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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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50+부모의 역할” - 이승욱 <대한민국 부모> <천일의 눈 맞춤> 저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8-03 14:08  | 조회 : 4470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8월 3일 (목요일) 
□ 출연자 : 이승욱 <대한민국 부모> <천일의 눈 맞춤> 저자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50+부모의 역할” - 이승욱 <대한민국 부모> <천일의 눈 맞춤> 저자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문을 엽니다. 흔히 부모가 돼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얘기하죠.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되고 나니까 우리 엄마, 아버지가 나를 어떻게 키웠을까 하는 걸 좀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래도 그게 다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딱 자녀 나이만큼만 부모 마음을 아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아이가 다섯 살이면, 다섯 살만큼만 부모 마음, 그리고 다섯 살의 부모 마음, 스무 살이면 스무살 부모 마음밖에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모 되기가 어려운데요. 그 와중에 좋은 부모 되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가 아닌가 싶은 마음이 요즘에 점점 더 절절하더라고요. 특히 아이들이 커 가면서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데, 더불어서 이렇게 아이들이 커 나감에 따라서 부모의 역할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그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고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꾸며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부모>, <천일의 눈 맞춤>, <포기하는 용기> 등등의 책을 쓰신 저자이자, 많은 사람들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또 그 짐을 같이 져주고 있는 분입니다.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 클리닉 이승욱 원장 자리에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승욱 <대한민국 부모> <천일의 눈 맞춤> 저자(이하 이승욱):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명숙: 원장님께서는 교육과 양육, 부모, 이런 키워드로 책을 많이 쓰셨잖아요. 특히 <천일의 눈 맞춤> 같은 경우에는 수유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말씀하셨는데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육아에 아주 심오하고 정통한 육아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이런 육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요?

◆ 이승욱: 아까 우리 아나운서님께서도 부모 얘기를 하셨는데요. 저도 아이를 두 명 키우고 있고 저도 명실공히 50대 중반이고, 큰딸아이와 밑에 남자아이가 있는데, 대학생과 대학원생이에요. 그 아이들을 키우면서 돌이켜 생각하면 내가 정말 무식했구나, 아마 많은 부모님들이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손자, 손녀를 보면 내가 진짜 잘 키워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하시는데요. 

◇ 김명숙: 그래서 더 사랑을 듬뿍 주시나 봐요.

◆ 이승욱: 그렇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면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죠.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참 무지했구나 하는 경험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전공이 정신분석이라는 걸 전공하고 그런 작업을 하다 보니, 인생 초기의 경험이 얼마만큼 이 사람의 삶을 결정해버리는지에 대한 확인을 너무나 자주 하게 되죠. 우리나라 속담이 참 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정신분석에서도 세 살까지의 육아가 그 나머지 인생을 결정한다고 저희들은 그렇게 보죠. 물론 여기서 결정한다고 표현하는 건 교정이나 변화나 발전의 기회가 없단 뜻은 전혀 아니죠. 아닌데, 어쨌건 한 번 고착된 성품이 바뀌는 건 참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 시기, 태어나서 한 3년 정도의 삶의 시기에 있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히 양분을 제공하는 수유가 아니라, 수유하는 행위가 한 인간의 성품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죠. 그다음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변 훈련이라고 얘기하는데요. 변 훈련이라는 게 안 좋은 얘기인데요. 아이가 똥오줌을 가리게 만들 때 부모의 태도가 한 인간의 성품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끼치느냐를 점점 알게 되고 확인하게 되고, 현장에서 사람들과 정신분석이라는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되다 보니까요. 이걸 좀 빨리 알리면 좋겠다, 빨리 좀 알리면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이들이 인류의 자산이잖아요. 이 시기의 수유와 양육의 중요성이 얼마나 한 인생을 결정하는지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이런 책을 쓰고, 가는 곳마다 강의할 때 이 얘기를 중점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하죠.

