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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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말아요 그대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질 스승” - 곽수자, 곽정숙 자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2-13 13:01  | 조회 : 6711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2월 13일(월요일) 
□ 출연자 : 곽수자, 곽정숙 자매

걱정말아요 그대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질 스승” - 곽수자, 곽정숙 자매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당신의전성기, 오늘>에서 매주 월요일에 함께 하는 <걱정말아요 그대>. 이 시간엔 여러분의 돈 걱정, 법적 분쟁도 해결해드리는 코너인데요. 여러 가지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사실 그 문제의 근원은 마음의 걱정이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의 마음이 복잡하고 아플 때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문자 사연도 저희가 받고 있지만, 한 가지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뜨개질이라는 건데요. 뜨개질로 자신의 마음도 다스리고 마음의 고통도 겪고 있는 이웃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바로 곽수자, 곽정숙 씨 자매 분들이십니다.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곽수자, 곽정숙: 안녕하세요.

◇ 김명숙: 네, 반갑습니다. 두 분이 자매라고 하시고 분명히 어떤 분은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언니일 테고 어떤 분은 동생인데 너무너무 닮으셨어요. 제가 말씀드리면 두 분이 얼굴이 동그란 형태인데, 한 분은 노르스름 예쁜 색상으로 염색하셨고 한 분은 약간 백발이 아니라 아이보리 계통의 흰색에 가까운 그런 스타일로 하시고 안경도 똑같이 하시고요. 너무너무 닮으셨는데 또 두 자매가 이렇게 행복하게 뜨개질로 좋은 일을 함께 하신다니까 너무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제가 한 분은 언니라고 그랬는데 연세를 여쭤봐도 될까요?

◆ 곽수자: 43년생, 75세입니다.

◇ 김명숙: 와, 75세요? 전혀 그렇게 안 들어보이세요. 너무 패셔너블하셔서.

◆ 곽정숙: 저는 56년생입니다. 언니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죠?

◇ 김명숙: 56년생이면 우리 나이로.

◆ 곽정숙: 올해로 62세.

◇ 김명숙: 정말 젊어보이세요. 진짜예요. 제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면 뜨개질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75세라고 하셨는데요.

◆ 곽수자: 언제부터라고 할 게 없고,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죠. 그때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서 엄마한테 배워서 그걸 학교 숙제로 내다보니까 그게 재미가 있고 그걸 자꾸자꾸 하다 보니 취미생활로 몇 십 년째 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와, 우리 곽정숙 씨도?

◆ 곽정숙: 저는 언니랑 나이 차이가 13년이나 나다 보니까 저는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하는 줄 알았어요. 뜨개질 같은 숙제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언니가 다해주는 거. 그래서 뜨개질은 내 손에 잡는 게 아닌 줄 알고 살았어요. 그런데 13~14년 전에 저희가 세자매 놀이터라는 걸 잠시 할 때, 거기 손님이 많아지고 언니 손이 바빠지면서 도와야 했고, 그래서 어깨 너머로 배우기 시작한 게 오늘까지 하게 됐어요.

◇ 김명숙: 도와주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내 일이 되신 거고요? 그런데 정말 두 분은 <당신의 전성기, 내일>에 딱 맞는 저희 식구세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일을 지금까지 쭉 해 오신 거잖아요. 꾸준하게 전성기를 이어오신 거고요. 그리고 동생 곽정숙님께서는 어깨 너머로 시작한 일이 이 나이가 되면서 서서히 일로서, 취미가 일로서 된 경우니까 정말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 딱 맞는 주인공들이신 거 같습니다. 더 반갑습니다. 마음에 걱정이 가득할 때 뜨개질을 하면 좋다고 하셨는데요. 정말 이게 치유가 되는 건가요? 도움을 받는 분들이 많이 계셨나 봐요, 실제로.

◆ 곽수자: 오랜 생활, 취미생활로 해 왔지만 일단 손에 바늘과 실을 딱 잡으면 시간이 흐른다는 걸 못 느끼거든요. 그냥 거기에 집중하려고 해서 하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집중이 되고 빠져들게 됩니다. 그래서 끼니때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조차도 모르고 그냥 빠져드니까 모든 시름을 그 순간만은 놓게 되는 거죠.

