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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실의... 韓 국민들, ‘울분장애’ 앓는 중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11-01 09:54  | 조회 : 2946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6년 11월 1일(화요일)
□ 출연자 : 한창수 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순실, 공황장애 치료 받으며 곰탕 한 그릇 뚝딱? 흔한 일 아냐
-보통 공황장애에 우황청심환 권하지 않아
-韓국민, 지속적 실망·실의에 ‘울분장애’ 앓고 있어
-韓국민, 정의 없는 불공정 사회 시스템에 만성실직 상태
-울분 상태 지속 시 자살·자해 등 스스로 향해 폭발할 수 있어
-사회를 향해 폭발한다면 묻지마 폭력·방화사건 등으로 연결될 수도
-리더에 대한 불신→이기주의, 소가족주의 분위기 조성
-現 공정·평등 가르치던 인물들이 반칙 저지른 것
-朴 20여 년 특정인들과만 가까이 지내, 특정 종교·IS 빠진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
-朴 당황·판단 불가 상태에 놓여있을 가능성 多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앞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우리 시민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의견 들어봤는데요. 방금 들은 것처럼 분노보다 허탈하다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복잡한 심경, 겪고 있는 분들 한둘이 아닐 텐데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 국민 전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뭐라고 봐야 할지, 관련해서 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 스튜디오로 직접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한창수 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한창수): 네, 안녕하세요.

◇ 신율: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여쭤보기 전에 제가 하나 여쭤볼 게 있습니다. 지금 검색어 1위가 뭐냐면 ‘최순실 곰탕’입니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당황했다고 하는데 검찰에 가서 곰탕 한 그릇을 시켜서 다 먹었다. 물론 식욕이 좋은 건 좋습니다만, 제가 궁금한 건 공황장애와 식욕의 관계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 한창수: 공황장애라고 해서 24시간 아무것도 못하는 건 아닌데요.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다는 분이 식사를 다 하기는 힘들죠. 흔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다른 보도들을 보면,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 약을 먹었다고 하는데 차에서 발견된 건 우황청심환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정신과 의사들이 그런 걸 먹으라고 권하지는 않거든요. 아마도 공황장애라고하는 진단명 자체가 유명하다보니까 전가의 보도처럼 주변 분들이 사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신율: 일반적으로는 공황장애에 걸릴 정도로 당황했다면 식욕이 없을 텐데요. 그런데 국민들은 식욕이 떨어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분노를 넘어선 감정 같은데 이걸 어떤 감정 상태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 한창수: 학문적으로 보기 보다는, 지금은 사실 황당한 멘붕 상태라고 볼 수 있고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불합리하다든지 부정을 느끼면서 차별을 느끼면 처음에 분노를 느끼는 게 정상입니다. 그러다가 해결이 안 되고 자꾸 반복되고 만성적이 되면 소위 말하는 울분장애라는 것이 됩니다. 울분장애라는 말은 통일독일 이후에 구 동독인들에게서 발생했던 여러 가지 스트레스 증상들은 표현했던 ‘엠비터먼트’라는 말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나온 말인데요. 대개 지속적인 실망, 실의, 박해받고 피해 받은 느낌을 받는데, 그래서 막 복수를 했으면 좋겠는데, 어찌 할 수 없는 씁쓸한 느낌. 이걸 울분이라고 표현하는 거죠.

◇ 신율: 그러니까 무기력감하고도 연결되는 건가요?

◆ 한창수: 화가 나서 어떻게 좀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느낌을 같이 받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불공정, 사회 시스템의 문제, 또는 정의롭지 않은 무슨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 현실적으로는 만성실직 상태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들, 이런 감정들을 울분이라고 표현합니다.

◇ 신율: 이게 특히 대통령에게 열성적인 지지를 보내셨던 분들, 특히 보수적 성향을 가지신 분들이나 60대 이상이 되시는 분들이 특히 이런 감정을 느끼실 것 같아요. 일종의 배신감에서 나오는 감정이랄까? 그럴 것 같아요.

