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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YTN]송민순 회고록 논란, “기억에는 착오가 있을 수 있어” (10/23)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10-24 00:51  | 조회 : 2175 
송민순 회고록 논란, “기억에는 착오가 있을 수 있어“

YTN라디오(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6년 10월23일(일요일)
□ 진행 : 장원석 아나운서
□ 출연자 : 백병규 시사평론가

장원석: 오늘은 어떤 미디어 이슈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백병규: 지난 한 주 정치권에서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내용이 쟁점이 됐다. 2007년 11월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때 우리 정부의 기권 입장을 북한에 사전에 문의했느냐, 사전 통보한 것이냐는 두고 정치권의 지루한 논란이 계속돼. 이번 논란에서 제기된 기억과 사실, 그리고 해석의 경계에서 언론이 주목해야 했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장원석: 말씀하신 것처럼 송민순 회고록 파문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은 누구 기억이 맞느냐 이런 점이 아니었을까 하는데요.

백병규: 당시 이 문제를 다룬 청와대 안보정책회의에 참석한 당사자들의 기억이 서로 엇갈려. 송민순 당시 외교부장관이 기억하고 기술한 것과 당시 이재정 통일부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안보실장 등의 당시 기억이 서로 달라. 기억이 서로 다른 주요 쟁점은 첫째, 대북 인권결의안에 기각하기로 결정한 게 언제냐, 둘째 북한에 이 같은 결정을 알려주기로 결정한 논의가 어떻게 됐느냐, 그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어떤 역할을 했느냐 하는 점.

장원석: 사실 이들 모든 사안들이 연관돼 있는데, 가장 큰 쟁점은 우리 정부의 기권 결정을 북한에 사전에 문의해서 한 것이냐, 아니면 우리 정부의 기권 결정을 사후적으로 북한에 통보한 것이냐로 압축되는 것 아닐까요?

백병규: 바로 그 점에서 이번 논란이 기억과 사실, 그리고 해석이 중첩되고, 그 경계에 있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어.

장원석: 어떤 점에서?

백병규: 서로 엇갈리고 있는 기억들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분명한 몇 가지 사실이 있어. 첫째, 청와대에서 안보정책회의가 당시 11월 15일, 16일, 18일 열렸다는 점은 기억의 차이가 없고 사실로 확인되는 대목. 그리고 18일 회의에서 북한에 알려주기로 했다는 점도 대체로 사실로 확인돼. 기억이 엇갈리는 것은 18일 북한에 알려주기로 한 것이 기권하기로 결정한 것을 ‘통보’하는 수준이었느냐, 아니면 북한의 의사를 타진해보고 최종 결정하자고 한 것이냐 하는 점이 핵심. 전자는 이재정 전 부 장관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 당시 백종천 안보실장 등의 기억. 후자는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기억.

장원석: 결국 16일 2차 안보정책회의의 내용과 결과에 대한 기억이 서로 다르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백병규: 비로 이 점(혹은 시점)에서 해석의 문제가 등장. 사실 16일 두 번째로 열린, 노무현 대통령 까지 참석한 회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 서로 기억이 다른 점도 있지만, 그 기억의 차이는 실제로는 해석의 차이일 수 있다는 점이 중요. 논란의 핵심 포인트는 송민순 전 장관은 이날 회의 에서도 기권할 것인가, 찬성할 것인가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나 백종천 전 안보실장 같은 경우는 15일 회의에서 이미 결론이 난 것을 16일 노무현 대통령 까지 참석한 가운데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통일부 장관 의견대로 합시다’, 즉 기권 쪽으로 결론을 냈다는 것. 이는 단지 기억이 서로 다른 것일 뿐만 아니라 이날 회의 내용과 결과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장원석: 모두 같이 함께 한 자리인데, 왜 이렇게 서로 주장이 다르게 나올까요?

백병규: 서로 판단이 다른 것. 한쪽에서(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 안보정책회의 참석자 다수)는 회의에서 다수 의견이 ‘반대’였고, 노무현 대통령도 ‘기권’ 쪽으로 정리하자고 했으니 결론이 났다는 것인 반면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은 그래도 그 때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것고 해석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 실제 송민순 전 장관은 그날 회의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재고해 줄 것을 다시 요청하는 호소문을 보내.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논의해보라는 지시에 따라 11월 18일 회의가 다시 3차 안보정책회의가 열린 것도 사실. 그러나 그 때도 역시 결론은 마찬가지였다는 게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의 입장이고,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은 그 때도 자신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그런 가운데 북한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오고 이를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받아서 회의를 정리했다는 것. 그러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같은 이들은 무슨 소리냐, 이미 난 결론을 그날 또 한 번 재확인하는 자리였고, 당시 남북 대화 국면을 고려해 북한에 결정사항을 통보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입장. 이 역시 사실의 차이라기보다는 당시 상황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어.

장원석: 언론들의 시각과 해석도 각기 서로 다르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요.

백병규: 이번 논란에 대해 상당수 언론들은 중계방송식 보도. 물론 평소 해당 언론의 시각과 논조에 따라 각기 부각시키거나 강조한 포인트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 그러다보니까 다수의 언론이 오히려 이런 공방과 혼돈을 더욱 증폭시킨 측면도 없지 않아. 그런 점에선 언론들이 이런 사실과 기억, 해석이 뒤범벅이 된 혼란스런 논란에 대해서는 당시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확인되는 사실적 요소와 해석의 영역을 분명히 구분해주고, 기억의 착오 가능성 등을 면밀히 따져보는 노력이 더 필요했던 게 아닌가.

장원석: 기억이라는 게 사실은 그리 믿을 만한 게 못되죠?

백병규: 단적으로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은 기억이 아니라 메모 등 자료에 입각해 사실대로 기록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2007년 11월 16일 노무현 대통령도 같이했던 제2차 안보정책회의 참석자만 하더라도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 5명이 참석했다고 기술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자신이 참석한 적이 없다고, 또 김경수 전 비서관 역시 자신의 메모와 기록을 보면 김만복 전 원장은 그 때 참석하지 않았고 윤병세 당시 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현 외교부장관)이 참석했었다고 달리 증언. 실제 윤병세 외교부장관, 당시 자신이 당시 그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혀. 기억에는 착오가 얼마든지 착오가 있을 수 있어.

장원석: 송민순 전 장관도 정치권이나 언론이 너무 미세한 문제를 갖고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죠?

백병규: 이러자고 이 책 쓴 것 아니라고 말하기도. 다시 언론의 문제를 살펴보자면 이런 혼란스런 논란일수록 언론은 사실의 영역과 해석의 영역을 분명하게 정리해주고, 서로의 기억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나 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 사실관계 하나하나를 차근히 짚어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당시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과 해석이 갖는 의미, 즉 당시 참여자들의 시각과 판단, 해석의 차이가 갖는 의미를 짚어보는, 조금은 대국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할 듯. 큰 맥락을 읽어 내는 게 중요한 것은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지만 언론이 갖춰야 할 주요 덕목 가운데 하나.

장원석: 이런 혼란스런 논란일수록 언론이 교통정리를 잘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게 정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지금까지 백병규 시사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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