◇ 김명숙: 본인의 마음 치유도 되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고 그러면 받는 사람 기분도 좋아지는 거 같더라고요. 언제부터 뜨개질 봉사란 걸 하셨나요? 그냥 취미생활로 하다가요.

◆ 곽정숙: 뜨개질 봉사를 저희가 시작한 건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과의 만남이었어요. 뜨개질을 제가 하게 된 게 13~14년 전인데요. 저희가 오남매 중 세자매거든요. 저희도 세자매가 나이가 들다보니 자연스럽게 갱년기라는 게 왔고, 그걸 슬기롭게 넘기자고 세자매가 머리를 모은 게 ‘우리가 세자매 놀이터를 만들어 볼까?’ 해서 일인 듯, 일 아닌 듯 시작한 게 뜨개질을 시작하게 됐고요.

◇ 김명숙: 뜨개질하면서 수다도 떨고 먹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 곽정숙: 세자매가 늘 뭉치다 보니 이웃과 가까이 할 기회는 없었는데요. 세자매 놀이터를 하면서 이웃과 어울리는 걸 저희가 늦게 학습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이어진 게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과의 만남이었습니다.

◇ 김명숙: 그게 4~5년 전 정도 될까요?

◆ 곽정숙: 벌써 6년 전 정도가 됐죠.

◇ 김명숙: 벌써 그렇게 됐어요? 맞다, 2011년 정도 그랬던 거 같아요. 그때부터 그렇게 시작하신 거예요? 그때 그러면 쌍용자동차 해고자 아내 분들 마음 아프신 분들 위로 차원에서 시작하신 거군요.

◆ 곽수자: 아내 분들을 위로하고자 갔던 게 아니고 거기 아이들이 엄마아빠의 삭막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헤맬까 해서 우리가 할머니 된 입장으로 손자 보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놀아주자, 하고 이제 갔는데 가서 두세 번 아이들하고 놀다 보니 엄마들 하고도 자연히 만나게 되고요. 자연스럽게 엄마들 손에 뜨개질실과 바늘이 잡히게 됐죠. 그러다 보니까 5년이란 세월이 언제 갔는지도 모르게 흐르게 됐고, 그러다 보니 이젠 그들과 가족이 돼서요. 지금은 이제 세월호가 있으니까 그 엄마들이 ‘그쪽으로 가십시오’ 해서 우리들이 옮겨 왔고요. 지금도 그들의 안부가 걱정이 되고 또 시간에 막 쫓기다 보면 그들의 안부가 못 물어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 일부러 전화도 하게 되고. 내 가족만 가족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의 다른 가족이 돼서 이렇게.

◇ 김명숙: 그렇군요. 그래서 쌍용자동차 해고되신 분들의 가족들을, 아이들을 함께 놀아주자는 차원에서 시작하신 게 이제 봉사로 이어지셔서 최근엔 세월호 가족들에게도 함께 이런 뜨개질을 가르쳐주고 하시는군요. 세월호 참사로 자녀 잃은 엄마들, 참 가슴이 아플 텐데, 제가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건 어떨 때는 가당치도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4년부터 지금까지 무료로 뜨개질을 가르쳐주신 건가요?

◆ 곽정숙: 저희가 쌍용자동차 엄마들이랑 만나면서 정혜신 선생님을 알게 됐어요.

◇ 김명숙: 정신과 박사님 말씀이시죠?

◆ 곽정숙: 네. 그분은 거기에 치유하기 위해서 상담을 오신 거고, 저희는 뜨개질하고 하루 가고, 얼굴만 서로 마주칠 뿐이지 저분이 어떤 분인지 뭘 하는 분인지 잘 몰랐고요. 선생님 역시 그러셨을 거고요. 그런데 선생님 말씀이 뜨개질을 한 엄마들을 상담해 보면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치유가 빨랐다, 그런 얘기를 저희한테 해주셔서 굉장히 힘이 났어요. 우리가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을 뿐이고요. 2014년 10월경이었을 겁니다. 정혜신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세월호 엄마들 하고 뜨개질을 함께 해줄 수 있겠느냐, 라고 얘기를 하시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좋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하겠습니다, 라고 했죠. 그래서 2014년 10월부터 세월호 엄마들하고 함께 하게 됐습니다.

