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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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 최재원 워너브러더스 로컬프로덕션 대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6-08 13:07  | 조회 : 3737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6월 8일 (목요일) 
□ 출연자 : 최재원 워너브러더스 로컬프로덕션 대표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 최재원 워너브러더스 로컬프로덕션 대표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함께 하고 있는데요. 요즘엔 영화 보기가 참 쉬워졌죠. 예전에는 꼭 극장이라는 곳에 가야만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요. 요즘에는 손 안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는 너무 편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영화 보기를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계세요. 그리고 영화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많이 갖고 계시고. 그런데 영화를 이렇게 보는 건 너무너무 손쉽지만,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건 너무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그 어려운 영화를 만들고 제작하고 정말 우리 한국 영화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분을 모셨어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를 써가는 분이 많이 계시겠지만, 오늘은 영화 ‘변호인’과 ‘밀정’의 제작자이자 워너브러더스 로컬프로덕션의 대표인 최재원 대표를 모시고, 그의 영화 같은 인생 이야기, 영화 이야기를 좀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자리에 함께하셨는데요. 안녕하세요.

◆ 최재원 워너브러더스 로컬프로덕션 대표(이하 최재원):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명숙: 반갑습니다. 요즘에 많이 바쁘시죠.

◆ 최재원: 네, 뭐, 매우 바쁜 편입니다.

◇ 김명숙: 그렇지만 표정은 너무 즐거워 보이시고요. 좋은 소식도 제가 듣고 그랬거든요. 워너브러더스 하면 미국의 종합엔터테인먼트회사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회사잖아요.

◆ 최재원: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보통 우리가 스튜디오라고 얘기하는데요.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 중 하나고요. 여러분이 알고 계신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소니, 콜럼비아, 이런 회사들이 있는데 아직까지 가장 영화 쪽에만 일종의 전통을 갖고 있는 가장 큰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고요. 여러분이 아실 만한 대표작이 ‘배트맨’, ‘슈퍼맨’, ‘다크 나이트’, 그다음에.

◇ 김명숙: ‘매트릭스’.

◆ 최재원: ‘매트릭스’ 있고 개봉한 ‘원더우먼’, 이런 것들을 만들고 있는 회사입니다.

◇ 김명숙: 대부분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워너브러더스.

◆ 최재원: 앞쪽에 WB 마크가 나오는.

◇ 김명숙: 그런데 이 워너브러더스의 한국 대표, 워너브러더스의 로컬 프로덕션의 대표님으로 소개해 드렸는데 그 자리가 꽤 무거운 자리 같단 느낌도 들거든요? 어떤 역할을 주로 하시나요?

◆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에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섹션이 있는데요. 하나가 아까 말씀드린 것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한국에 배급하는 그런 배급 팀이 있고요. 제가 맡고 있는 팀은 워너브러더스가 한국 영화 쪽에 제작하고 투자하는 팀입니다. 그래서 2015년에 처음 만들어졌고요. 첫 번째 대표를 제가 맡게 됐고, 현재 3년째 워너브러더스가 한국 영화의 조금 건전한 투자자, 건전한 제작자의 역할을 하게 하는 일종의 중간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이런 자리에 오르게 되셨는지 궁금하거든요.

◆ 최재원: 이게 조금 한 번에 해결되는 말은 아닌데요.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마치고 났는데, 사실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죠.

◇ 김명숙: ‘변호인’도 제작하신 거죠?

◆ 최재원: 네, 그렇습니다. ‘변호인’을 할 때는 제가 제 제작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000라는 걸 하고 있었는데요. 일단 천만이 넘는 관객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나니까, 그다음에 뭐 하지, 좀 걱정스럽고요. 사실 이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거야?

◇ 김명숙: 왜냐면 ‘변호인’이라는 영화 자체가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잖아요.

