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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시인의 시 <아버님 말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5-23 13:06  | 조회 : 1679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오늘은 정희성 시인의 시 <아버님 말씀>을 소개합니다.

학생들은 돌을 던지고/무장경찰은 최루탄을 쏘아대고/옥신각신 밀리다가 관악에서도/안암동에서도 신촌에서도 광주에서도/수백 명 학생들이 연행됐다는/소식을 들을 때마다/피묻은 작업복으로 밤늦게/술 취해 돌아온 너를 보고 애비는/말 못하고 문간에 서서 눈시울만 뜨겁구나/반갑고 서럽구나/평생을 발붙이고 살아온 터전에서/아들아 너를 보고 편하게 살라 하면/도둑놈이 되라는 말이 되고/너더러 정직하게 살라 하면/애비같이 구차하게 살라는 말이 되는/이 땅의 논리가 무서워서/애비는 입을 다물었다마는/이렇다 하게 사는 애비 친구들도/평생을 살 붙이고 살아온 늙은 네 에미까지도/이젠 이 애비의 무능한 경제를/대놓고 비웃을 줄 알고 더 이상/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구나/그렇다, 아들아, 실패한 애비로서/다 늙어 여기저기 공사판을 기웃대며/자식새끼들 벌어 먹이느라/눈치보는/이땅의 가난한 백성으로서/그래도 나는 할말은 해야겠다/아들아, 행여 가난에 주눅들지 말고/미운 몸 미워할 줄 알고/부디 네 불행을 운명으로 알지 마라/가난하고 떳떳하게 사는 이웃과/네가 언제나 한몸임을 잊지 말고/그들이 네 힘임을 잊지 말고/그들이 네 나라임을 잊지 말아라/아직도 돌을 들고/피흘리는 내 아들아
격동의 세월을 거쳐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2017년의 요즘도 하루하루가 전쟁터이지요. 쉽게 가려면 갈 수도 있었지만 쉽게 가기보다는 제대로 가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불행을 운명이라 여기지 말고, 떳떳하게 고개를 들라는 가난한 어느 아버지의 당부처럼 말이지요.
안도현 시인은 “먼 훗날, 지나간 1970년대와 1980년대가 어떤 연대였느냐고 누군가 묻거든 이 시를 꺼내 보여주자”라고 짧게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오늘은 정희성 시인의 시 <아버님 말씀>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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