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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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정치분석] "민주주의 성숙한 나라 투표율, 날씨 영향 안 받아"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8-26 19:29  | 조회 : 3202 
[데이터정치분석] "민주주의 성숙한 나라 투표율, 날씨 영향 안 받아"

- 홍수·가뭄 등 날씨 좋지 않을 때 집권당 부정적 선거 결과
- 엘 고어와 부시 맞대결 2000년 홍수·가뭄 심해 민주당 3.6% 감소
- 비오면 투표율 떨어지는 가설 맞아
- 韓 강수량 10mm↑ 보수정당 득표율 0.9↓, 진보정당 0.9%↑
- 2000년 美 대선일, 플로리다주 비 안 왔으면 엘 고어 대통령 됐을 것
- 스웨덴 등 민주주의 성숙한 나라, 날씨 투표율에 영향 주지 않아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6년 8월 26일 (금요일)
■ 대담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


◇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콘텐츠와 데이터로 정치를 분석해 보는 시간, <데이터 정치 분석>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인 이규창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이하 이규창)> 네, 안녕하세요.

◇ 최영일> 오늘은 어떤 주제입니까?

◆ 이규창> 최근 수개월간 우리 국민들을 가장 괴롭힌 ‘날씨’를 주제로 정했습니다. 오늘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을 만끽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오는 동안 우리 삶에 날씨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되새겨보는 경험을 청취자들도 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이 날씨가 정치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최영일> 날씨가 정치에 영향을 준다, 이번 여름 무더위 때문에 전기요금 누진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런 것도 그 사례겠죠?

◆ 이규창> 당장 우리가 경험한 사례. 전기요금 관련 기사에 더위 때문에 짜증난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댓글이 잔뜩 있습니다. 너무 더워서 예년보다 에어컨 더 켤 수밖에 없는데 누진제 때문에 요금폭탄 맞은 사람들이 “가뜩이나 더워서 짜증나는데 누진제가 불에 기름을 붓는다.”는 반응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반발 여론이 커지자 한시적으로 누진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전기요금’을 검색한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매년 7~8월 여름과 12~1월 겨울에 검색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12년 여름에 검색량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었는데, 이번 여름 급증했습니다. 가장 검색량이 많았던 2012년과 비교하면 무려 3배 수준입니다. 지난 7월 세계 평균기온이 NASA가 세계 평균기온을 관측하기 시작한 1880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더위가 정부나 정당들의 탓은 아니지만 에어컨을 자린고비가 굴비 쳐다보듯 모셔놓고 보기만 해야 하는 사람들의 분노가 자연스럽게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 그리고 그걸 방치한 정부와 정치권으로 향하게 됩니다.

◇ 최영일> 전기요금 누진제 이슈는 매년 반복되다가 이번에 좀 특별히 더 시끄러웠던 이유가 결국 무더운 날씨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날씨의 영향이 이렇게 떠들썩한 이슈에만 그치는 건지, 아니면 정당의 지지율이나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네요?

◆ 이규창> 조선시대에 가뭄이나 홍수가 나면 이게 다 나라님 탓이라고 했는데 현대에도 이런 민심은 여전한 것 같음. 정치학자인 래리 바텔과 크리스토퍼 애컨의(Larry Bartels and Christopher Achen)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홍수나 가뭄 같이 그 해의 날씨가 좋지 않았을 때 집권당이 집권당에게 부정적인 선거 결과가 나왔습니다. 엘 고어와 부시가 맞대결한 2000년은 홍수와 가뭄이 심각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집권당인 민주당 득표율이 3.6% 감소했다고 분석했는데, 무려 280만 명이 날씨 때문에 집권당에 반대 투표를 했다고 해석했습니다.

◇ 최영일> 그러고 보니, 과거에는 농사를 망치면 나라님 탓이었는데, 미국의 사례긴 한데, 여전히 날씨가 안 좋으면 대통령이나 집권당 탓이 된다는 거네요. 이 외에 또 날씨가 정치나 선거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있을까요?

◆ 이규창>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바로 선거 당일의 ‘투표율’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뽑는 선거야 말로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그런데 선거 당일 날씨에 따라 투표율이 달라집니다. 1996년 15대 총선 때 63.9% 기록한 이후 투표율은 계속 이보다 낮았습니다. 2000년 57.2%, 2004년 60.6%, 2008년 46.1%, 2012년 54.2%, 그리고 올해는 58%.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한 2008년과 2012년에는 선거 당일에 비가 왔습니다. 비가 오면 투표하러 가기를 꺼리게 되고,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가설에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 최영일> 비가 오면 투표율이 낮아진다, 그러면 반대로 날씨가 좋으면 투표율이 높아질까요? 선거 당일에 날씨가 좋으면 젊은 사람들은 투표 안하고 놀러 가니까 보수 정당에게 유리하다는 정치 속설도 있잖아요.

