그렇지만, 많아서 진료시간이 짧을 수도 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병원에서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요? 강요 아닌 강요, 환자를 자주 보게 하는. 그런 것도 있을 수 있어서요.

◆ 권용진: 병원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보니까, 일하는 사람이 많고 인건비 비중이 높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초반에 정착될 때부터 저임금 구조로 정착돼왔어요. 나라가 선진화되다 보니 인건비도 현실화되고 높아지고, 그런 부담이 사실 국민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인데, 국민한테 보험료를 막 올립시다, 이럴 수는 없으니까 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가 굉장히 높거든요. 그러니까 병원은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고, 환자를 자주 보고 싶어하게 됐는데, 서울대병원은 국립대 병원이고 국가의 정책을 선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정부랑 협의해서 시범사업을 해볼 계획에 있습니다.

◇ 김명숙: 그렇게 잘 정착돼나가면 좋겠죠, 의사와 환자의 시간이 많아진다는 측면에서는. 그런데 지금 서울대병원이 말하자면 선두에 서서 그런 일을 추진해나가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앞서서는 동네병원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며칠 전 발표된 건강보험 강화 정책에 따르면, 오히려 큰 병원에 몰려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 권용진: 본인부담 문턱을 너무 낮추니까 국민 입장에서는 크고 좋은 병원 갈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우려가 되는 게 사실입니다. 발표에 보듯이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회를 1년 넘게 계속 진행해 왔는데 그 의료전달 체계의 보완이 없으면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 그런 일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후속조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그렇죠. 후속조치가 중요하겠죠. 저희 프로그램이 시사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정책적인 측면을 깊이 이야기하진 않는데, 최근에 발표된 ‘문재인 케어’라는 게 있잖아요. 그에 대해서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 때문에 여러 얘기가 많잖아요, 며칠 사이에.

◆ 권용진: 제일 중요한 전환은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 책임을 지겠다. 할 수 있는 건 하고 나머지는 국민에게 맡겨놨었다면, 사회보험이 체계를 지겠다. 이런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선언이라고 보이고 그 안에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최근 20년 동안 계속해오던 것들이 확대·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국민도 이 정책에 협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이용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의료기관들이 국민의 신뢰가 높아져야 하잖아요. 의료기관들이 신뢰를 높일 테니까 국민도 시스템 개선에 따라서 적정하게 이용을 해주십쇼, 이런 말이 더 들어갔더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사실 보험료는 올라가는 게 정상이거든요, 서비스가 좋아질 거면. 그런데 돈 올리는 건 정부는 부담스러운 것 같고, 그 얘기는 못 한 것 같은데.

◇ 김명숙: 정부도 부담스럽고, 국민으로서도 혜택받는 건 좋은데, 보험료 올라가는 건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 권용진: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구체적인 내용이 더 많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2080 님께서는요.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입니다. 요즘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 환자분들이 정말 많이 오십니다. 옆에 도움 주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병원에서 모든 걸 다 도와드릴 수는 없고요. 이런 어르신들 도울 방법이 없을까요?’ 하셨어요.

◆ 권용진: 정말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면, 금방 말씀하신 저분 같은 일 많이 겪습니다. 제가 서울 시립 북부병원장 하면서 만든 301 네트워크가 바로 그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만들었던 시스템인데요. 만성질환 환자가 많아지고 노인이 많아질수록 병원이 그냥 치료만 받는 곳을 넘어서 환자들의 어려움, 또 집에 가서 사시는 것, 이런 복지자원들과의 연계가 굉장히 중요해지거든요. 그런데 사실 복지자원과 연계를 하려면 병원에도 팀이 있어야 하잖아요. 복지사들과 간호사들과 환자를 대상으로 전화가 오는 걸 보면 되게 다릅니다. 사회복지사는 환자에 대해 문의를 할 때 ‘한부모 가정이고, 생활 수급비는 얼마고요’ 이런 얘기를 먼저 하시고, 간호사들은 병원에 환자를 의뢰하실 때 ‘76세 여자 환잔데 혈압이 180-100입니다’ 이렇게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달라서, 사회복지자원을 연계하려면 반드시 사회복지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 병원에는 사회복지사를 많이 두도록 하지 않고 있거든요. 사회복지사들의 병원고용이 늘어나야 이런 분들이 지역사회에 있는 자원들과 연계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고 있고, 정부가 지방 의료원 6개, 그리고 서울시립병원 등은 301 네트워크 사업이라는 것을 현재 수행하고 있습니다. 점차 확대된다면, 2080님이신가요? 말씀하신 것들도 어느 정도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명숙: 301 네트워크에 대해서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사실 저희가 그게 좀 궁금했거든요. 워낙 301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이끄신 장본인이라는 얘기를 들어서요. 공공의료 사업에 처음부터 관심이 많으셨던 건가요?