◇ 김명숙: 이런 걸 진작, 아예 신혼 초 때부터 이런 걸 많이 정보를 접하고 교육을 받고 했으면 아이들을 좀 더 잘 교육했을까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네요. 너무 세월이 지났지만요. 그래서 앞으로 손자, 손녀에게 더 잘해야겠구나, 무조건적인 사랑을 해줘야겠구나. 그리고 손자, 손녀들이 2~3살 때 정말 잘해줘야겠다, 최선을 다해서, 아마 이런 생각을 우리 애청자분들도 하실 것 같습니다.

◆ 이승욱: 그렇죠. 그런데 손자, 손녀까지 봐주면 너무 또 인생이, 하하하.

◇ 김명숙: 그렇죠.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어쨌거나 요즘 보면 50+ 중장년층들이 손자, 손녀 보는 분들 가운데에는, 손자, 손녀를 육아를 한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사랑스러워서 물고 빨고 할 정도로, 자식 키울 때는 몰랐는데 그런 마음이 많더라고요.

◆ 이승욱: 그게 아마 책임감이 없어서 그럴 것 같아요. 자식이야 내가 잘 키워야 하는 책임감이 있는데요.

◇ 김명숙: 책임감과 어느 정도의 욕심, 그러니까 마음을 비우는 게 늘 언제나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이승욱 원장님께서는 예전에 뉴질랜드에서도 오래 사셨다고요. 경험상 봤을 때, 꼭 뉴질랜드라는 일정 나라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부모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랄 게 있나요?

◆ 이승욱: 뉴질랜드에서 한 10여 년을 살았었는데요. 뉴질랜드라는 나라를 어떤 나라로 규정짓기가 쉽지 않은 게, 백몇십여 인종이 모여 사는 이민국가여서 다양한 인종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과 본의 아니게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주어지는데요. 한국 부모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거기에 가서도 사교육을 한다는 거죠.

◇ 김명숙: 전 세계 어디에나 대한민국 부모가 있는 곳에는 사교육이 있다.

◆ 이승욱: 학원이 생기고, 방송에서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학군을 만들고 집값을 올리는 데에 주도적 커뮤니티가 되는 게 한국 학부형들이죠.

◇ 김명숙: 그게 왜 그런 걸까요?

◆ 이승욱: 아마 자궁 가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궁 가족이라는 개념이 뭐냐면, 우리가 보통 흔히, 예를 들면 제 성이 이 씨인데, 이 씨 같으면 우리가 보통 아버지의 성을 따라서 가족이 형성되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것이 아니라 문화인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건, 동북아 지역, 유교권 국가들은 자궁 가족이라고 하는 게 엄마가 낳은 자식들이야말로 혈연가족으로서 오히려 더 끈끈한 힘을 발휘한다는 거죠. 그래서 교육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엄마들의 힘이 가장 많이 발휘되는 게 한국 엄마들인 것 같아요. 홍콩, 대만, 한국, 특징을 놓고 보면 교육에 관한 한 아버지들은 대개 멀리 떨어져 있고 엄마들이 집중하는 특징을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외국 사람들 같은 경우는 아버지가 자녀 교육에 굉장히 많이 개입하죠. 그런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 김명숙: 아버지들이 자녀 교육에 함께하시는 가족들을 보면 아버지와의 관계가 오히려 더 자유스러운 분위기도 있는 것 같고요. 그런 것들이 좀 보이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이런 식의 ‘자궁 가족’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의 자녀들 세대도 그렇게 이어질까요? 엄마한테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나서?

◆ 이승욱: 저는 당분간은 이게 계속 지속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오늘도 혹시 이런 얘기를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들이 교육에서 굉장히 많이 배제돼 있거든요. 그리고 아이들 교육은 학교가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저희들이 시쳇말로 하는 말로 돈 벌어다 주는 기계. 아버지의 무관심과 엄마의 정보력과 이런 얘기도 한참 돌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이게 당분간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요.

◇ 김명숙: 바뀌어야 하는 건데, 사실.

