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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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내 마음이 지옥일 때" - 이명수 심리기획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4-13 12:46  | 조회 : 5894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4월 13일 (목요일) 
□ 출연자 : 이명수 심리기획자 /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저자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내 마음이 지옥일 때" - 이명수 심리기획자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벚꽃이 정말 아름답죠, 요즘에. 떨어지는 꽃잎조차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눈꽃 송이 같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떨어지는 벚꽃이 눈물인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뜻한 봄, 아름다운 봄꽃이 마음이 지옥인 사람에게는 잔인할 수 있다는 얘기겠죠. 혹시 지금 마음이 지옥인 분들, 마음이 지옥에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 시간 함께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지옥 탈출법을 배울 수도 있거든요. 오늘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내 마음이 지옥일 때>의 저자 이명수 심리기획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이명수 심리기획자(이하 이명수): 네, 안녕하세요. 이명수입니다. 

◇ 김명숙: 반갑습니다. 이 책 제목,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 제목 한 줄만 딱 보고도 왠지 마음이 좀 설레는 느낌이었어요.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 제가 심리기획자라고 소개해드렸어요. 보통은 심리학자라고 우리가 많이 익숙한데, 좀 생소한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 이명수: 우리나라엔 저밖에 없고요. 제가 한 10년 전에 제가 만들어서요. 이게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사람한테는 다 마음이 있는데 자기 마음에 집중을 잘 안 해서 마음이 있단 걸 자꾸 잊고 살거든요. 그래서 나에게도 마음이 있단 것을 알게 해주는, 마음이 있단 걸 증명해내는 직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그게 결국에 마음이 있단 것을 본다는 것은 한 개별적 존재로서의 존엄성이나 이런 걸 깨닫게 된단 것이거든요. 그런데 나도 그렇다고 그러면 상대편도 똑같이 개별적인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겠구나, 그런 것들을 증명해주는 직업이고요. 그런 것들을 존재로 해서 재난의 현장에서는 치유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는 거죠. 상담하고 치유하고 이런 작업을 하려면 그 바탕에 깔려야 하는 게 있는데요. 그런 것들이 치유 인프라를 만들고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치유적 공기를 만들어내는 일, 결국 사람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 증명해내는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런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 좀 쉽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특히나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일단 여유롭고, 넉넉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이명수 선생님께서는 스스로도 결핍이 없다, 내 마음은 정말 풍족하고 만족스럽다, 이렇게 생각하시나요? 

◆ 이명수: 네, 제가 한 4년 동안 제 유일한 스트레스는 박근혜 씨였거든요. 그것 말고 개인적으로는 아무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이에요, 기본적으로. 

◇ 김명숙: 아무 스트레스가 없으세요? 

◆ 이명수: 없어요. 전혀 없죠. 안 믿어지실 수도 있는데 실제로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사람이기 때문에요. 

◇ 김명숙: 근데 정말 믿기가 어려워요. 아무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사람이 살면서요. 그 비결이 뭡니까? 

◆ 이명수: 비결은요. 우리가 지하철 같은 데나 혹은 지하도 같은 데, 터널 같은 데를 가보면 벽에 나오면, 이렇게 방화벽이 내려오게 돼 있어요. 불이 나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우리가 살면서 불이 안 날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불이 나도, 재래시장들은 불이 나면, 대구 서문시장도 소래포구 시장도 다 타버리잖아요. 방화벽 같은 게 없는 거죠. 그래서 불이 날 수는 있는데, 불이 나면 방화벽으로 잘 차단해서 더 이상 번지지 않게, 그래야 생명도 안 잃고 재산도 안 잃는데요. 심리적 방화벽도 전 그런 거로 생각해요. 저도 그런 어려운 일 같은 게 있을 수 있는데 심리적 방화벽 같은 것들을 굉장히 빨리 치는 거죠. 그래서 지옥 같은 데에 떨어지더라도 금방 나올 수 있고, 더 이상 번지지 않을 수 있고요. 그러니까 지금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봐야죠. 떨어져도 금방 나올 수 있는 방법 같은 걸 아니까요. 이 책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인정과 칭찬을 많이 받고 살아서 그런 것 같긴 해요. 옛날부터요. 

