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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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우리 아이들, 끝까지 함께 노력했으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3-24 11:32  | 조회 : 3021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7년 3월 24일 금요일
□ 출연자 : 김은지 전 단원고 마음건강센터장 /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인양상황 보며 “그날로 돌아간 것 같다, 마음 진정되지 않는다”
- 멈췄던 시간... 이제 다시 시계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 선생님들도 외상 후 재경험, 불면, 불안증 겪어
- 노란 리본으로 추모의 마음 보여 주는 게 기쁘다는 이야기도...
- 다시 돌아올 4월,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나가야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2014년 4월 16일, 친구들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배에 올랐던 당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지금 대부분 21살이 됐습니다. 일부는 대학을 다니거나 혹은 군 복무를 하거나 취업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각자의 위치에서 그날의 상처를 잠시 숨긴 채 생활하고 있겠죠. 단원고등학교 마음건강센터장으로서 그 학생들의 심리치료를 했던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과의원 원장 전화 연결하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 김은지 전 단원고 마음건강센터장(이하 김은지): 네, 안녕하세요.

◇ 장원석: 저희가 2주기를 앞둔 지난 해 3월에도 한 번 연락 드렸었는데요. 어떻게, 1년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어떻게 지내셨어요?

◆ 김은지: 네, 저는 방금 얘기하신 것처럼 안산에 정신과의원을 이제 개원하고요. 거기서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꾸준히 만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장원석: 어제 세월호 모습이 살짝 드러나고 지금 12m까지 수면 위로 올라와 있는데요. 그거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셨을 거 같아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 김은지: 저도 사실 진료에 집중할 수가 없더라고요. 계속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지인들과 연락하면서 어제, 그저께 잠을 설치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 장원석: 단원고에서 마음건강센터에서 심리치료를 하시면서 스쿨닥터로서 계셨고요. 지난해 6월에 단원고 마음건강센터 운영이 중단되고 나서는 안산에다가 말씀하신 것처럼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개원하셨는데, 안산에 연고가 원래 있으셨습니까?

◆ 김은지: 아, 제가 안산에 연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세월호 때 단원고에 와서 일한 게 처음이었습니다.

◇ 장원석: 그때 이제 안산과 연을 맺고 계속해서 학생들 정신 상담을 하다 보니까 안산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개원하신 건데요. 계속해서 그럼 학생들 관련해서 상담을 하고 계신가요?

◆ 김은지: 정신과의원이 원래 필요하신 분들이 오시는 곳이니까요. 아이들도 필요가 있을 때 오고, 선생님들도 필요가 있을 때 오고 그렇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장원석: 저희가 전해 듣기로는 병원 안에 따로 마음건강센터를 조그맣게 만들어두셨다고 들었거든요.

◆ 김은지: 아무래도 이제 병원에 와서 병원이란 환경이 낯설기 때문에 조금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고 때론 거기서 만날 수도 있고 하는 공간을 배려 차원에서 만들어 놓았습니다.

◇ 장원석: 좀 더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신 건데요. 이번에 인양 소식이 들리고 나서 학생들이나 아니면 그 당시 선생님들하고 대화를 좀 나눠보셨어요?

◆ 김은지: 이야기하면서 사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그날로 돌아간 것 같다, 인양 소식이 들리면서 그 뒤로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론 이게 예전처럼 기약이 없고 시작이 안 되고 이런 게 아니라, 일단 시작이 된 거기 때문에 어쨌거나 성공적이었으면 좋겠고 앞에서도 계속 이야기가 나오셨던 미수습자 분들에 관련된 생각들, 앞으로 잘 원인 규명이 될까 하는 걱정들을 함께 나눴습니다.

◇ 장원석: 어제도 저희가 미수습자 가족 분, 아버님 한 분과 전화 연결했었는데요. 계속 인양을 해야 한다, 빨리 배를 바닷속에서 꺼내야 한다고 3년 동안 계속 말씀을 해오셨는데, 막상 또 그 배를 직접 눈으로 보니까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교차하시나 보더라고요. 그동안 참아놨던 감정들이 한 순간에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걸 정확히 뭐라고 합니까? 외상 후 스트레스, 이렇게 얘기하나요?

◆ 김은지: 물론 저희가 정신 병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마치 그분들에겐 2014년 4월이 오늘 다시 시작되는, 어제 다시 시작된 것 같은 상황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그때 아이들이 막 올라왔는데 거기서 멈췄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내 아이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이제 다시 시계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2014년 그때처럼 마음을 모아서 빨리 나와야 하는데, 빨리 아이들을 내 품에 다시 안았으면 하는 소망으로 지금 감정이 막 올라오실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 장원석: 생존자뿐 아니라 희생된 유가족들, 그리고 자원봉사자 분들, 잠수사 하셨던 분들조차도 지금도 약 없이는 못 산다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갑자기 머리가 막 너무 깨질 듯이 아프고 해서 약을 달고 사셔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럼 그분들은 4월만 되고, 아니면 비슷한 세월호 생각만 나게 되면 감정이 격해지실 거 같은데, 정신과 전문의로서 어떻게 치료해나가야 하겠습니까?

◆ 김은지: 그 부분은 이제 명백하게 그때의 재난상황, 트라우마에 관련된 어떤 단서에 노출됐을 때 마치 그때의 반응과 똑같은 반응, 신체적 반응, 심리적 반응이 일어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 중 하나, 재경험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은 저희가 치료하면서 약물 치료나 아니면 EMDR이나 여러 가지 치료 기법들을 동원해서 그런 부분들을 환자 안에서 다시 재정리하고 외상에 대한 불안들을 조금 줄일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 장원석: 우리가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분들 중에서 여러 부류를 집중하지만 교사들은 좀 소홀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은 막상 학생들 챙기느라고 본인들 몸 생각은 못했던 것 같은데요. 선생님들도 종종 찾아오고 그럽니까?