◆ 한창수: 어저께 만난 할머니 한 분은 열성 지지자였는데, 우시더라고요. 그 와중에도 불쌍해서 어떡하냐고, 조실부모하고 힘든 상황에서 그랬는데 이거 주변에서 도와주던 사람들이 손 뗀 것 같다고 우시던데, 그분들 중에서는 아주 격렬한 분노감, 배신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내가 이걸 진작 알았으면 안 이랬을 텐데,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 신율: 그런데 이렇게 무기력감과 허탈감, 이런 심리가 계속 되면 그 다음은 어떤 단계입니까?

◆ 한창수: 울분 상태가 지속되면 폭발합니다.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을 향해 폭발하는 경우가 있어서, 자살이나 자해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요. 또는 사회를 향해 폭발하는 경우도 있어서 묻지마 폭력, 또는 지하철 방화사건, 숭례문 방화사건 같은 것들이 그것과 연결된 것이었고요. 또는 원래 폭력성이 있는 환자,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들에게 ‘이놈의 세상, 나도 그래도 된다.’ 하는 신호를 주기도 하고, 핑계를 만들어주는 형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렇지는 않더라도 일반 사람들에게 시스템과 리더를 믿을 수 없다. 이런 불신감, 대의명분을 위해서 내 한 몸 희생할 필요가 없구나, 이런 이기주의나 소가족주의, 이걸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되는 거죠.

◇ 신율: 그런데요. 저도 상당히 허탈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저의 허탈감이라는 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할 말이 없어요. 일단. 그리고 저녁 때 집에 가서 소주 한 2~3잔 먹고요. 안 그러면 잠이 안 오니까요. 이렇게 허탈감 느끼시는 분들, 어떻게 해야 하나요?

◆ 한창수: 지금 많은 국민들이 굉장히 황당해 하고 있는 것들이 TV나 영화에서도 너무 막장이라고 안 쓸 만한 이야기들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어서, 그동안 루머나 소문으로 나왔던, 소설이라고 했던 이야기들이 다 사실로 밝혀지니까, 그동안 나왔던 온갖 루머들이 다 사실일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신율: 그게 문제예요.