◇ 김명숙: 중요하죠. 

◆ 이명수: 굉장히 중요하죠. 그러니까 단순히 표피적으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그런 유의 칭찬이 아니고요. 체중을 다 실어서 하는, 그래서 제 아내는 이 책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문장이 하나 있는데요. 프롤로그에, 우리가 어렸을 때는 내가 뒤집기만 해도 칭찬받았잖아요. 와, 네가 뒤집었네, 이랬잖아요. 그러니까 원래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저는 거의 24시간을, 제 아내인 정혜신 씨에게 그런 유의 칭찬과 인정을 끊임없이 받거든요. 무슨 일을 하든지 그런 걸 받기 때문에 거의 지옥에 떨어질 일도 별로 없고 떨어져도 심리적 방화벽 같은 게 금방금방 쳐지기 때문에 좋은 상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아주 부럽습니다. 정신과 정혜신 박사님이 와이프 되시는 거죠? 

◆ 이명수: 그렇다고 봐야죠. 

◇ 김명숙: 책에 보면 ‘행복하려면, 내가 행복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표현이 있었어요. 그게 참 일반인들은 사실 쉽지는 않아요. 사실 생각은 하는데 어떻게 다시 태어나는 거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죠. 생각하는 걸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새로운 것을 자꾸 찾아 나선다, 이런 의미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 이명수: 거기서 나온 것은 굉장히 불행한 사람이 내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었더니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런 뜻으로 얘기한 거죠. 너무나도, 나는 더 이상 이 생에서는, 이 생에서는 글렀어, 이런 농담을 하듯이 나는 더 이상 여기선 행복해질 수 없다, 굉장히 암울한 상태인 것이고요. 기본적으로 잘 살려고 하면 자기한테 집중하는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흔히 우리가 하는 말인데, 내 마음이 있다는 것, 아까 제가 심리기획자를 설명할 때 드렸듯이,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렇게 집중하면 보이거든요. 그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잘 들여다봐야 하거든요. 끊임없이, 언제나,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런 일을 우리가 너무 못한다. 그리고 외부적인 어떤 그런 것에 자기 마음을 많이 뺏기거나 아니면 내 마음을 다른 사람의 어떤 것을 위해서 헌신짝처럼 내버리거나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자기보호가 너무 안 된다. 그것이 가장 핵심인데,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 김명숙: 자기보호를 하는 방법부터 우리가 좀 알아야 할 것 같네요. 

◆ 이명수: 그렇죠. 

◇ 김명숙: 6605님, ‘친구를 사고로 먼저 보내고 라디오에서 낭송해주는 시 듣고 55년 대장부로 살면서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너무 공감 가고 중년의 내 모습이 숨어 있는 것 같아서요. 선생님 책 꼭 보고 싶어요. 제 이름도 이명수입니다. 대원고속 이명수요.’ 하셨어요. 

◆ 이명수: 네, 반갑습니다. 

◇ 김명숙: 네, 반갑습니다, 하셨고요. 이런 분도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시로 인해서 치유를 받고 또 위로되는 경우. 우리 선생님께서는 마음이 지옥인 분들을 참 많이 만나러 다니신 거로 알고 있어요. 예를 들자면 아까도 잠깐 언급하셨지만,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라든가 세월호 유가족 등등 해서요. 그런 분들 보시면서 어떻게, 심리기획을 어떻게 하셨나요? 

