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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 국책은행, 부실기업 사금고였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5-04 18:06  | 조회 : 3464 
[생생인터뷰] 국책은행, 부실기업 사금고였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김우성>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실탄’이라고 비유하기도 하는데요. 전쟁에 나가려면 실탄이 필요하듯이, 이 구조조정에는 반드시 재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재원 마련 방식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책은행인 산업·수출입은행의 방만 경영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정부가 투기등급으로 판정한 대우조선에 대해 국책은행은 정상이라며 판단하면서 수십조를 대출해줬고요. 이로 인해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6,800%p 이상 늘었습니다. 국책은행이 그런 것을 관리하고 판단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 이런 비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의 칼을 쥐고 있는 국책은행의 과감한 혁신 또한 해운, 조선업 못지않게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국책은행, 어떻게 달려져야 하고,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이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 경제 원로 모시고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필상 교수, 전화로 연결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하 이필상)>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요즘 경제를 보면 웃을 일이 별로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한국신용평가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은 정상채권으로 판단하고 대출을 내줬거든요. 국책은행은 정상이라고 봤다는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 이필상> 한 마디로 부정, 비리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이번 사태를 보면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의 사금고로 이용된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 하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정치권력, 국책은행, 부실기업, 이 3자 간의 보이지 않는 유착관계가 배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되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에 일단 대기업이 부실하면 실업 등의 문제가 발생하니까 정치권력 차원에서는 어떻게든지 연명을 시켜주는 그런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한편 국책은행이라는 곳은 정치권력의 낙하산 인사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결국 그쪽의 책임자는 정치권력의 요구에 따라서 부실기업에 대해서 구제 금융을 많이 해주는 구조라는 것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결국 국책은행과 부실기업이 맞물려서 서로 부실을 키우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는 것인데, 이런 구조 하에서는 회사등급이 투기등급이다, 이런 정도로 떨어져도 어떻게 해서든지 감추거나 속여서 대출을 해준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에 대우조선해양이 투기등급인데도 불구하고 12조 9천억 원이나 되는 대출을 해줬거든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요. 어쨌건 간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요. 그것이 곪아 터져서 국민들에게 피해만 유발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네, 두 군데 국책은행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대출금에 대해서 부실채권 처리를 했거든요. 이게 말씀하신 유착관계와도 관련이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 이필상> 그렇게 볼 수 있죠. 지금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국책은행 입장에서 보면 같이 살고 같이 죽어야 하는 공동운명체가 되었다는 것이거든요. 왜냐면 대주주 아니면 주채권은행이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살려야 자기네들도 같이 살 수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된 것 같고요. 또 문제는 이번에 결국 투기등급이 되었다고 해서 부실채권으로 판명한다, 그래서 대출을 못해준다, 이렇게 되면 과거에 자신들이 부실대출을 해줬다는 것이 다시 드러나거든요. 그래서 또 감출 수밖에 없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서로 맞물리면서 결국은 같이 수렁에 빠지는 현상이 생기고 있는데, 이건 은행도 쓰러지고, 기업도 쓰러지고, 경제도 결국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심각한 문제죠.

◇ 김우성> 그래놓고 이 문제를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하겠다,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데요. 대우조선 같은 경우에는 정상 기업으로 취급을 받으면서 900만 원씩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하고요. 은행이 말 그대로 대출금을 떼일 경우를 대비해서 대손충당금, 그런 대비책을 마련해놓아야 하는데, 그것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이런 비판도 받고 있거든요. 말씀하신 정치권력, 금융권력, 부실기업의 문제일 텐데요. 이 정도 실태라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이해해야 할까요?

◆ 이필상> 정말 경제에 위협을 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우조선 같은 경우에는 국가 기간산업이면서 대기업이다 보니까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고, 그것이 은행 스스로를 부실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니죠.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건전한 회사다, 문제가 없다, 이러면서 대출을 해주면서 결국 자기네들은 수당 잔치를 벌였다는 것인데요. 이건 결국 은행 사람들의 도덕적 헤이의 극치입니다. 산업은행을 보면, 정규직 직원의 고정수당은 2014년에 875만 원이었는데, 올해 1,330만 원, 50% 이상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경영실적에 따라서 지급되는 실적수당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지난 2년 동안 270만 원에서 790만 원으로 세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계속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부실기업에 돈을 대주면서 은행과 기업이 같이 쓰러지게 하면서 자기네들은 돈 잔치를 벌였다, 이걸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 이런 이야기죠.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은행 사람들도 책임에서 결코 빠지기 어렵다는 이야기죠.

◇ 김우성> 네, 저도 앞서 오프닝에서 조금 감정적으로 말씀드렸지만, 나라는 망해도 나는 망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정말 범죄가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도 드는데요. 지금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자본비율도 굉장히 위태롭고, 부실 위험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진단해도 될까요? 어떻습니까?