◆ 이승욱: 당연히 바뀌어야죠. 저는 꼭 좀 이런 것들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명숙: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도 그러려면 부모들이 생각을 바꾸어야 하잖아요.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저희가 이런 이야기도 나눠가면서 하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겠죠. 그런 희망으로 이 시간도 마련한 거고요. 오늘 특별히 50대 이상 된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 합니다. 왜냐면 저희 애청자분들이 주연령층이 50+ 중장년층이 많이 계셔서요. 지금도 저희가 좀 전에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변해야 한다. 부모가 변해야 한다. 내 스스로 변하기가 참 쉽지 않은 나이예요. 변해야 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요. 그렇지 않은가요? 50대가요.

◆ 이승욱: 그렇습니다. 부모님들이 자녀분들한테 흔히 하는 말이거나 흔히 묻는 질문 중에, 아이한테 ‘넌 꿈이 뭐니?’ 이런 걸 잘 묻잖아요. ‘꿈도 없니?’라든지, 어린, 젊은 친구들한테 꿈을 가져야지, 이렇게 얘기하지 않습니까. 제가 50대 분들을 만나면 약간 좀 야박하지만, 네 꿈이나 잘 간수하세요,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물론 농담으로 하는 얘기입니다.

◇ 김명숙: 그런데 중요한 얘기예요.

◆ 이승욱: 50대쯤 되면 되게 애매한 나이잖아요. 청년은 아닌데 그렇다고 늙은 건 아니고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50대 중반이면 약간 중늙은이 취급을 받고 환갑이 되면 노인네 취급을 받았는데요. 이제 누가 50대를 노인 취급하나요? 팔팔하잖아요. 지금 50대들이 어떤 방황을 하냐 하면, 나이 50대 중반에 와서 진로 적성 검사를 받으신단 말이에요. 바람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인간의 인성이란 환경의 영향을 받고 계속 변하기 때문에요. 그리고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어서, 옛날에는 내가 생각도 못 했던 직업이 새로 생겼고요. 나의 인성은 그대로일지라도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면 그 직업과 내 인성이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진로적성검사를 받기도 하고 그러는데요. 일견 저는 이게 한 부분으로는 되게 좋은 방식이란 생각도 들어요. 자녀들한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꿈이 뭐니'라고 묻는 질문은 사실 자기에게 꿈이 있으면 그런 질문을 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넌 꿈이 뭐니'라고 물을 때는 이미 질책이 포함돼 있어요. 자녀들한테 ‘넌 꿈도 없니?’라는 말 대신 ‘넌 꿈이 뭐니?’. 너는 왜 꿈을 빨리 갖지 않냐는 질책성의 질문인 거죠. 그리고 꿈을 이야기하면 그다음부터 이제 모든 것이 기승전공부로 돌아가는 거죠. 꿈을 성취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노력을 해야 한다, 뭐라 그럴까요. 꼰대 짓을 하려고 하는 거죠. 그런 것 말고 50대가 자기의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꿈을 잘 가지고 있으면 젊은이들에 대해서도 믿음을 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50대인 나도 꿈이 있는데 쟤들이야 꿈이 없겠지 생각할 수 있잖아요. 내 꿈이 없고 내가 불안하니까 자꾸 20대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자녀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어요.

◇ 김명숙: 한편으로는 내가 네 나이 때 못했던 것을 넌 해주기를 바란다는 것.

◆ 이승욱: 맞습니다. 정확하게 바로 그런 얘기들인 거죠. 우리 때는 여러 가지 제약들이 있으니까 못했는데 너희들은 얼마나 좋냐. 이렇게 훌륭한 부모가 있는데 너희들이 왜 못하냐 생각하는데 자녀들은 세상에서 또 나름의 많은 제약이 있죠.

◇ 김명숙: 그래서 그런 것들이 결국 부모-자녀 간의 갈등으로 빚어지는 것 같아요. 특히 50대 중후반 층의 부모라면 자녀들이 이제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20대를 넘어선 성인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녀들은 나도 다 컸는데 이제 왜 그래, 이러면서 부모들은 네가 아직은 그래도, 이러면서, 그래서 부모와 갈등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떤 갈등이 가장 많은 것 같으세요?