◆ 권용진: 기독교라서 그런 고민을 어릴 때부터 하긴 했는데, 공중보건 의사 할 때 전라북도 진안에서 약 2년 정도 근무를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분들을 많이 뵙게 됐고, 희귀질환으로 고생하는 한 친구를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그분이 저를 처음 만나서 하신 얘기는 “나를 좀 죽여 달라”는 이야기였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사회복지시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시골에 가면 교회가 옆에 방을 만들어 놓고 오갈 데 없는 분들 오시는 곳도 많았습니다. 민가시설들. 그런 데 진료활동을 다니다 보고, 집에 계신 암환자들 시골에서 찾아다니고, 목욕사업, 이런 것들을 계속 진행해보면서, 이게 제도적으로 고쳐져야지 착한 의사, 착한 목사님 몇 명이 해결할 일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 김명숙: 그래서 오늘날의 서울대병원 공공의료 사업단장에까지 임명되신 거군요. 좋은 일 많이 하시니까. 앞으로도 더 많이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 권용진: 아마 원장님이 일을 더 많이 하라고 저에게 그런 자리를 주신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이런 사명감을 가지고 계셔서 지금까지 어려운 일들, 좋은 일들 잘 이루어 오셨는데, 최근에는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진단서를 외인사로 수정하면서 매스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 권용진: 저는 그 자리에 잠깐 참석한 거고요. 그것은 서울대학교 병원의 여러 위원회와 그 위원회를 책임지는 김연수 부원장님이 앞장을 서서 하신 일이고, 서울대학교 병원 안에도 그걸 고쳐야 하느냐, 마냐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침에 맞게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더 많아서 그런 결과까지 가게 됐습니다.

◇ 김명숙: 의사의 개인적인 것과 집단의 의견이 달라서 생긴 이야기잖아요.

◆ 권용진: 이게 늦어지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한 교수님의 판단과 의사 집단 전체의 판단이 어떡해야 하느냐, 교수의 집단과 전공의의 권한이 어디까지냐, 또 의학적 판단과, 진단서는 규범적 판단인데, 사실 사망진단서는 일반 진단서와 달라서 그냥 고쳐도 되는 진단서입니다. 법적 소송이 걸리는 진단서가 아니거든요. 쉽게 생각해보면 출생은 ‘증명서’고 사망은 ‘진단서’라고 쓰여 있으니까, 사람들이 사망진단서가 몇 줄 떼어주는 그런 진단서라고 생각하는데, 엄밀히 보면 ‘사망확인서’입니다. 그래서 규범적 판단이 다를 때 어떡해야 하느냐, 이런 것 때문에 많은 논란과 고민을 거쳤습니다.

◇ 김명숙: 그 일을 겪으면서 또 많은 걸 느끼셨을 텐데. 최근에 정부에서는요. 올해 말부터 치매 환자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고 했거든요. ‘치매 국가책임제’라는 말을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됐어요. 그런데 ‘치매 국가책임제’, 정책에 따라서 연내에 치매 환자의 의료비나 요양비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 건지요?