◆ 최재원: 사실은 정말 그 정도까지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영화라는 게 사람과 같아서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걸 직접 경험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그다음에 대한 부담감도 굉장히 심했고, 여러분이 알다시피 일종의 블랙리스트라는 게 가동돼서 불편함이 조금씩 부담감으로 작용되고요. 그때 워너브러더스 쪽에서 제안이 왔어요. 이런 걸 만들 텐데 와서 합류하지 않겠느냐, 돼서요. 처음에는 좀 만류도 하고 거절도 했지만 어쩌면 이것도 좋은 기회가 되겠다, 워너브러더스 같은 굉장히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한국영화의 건전한 기능을 하는 데에 일조한다면 나쁘지 않겠다, 그래서 영어도 못하는 제가.

◇ 김명숙: 영어를 못하세요?

◆ 최재원: 네, 그냥 뭐. 하하.

◇ 김명숙: 많은 분들이 또 희망을 갖게 생겼네요. 영어를 못해도 훌륭한 자리에 오를 수 있구나, 능력만 있으면.

◆ 최재원: 워너브러더스를 칭찬해주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제 채용조건에 언어가 있는데 ‘FLUENT ENGLISH’가 아니라 ‘FLUENT KOREAN’이었어요.

◇ 김명숙: 그러면 워너브러더스가 첫 번째 대표로, 코리아 프로덕션의 첫 번째 대표로 대표님을 선정한 이유가 영어를 못하기 때문일까요? 하하, 그건 아니겠죠? 어떤 이유에서 본인을 택했다고 생각하세요?

◆ 최재원: 다행히도 제가 투자와 제작, 배급까지 영화의 여러 파트가 있는데 그 파트를 한 번 다 경험해봤던 사람이었던 게 가장 큰 것 같고요. 그 다음 어쨌든 그들이 찾았던 것은 한국에서 한국 영화를 제일 잘 만들고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 보니까, 영어는 어쨌든 커뮤니케이션 문제잖아요. 그건 어쨌든 간에 어시스턴트나 다른 통역 같은 걸로 충분히 가능하니까 한국 영화판에서 가장 적절한 사람을 찾겠단 의지로, 다행히도 저한테 제안을 해줘서 아주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 김명숙: 대표님의 다양한 경험들, 그리고 경험들 속에서 여러 면에서 성공 프로젝트들이 그런 선정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우리나라의 제작사와 워너브러더스와 같은 할리우드 제작사의 차이점 같은 게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세요?

◆ 최재원: 일단 기본적으로 전통에 차이가 좀 있고요. 아무래도 그쪽은 영화를 만든 지가 한 90년 정도 됐고요. 그러다 보니까 그쪽은 일종의 시스템화가 좀 많이 돼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프로듀서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일종의 스케줄, 그리고 예산 이런 것들이 일종의 하나의 시스템으로 잘 짜여져 있고요. 우리나라 영화의 가장 강점은 감독 중심의 영화 제작을 갖고 있어서, 일종의 창작자 중심의, 그러다 보니까 조금 덜 계획적이고 현장에서 즉흥성이 많이 발휘되는 게 가장 큰 차이인데요. 이제는 점차 그 두 개를 좀 접목해 가면 한국 영화가 조금 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발전 가능성 같은 게 있다고 보죠.

◇ 김명숙: 그런 걸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역할자로서 대표님이 또 훌륭하게 일을 수행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 최재원: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왜냐면 대표님께서 워너브러더스에서 제작한 한국 영화가 바로 ‘밀정’이란 거잖아요. 

◆ 최재원: 네, 그렇습니다.

◇ 김명숙: 그런데 ‘밀정’은 우리나라 독립운동 시대의 시대극인데, 어떻게 해서 할리우드에 이 영화를 제작하는 걸 제안하시고 설득하셨는지 궁금해요.