◇ 김명숙: 그러시군요. 처음에 엄마들에게 뜨개질을 하자고 했을 때, 물론 다른 박사님께서 제안을 하셔서 했지만, 세월호 참사 유가족 어머니들께 말씀을 꺼냈을 때 반응은 어땠었나요? 엄마들의 반응요.

◆ 곽수자: 처음 세월호 엄마들이 모이는 장소가 ‘이웃’이라는 공간인데 거기 갔을 때는 그야말로 적막이었습니다. 그냥 줄줄줄 흐르는 눈물밖에 볼 수 없었고, 사람은 있는데 사람의 목소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어느 봉사자가 엊그제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처음에 자기가 봉사를 갔을 땐 정말 여기가 뭘하는 곳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엄마들이 손에 뜨개질을 쥐는 순간 하하하,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서, ‘아, 저분들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렇게 얘길 하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고맙고, 그 말도 고맙고 그렇게 웃어준 엄마들의 마음 변화도 고맙고요. 저는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눈다. 나누면 없어지지 않고 자꾸 번져 나가니까 나눈다는 생각으로 가고 있습니다.

◇ 김명숙: 나누면서 더 채워지는 느낌을 받으시는군요. 뜨개질의 어떤 점이 이렇게 치유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약도 아닌데.

◆ 곽수자: 뜨개질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니까 고통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밑에 깔리면서 실제 생활은 본래 했던 생활로 돌아오게 된다는 걸, 내가 경험해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세월호 엄마 중 한 분이 내가 만일 뜨개질을 접하지 못했다면 지금 아마 폐인이 돼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이 고통을, 자식을 그리는 그 마음은 밑에 깔고 그래도 지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뜨개질 덕분이다, 라는 얘기를 하는 엄마도 있고요. 또 우리는 취미생활로 하지만 엄마는 그 자식을 그리는 그 마음, 그 한 수단으로 전투적으로 뜨개질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고장이 났어요. 병원에 가니까 오른손을 좀 쉬라고 하는데 오른손을 쉬면 뜨개질을 할 수 없고 뜨개질을 쉬면 마음의 고통이 솟아오르고 해서, 차라리 육신의 고통보다는 마음의 고통을 가라앉히는 게 낫겠다고 해서 아픈데도 참고 뜨개질을 하니까 마음의 고통이 가라앉더라, 그래서 뜨개질이 내게는 진통제입니다, 하고 말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 김명숙: 비단 세월호, 이렇게 말씀 드리면 좀 그렇겠지만, 저희 주변에서 나이 들어가면서 있잖아요. 50대 중반 넘어서면서 뜨개질을 새롭게 시작하는 주부들이 꽤 있더라고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갱년기 되면서 우울증도 찾아오고 밖에 나가긴 싫고 이럴 때, 집에서 뜨개질을 시작하면 시간도 잘 가고, 정말 조그마한 하나라도 컵받침이나 수세미 같은 거 있더라고요. 그런 거 만들어서 사용하고 또 친구들한테 나눠주면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 보고 자기 자신이 좀 새로워지는 기분이 든다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면에서도 이게 치유 효과가 되나 봐요. 큰 게 아니라.

◆ 곽정숙: 저도 크게, 뜨개질이 이렇게 크게 도움이 된다고 절실하게 느낀 바는 없지만, 거기에 빠져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요. 정말 무념무상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서 손에 완성된 게 쥐어지면 성취감도 느껴지고 그래서 한 번 찾아봤어요. 이게 정말 뜨개질이 도움이 되는 걸까? 그랬더니 요즘 정신의학적으로 정서불안이라든지 우울증이라든지 신체적 고통까지 잊게 해준다는 연구가 있어가지고 그래서 그게 굉장히 크게 얘기가 되고 있더라고요.

