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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힐 권리,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2-23 10:46  | 조회 : 5189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2월 23일(화요일)
□ 출연자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오늘 이 시간에는 잊힐 권리,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박경신):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아직 생소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잊힐 권리, 이게 어떤 건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 박경신: 원래 잊혀질 권리는, 예를 들어서 성매매 여성이나 전과자들이 과거의 기록 때문에 부당한 차별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런 사실들에 대한 보도를 판결로서 억제하거나, 또는 그런 전과 기록을 공식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해준다거나, 이런 취지의 법들과 관련되어서 논의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타인의 과거 행위들, 타인의 과거 발언들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차별 받을 정도의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금은 별 의미 없어진 과거의 실수나 과오를 상기시켜주는 정보들이 적어도 자신의 이름으로 검색을 했을 때 나오지 않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 이름 박경신을 검색창에 치면, 저에 대한 모든 정보가 뜨게 되는데 거기에서 자기가 잊고 싶은 정보라든가 지금은 상황이 변해서 저에 대한 평가와 무관한 정보들은 없애야 한다, 이런 주장이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전 세계에서 이런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정병진: 말씀하신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은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자신의 채무기록, 부동산 강제경매, 이런 내용을 구글 검색엔진에서 검색되지 않게 해달라고 소송을 하면서 내려진 판결이죠?

◆ 박경신: 그렇습니다. 논란이 된 경매라는 게 자신의 채무를 갚기 위해서 한 것이었고요. 경매를 신문에 널리 공고하는 것은 집값을 되도록 높게 받기 위해서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알린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 정보 자체는 합법적인 정보였고 판결 전의 상황으로 볼 때는 프라이버시라고 보호되는 정보라고 보기도 어려웠고요. 또 명예훼손도 아니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인 정보의 유통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 정병진: 지워달라고 하는 사람, 정보의 주인이 있고요. 그리고 그 정보를 작성한 사람이 있겠죠. 기자가 되었든, 일반 누리꾼이 되었든지요. 그리고 그것을 검색하게 해주는 검색엔진까지, 주체가 이렇게 셋입니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상반기 안에 만들겠다고 하는 가이드라인,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뭡니까?

◆ 박경신: 가이드라인 내용은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아직 가이드라인 초안이 공개되거나 하지는 않았고요. 그 전에 잊혀질 권리 연구반이 있어서 저를 포함해서 관심있는 분들이 거기에서 한정적으로 공개된 정보들을 얻어 보기는 했는데요. 지금 3자 구도로 말씀하셨는데, 방송통신위원회 가이드라인도 결국에는 검색엔진에게, 그러니까 올려진 글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인명 검색, 사람 이름을 넣었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에서 배제하는 그런 형태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조금 있다가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원문 글을 삭제하는 것과 관련되어서는 이미 다른 법들이 있기 때문에 검색 결과에서 불법은 아니지만 자신의 현재 이미지와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검색결과에서 배제해달라는 요청을 검색엔진이 수용해줘야 한다, 이런 취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병진: 누구나 그렇게 신청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 박경신: 그렇죠.

◇ 정병진: 이게 논란이 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기존 포털 사이트에 자신이 이걸 지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있으면 지금도 전화를 걸어서 지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이게 문제가 되고 있는 건가요?

◆ 박경신: 사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건데요. 지금 포털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나 불쾌한 내용, 예를 들어서 어떤 변호사가 불성실하게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한 의뢰인이 글을 올렸다고 하면 변호사가 포털에 전화하면 명예훼손이 아니더라도, 그러니까 소비자의 정당한 비판이라도 차단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미 표현의 자유가 너무 위축된 상황에서 다시 합법적인 정보의 유통을 또 제한한다고 하니까, 그래서 논란이 되는 겁니다.

◇ 정병진: 그러니까 지워 달라는 것이 타당하면 법적으로 무조건 지워줘야 한다는 것이 법제화의 골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 박경신: 법제화는 아니고요. 이미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과 관련 없이 정보통신망법 44조에 의하면 누군가 자신에 관한 글이 명예훼손이니까 삭제해달라고 요청을 하면, 그것이 반드시 명예훼손이 아니더라도 우선 포털은 임시적으로 삭제, 차단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게 의무조치이지만 그것을 언제 복원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으니까 대부분은 영구적으로 삭제가 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든가 이런 곳에 가서 사실 이게 합법적인 글이라는 판정을 받기 전에는 삭제 차단되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최근에 잘 알려졌습니다만 모 성형외과에서 환자들 인증 샷을 찍었던 것, 이런 것에 대한 비판 글들이 전부 다 합법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 삭제 차단되었던 일이 발생했고요. 그런 상황인데 여기에 더해서 역시 합법적인 글인데도 누군가가 그게 나의 현재 이미지와 맞지 않다, 다른 사람이 잊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식의 요청만 해도 그 글이 그 사람의 인명검색에서 삭제되도록 한다, 이런 것은 더욱 더 표현의 자유의 침해가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거죠.