◆ 최재원: 저희가 예를 들어서 서양의 중세 영화 같은 걸 봤을 때 일정 정도 그 내용에 굉장히 공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아픈 시대 배경을 하고 있지만, 아픈 시대 배경이 만들어낼 수 있는 드라마틱한 얘기들, 그리고 실제 역사에 존재했지만 정말 영화 같은 얘기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해줬고요. ‘밀정’을 만들었던 김정운 감독이라든지 그 안에 참여하게 되는 각종 탤런트에 대해서 인정해줬고요. 또 그리고 스토리 상의 액션이라든지 오락성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해줬고요. 또 첫 번째니까 한 번 해봐, 이랬었고요.

◇ 김명숙: 부담도 많이 되셨겠어요.

◆ 최재원: 많이 됐습니다. 왜냐면 워너브러더스가 이렇게 로컬 프로덕션이라고 하는 게 전 세계에 거의 20 몇 개가 있는데, 첫 프로젝트로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쓴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답니다. 긴가민가하고 시작했고요. 믿어준 것에 대해서 되게 고맙게 생각하고, 어쨌든 결과가 나쁘지 않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더 자신감이 붙으셨어요? 

◆ 최재원: 늘 그렇지만 뭐 하나가 되고 나면 다음은 또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또 커지죠.

◇ 김명숙: 그런데 그 걱정을 또 자신감으로 더 승화시켜서 발전시켜 나가시는 것 같아요.

◆ 최재원: 영화는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랑 이렇게 즐기는 거잖아요. 저희는 열심히 만들었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은 관객들이 하는 것이라, 사실 언제나 그때그때 결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재밌게 사는 방법이다, 그냥 부담을 쫓아내고 그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최근 들어서 점점 더 우리 한국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잖아요. 영화 시장도 세계적으로 점점 더 커 나가고 있고요. 우리 대표님께서는 그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최재원: 일단 첫 번째는, 물론 아까 처음에 멘트 여실 때 이제는 영화를 여러 군데에서 본다고 말씀하셨지만,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극장을 가장 많이 찾는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입니다. 일단 우리나라 인구나 규모로 봤을 때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 일종의 극장 시장이 전 세계 5위 정도 됩니다. 이 시장 자체가 일정 정도, 그리고 전 세계에서 1년에 가장 영화를 많이 보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국민들이 영화를 가장 사랑하시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영화만큼 손쉽고, 일종의 가성비라고 그러죠? 일종의 지불한 금액 대비 어떤 문화적 향유, 그 다음 그 외에 그 나머지 것들을 잘 느낄 수 있는, 어쩌면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손쉬운 문화적 사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공연이나 뮤지컬 같은 것을 보러 가실 때에 비해서 접근성이라든지 재미, 비용, 이런 것들에서 영화가 가장 국민들의 어떤 부분들을 같이 공감하고 또 일종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명숙: 국내에서는 그런데, 해외에서 세계인들이 우리나라 영화를 많이 사랑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최재원: 스토리에 가장 재미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두 번째는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 굉장히 좀 일종의 극찬을 많이 하고요. 칸에서도 이번에 몇몇 영화가 나갔지만, 일단은 만듦새. 어떻게 저 돈으로 저렇게 만들어, 저 사람들은?

◇ 김명숙: 중요한 건 어떻게 저 돈으로 저렇게 잘 만들 수 있을까? 그게 또 외국인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나 봐요?

◆ 최재원: 네. 왜냐면 제 경우에도 제가 거의 한 10년 전에 이제 ‘놈놈놈’이라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한국에서는 무지무지 큰 돈이었거든요. 175억이라는 돈을 들여서 만들어서, 거의 일종의 역사적인 숫자를 갖고 영화를 만들었죠. 그런데 그게 막상 갖고 나가니까 할리우드 같은 데에서는 그 영화는 그냥 저예산 영화에 불과한 거예요. 그래서 그 영화를 놓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나 저거 얼마 들었을 것 같아, 라고 물어보니까 그 친구들이 아주 골머리를 싸면서, 한국이니까, 네가 이렇게 물어보니까 자기 딴에는 최대로 낮춰서 500억?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옆에 있던 친구가 저걸 어떻게 1,000억 밑으로 찍어, 저건 무조건 1,000억 정도는 해야 해, 이렇게 얘기하는데, 나 저거 170억 들었다고 하니까 갑자기 눈이 동그래지면서 너는 미친놈이라고, 말이 안 된다고, 저게 어떻게 나올 수가 없다고 얘기했거든요. 그게 정말로 그랬거든요. 저희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정말 몸과 땀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할리우드가 돈과 장비로 한다면 저희는 몸으로 때우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게 강점이 아닌가 생각하죠.