◆ 이필상> 네, 그렇습니다. 결국 이번에 구조조정을 한다, 그래서 자금을 지원해줘서 살려준다고 했을 때, 과연 정말 살아날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가 든다는 겁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경기가 아주 침체한 상태인데, 특히 조선산업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 수주가 거의 없는 상태거든요. 해운도 세계 경기가 침체하면서 물동량이 급격히 떨어지고요.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해운 산업이나 조선 산업 전체적으로 시설이 과잉 시설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된다고 할지라도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나 해운 산업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런 기대가 쉽지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지원을 해서 구조조정을 해주고 살려주자고 했을 때 정말 살아날 것이냐? 결국 또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끝나는 결과가 될 수 있거든요. 일단 정말 구조조정을 한다고 할 때, 앞으로 정말 살아날 것이냐? 그것을 확인하면서 구조조정을 해야지, 막연하게 부실기업을 일단 살려주겠다, 이런 식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면 결국 국민 돈만 계속 퍼붓는 현상만 나타날 겁니다.

◇ 김우성> 네, 지금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부담도 안고 있고요. 일부 도덕적 헤이도 인정하겠다, 이런 표현도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나 크라이슬러가 민간주도형 구조조정을 통해서 회생을 했다, 이런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이렇게 하는 것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게 책임회피 포석이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런 방식은 효과가 있을까요?

◆ 이필상> 원칙적으로는 민간 주도로 결국 구조조정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무슨 이야기냐면 기업의 운명은 시장이 좌우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평가해서 이게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면 주가 폭락하고 인수합병 되고, 심지어는 기업이 청산되기도 하거든요. 그런 과정이 시장에서 일어나고, 부실기업은 자연히 개선되거나 소멸되거나, 그런 과정이 시장에서 나타나야 진정한 의미의 자본주의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GM이나 크라이슬러 같은 경우에 어떻게 보면 부실이 상당히 심각해서, 일단 두 회사는 채권과 주식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해서 살아나려고 했어요. 당연히 시장에서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럼 좋다, 우리는 파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해서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냈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결국 법원이 주도하면서 감원이나 채무조정, 사업 구조조정, 이런 것을 정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GM이나 크라이슬러가 다시 살아난 것을 보면 주인이 다 바뀌었습니다. 경영진도 다 바뀌고요. 새로운 기업으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 김우성> 정말 대대적인 혁신을 한 거네요.

◆ 이필상> 그럼요. 완전히 새로운 생명을 찾은 겁니다. 그러면서 디트로이트라는 자동차 기업이 다시 살아나고 미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그걸 우리가 본 따서 그런 과감한 구조개혁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와서 결국 시장 기능에 맡긴다고 하면 그것도 책임회피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현재 상태에서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 그래서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 파악을 확실히 하고 시장에 맡기는 절차, 제도를 마련하는 것,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우성> 네, 지금 책임을 져야 할, 관리감독을 해야 할 국책은행이 부실을 더 키운 공범이 되어 버린 상태인데요.

◆ 이필상> 그렇습니다.

◇ 김우성> 오늘부터 국책은행 자본 확충 TF가 시작되었습니다. 관계기관과 기업들도 재원마련 논의를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재원 마련 합의가 될지, 또 어떤 재원이 마련될까요?

◆ 이필상> 아마 재원마련 같은 것은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쨌건 간에 이게 총체적인 비리 구조에서 나온 부실이라고 봤을 때, 자기네들이 책임자니까 중이 제 머리 깎는 겪인데요. 어쨌건 간에 일단 막아보자고 합의를 하면서 6월 말까지 자본을 확충할 방안을 내놓을 것 같은데요. 중요한 사실은 이번에 이런 식으로 임기응변으로 넘어간다면, 이런 경제 부실 구조가 내면적으로도 확대 재생산 되면서 우리 경제가 정말 침몰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에 구조조정하면서 정말 살아나는 것이냐? 이걸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그 다음에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원인규명하고, 책임자 색출해 내야 하고요.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 금융 구조를 보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정치권력이라든가 은행권이나 부실기업들이 유착관계가 있는데, 그것을 끊을 수 있는 금융 체제 개혁, 이것도 어떤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에 돈 대줘서 적당히 넘어가자, 이런 식으로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 않나, 이런 우려가 생기는데요. 그러면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네, 이렇게 환경을 바꿔놓지 않으면 이번에 살려놔도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한국은행의 역할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굉장히 정치적인 논쟁으로까지 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필상> 한국은행은 국민의 자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러니까 정치권에서 요구한다고 해서, 정부가 요구한다고 해서 함부로 통화량을 발행한다, 양적완화를 한다고 했을 때는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국민의 돈을 다 퍼붓는 그런 비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구조개혁이 확실하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기업들이 살아난다, 이런 확신이 서지 않는 한 무조건 돈을 퍼붓는, 정치권에 굴복하는, 그런 모습은 당연히 벗어나야 합니다.

◇ 김우성> 네, 교수님 말씀이 더 따끔하게 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것, 알고 뉴스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필상>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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