◇ 김명숙: 자그마한 거 떠서 아이들, 친구들, 부모님에게 선물로 드렸을 때 받는 기쁨이 있잖아요. 사서 주는 거보다. 그럴 때 상대방이 기뻐하는 거 보면 오히려 내가 더 기분이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 곽정숙: 그럼요. 한 몇 년 뜨개질을 하면서는 연말에 선물을 사보진 않았던 거 같아요.

◇ 김명숙: 정말 그런 게 선물이죠. 영원히 잊히지 않는 선물일 거 같아요. 마음이 담겨 있고, 정성이 담겨 있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잖아요. 이런 뜨개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면서요?

◆ 곽정숙: 뜨개질 전시회가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고요. 2월 11일부터 19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까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거기선 또 뜨개질을 해왔던 우리 세월호 엄마들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는데요. 지난 토요일, 일요일 지나갔고요. 이번 주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해서 주로 주말 오후 3시에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그러니까 19일까지 계속 전시회는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 이번 주 금토일은 엄마들과 함께. 어떤 엄마들이요?

◆ 곽정숙: 뜨개질 해온 세월호 엄마들.

◇ 김명숙: 일반인들은 참여할 수 없나요?

◆ 곽정숙: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죠.

◇ 김명숙: 그렇군요.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평일에 전시회만 보셔도 되고, 금토일 그 시간에 같이 가셔서 참여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뜨개질 하셔도 괜찮다는 말씀이시죠? 이게 단순히 뜨개질 전시회가 아닌 거 같아요. 세월호 엄마들의 눈물과 한숨, 그리움, 한 땀 한 땀을 작품에서 다 엿볼 수 있는 그런 전시회인데요. 제목이 특이하더라고요.

◆ 곽정숙: 네, <그리움을 만지다>.

◇ 김명숙: 제목이 정말, 그리움을 만지다, 라는 게 가슴이 메여들 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 곽정숙: 그게 정말 일반 사람들이 하는 한가한 취미생활의 뜨개질이 아니고요. 아이들을 그리는 고통스러운 그리움을 다른 표현으로 표현을 했다는 거고요. 뜨개질을 하면서 거의 2년 반? 뜨개질을 해왔는데, 그러면서 어머니들이 잊고 있었던 것, 세월호를 걱정해주시는 분들, 그분들에게 우리들이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하는 고마움을 전하기도 하고요. 또 서로 위로를 나누는 그런 자리를 마련한 거예요. 그래서 저희들 작품엔 바닥에 지름 4m, 2m짜리 대형 러그가 공동 작업으로 짜서 마루 위에 올려져 있고요. 그 마루 위에 올라앉아서 뜨개질을 같이 하고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고요. 천장에는 컵받침 2800개를 하나하나 뜬 걸 다 이어서 별처럼 천장을 꾸몄어요. 그렇게 돼 있고. 또 하나 특이한 작품은 <그 사람에게>라는 작품인데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3년을 함께 울어주고 손 잡아주고 했던 그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는 선물로 구성이 돼 있는데요. 거기는 고마운 마음이 담겨 있는 사연도 함께 있어요. 엄마 품에 아이를 보내준 잠수사님들, 또 아이를 기억하게 도와준 약전 작가님, 세월호에 대해서 끈질기게 소식을 알려준 언론인들에게 선물할 작품들인데, 그 속에 엄마들 마음을 표현한 글귀가 함께 전해지거든요. 그 글귀 중 하나를 소개한다면, 누구인지는 몰라요. 잠수사님이 내 아이를 내 품에 돌려보내주셨는데, 그분께 감사하고 싶은데, 내가 누군지 내가 누구라고 전달해야 할지 몰라서 그 글귀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또 다른 이름, 내 아이의 또 다른 이름, 19일째 되던 날 167번. 이러면 잠수사님이 기억하실 수 있을까요?’ 하는 글도 있고요.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죽도록 보고 싶다, 엄마는 아이가 보고 싶은데 너는 거기서 엄마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니까.’ 이런 글들이 전해지고 있어요.

