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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범죄, 언제까지 추모만? 경찰청, 치안 책임자로서 사과부터 해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6-01 09:56  | 조회 : 3070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6년 6월 1일(수요일)
□ 출연자 :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


-韓, ‘혐오범죄’ 범죄 유형화 안 되어 있어
-韓 성장·물질중심 사고 심각,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 떨어져
-사회적 약자 혐오, 과거 한센인·에이즈 환자 대했던 모습과 같아
-IMF 이후 사회적 양극화, 차별 구조→혐오 인큐베이터 역할
-사회에 대한 증오와 불만, 사회적 약자 향해 폭발
-경찰청, 조현병 환자 관리로 범죄예방 말할 때 아냐
-경찰청, 치안 책임자로서 사과부터 해야
-혐오 문제, 경제적 양극화 극복 등 범사회적 노력 要
-혐오 문제, 정책 실패 반증, 특정 개인의 우발적 범죄 아닌 사회구조 문제
-언제까지 추모만? 처벌보다 인식 전환에 목적 둔 ‘차별금지법’ 제정 시급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요즘처럼 ‘혐오’라는 말이 많이 사용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어제 사회적 약자 혐오 현상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혐오 범죄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도 어렵지 않게 마주하게 있죠. 왜 이런 현상들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인권정책연구소의 김형완 소장 전화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이하 김형완): 네, 안녕하세요.

◇ 신율: 혐오범죄, 일단 정의부터 이야기를 해보죠.

◆ 김형완: 네, 원래 혐오범죄라는 개념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지난 강남역 사건에서도 드러났지만, 경찰청장께서 특정 대상 겨냥한 범죄 사례가 국내에 축적된 것이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이 이야기는 혐오범죄를 범죄의 유형으로 범주화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건데요.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혐오범죄라는 것이 없었던 겁니다.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많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 사법당국에서는 혐오를 카테고리로 해서 범죄유형화 하고 있지 않은 거죠. 개념적으로 보면, 혐오에는 혐오표현이 있고, 혐오선동이 있고, 그 중에 형법의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혐오범죄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 신율: 지금 우리나라에 혐오범죄가 실제로 많이 늘고 있죠?

◆ 김형완: 그렇죠. 강남역 사건도 그렇거니와, 지금 부산에서도 백주 대낮에 여성을 마구 폭행하고, 수락산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막 벌어지고 있는 거죠.

◇ 신율: 그런데 제가 어제 인터넷 상에서 본 것 중에 제일 충격을 받았던 것은, 장애인에게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장애인이 식당에 있으면 일반 손님이 안 들어오니까 나가라. 걸리적거리게 왜 돌아다니냐? 집에나 있지” 그리고 심지어 이건 어떤 나이 드신 분이 이야기했다고 하는데요. “요즘 안락사도 있던데.” 제가 참 이야기를 듣고 기가 막힌 게요. 전체 장애인의 93% 정도가 후천성 장애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 장애인이 될 가능성을 안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인데요. 이런 식의 막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길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다는 사실 차제가 슬픔을 넘어서 공포스럽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 거죠?

◆ 김형완: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이해나 특히 인권 감수성에 있어서 우리가 너무 물질중심적인, 성장 중심적인, 그래서 산업화 일변도의 사회생활을 하다보니까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이해나 관용의 폭이 다른 사회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고요. 이게 장애인뿐만 아니라 예컨대 과거에 한센인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씀하신 내용이 그대로 적용이 되었어요. 예컨대 가게에 들어오면 다른 손님들 다 끊어지니까 오지 마라, 목욕탕 오면 다 망한다, 이게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거든요. 에이즈 환자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최근의 특징은, 장애인은 그래도 세력화가 되어서, 아직도 심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거라는 사회적 인시기 확산되고 있는데요. 지금 이주민이라든지,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 등이 엄청나게,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 신율: 소장님께서 직접 지켜보신 적도 있으세요?