◇ 김명숙: 예산도 그렇게 적은 비용으로 좋은 내용을 가지고 훌륭한 연기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세계인들이 우리나라 영화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저희 오늘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오늘은 세계적인 영화 배급사죠. 워너브러더스에서 한국 영화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로컬프로덕션의 최재원 대표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표님 최근에 또 상 받으셨는데요. 제14회 서울 환경영화제 개막식에서 블랙리스트 어워드에 선정되셨어요. 이건 뭐, 잠깐 설명해주시죠. 블랙리스트 어워드라는 게 처음 드는 상이거든요.

◆ 최재원: 그냥 뭐 하나의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영화제라는 것이 환경연합이 하는 곳이고 새 정부 들어서 첫 번째 하는 영화제라, 이런 아픈 기억들을 털고 가자는 것에 대해서 하신 것 같고요. 그래서 이제 어찌 보면 이런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죠. 네네, 맞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마 다시는 없을 것 같고요. 전무후무한 거였는데 도종환 의원님하고 저하고 ‘다이빙벨’을 했었던 김일권 대표 셋이서 받았습니다.

◇ 김명숙: 도종환 의원님은 사실 블랙리스트를 폭로하신 주인공이시기도 한데요. 어쨌든 뭐 지금 하신 것처럼 자유로운 표현의 창작을 위해서는 앞으로는 이런 상은 없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 최재원: 그렇죠. 이제 만들어지면 안 되는 상이죠.

◇ 김명숙: 그래도 수상하신 건 축하드려야 하는 거죠?

◆ 최재원: 네, 일단 굉장히 큰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하하.

◇ 김명숙: 최 대표님 하면, 아까 앞서서도 잠깐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말씀하셨는데요. 이 ‘변호인’이란 영화를 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최근에는 ‘노무현입니다’라는 영화가 100만을 넘겼단 소식도 있는데요. ‘변호인’을 제작할 당시의 상황은 또 지금과는 많이 달랐잖아요. 사실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했단 이유로, 또 이런 영화를 제작했단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르신 걸로 또 전 알고 있는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 최재원: 네, 맞습니다.

◇ 김명숙: 그래서 그 당시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텐데, 그래서 영화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아요.

◆ 최재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김명숙: 말씀하시죠.

◆ 최재원: 그런데 여러분들이 아시는 것만큼 그렇게 여러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사실 그때가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이었고 그다음에 대선 기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그 전에 이미 사실 이런 일들이 있어서, ‘26년’이라고 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던 영화가 사실은 제작이 조금 중단되고 하다가요. 이때 이제 일종의 대선 기간이 약간 아노미 같은 기간이잖아요. 26년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을 때, 제가 사실 이 시나리오를 받았습니다. 과연 이걸 하는 게 맞냐고 고민을 계속하다가, 하자, 그게 가장 컸던 게 386세대인데, 제가. 과연 제가 그 내용을 보면서, 학교 다닐 때 20년 전에 느꼈던 것과 이명박 정부 그때의 모습에서 과연 뭐가 달라졌지, 하고 하는 것에 대해서 요즘 세대들한테 예전의 선배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어, 라는 모습을 좀 보여주고 싶었던 게 가장 컸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 때문에 영화를 한 번 만들자고 했는데요. 가장 컸던 게 이 영화가 아무래도 고 노무현 대통령을 소재로 하고 있다 보니까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고사, 고사를 했어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못 만들어냈고, 투자자들 자체도 대기업들이 사실 우리나라에 대부분인데요.

◇ 김명숙: 망설여지겠죠.