◆ 권용진: 제가 정책 만드는 데 참여했던 사람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제가 좀 알아본 바로는 치매 환자들이 내는 비급여 비용도 꽤 많으시더라고요. 의료비는 어차피 보장성 강화 계획으로 많이 절감되겠지만, 병원비도 많이 줄어들 것 같고요. 사실 치매 환자는 병원비뿐만 아니라 요양시설이나 간병 등이 중요한데, 정부가 그에 대한 종합대책을 가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인프라도 많이 늘리고, 인프라를 늘리는 데 상당한 재원을 투자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 김명숙: 방금 치매 환자 같은 경우, 가족들의 의료비 부담도 있지만, 수발과 간병 같은 걸 말씀하셨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까지 가중해서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동반자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그런 것에 대해 우리 교수님은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다고, 평소에 갖고 있는 생각이 있으신가요?

◆ 권용진: 가족간병, 가족 문화가 큰 나라잖아요. 효도가 유교적으로 중요한 가치였고. 그것도 나름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사회적 책임을 더 강조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고, 사회가 전체적으로 이 문제를 케어 해줘야지, 각 가정에 부담을 맡기거나 자녀에게만 부담을 맡게 하는 것은 우리가 전체적인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는 사회 전체가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를 가지고 논의 중이지만 아직는 가야 할 길이 굉장히 멉니다. 돈 문제도 있지만,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갖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가 좋아져야, 내가 사는 동네에서 편안히 살다가 죽을 수 있구나. 이런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람들이 자기 동네에 애정을 가지고 변화시켜 가는, 그런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 김명숙: 치매 이외에 공공의 노력을 위한 공공의료 확대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 권용진: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말은, 사실 오해를 많이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국공립 의료기관을 짓겠다는 거냐,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의료 시스템 전체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제도가 가난한 환자의 병원비는 너무 비싸서 가계 파탄이 나거나 희귀질환 같은 사람들은 적절히 치료를 받을 수 없거나, 특히 아이들 같은 경우 굉장히 심각하거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공공의료가 하는 일이지요. 그래서 국민이 원하는 대로 제도가 변해가는 것, 이것을 공공의료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잠깐은 경제적인 부담, 가난한 환자를 위한 공공의료 사업하면 그런 것들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그것도 물론 중요한데, 수술 같은 거 하고 나면 환자와 의사 간 갈등이 생기는 의료사고, 분쟁이라고 하죠. 그런 것 때문에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 권용진: 의료분쟁이라는 것은 다툼이니까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얼마나 공개되고 투명하게 환자들에게 알려지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과정이라 지금 우리나라도 그런 시스템으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을 만들어서 노력 중이고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원이 안전해지는 것인데, 지금 병원이 안전해지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것은 ‘인력’이고요. 전공의나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게 일하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을 넣어야 하는데 충분한 인력을 넣으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은 또 국민이 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연결돼있어서, 국민에게 ‘이렇게 하시죠’ 이야기하기에는 정치권이나 누구나 다 부담스러워하고 있죠. 그런데 장기적으로 국민이 병원을 믿고, 병원이 신뢰받고 안전한 곳이 되려면, 병원에서 일하는 인력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 김명숙: 병원에서 일하는 인력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것 같아요. 대학 전공의들을 보면 격무에 시달린다고, 자기 시간이 너무 없고 잠잘 시간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자기 스스로 편하지 않은데 어떻게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을까. 역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것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지 않을까, 말씀하신 인력 충원이라든가, 질적 향상을 위한 여러 경제적 측면에서도.

◆ 권용진: 전공의들은 요즘 88시간만 일하도록 법이 바뀌어서 상당히 근로시간 문제는 해결됐고요. 지키도록 노력하는 중이고, 지금 제일 문제가 되는 인력은 간호 인력입니다. 간호사들이 8시간씩 3교대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앞에 1~2시간 먼저 나오고, 뒤에 늦게까지는 3~4시간도 늦게 집에 가는 간호사들도 많아서 간호 인력이 병원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꾸는 것, 그것이 지금은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명숙: 간호일 하는 것이 3D 업종 중의 하나라고 누군가 쓴웃음 소리처럼 이야기하더라고요, 너무 힘들다고. 실제 일선 병원에서도 간호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 권용진: 의사나 간호사가 하는 일은 원래 힘든 일인데요. 그걸 각오하고 와야 하는데, 시스템이 너무 갑자기 변하다 보니까 인력 기준은 옛날 거고, 병원이 해야 하는 행정 일은 너무 많아져서, 이제 시스템을 바꿀 때가 됐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몇십 년 만에 급속성장을 한 나라라서, 의료 시스템에도 이런 급속성장의 부작용이 남아있고, 급속성장의 부작용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우리가 공공의료 정책 등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대부분 환자 처지에서 정책 개선하는 것들을 논의하잖아요. 아무래도 환자 우선이다 보니까.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을 위해서도 제도적 개선이 돼야 서로 간에 윈-윈할 수 있는 의료정책이 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권용진: 서비스 업종이라, 의사·간호사가 편안해야 환자도 편안할 수 있으니까요.