◆ 이승욱: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아까 좀 전에 아나운서님께서 되게 정확하게 얘기해주셨는데요. 저는 이런 생각을 좀 하는데요. 좋은 부모란 부모의 욕망을 자꾸 자녀에게 이식시키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좋은 부모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 부모님들이 자녀들한테 가장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뭐냐면, 요즘 부모가 아니라 많은 부모님들이 그러시는 것 같은데요. 나처럼 살지 말라는 얘기를 참 많이 하시는 것 같거든요. 예를 들면 공무원 하신 분들은 공무원 생활이 너무 지긋지긋하니까 넌 공무원 하지 말고 전문직 해라. 전문직 하시는 분들은 넌 나처럼 살지 말고 자유롭게 살아라. 회사원 하시는 분들은 넌 절대로 회사원은 하지 마라. 그러면 자녀들이 부모의 자기 부정을 보면서 도대체 나는 저 사람을 신뢰할 수 있나, 없나. 저 사람이 나의 울타리고 그래도 내가 저 사람 밑에서 같이 살아왔고 저 사람 때문에 내가 생존해 왔는데, 그런데 그 사람이 자기 삶을 부정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한 혼란에 빠지기에 십상이죠. 사실 그런 이야기를 제가 많이 듣고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할 때는, 자기 삶에 대한 자기 평가를 이미 해버렸고, 나는 내 삶에서 일정 부분 성공하지 못했단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에는, 결국엔 내가 못한 걸 네가 해라, 난 이렇게 살았지만 넌 저렇게 살아라, 넌 나보다 더 잘 살아라 이렇게 얘기하는데요. 저는 부모님들이 넌 나만큼만 살라고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나만큼이라도 좀 살아라. 그러면 아이들이 약간 재수 없어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자기 삶에 자부심이 있네, 엄마가 자기 삶에 자부심이 있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을까요? 저는 그게 먼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자녀들한테 나처럼 살지 마라, 더 잘 살아라, 더 나은 세상이 있다, 꿈을 펼쳐라. 그거 되게 부담스러울걸요?

◇ 김명숙: 부담스럽죠.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도 이렇게 좋은 말씀을 들으면 내가 변해야지, 그래야지 하다가도 다 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꾸 싸우게 돼요. 갈등이 자꾸, 속에 담고 있던 걸 내가 내려놔야지, 꺼내놓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확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그럼 그 다음 또 싸움이 되거든요. 그럼 저도 너 이다음에 시집가서 꼭 너 같은 딸 낳아봐라, 그런 얘기를 막 하면 본인은 더 듣기 싫죠. 그래서 자꾸 싸우게 되거든요. 우리 원장님께서는 많은 분들과 이런 고민도 나누고 하셨을 텐데요. 50대 이상 부모와 20~30대 자녀를 둔, 부모-자녀 간 갈등 중 가장 큰 것이 어떤 것이었어요? 대부분의 경우에요.

◆ 이승욱: 대체로 이런 거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삶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훨씬 더 많이 한단 말이죠. 그러니까 그걸 대안적 삶이라고 얘기할 필요는 없기는 한데, 반드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고 정해진 수순대로 가는 삶보다는, 삶의 방식들이 예를 들면 중간에 휴학도 많이 하고 회사도 많이 옮기고요. 예를 들면 저희들 세대만 해도 한 회사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쭉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않죠. 이직률이 굉장히 높고요. 그런 걸 보면 부모들이 굉장히 불안해하잖아요. 안심이 안 되고요. 너는 왜 애가 진득하지 못하고, 미래를 좀 더 인내하면서 참고 가지 못하고, 이렇게 얘기하죠. 그런데 부모님들의 불안은 우리 세대의 삶과 비교해봤을 때 저는 충분히 이해가 되긴 해요. 그러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린 세대, 한 세대 어린 우리 자식 세대를 놓고 보면, 얘들은 앞으로 60년을 일해야 해요. 지금 20대 초중반부터 일을 시작한다고 하면 80대 중반까지는 일해야 할걸요? 복지는 점점 나빠질 테고, 고령화는 점점 될 테고. 60년은 좀 심하더라도 한 50년 정도는 일을 해야 할 텐데요. 그 중간에 분명히 아마도, 어쩌면 결혼도 여러 번 하게 될 가능성도 많고요. 그리고 한 배우자와 계속 살 수 있을 가능성은 그렇게 확률이 높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직장도 여러 번 바꾸게 될 테고요.