◆ 최재원: 저한테, 10억짜리 영화 때문에 몇조 하는 회사가 휘청거릴 수 없는 것 아니냐, 이해해달라.

◇ 김명숙: 기업 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죠.

◆ 최재원: 네, 충분히 납득됐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이제 어떻게 돈을 만들까 해서 해외도 쫓아다니고 그러고 있었는데요. 어떻게, 어떻게 우연히 정말 제 친구기도 하고 영화 쪽의 동지기도 한 송강호가 사실 이 책을 보고 어렵게 자기가 출연하겠다고 결심해줬고요. 송강호 씨가 출연을 결심하자마자 바뀌기 시작합니다.

◇ 김명숙: 투자자들이 나섰어요?

◆ 최재원: 그래서 NEW라고 하는 회사가 기꺼이 어려움을 겪고 자기가 투자하겠다고 해줬고요. 그래서 저희가 2013년 4월부터 영화 촬영을 해서 박근혜 정부 초기죠. 2013년 12월달에 영화 개봉을 했습니다. 참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이 영화의 어떤 상영 자체에 일단 거부감을 갖고 있는 관객이 들 수 있고, 여러 가지 것도 있을 수도 있어서요. 일단 몇 가지 에피소드 중 하나가 영화를 만들어내는 소스를 갖다가 DCP라고 얘기하는데요. 그게 일종의 원소스거든요. 만약 이걸 탈취당하거나 압수가 되면 영화를 못 보여주는 거니까 은밀하게 한 개를 더 떠서요.

◇ 김명숙: 은밀하게.

◆ 최재원: 이건 진짜 아무도 몰라야 한다, 우리 가족 말고는. 할 때 하나 복사를 해서 영화와 전혀 관련 없는 친구에게 맡겨놨어요. 그런데 그걸 저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그 친구가 전화 와서 형, 이제 이거 가져가야 하지 않아, 그래서 그걸 받아왔는데요. 그런 일도 있었고요.

◇ 김명숙: 아,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말씀만 들어도.

◆ 최재원: 아니, 그러니까 일종의 부담감이죠. 사실은 어떠한 분위기가요.

◇ 김명숙: 압박감도 있고요.

◆ 최재원: 그러니까 실제 구체적인 제재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 당시 시대 분위기가 스스로 위축하게 만들고 또 모든 것을 자기검열하게 만들고 하는 게 가장 큰 거였죠.

◇ 김명숙: 그 당시라고 말하니까 상당히 오래전 같은 생각이 드네요. 사실 그 당시가 최근이거든요. 

◆ 최재원: 몇 년 안 됐죠.

◇ 김명숙: 그래서 더욱더 가슴이 아픈데요.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나서도 사실은 굉장히 큰 파문을 일으켰어요. 많은 사람들이 많이 봤고 회자가 많이 됐잖아요. 최근에는 한국 영화 발전의 산 증인이다, 할리우드가 인정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얘기도 계속해서 꾸준히 많은 분들이 말씀하고 있습니다. 지금 0120님이 문자 주셨는데요. ‘얼마 전에 jtbc의 송강호 씨 인터뷰에서 ’변호인‘에 출연할 때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송강호 씨가 인터뷰에서 힘들었던 점을 말씀하셨나 봐요. ‘두 분이 친구라고 하던데 어떻게 설득하셨어요?’라고 하셨는데요. 아까 잠깐 말씀해주셨고, 고마운 마음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을 것 같아요.

◆ 최재원: 사실 설득이라는 게 아니라, 처음에 그 친구가 거절했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뒤 부산에서 부산영화제가 있어서 만났는데 시나리오가 계속 머릿속에서 안 떠난다, 감독을 한 번 만나게 해주지 않겠니, 라고 해서 굉장히 급하게 감독을 만났죠. 물론 그 자리에서 즉답을 하지 않았는데, 아마 그 사이에 수없이 고민했나 봐요. 이틀 뒤에 저한테 아침에 문자가 옵니다. 문자 내용을 아직도 제가 기억하고 있는데요. 짧은 문자긴 했는데요. ‘좋은 영화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 진심으로 연기할게.’라고 하는 문자가 왔어요. 속으로 진짜 환호성을 지르고.