◆ 김형완: 그렇죠. 다른 건 다 둘째 치고, 최근에 아주 화제가 되고 있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을 보면, 그 안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육식을 거부하는 딸을 아들이 결박시켜가지고 아버지가 고기를 입 안에다가 강제로 쑤셔 넣는 것을 보면서, 식구들이 강한 부성애를 느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런 표현이 나오거든요. 또 영화 ‘4등’, 요즘 많이들 보고 계시는 인권 영화죠. 거기도 초등학생 구타, 매를 맞아야 성공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거든요. 이게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거죠.

◇ 신율: 그런데 이런 사회 현실이라는 것이 지금 자꾸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 배경에는 경제가 안 좋은 것과 연관되어 있는 것 아니에요?

◆ 김형완: 맞습니다. 정확하게 지적을 하셨고요. 사실 한국 사회의 혐오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97년도 IMF 이후의 문제입니다. 사회적 양극화, 차별 구조의 심화 같은 것들이 혐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거죠. 왜 그러냐면, 계층 간의 칸막이 현상이 공고해져가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게 된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온갖 증오, 온갖 불만 같은 것을 내부적으로 스트레스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거든요. 이게 언젠가는 폭발이 되는 건데, 그 폭발이 묻지마 사건 같은 것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약한 고리를 향해서 터져 나옵니다. 그러니까 사회적인 약자, 소수자를 향해서, 혐오 범죄가 창궐하게 되는 거죠.

◇ 신율: 외국 같은 경우에도요. 경제가 안 좋을 때에는 외국인 증오가 굉장히 극에 달하죠. 그래서 아예 대놓고 외국인에 대해서 나가라, 이런 이야기를 제가 유학 시절에도 직접 들은 적이 있거든요. 왜냐면 그 사회에서는 제가 외국인이고, 소수자, 약자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 김형완: 막을 방법이 있죠. 이를테면 경찰청장이 정신병력자, 조현병 환자에 대해서 특별 관리를 함으로써 범죄 예방을 하겠다, 이런 말씀을 하실 때가 아니고요. 이를테면 치안 책임자로서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해야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송구스럽다, 다만 경찰은 한국 사회에서 혐오범죄, 증오범죄 같은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이를테면 서로 연대, 유대, 이런 것들이 우리 공동체가 서로 잘 사는 사회가 되도록, 그렇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를테면 범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경제적 양극화의 극복이라든지, 미래가 있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저녁이 있는 삶, 이런 것들이 사실 혐오 범죄를 근본적으로 없애줄 수 있는, 그래서 차별 구조를 완화시켜야만 혐오범죄를 없앨 수 있는 거고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아주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극우정권, 특히 파시즘 정권 같은 것이 나타나면서 사회적인 약자,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아주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보면 이건 어떤 특정한 사람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가 아니고, 어떻게 보면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범죄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정책의 실패를 반증하는 겁니다.

◇ 신율: 네, 지금 아주 중요한 점을 지적해주셨는데요, 사실 CCTV 더 달고, 이런 것보다도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문제는 일단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거고요. 지금 당장이라도 사회적 약자를,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형완: 네, 옳으신 말씀이고요. 저는 시급하게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게 일반 형법상의 명예훼손이라든지, 모욕죄 같은 것으로도 처벌을 할 수는 있는데요. 차별금지법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는 법제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거든요. 예컨대 인권교육을 보편화시키고, 또 필요하다면 지원도 하고, 이런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 소수자 보호를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방책이, 20대 국회가 빨리 차별금지법 제정을 해야 한다, 이렇게 저는 생각합니다.

◇ 신율: (웃음) 제가 웃은 이유가요. 20대 국회가 만들기는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원 구성도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 그 사람들이 이런 법을 신경 써서 만들지, 아주 참 기대가 됩니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항상 뒷북만 치잖아요.

◆ 김형완: 네, 우리 시민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추모만 해야 하는지, 정말 서글픕니다.

◇ 신율: 글쎄 말이에요. 저도 굉장히 답답하고요. 사실 요즘 분노가 일 때가 많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형완: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인권정책연구소의 김형완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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