◇ 김명숙: 삶의 패턴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거죠.

◆ 이승욱: 그럴 때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가 뭐냐면, 이런 갈등들이 우리의 가치관과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다양성에 충돌이 일어나니까, 분명히 이런 갈등들이 큰 주류를 이루는 것 같아요. 이 지점에서 저와 비슷한 또래에 있는 부모님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뭐냐면요. 다양성이라는 얘기는 달리 얘기하면 불안한 세상이란 뜻이기도 하거든요. 우리는 한 직장에 들어가서 죽을 때까지 정년이 보장되니까 그냥 쭉 다닐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습니다만. 그런데 이 친구들은 다양성의 세상이니까, 다양하다는 건 계속 바뀔 수 있다는 거고, 바뀔 수 있다는 건 불안하다는 뜻이거든요. 그럴 때 저는 우리 아버님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얘기가 뭐냐면, 저는 아버지의 역할이 이거라고 생각해요. 아버지의 역할은 가족에서 가장으로서, 아버지, 남편의 역할로서 가장 중요한 건,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실패해도 괜찮다, 여보 괜찮다, 괜찮다. 아버지도 불안해요. 쟤가 잘될까, 괜찮을까, 우리 아들이 잘할까, 우리 딸이 잘할까, 불안한데 그래도 아버지는 그 불안을 드러내면 안 돼요. 돌아서서 울더라도요. 저는 그랬으면 좋겠어요. 약간 좀 더 고전적인 아버지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친구 같은 아버지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버지는 그래도 좀 더 고전적으로, 인류가 이런 가정을 만들어냈을 때 맡아온 역할로서의 아버지,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다치면 들어 와, 엄마·아빠 있으니까 여기서 쉬었다가 나가면 괜찮다. 아빠 있잖아. 아빠 팔팔하다, 괜찮다. 여보 괜찮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저는 아버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자녀들도 아내도 이 불안한 세상에서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하겠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저 인간 좀 듬직하네, 이런 마음이 한편으로 생기겠죠. 아버지한테 아버지가 뭘 안다고 그러세요, 하지만 그래도 속으로 나한테 아버지가 있었네, 이런 생각들을 하면 좀 덜 불안해지겠죠.

◇ 김명숙: 그러면 엄마는 어떻게 얘기해줘야 하나요? 아버지는 괜찮아, 하면 엄마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래야 해요? 하하.

◆ 이승욱: 그렇죠. 엄마들이 그렇게 하죠. 그렇게 하는데, 저는 자녀들이 많이 크면 어머니들이 제일 해줄 수 있는 게 저는 밥 잘 해주시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 김명숙: 아, 오나가나 죽을 때까지 밥을 해야 하나요?

◆ 이승욱: 밥이죠. 아버지도 물론 밥해줘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희 아버님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다 잘하셨던 분이셔서, 저도 그거 보고 배워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 잘하는 사람인데요. 물론 가사활동도 아버지도 같이 하시면 좋죠. 하셔야죠. 하셔야 하는데요. 제가 말씀드린 건 상징적인 거예요. 엄마가 밥만 잘해주면 된단 얘기는 뭐냐면, 정서적인 안식처로서의 엄마의 역할. 엄마가 떽떽떽거리면 정서적인 안식처 역할을 하기가 어렵잖아요. 요즘 어머니들이 워낙 로드매니저 같은 분들이 많아서요.