◇ 김명숙: 어우, 저 지금. 좋은 영화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 진심으로 연기할게. 그 말씀 하시는데 제가 왜 이렇게 전율이, 소름이 쫙 끼치죠?

◆ 최재원: 영화를 찍으면서 느꼈던 건데, 사실 저희가 송강호한테 책을 줬던 이유는 그가 사실 전혀 노무현 같지 않아서 책을 줬는데요. 영화를 찍는 도중에, 중간중간 연기할 때마다.

◇ 김명숙: 관객들이 빠져들었죠.

◆ 최재원: 너무 갑자기 빙의된 것처럼 그분이 그런 모습이 나오기 시작하고요. 정말 그의 진정성을 영화에 녹이면서, 영화가 시나리오나 저희가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감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서 송강호 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김명숙: 정말 두 분의 그런 관계가 우리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최재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김명숙: 1201님, ‘블랙리스트라는 건 이제 없는 세상이 돼야죠. 될 거라 믿고요. 그럼 이제 시대 비판적인 영화는 안 만드실 건가요?’라고 질문하셨네요.

◆ 최재원: 하하. 아뇨, 그렇지는 않고요. 기본적으로 미디어를 한다는 것, 영화를 한다는 것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시대에 대한 날카로움을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대비판이라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영화나 미디어를 통해서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얘기, 미처 마음속에 담아서 풀어내지 못했던 것들을 저희들이 조금씩 끄집어내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드릴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저희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김명숙: 그런 면에서 앞으로 계속 좋은 영화, 우리에게 정말 희망을 안겨주는 영화를.

◆ 최재원: 좋은 영화란 결과적으로 공감이잖아요. 여러분들이 어찌 보면 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 가서, 내고 가서 보시는 거기 때문에, 그것들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시고 나셨을 때, ‘그래, 맞아 이거야.’, ‘맞아, 그랬어.’라는 공감을 갖는 것. 그것을 찾아내고 그렇게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 그게 좋은 영화가 아닌가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김명숙: 네, 감사합니다. 지금 6361님, ‘영화감독이 꿈이었는데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평범한 샐러리맨이 됐습니다. 대표님, 부럽습니다.’ 하셨어요.

◆ 최재원: 저는 반대였습니다. 저는 사실은 증권회사로 처음 시작했고요. 실제로 저는 학교에서 공부도 경제학 쪽을 했고요. 증권회사, 그 다음 벤처캐피털, 이런 데에서 있다가 영화 투자를 한 게 시작이 됐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이게 너무 저한테 맞고 맞는 일이라 그냥 이쪽으로 계속, 이쪽 방향으로 달려왔고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덧 제가 영화인이 돼 있었습니다. 아직도 안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생각을 해보고 해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 김명숙: 그렇죠. 늦는다는 건 없죠. 지금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늦는다는 건 없습니다. 지금이 바로 포인트거든요. 저희가 늘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서 강조하는 게 여러분,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고요, 오늘이 바로 포인트입니다, 오늘이 시작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거든요. 9772님, ‘제가 중학교 때 흑백 TV에서 주말의 명화에서 가슴 찌릿하게 만들어준 문구가 WB, 워너브러더스인데, 거기에 한국 대표라니 너무 반갑습니다.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문자 보내주셨어요.

◆ 최재원: WB의 어떠한 명성에 걸맞게, 더 멋진 한국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WB가 한국 영화인들에게 아주 놀랍고 감탄할 수 있는 일을 만들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김명숙: 말씀도 너무 잘하세요. 그런데 아까 말씀 중에 증권회사에도 있었다고 그러시고요. 투자 관련해서 좀 재능이 있는 것 같기도 한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이렇게 영화 제작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그런데 또 영화를 만들다 보면 돈을 많이 들여도 실패하면 빚을 지는 경우도 많고요. 그럴 경우는 혹시 없으셨어요?