◆ 이규창> 선거 치른 횟수가 많지 않고 날씨 외에도 변수가 많으니까 검증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속설과 비슷한 선거 결과가 있습니다. 1996년 15대 총선, 2004년 17대 총선 때 날씨가 맑았습니다. 그리고 이때 20~30대 투표율을 보니 비가 왔던 18~19대 총선 때에 비해 낮게 나왔습니다. 투표율이 높아야 진보정당에 유리하다는 게 통설인데, 비가 많이 오면 전체 투표율이 낮아지고, 그렇다고 날씨가 좋으면 젊은층의 투표율이 낮아지게 됩니다. 좀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비가 얼마나 오면 어느 정당이 얼마나 이익과 손해를 보는지를 연구한 논문이 있습니다. 한국정당학회보에 예일대 동아시아연구단 강우창 박사의 논문이 게재됐는데, 2004년 17대~2012년 19대 세 차례 총선 결과를 분석했더니 강수량이 10mm 증가할 때마다 보수정당은 득표율이 0.9%p 감소했습니다. 진보정당은 0.9%p 증가한다고합니다. 선거당일 읍면동별로 강수량과 정당투표 결과를 비교해서 얻은 결론입니다.

◇ 최영일> 젊은 사람들이 놀러가지 못하니까 투표장에 가는 건지, 아니면 비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이 투표장을 못 가서 그런 건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과만 보면 속설이 어느 정도 근거는 있다는 거네요. 그러면, 다른 나라의 선거에도 날씨의 영향이 비슷하게 나오나요?

◆ 이규창> 그렇지 않습니다. 1948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대선 결과를 가지고 분석한 연구를 보니 선거일에 비가 1인치 내리면 투표율이 2.4%p 낮아지고 공화당 득표율이 0.9%p 증가한다는 결론입니다. 비가 많이 내릴수록 진보정당이 유리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비가 많이 내릴수록 보수로 분류되는 공화당이 유리해집니다.

◇ 최영일>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거죠?

◆ 이규창>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해석은 오류를 낳을 수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법이 우리와 미국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고, 여러 생활환경이 다르니까 비가 투표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날씨 영향을 비교한 연구자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날씨가 궂으면 나이 든 유권자가 젊은 유권자보다 이동에 더 큰 제약을 받는다.’는 것은 같으나, 미국과 달리 한국은 선거일이 공휴일이라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평일에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해서 날씨 때문에 투표 참가를 할 수 없게 되는 한계계층들이 있을 텐데, 이들이 민주당 지지성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입니다.

◇ 최영일> 날씨가 투표율과 정당의 득표율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확인을 해봤는데.. 만약에 날씨 예측을 더 정확히 할 수 있게 된다면 선거일을 조정해서 선거 결과를 유리하게 바꿔보려는 시도가 가능할까요?

◆ 이규창>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라는 70년대 희곡 작품이 떠오르는데, 이런 궁금증이 실제로 데이터 분석과 연구결과로 답을 찾기 시작한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1990년 대초 유럽에서 시작해서 하나 둘씩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미국은 2000년 대선 결과를 분석하면서 이런 관심이 급증합니다. 브래드 고메즈 박사(Dr Brad Gomez)는 2000년 대선에서 결정적으로 승패가 갈린 플로리다주에 선거날 비만 내리지 않았더라면 앨 고어가 대선에 승리했을 거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날씨만 미리 예측 가능하고 여기에 대비를 한다면 선거 결과를 바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먼저 시작된 날씨의 선거 영향에 대한 연구 데이터들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해봤습니다. 스웨덴 같은 나라는 날씨가 투표율에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날씨의 영향이 적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우리나라, 선거에 참여하려면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미국은 날씨 영향이 더 두드러지는 건 아닐까, 심지어 스웨덴은 선거를 일요일에 하는데도 날씨가 궂어도 투표는 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의식이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도 날씨나 휴일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전기요금 누진제가 문제가 있다면 한여름에만 이슈가 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쳐나가는 노력이 진행되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최영일>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규창> 네, 감사합니다.

◇ 최영일> 지금까지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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