◇ 김명숙: 곽정숙님께서 말씀하시는 내내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울먹울먹하시는데,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이다 보니까요. 아무튼 저희 뜨개질 전시회가 단순한 뜨개질 전시회가 아니고 <그리움을 만지다>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유가족 어머니들과 함께 하는 전시회인데요. 제목에서 우리가 느껴지지만 아이들 생각하면 얼마나 보고 싶고 만지고 싶겠습니까. 엄마들이 그 무너져 가는 가슴으로 3년간 함께 하시면서 뜨개질로 만들어낸 작품들을,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으로 뜨개질을 하셨던 거 같아요. 그런 전시회가 지금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으니까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하셔서 또 우리의 마음도 함께 전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위로하고 위로 받는 시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문자 소개 해드릴게요. 죄송합니다, 기침해서. 4204님, ‘두 분 자매님 이야기 듣고 있으니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 계속 사랑 나눠주시고 건강하세요.’ 하셨어요. 0031님, ‘정말 대단하세요. 저도 갱년기로 힘든 시간 보내고 있는데 오늘부터 뜨개질 시작해 볼게요.’. 1410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시면 보람도 있지만 힘드시지 않나요?’ 하셨어요. 지금 문자 주신 분 질문처럼 사실 자신의 시간을 내서 이렇게 봉사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곽수자: 네, 제 생각에는 젊을 땐 내 가족 보듬느라고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이제 어느 정도 내가 여유 시간이 있고 하니까요. 봉사라는 말은 너무 거창한 거 같고, 내가 갖고 있는,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겠다는 것,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것, 그래서 이것이 필요한 분에게 도움이 된다면. 언제가 되든지 이게 시간을 낸다고 해서 어려운 게 아니고, 저분들과 만남으로 해서 내게도 보탬이 되거든요. 내게도 즐거움이고 나를 기다려주는 곳이 있고 그 이웃에 가면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하는 삼중창의 인사가 확 와 닿습니다. 그러면 ‘아, 나이가 이 정도면 반기는 데가 없을 텐데?’, 이렇게 반겨주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도 있고 내가 기껍게 와야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비단 뜨개질뿐이 아니고 작은 뭐라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눴을 때 이것은 몇 배로 커지는 그런 보람이 되니까요. 아주 즐겁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겁니다.

◇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이 프로그램은 중년층 이상과 함께 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꿈꾸거나 준비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오늘 두 분 정말 좋은 일, 멋진 모습 하시는 거 잘 얘기 들었는데요. 우리 곽정숙님, 동생분도 한 말씀 하실까요?

◆ 곽정숙: 저는 오히려 저희가 그분들에게 도움을 드린다기보다 저 개인적으로 제가 큰 도움을 받았는데요. 제 나이쯤 되면 엄마 역할 끝났고, 아내 역할 끝났고. 하하.

◇ 김명숙: 끝은 아니죠(웃음). 거의 다 이제 이뤄가고 있다.

◆ 곽정숙: 제가 제 스스로 홀로서기를 연습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제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요. 내가 이럴 때 이웃 돌아보고 마을도 돌아보고 할 수 있는 자리에 갔다는 게 저로선 굉장히 큰 행운이죠.

◇ 김명숙: 4120님, ‘저도 뜨개질 시작해 보고 싶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셨어요. 뜨개질 전시회 오시면 직접 뜨개질 해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회에 오시면 함께 하실 수 있으니까 서울 시민청 갤러리에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일로, 50대 이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이때가,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제2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 딱 맞는 두 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나눠주신 두 분께 감사의 말씀 전하면서 인사 드려야 할 거 같아요.

◆ 곽수자, 곽정숙: 네, 감사합니다.

◇ 김명숙: 잘 들었습니다.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질을 볼 수 있는 전시회 <그리움을 만지다>는 오는 19일 일요일까지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서울시청 지하에 위치한 시민청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많은 참여, 관심,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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