◆ 최재원: 예전에 이제 증권회사에 있다가 벤처캐피털에 갔다가 제 회사를 한 번 해보겠다고 영화 투자회사를 만들었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심하게 망했죠. 그래서 영화도 망했고요. 그래서 이제 사실은 소위 말하는 길거리에 나앉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서른일곱 살이었는데요.

◇ 김명숙: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지금 모습에서는 전혀 그런 경험이 있을 거라는 게 안 나타나는데요.

◆ 최재원: 첫 번째로 일단 방법은 그때 사실 일종의 멘토를 만났는데요.

◇ 김명숙: 중요하죠.

◆ 최재원: 네, 스님이셨어요. 마음이 편안한 법을 배우기 시작하고 모든 것의 원인이 사실 남이 아니라 나한테 있단 걸 깨닫기 시작했고요. 그래놓고 나니까 사실 미안하다는 말이 진심으로 나오는 순간에 옆에 있던 사람들이 계속 남아 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남아 있는 사람들한테 진정성으로 일하다 보니까, 제가 가진 건 전부 다 잃어버렸지만 제가 하는 일을 잃지는 않았기 때문에 꾸준히 영화 일을 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또 늘 우리가 얘기할 때 만 시간의 법칙을 얘기하는 것처럼, 한쪽에서 꾸준히 그냥 제가 처음에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고 하다 보니까, ‘변호인’ 같은 것들, 큰 기회도 한 번 왔고요. 그러다 보니까 또 이렇게 여러분들한테 대표를 하고 있다는 식의 평가까지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명숙: 아까 좋은 영화라는 이런 것이라고 말씀도 해주셨지만, 영화를 대표님께서 제작하신 걸 보면 공공성에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시단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런 내용을 많이 담고 싶어하지만, 돈을 직접 대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공공적 측면에 관심을 갖기가 그렇게 쉽지, 쉬울 수도 있지만요. 조금 꺼려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최재원: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겁니다. 공공성이라는 형태가 증명되는 것은 사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얘기라고 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공감을 주는 얘기가 만들어졌을 때 반대로 흥행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래서 사실 그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긴 하지만요. 사실 저는 어떻게 보면 욕심이 많은 거네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영화를 만들고 그걸 통해서 많은 사람이 봐주게 되면 당연히 또 흥행의 결과가 좋게 나오는 거고요. 그리고 좋은 결과를 선순환시키는 방법을 해보고 싶단 욕심을 내는 중입니다.

◇ 김명숙: 그럼 그 욕심을 안고 앞으로는 또 어떤 영화를 만들 계획이 있으신지요?

◆ 최재원: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를 보는 시간이 두 시간 남짓인데, 그 두 시간 남짓만큼은 제발 사람들이 어떤 일종의 힘든 것, 살아왔던 아픔 내지는 즐거움을 서로 나누고 슬픔도 나누고 하는 그런 정말, 가장 힐링의 시간, 내지 공감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크고요. 어려운 영화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게 가장 크고요. 앞으로 저한테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겠지만, 영화 한 편 만드는 데에 2~3년이 걸리니까요. 매번 만드는 영화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났었을 때, 정말 잠시라도 내가 살아가는 데에 조금 위안이 됐단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게 지금의 소원입니다.

◇ 김명숙: 앞으로 대표님께서 만드신 좋은 영화가 많이 기대가 되는 순간입니다. 오늘 너무 시간이 짧아서 사실은 영화 관련된 에피소드라든가 재밌는 얘기도 많이 듣고 싶었는데요.

◆ 최재원: 다음에 한 번 또 불러주세요.

◇ 김명숙: 얼마든지요. 다음을 또 약속하면서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 최재원: 네, 감사합니다.

◇ 김명숙: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지금까지 영화 ‘변호인’, ‘밀정’의 제작자이자 워너브러더스 로컬 프로덕션의 대표인 최재원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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