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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내용

전호용의 <네 맛대로 살아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8-11 11:09  | 조회 : 1493 
ytn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오늘은 전호용의 맛있는 인생잡설 <네 맛대로 살아라>를 소개합니다.

“다섯 평이나 될까말까 한 방을 안방이라고 했다. 겨울이 시작되면 할머니와 형, 누이 둘, 그리고 내가 안방에 모여 잠을 잤다.(중략) 두꺼운 솜이불을 밀치고 일어나 무릎걸음으로 아랫목에 놓인 요강 앞으로 다가가 오줌을 싼다. 요강에 오줌을 누고 나면 해야 할 일이 있다. 요강만 사람의 물을 기다린 게 아니다. 요강 옆에는 검은 포를 뒤집어쓴 콩나물시루가 나란히 놓여 있다. 콩나물시루를 방으로 들이던 날 할머니는 날 보고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잠들기 전이 한번 주고, 오줌 사러 일어늘 쩍으 한번 주고, 아침이 일어나서 한번 주믄 우리 호용이 크디끼 콩나물이 지러나는 거여.’ 비몽사몽 간에도 오줌을 누고 콩나물시루에 물 한바가지 끼얹어주는 것은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누구든 버릇처럼 포를 걷어내고 함지박에 담긴 물 한바가지를 콩나물에 끼얹어주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와 잠이 들었다.(중략) 그리하여 다섯 사람의 마려움이 목마른 콩나물을 밤새 무심히 길러냈다.”(24~26쪽)
많은 분들이 이 대목을 들으면, “맞어, 그때는 그랬어. 그렇게 밤새 키운 걸 아침에도 먹고 저녁에도 먹었지” 할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먹을거리가 상품이 되어버렸고, 그 식재료가 오는 과정은 처음부터 무시된 채 사람들의 몸은 음식의 침입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틀에 박힌 레시피를 던져버린 재야 셰프 전호용. 그의 산문집에서는 흙과 인정과 세월에 버무려져서 우리 몸을 날마다 길러주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밥 한 그릇의 거룩함, 국 한 대접의 엄숙함, 그러나 무심히 삼키는 즐거움도 담겨 있는

오늘의 책,
전호용의 <네 맛대로 살아라>(북인더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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