◇ 김명숙: 떽떽떽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렇게 돼요. 오죽하면 집에서 제 별명이 짹짹이에요. 짹짹거린다고요.

◆ 이승욱: 그런 엄마가 있어야 또 재미가 있죠. 하하.

◇ 김명숙: 지금 4958님이 문자 주셨어요. ‘늙어서 생각하니 좋은 부모, 쉬운 이야기 아니에요. 학력을 높여주는 부모가 꼭 좋은 부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자식에게 공부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저 역시 부모님께 들은 적도 없어요. 그런데도 집안은 평안하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강요하면 강요한 만큼 업보로 돌아옵니다.’ 우리 박사님과 똑같은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 이승욱: 방금 문자 주신 애청자분의 부모님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 주셔서 이 어머님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 주실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드네요.

◇ 김명숙: 그만큼 보고 자라는 게 중요하고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겠죠? 9791님, ‘세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들과 잘 지내기 위해 3년 정도 아이들에게 집중했어요.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담하니 아이들이 안정감이 큽니다. 아빠 육아 꼭 필요합니다. 일산 세 아이 엄마입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세 자녀 사진도 함께 보내주셨어요. 이 분은 우리 진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어릴 때의 자녀 교육이 중요하다, 수유부터 배변 훈련까지, 그거 실천하시는 것 같아요.

◆ 이승욱: 네, 3년. 특히 아버지가 육아에 참여하셨다니 아이들이 훌륭하게 클 것 같습니다. 아주 훌륭한 인류의 자산으로 키우신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요즘 젊은 부부들은 이런 경우가 종종 보이더라고요. 뉴스에서도 그렇고요. 저희 때만 해도 이게 쉽지 않은 일이었고 생각도 못 했던 거죠. 저희 부모님 세대에서는 어디 남자가 그런 걸, 이런 말을 많이 했잖아요. 그만큼 세대가 많이 변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생각도 변해야 하고 행동도 변해야 하는 것 같아요. 0120님, ‘우리 아이가 올해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성 소수자라고 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못 들은 척하고 있습니다.’라고 보내주셨어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이승욱: 어머님, 이거 바꾸실 수 없어요. 대학 들어간 아이가, 어머님인지 아버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20살 정도 된 아이면 이미 한 5~6년 전쯤에 성 정체성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 이미 알게 됐고, 그건 본인이 어떤 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닌 상태기 때문에요.

◇ 김명숙: 중고등학교 때쯤 이미 알게 될 것 같아요.

◆ 이승욱: 한마디만 말씀드리자면, 어떠한 성적 정체성을 갖고 있건 나의 아이다, 이것만큼은 아이에게 확인시켜주시면 좋겠습니다. 굉장히 외로울 겁니다. 아드님인지 따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불안하고 외롭고 힘들고 갈등스러울 겁니다. 이럴 때 부모님의 지지는 아마 온 세상의 지지를 다 받는 것만큼이나 큰 지지가 될 거예요. 힘드시겠지만 갈등을 좀 견디시더라도 아이에게 지지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김명숙: 그런 지지를 보내주는 게 또 부모의 역할일 수 있죠. 중요한 역할이죠. 지금 이렇게 심각한 고민을 해오신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50+는 제 경험도 그렇고, 아주 사소한 걸로 아이들과 갈등을 좀 많이 겪게 돼요. 키우다 보면 예를 들어, 특히 딸아이를 키우는 경우엔 요즘 남자들도 마찬가지지만 패션. 특히 요즘 여름철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패션 때문에요. 그리고 친구 사귀는 것,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귀는 것, 연애 스타일. 그것도 우리 때랑 좀 다르고요.

◆ 이승욱: 많이 다르죠.

◇ 김명숙: 많이 다르죠. 그리고 라이프스타일도 마찬가지예요. 감히 통금 시간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런 걸 얘기하면.

◆ 이승욱: 죽죠.