◆ 한창수: 이럴 때일수록 일반 국민들은요. 화나는 건 당연합니다. 우리가 배울 때는 공정함, 평등, 이게 최고라고 배웠어요. 그런데 그걸 가르치고 감시하는 분들이 반칙을 저지르는 걸 지금 보고 있거든요. 그럴 때일수록 일반 국민들은 최대한 냉정해야 해요. 첫 번째, 본인이 지도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본인의 안위나 이익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을 텐데, 지금부터라도 본인이 그 업을 처음으로 생각했을 때 가졌던 대의명분이 있을 겁니다. 그 대의명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두 번째, 일반인들은 최대한 감정에 쌓인 상태에 있지 않도록, 냉정해져야 합니다. 안 그러면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수 있어요. 최대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고요. 너무 황당해서 판단이 안 된다고 하면, 내가 이 감정에 휩싸여서 어떤 행동을 했을 때에 누가 이익을 보는가? 하는 걸 한 번 생각해보시면 국민들이 행동을 취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신율: 저희가 앞서 최순실 씨의 심리 상태에 대해서 잠깐 여쭤봤는데요. 지금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심리상태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 한창수: 그분도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사실 소문만으로는 정확히 판단하긴 어려운데요. 정신과나 심리적인 판단이라는 게 긴 시간 면담을 해야 하는데요. 인간의 뇌는 주변의 현상들을 받아들이면 그걸 어떤 형태로든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만들어서 이해를 해야 넘어가는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요. 패턴이 안 되면 어떻게든 스토리텔링을 하는 거죠. 지금 어찌되었건 간에 대통령이나 이분들은 지금 있는 본인이 익숙해져 있는 시스템에 나름대로 합리성을 부여하고 거기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었을 텐데, 그것들이 다 부인당하고 부정당하고 본인이 가깝게 지내던 분들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에 있을 거라서, 지금 말 그래도 아무런 판단이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분들의 심리가 어떤 종교에 빠져들거나, 어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분들이 장기간 동안 외로운 사람에게 뭔가 주입하면 마치 세뇌되는 것처럼 넘어가는 것 아니냐?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하다못해 탐 크루즈나 존 트라블타 같은 유명한 사람들도 사이언톨로지라는 종교에 경도되지 않습니까? 또는 IS나 이런 테러리스트 집단에 빠지는 사람들의 심리 같은 것처럼, 사실 20여년을 아무도 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인들하고만 지냈던 사람이거든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죠. 국민들 대부분은 몰랐습니다. 알고 계셨던 분도 계시긴 한 것 같은데, 그런 상태에서 지금의 심리 상태가 만들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이건 조금 더 나중에 본인의 스토리가 조금 더 밝혀져야 자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신율: 그런데 사실 지금 최순실 씨 문제는 이게 사방에 걸쳐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뿐만 아니라 수험생들 있잖아요? 지금 이대의 대학입시 의혹 문제도 지금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수능이 이제 20일도 안 남았죠.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 규탄 촛불 집회에 참가했던 어느 고3 수험생의 인터뷰를 보니까, ‘수능을 앞두고 있는데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혼자 길거리로 나왔다. 수험생 입장에서 대통령 최측근인 최순실 씨의 딸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대학을 쉽게 가는 걸 보니까 너무 화가 났다.’ 이건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 한창수: 얼마 전까지 수시 입시철이었죠. 고3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도 지금 황당해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많은 사람들이 TV나 라디오에 나와서 어떻든 간에 네가 열심히 해라, 하고 나서 뭘 이야기하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이건 뭐 전혀 그거랑 상관없고요. 얼마 전에 고3 강사라는 분이 인터넷 방송에서도 ‘여러분들 공부할 필요 없습니다.’ 하고 자기고백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나온 이유는요. 가만히 있으면 그걸 감춰왔던 분들이 이전처럼 흐지부지하고 넘어갈까봐 이걸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이렇게 길거리나 SNS에서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3이라면 그렇다고 수험준비를 중단하고 길거리로 나오는 것은요. 학생을 화나게 하는 그런 류의 사람들, 그리고 또는 그 감정을 자극해가지고 다른 모습으로 나를 그 군중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누구 좋으라고 공부를 중단하십니까? 한 번쯤 나와서 시민의 존재를 말할 수는 있지만, 일단 남은 2주 정도는 참고 숨 고르면서 생활과 시험 준비에 전념하시기 바랍니다.

◇ 신율: 지금 모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습니다. ‘우리는 교수님이 부끄럽습니다.’ 지금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다 교수 출신이거든요. 저도 대학에 21년 째 있는데, 이게 정말 총체적 난국이에요. 수험생은 수험생대로 그렇고, 대학은 신뢰를 잃고,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 한창수: 사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삼풍백화점 사건 일어났던 20년 전, 성수대교 붕괴 사건, 그때만 해도 SNS나 이런 것을 통해서 소식이 많이 퍼지지는 않았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부마항쟁, 이럴 때도 정치적인 이슈로 울분을 자극하는 일들은 굉장히 많았고요. 장영자, 이철 사건으로 대변되는 부정부패 사건, 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유행시켰던 지강헌 탈주 사건, 이럴 때도 비슷한 울분을 국민들이 느꼈습니다. 최근에는 세월호 사건 이후에 화나 분노 때문에 불면증이나 불안증, 공황증으로 상담하러 다니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계시거든요. 이제 한 1~2주 정도 지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것 때문에도 불안 증상이나 불면증으로 오시는 분들이 아주 많아질 것 같습니다.

◇ 신율: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창수: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한창수 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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