◇ 정병진: 그러니까 과거에 범죄 전력이 있거나, 자신이 성범죄에 당했거나, 이런 경우에 강력하게 과거 기록을 지울 수 있는 임시조치라는 법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신청자의 이미지에 맞게 신청하는 것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이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 박경신: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그런 내용의 법은 이미 존재하고 있고요. 그런데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이 나오게 되면 여태까지는 원문삭제만 해왔는데 이제 원문은 그대로 두고 그 원문을 검색을 통해서 유통하는 것만 제한하는 쪽으로 확대가 된다는 거죠. 그러면 많은 분들이 원문도 지울 수 있는데 그 원문을 유통하는 걸 제한하는 게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되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건 또 다른 해악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게, 인터넷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힘없는 개인도 커다란 대기업 못지않게 똑같은 정보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인터넷이 사회에 가져다 준 긍정적인 의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떤 정보가 있으면 그 정보 자체는 삭제되지 않고 검색에서만 배제가 되면 돈 있는 사람은 알바를 고용하든 어떻게 해서든 그 정보를 찾아낼 수 있지만, 힘이 없는 사람은 그 정보를 찾아낼 수 없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정보력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 정병진: 자신의 정보를 지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보완해야 하는 게 아니냐? 이게 찬성 측 입장이거든요?

◆ 박경신: 그런데 그 방식이 정보를 숨기는 방식이 되면, 그러니까 검색에서 배제하는 방식이 되면 결국에는 검색을 통하지 않고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 또는 자신의 평판 관리를 위해서 사람을 고용해서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어떤 것이 뜨는지 계속 확인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정보력이나 평판에 있어서 그런 자원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 훨씬 더 우위에 서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 정병진: 그걸 좀 선별적으로 할 수는 없을까요? 예를 들어서 성범죄를 당했다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SNS나 블로그, 웹페이지 등에 원 기사가 삭제되더라도 누군가가 공유하고 퍼 나르면서, 본인의 상처가 계속 인터넷에 떠돌게 되거든요. 그런 경우는 일일이 다 지울 수 있는 도구가 생긴다면 2차 피해를 막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박경신: 그 부분에는 동의합니다. 동의하는데요. 그런데 잊혀질 권리라는 새로운 법제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성범죄 피해자 같은 경우에는 이미 성범죄 피해 사실이 공중에 공개된 것 자체가 이미 프라이버시 침해거든요. 잊혀질 권리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성범죄를 원해서 당하는 것도 아니고, 수사과정에서 수사 기관의 실수나 언론사의 과도한 욕심에 의해서 공개되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그런 것들은 이미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프라이버시 침해로서 삭제, 차단되고 있고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러한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보기 어려운 정보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변호사가 의뢰인의 사건을 망친다거나, 또는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학대를 당했다거나, 정치에 출마한 후보가 뇌물을 주고받았다거나, 이런 내용들은 프라이버시로 보호된다고 보기 어려운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 정보의 유통을 제한하는 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죠.

◇ 정병진: 방통위에서 마련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에 그런 예외조항을 둔다면 논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앞으로 어떤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방향성을 점검해준다면 어떤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 박경신: 앞으로 논의의 방향성에서 가장 큰 것은 공인의 경우에는 잊혀질 권리에 따른 정보 유통제한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 공인은 누구고, 사인은 누구냐? 이런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어떤 사람이 공인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 하냐는 겁니다. 그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그 정보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거든요. 예를 들어서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유병언 씨는 사인이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런데 유병언 씨가 세월호를 운영하면서 과적을 했다거나 이런 정보들이 있었다면 당시에는 사인의 잊혀질 권리이기 때문에 받아줬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정보들도 검색에서 제한이 되어버리면 결국 세월호와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정병진: 알겠습니다. 공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고요. 어찌되었든 개인의 사생활 침해, 인권 보호를 위해서 삭제수단이 필요하지 않겠냐? 이런 입장이 있고, 또 지금도 충분히 구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옥상옥이 되면 안 된다, 이런 의견이 있다고 정리해 볼 수 있겠네요?

◆ 박경신: 그렇습니다.

◇ 정병진: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경신: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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