◇ 김명숙: 하하, 반갑습니다. 같은 느낌이라서요. 그런 것 때문에 많이 싸우거든요. 그럼 주변에서 친구들은 그런 것 가지고 얘기하지 마, 얘기하면 안 돼, 그런 친구들도 있고요. 그래도 그런 건 조금 룰을 지키게끔 해줘야지, 이런 데에서 저도 사실 갈등이거든요.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좋을까요?

◆ 이승욱: 아이들이 이런 것 같아요. 저도 우리 딸아이가 클럽을 간다고 하면, 친구들과 놀러 간다고 하면 12시까지는 들어오라고 얘기해요.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새벽 1시까지 들어오면 봐줘야지. 겉으로는 12시까지 들어오라고 했는데, 마음속에는 1시를 잡았지만요. 딸 아이는 항상 새벽 4시에 들어와요. 아침에 들어오죠. 그런 것들이 뭐냐면, 전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이들이 자유를 얻기 위한 것도 있어요. 부모를 무시하는 것도 있는데요. 당신이 어디까지 나를 견디나 내가 한 번 두고 보자,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물론 이런 걸 의식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당신을 어디까지 부대낄 수 있는지 당신도 한 번 견뎌보시고 나도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단 거죠. 이래도 당신은 나를 견딜 수 있습니까, 이런 것들이죠. 청소년 사춘기 아이 때부터 20대 초반 정도까지 이런 일을 한 5~6년 겪게 되죠. 50대까지 이런 일을 겪게 되죠. 그런 일들을 겪을 때 부모님께서, 저도 경험했고요. 지금은 좀 큰 태풍은 한 번 지나간 것 같긴 한데요. 아직은요. 아이들과 상담을 하면서 봐도 그렇고요. 결국은 당신이 나를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느냐 하는 걸 부모와 한 번 실험을 해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아까 잘 견뎌주는 부모를 말씀드렸는데요. 그럴 때 아이들한테 완전히 통금이나 이런 걸 풀어버려야죠. 20대 아이들한테는 제약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 자율성을 줘야지 자기들 스스로도 삶을 규모 있게 만들어나가는 방식도 터득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명숙: 2074님께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내버려뒀지만, 양심은 살아있도록 키웠습니다. 언제까지 자궁 안에 가둬줄 것입니까?’.

◆ 이승욱: 그렇죠. 어머님이신 것 같은데요, 아마도.

◇ 김명숙: 맞는 말씀이시죠. 4133님은 ‘반대예요, 저는. 아이들 공부 가르치려고 무던히 애써서 지금 다 취직하고 잘 자랐어요.’ 하셨어요. 물론 이런 경우도 있죠. 부모님마다 다르니까요. 교육의 방법이 다양하고, 각자 상황과 현실 처지가 다를 수 있으니까, 어떤 것이 꼭 결정적인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 이승욱: 정답은 없죠.

◇ 김명숙: 6474님은 ‘60 중반의 나이에 소박한 꿈에 목표를 두고 삶을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말을 하지 않아도 자녀가 모습을 배우지 않을까요?’. 아까 하신 말씀과 똑같아요.

◆ 이승욱: 말로 하는 교육보다 보여주는 교육, 그것만큼 더 확실하게 전수되는 게 없죠.

◇ 김명숙: 요즘 자녀들은 이렇게 벌써 부모들로부터 독립하려는 마음가짐이 더 성숙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요. 부모들이 오히려 자녀의 독립을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고 못 미더워하고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그런 우리 50대 부모들에게 딱 한 말씀만 해주신다면요?

◆ 이승욱: 자녀로부터 독립하십시오.

◇ 김명숙: 아주 간단합니다.

◆ 이승욱: 자녀로부터 독립하십시오. 자녀가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 김명숙: 오늘 이렇게 나와주셔서 정말 마지막까지 명쾌한 답으로 마무리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함께 하신 50+ 애청자분들, 자녀로부터 독립하십시오, 라는 말씀, 오늘의 명언으로 남겠습니다. 지금까지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정신분석가 이승욱 원장님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승욱: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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