◆ 이명수: 그런 재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지옥인 경우가 많은 거죠, 물리적으로. 내 죄는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뒤에 퍽치기당하듯이 뒤통수를 맞고 쓰러져 있는 상태인 거죠.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돼 있는데요. 그런 재난현장에서 그렇고 일상에서도 자기가 지옥이라고 생각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을 해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요. 지도를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지금 내가 왜 여기 있고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와 있는지를 내가 알면 내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전망을 할 수 있는데, 지금 그렇게 갑자기 그런 유의 벼락같은 고통이나 불행이 닥치게 되면,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걸 객관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그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걸 전 이 지옥을 탈출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를 확보하는 일이거든요. 

◇ 김명숙: 지도? 

◆ 이명수: 네, 지도, 탈출 지도를요.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알면, 저희 둘, 두 사람한테, 정혜신 씨하고 저한테 어떻게 그렇게 재난 현장에 그렇게 계속, 오랫동안, 거의 한 12년째 그렇게 하고 있는데요.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괜찮냐, 이런 얘기를 하시는데 중요한 것은 저희도 힘이 들어요. 힘이 드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어떤 식이냐 하면 언제 이게 끝날 때쯤 됐다는 걸 전체적으로 지도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여기를 들어가면 독충이 있을 것이다, 맹수가 있을 것이다, 늪이 있을 것이다, 이런 유의 것을 알고 있는 거죠. 지나가다가 저희도 목숨을 잃을 수 있고 다칠 수 있죠. 다칠 수 있지만, 처음 이것이 닥친 사람들은 이것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독충이 있는지, 맹수가 있는지, 혹은 늪이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란 말이죠. 그런데 우리는 적어도 그런 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버틸 수 있다, 안 힘들어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내 삶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생활에 대해서도, 자기 삶을 조망할 수 있는 지도를 갖는 건 굉장히 중요하죠. 그러니까 내가 어떤 슬픔이나 고통, 그리움 때문에 죽을 만큼 괴로우면 그것의 본질이 어떤 것이고 그다음에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거기에 파묻혀가지고 나오기가 굉장히 어려워져요. 

◇ 김명숙: 네, 말씀 듣다 보니까 예전에 이런 얘기, 그럴 때 흔히 마인드맵이라는 얘기도 했잖아요. 그것과도 유사한 건가요? 

◆ 이명수: 네,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는 거죠. 

◇ 김명숙: 자, 그러면 일반인들도 지금 그렇게 마음이 지옥인 분들이 참 많이 있어요. 요즘 세상을 살다 보면 너무 힘드니까요. 그럴 경우에 우리 문자 주신 분도 시 하나로 위로를 많이 받고 많이 울었다, 남자분이신데 그렇게 말씀을 하셨는데요. 우울하고 괴로울 때 마음을 치유하는 책은 많이 있지만, 선생님이 이번에 내신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 책을 보면 특징 중 하나가 시로써 처방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저희가 지난해에도 저희 방송에서 박준 시인과 함께 <시를 품은 수요일>이라는 코너를 진행해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우리 책에서 시를 치유의 도구로 쓰신 특별한 이유가 또 있으신가요? 

◆ 이명수: 박준 시인은 개인적으로도 제가 알고 좋아하는 시인인데, 어저께를 보니까 30쇄를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책을. 그런데 시집 중에서는 그런 것들이 많지 않죠. 그러니까 시가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이 있는데요. 저희는 몇 년 전부터 예술 치유에 관심이 많아서 음악이나 시, 책, 영화, 공간, 사람 이런 것을 통해서 치유할 수 있는 걸 많이 했는데요. 시를 가지고 처방 시 같은 것을 해서 예술치유를 했을 때 효과가 굉장히 컸어요. 그건 어떤 것 때문에 그렇냐면, 시인이라는 사람들 자체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치열하게 생각한 것들을 음악적 운율이 있는 문장에다 그걸 실어서 해주는 거거든요. 압축적으로요. 그러니까 어떤 시 같은 것들이 있으면, 그 시가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우물이 굉장히 큰 우물인 거예요. 그러니까 내 식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누가 이런 식으로 가라고 계몽하는 게 아니고 내가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을 시가 자극하기 때문에 치유의 효과가 굉장히 높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시를 읽게 되면 어떤 사람이든지 내 삶에 대해서, 내 삶의 속도에 대해서 약간 멈칫하게 되는 거예요. 지금 내가 잘살고 있는 건가? 내가 살고자 하는 것들은 원래 모습이 이런 것들이었을까? 예를 들어서 내가 한 오십몇 년을 이렇게 살아왔다고 하면 이것을 잘 살아온 것일까? 그동안에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은 없을까? 이렇게 멈칫하는 순간들을 시가 만들어준다는 거죠. 그렇게 멈칫하면 잘 살 수밖에 없다, 힘들긴 하지만 그 순간을 넘어가면 잘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가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은 굉장히 크다, 경험적으로, 네. 