◆ 김은지: 네, 선생님들께서도 굉장히 외상 후 재경험이나 아니면 그때 당시 동료 교사나 학생들에 대한 애도 반응 때문에 불면이나 불안증, 그리고 지나친 걱정을 보이면서 찾아오십니다. 그분들에게도 정신과 약을 포함해서 심리상담적인 접근들을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 장원석: 참, 인양상황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불안할 것 같은 소식들이 들어오게 되면 마음이 초조하실 텐데요. 이와 더불어서 참, 악성 댓글이라든지 툭툭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 때문에 상처 받으시잖아요. 지난해엔 게시물로 인한 피해, 이런 것도 좀 조사하셨다고요.

◆ 김은지: 저희가 그런 부분들이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작년에 생존자와 간접피해자들을 대상으로, 16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었는데요. 그때 당시에 70%에 가까우신 분들이 세월호 관련 모욕적 표현으로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응답하셨어요. 특히 이제 그로 인해서 우울하거나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게 되거나, 왜냐면 누가 나를 그렇게 욕할지 모른단 생각이 드는 거죠. 그리고 가슴 답답함 같은 신체 증상까지도 보이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사실 지금 인양상황에서 저도 댓글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요. 예전과 다르게 부정적인 댓글이 굉장히 많이 줄어든 상태라서 감사하고 그리고 더 많은 응원과 지지를 해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 장원석: 지금 청취자 분들도 계속해서 문자 보내주고 계시네요. 7804님, ‘가족 분들 지금 놀라고 정신없으시겠지만 일단 인양되고 난 다음에 몰려오는 감정들이 더 힘들까봐 걱정이 되네요.’, 그리고 8324님, ‘어제 아침 뉴스 화면 보니까 그날 놀라고 두근댔던 기억이 되살아나더라고요. 사고를 당한 모든 분들이 따뜻한 마음이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문자를 보내주셨는데요. 사실 우리가, 생존자 학생들, 그리고 일반인들, 선생님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단 분들도 있어요. 사실 4월만 되면, 뭔가 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넌 4월이 됐는데 안 슬프냐? 넌 이걸 하고 있는데 걔네들 생각 안 나?’ 이런 식으로 툭 던지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던데 이것에 굉장히 상처 받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 김은지: 네, 맞습니다. 사실 생각을 하고 관심이 있어서 이야기를 하신다고 하더라도 그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공개된 상황에서 그런 언급을 받게 되면 굉장히 당황하게 되고요. 내가 뭔가 무슨 댓글들처럼 어떤 모욕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물론 그럴 리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불안들이 올라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제가 상담하면서 굉장히 감동적인, 혹은 마음을 울리는 일이 하나 있는데요. 우리가 촛불집회를 하면서 노란 리본을 다신 분들이 많이 들리셨잖아요. 어떻게 보면 와서 위로의 말보다 노란 리본으로 우리가 추모하고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게 굉장히 요즘의 기쁜 변화라고 한 분이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런 간접적인 표현도 충분히 힘이 될 수 있고, 그런 것들로 우리가 추모의 마음을 좀 더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장원석: 어제 미수습자 가족 분들 중에도 ‘국민 여러분이 잊지 않고 오랫동안 계속 함께 기억해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인 것 같은데요. 가족들이나 학생들, 교사들, 심리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 김은지: 이제 지금 3년째 됐고, 이제 진도 현장엔 제가 알기론 안산의 트라우마센터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에서 심리 지원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그리고 사실 안산 지역에서도 그동안 만들어진 지역 사회의 ‘이웃’이나  ‘우리함께’ 기관 등이 지금 이 상황에서 유가족분이나 피해자분들을 잘 다독거리고 같이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하신 것처럼 사실은 인양이 되고 진상 규명의 부분들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애도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부분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가 됩니다. 그래서 사실은 그때부터 더 전문적인 심리 치료, 정신의학적 지원이 필요하고, 이건 굉장히 장기적으로 계획이 돼야 하는데요. 우리가 예전부터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는데 아직도 그 부분이, 국가 재난의 컨트롤타워 부분이 준비가 잘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부분들도 저희가 좀 더 빨리 움직여서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장원석: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원장님은 괜찮으세요?

◆ 김은지: 저도 이제 사실은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여러 가지 가슴에 떠오르는 영상들, 생각들, 그때의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같이 지지하면서 지나가는 거거든요.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참 대단하십니다. 함께 했던 단원고 학생들하고 선생님들한테 한 말씀 하신다면요?

◆ 김은지: 이게 잔소리가 될 거 같아서 그렇긴 한데, 제가 늘 말씀 드리지만 이 시기는 사실 굉장히 힘든 시기입니다. 마치 그때가 다시 되돌아온 것 같고, 나는 생각하지도 않은 신체적인 증상들이나 마음의 변동이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내가 어떻게 보낼지, 예를 들자면 추모하는 의식을 한다든지, 납골당을 간다든지 이런 걸 계획하고 나를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시기를 참 어렵겠지만 그래도 우리 큰 사고 없이 같이 잘 지나갔으면, 그렇게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 장원석: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학생들, 선생님들, 일반인들 더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은지: 네,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단원고 마음건강센터장으로 계셨던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의 김은지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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