◇ 김명숙: 지금 7841님께서 문자 주셨는데요. ‘최근 병원에 입원했는데 보호자 못 자게 하고 도와주시는 간병인이 다 배치돼 있었어요. 처음에는 불편할 줄 알았는데 보호자도 환자도 다 편하더라고요. 시스템이 확충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네요.

◆ 권용진: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라는 것을 정부가 해서 많은 병원에 확충하고 있고, 서울대학교 병원에도 한 개 병동을 시범사업 중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것을 10만 병상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문제는 간호인력, 간호사 숫자고요. 간호사들이 대부분 너무 힘들어서, 속되게 얘기하는 ‘장롱면허’가 많거든요. 그분들이 현장에 돌아가시려면 노동 강도가 좀 낮아져야 합니다. 노동 강도가 좀 낮아지고, 병원에 간호사 대부분이 여자분들이잖아요. 여성분들이기 때문에 아이도 키워야 해서, 간호사들이 일하는 병원이 여성들에게 좋은 일터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한다고 해도 거기에 취업할 간호사가 없는 거예요. 병원을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일터로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그래야 금방 그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 김명숙: 9853 님께서도, ‘단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한 사람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 체제를 만드는 일은 정말 많은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애써주세요’ 라고 응원의 파이팅 메시지 보내주셨어요.

◆ 권용진: 쑥스럽습니다. 저 혼자 하는 일 아닌데 굉장히 쑥스럽습니다.

◇ 김명숙: 앞으로 더 많이 잘해달라는 당부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리도 또, 7649 님께서는, ‘공공의료 부문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있나요? 공공의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좀 부탁드려요’ 하셨네요.

◆ 권용진: 저런 질문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공공의료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의료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의료 시스템에 똑같이 있는 걸 의미하는 것이고요. 공공의료라는 게 의료시스템을 좋아지게 하는 노력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 다만 가난한 환자, 또는 취약계층 이런 분들이 가실 수 있기에 좀 더 편한 병원은 아마도 국공립 병원일 거로 생각합니다. 본인이 좀 어려운 문제가 있으시다면 국공립 병원을 이용하시면 다른 병원들보다는 경제적인 목표가 좀 낮아서, 그런 부분들을 좀 더 쉽게 해결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 근처에 있는 국공립 병원을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김명숙: 앞으로 하실 일들도 참 많으실 거예요. 계획하신 것도 많으실 텐데, 어떤 계획을 하고 계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권용진: 계획은 지금 질문하신 것처럼, 공공의료라는 개념이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만들어져있지 않습니다. 금년에 서울대학교 병원이 공공의료에 대한 학술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전국적으로 같은 개념으로 용어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올해 하려고 합니다. 그다음에는 우리 시스템 전체에서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신뢰를 높이는 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갈 거냐, 이것을 중요한 과제로 놓고 하고 있고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실수한 게 아주 많거든요, 급속성장을 하면서. 우리가 잘한 것 말고 부족했던 얘기들, 잘못했던 것들을 책으로 써서 후진국들에 알려주는 일을 하고 싶은 게 개인적인 꿈입니다.

◇ 김명숙: 단장님의 개인적인 꿈도 이루어지고 국민의 바람도 이루어지는 공공의료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서 누구나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권용진: 예, 감사합니다.

◇ 김명숙: <당신의 주치의>, 오늘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장에 임명된 권용진 단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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