◇ 김명숙: 그래서 이 책에 그렇게 좋은 시를 많이 써주셨는데요. 잘 골라주신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시가 참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 시 가운데 오늘 우리 청취자분들에게 한 편의 시를 딱 권해주신다면 어떤 시가 떠오르세요? 

◆ 이명수: 제가 이 시를, 여기 책에 나온 것 80편 중에서 가장 좋아서가 아니고요. 전, 지금 제가 읽어드릴 것은 <내가 채송화 꽃처럼 조그마했을 때>라는 시인데요. 

◇ 김명숙: <내가 채송화 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이명수: <내가 채송화 꽃처럼 조그마했을 때>라는 이준관 시인의 시인데, 결국은 나의 가지고 있는 원형이 이런 거예요. 어릴 때, 제가 아까 처음에 얘기했듯이 뒤집기만 해도 칭찬받았던 존재잖아요. 그 존재에 대한 것들을 아주 의미가 극명하게 나타난 시라서, 제가 잘 읽지는 못하지만, 이 시를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싶어요. 

◇ 김명숙: 저희 오늘 <내 마음이 지옥일 때>의 저자, 이명수 심리기획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방송 들으시면서 문자 참여해주시면, 직접 책을 갖고 나오셨어요.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 책 10권을 청취자 여러분 가운데에, 문자 주신 분 가운데에 선정해서 선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많은 문자 참여 부탁드리고요. 그럼 오늘 이 시간에 이명수 님의 소리로 책에 나온 시 중에 이준관 님의 시 <내가 채송화 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들어보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 이명수: 

내가 채송화 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이준관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 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 김명숙: 이준관 님의 시, <내가 채송화처럼 조그마했을 때>, 우리 이명수 님께서 낭독해주셨고요. 함께 용재 오닐의 ‘매기의 추억’이 함께 연주됐습니다.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시를 낭송하시는 걸 제가 들으면서 정말 나도 추억의 집이 참 많았구나, 내 마음의 집이 참 많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도 참 풍요롭고 넉넉하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지금 4996님, ‘제 마음이 지옥입니다. 사회 초년생인데 자취하면서 심하게 아팠는데 그 후부터 마음이 자꾸 힘드네요.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요. 책 읽어보고 싶습니다.’ 하셨네요. 아이고, 지금 사회초년생인데 벌써부터 힘들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내려놓는 게 다 좋을 때도 있지만, 이 대목에서는 제가 마음이 좀 짠하네요. 아유. 책 읽어보시면 아마 치유가 되실 것 같아요. 우리 선생님께서는 심리기획자로서 이런 청년들에게는 또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 이명수: 저는 지금 이제 ‘매기의 추억’을 들으면서 저도 되게 마음이 치유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되게 좋은데요. 지금 사회초년생인데, 김명숙 선생님께서 사회초년생인데 벌써부터 그럴까요, 그러셨는데, 그건 초년생이든 아니면 열 살짜리든 괴로울 수 있거든요. 자기 생활의 지옥이란 건 굉장히 주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사람들 입장에서는 저건 아무것도 아닐 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주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지옥일 수 있거든요. 그런 경우 제일 중요한 것은 꼭 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내 얘기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여 주고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 조건 붙이지 않고요. 판단하지 않고 ‘네가 굉장히 힘들겠다, 얼마나 힘드니?’라고 이야기해주면 그다음부터 자기가 지도가 생기기 시작하거든요. 공감받으면요. 중요한 건 지옥을 어떻게 탈출했냐고 자꾸 얘기하는데요. 공감받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공감의 힘은 그 안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수 있는 힘 같은 걸 주거든요. 쉽진 않지만 지금 주위에서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무조건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 그게 엄마일 수도 있고요. 동료일 수도 있고 선생님일 수도 있고 후배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죠. 그런 사람을 꼭 만나서 내 얘기를,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충분히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김명숙: 그런데 가끔씩은 그런 사람이 꼭 필요한데 아무도 없단 느낌이 들고, 어떤 때는 전화 한 통을 하려고 해도 전화할 상대가 없다, 이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 이명수: 네, 있죠. 살다 보면요. 홀로 고립된 느낌, 절대 고독 같은 것들이 있는 거죠. 혼자 무인도에 떨어져서 아무와도 소통할 수 없고 관계할 수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수가 있어요. 

◇ 김명숙: 그럴 때 이제, 진짜 이 세상에서는 나만 혼자 딱 떨어져 있나, 내가 없어도 아무 지장이 없겠다, 이렇게 또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뭐가 선행돼야 할까요? 참 어려운 질문이지만요. 왜냐면 그렇게 내 마음이 지옥인 사람들을 보면 그 지옥의 모양은 다 다르겠지만, 사람들 마음에는 공통적인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까 우리 선생님이 초반에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인가요? 

◆ 이명수: 사랑하는 법,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탓을 하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 김명숙: 아, 내 탓을 하지 말라? 

◆ 이명수: 경험적으로 이렇게 보면 어떤 경우에도 자기 탓을 해서 마땅한 경우란 것은 없더라고요. 자기가 이렇게 그걸 과장되게 생각하거나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그걸로 가는 거거든요. 자기 탓이 아니고 외부적인 것으로 하려면 분석 같은 것도 많이 하고 해야 하는데 자기 탓하는 것은 굉장히 편하거든요. 그래서 자기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나를 사랑하려고 하면 첫 번째로 선행돼야 할 것들이 내 탓을 하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저는 종교적으로 ‘내 탓이오’나 아니면 원죄 의식 같은 것, 죄의식 같은 걸 조장하는 종교에 대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불편한 마음이 많아요. 그러니까 아까 얘기했듯이 채송화 꽃처럼 조그마했을 때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니고 가앙가앙 돌아다니고, 내가 그런 존재였던 거잖아요. 그런 존재를 그냥 인정해주고 내 탓을 하지 않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 김명숙: 더불어서 한 가지, 내가 지옥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지옥에 있을 경우에도 서로 위로해주고 소통해주고 공감해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오늘 문자가 너무 많이 왔는데 다 소개해드리지 못해서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지금 시간이 거의 다 돼서요. 우리 이명수 기획자님 모시고 ‘내 마음이 지옥일 때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 잘 나눠봤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힐링 많이 받고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명수: 네, 고맙습니다. 

◇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의 청취자분들은 주로 50+들이 많으시죠. 앞으로 인생을 살 시간이 산 시간보다 더 많을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인생의 후회와 회한이 또 많을 수 있는데, 우리 이명수 심리기획자께서 추천해주신 시 한 편 낭독하면서 이 시간을 좀 마무리 지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명수 선생님께서 이근배 님의 <살다가 보면>을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추천해주셨는데요. 제가 한 번 낭송해보겠습니다. 이 낭송을 끝으로 이 시간을 마칠게요. 오늘이 제일 젊은 날입니다. 

살다가 보면 
-이근배 

살다가 보면서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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